앞에서 천만원대 스피커에 수십만원 앰프가 좋으나
수십만원 스피커에 천만원대 앰프가 좋으냐 하는 논의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최근의 경험을 말씀 드리면,
모 유명 앰프 개발자의 시청실에서 신개발 미니앰프의 보이싱을 위한 시청을 가졌습니다.
이런 저런 음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일부 회로 튜닝을 하다가
참고 삼아 신품가 약 2배 가격의 마란츠 하급 앰프와 비교시청을 했습니다.
레퍼런스로 10인치 스캔스픽 우퍼를 장착한 3웨이 대형 스피커가 동원되었는데
마란츠 하급 앰프는 소음량에서 음질은 그런대로 좋았으나 조금만 볼륨을 올려도 피아노의 강타부분, 소프라노가 목청을 돋우는 부분, 북의 강타가 들어가는 부분에서
마구 지직거리는 클리핑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같은 음량에서 300W급 토로이달 트랜스를 장비한, 보기보다 묵직한 미니앰프에선 문제없이 넘어가더군요.
즉 일반 상용 수십만원대 앰프로는 음질은 둘째치고 전원부의 한계 때문에 구동력이 떨어져
저임피던스의 대형스피커를 흡족한 볼륨으로 듣는다는 일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수십만원대 스피커에 정격100와트 이상 고품질 대형 앰프를 붙이는 것이
적어도 구동력 측면에선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앰프의 음색차이보다는 스피커의 음색 차이가 훨씬 확연하고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음을 들려주는 스피커에 집착하여 그 극한을 추구하는 것도
오디오 파일의 한 지향점이라고 생각할 때
수십만원대 스피커에 비싼 줄이나 앰프를 들이대는 것이
수십만원대 앰프를 대형스피커에 들이대는 것 보다는 덜 이상한거 같습니다.
물론 고임피던스 고능률 빈티지 대형 스피커의 경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질를 가진 싼 앰프를 동원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습니다만
요즘 하이파이 대형 스피커인 경우 대체로 88dB이하에 임피던스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아무래도 저가앰프로는 전원부 물량투입의 한계 때문에
구동이 어렵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평소 듣는 볼륨만큼 음량을 재생할 수 있다는 기본을 갖춘 후에 음질을 비교해야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