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클라리넷처럼 활력소가 필요해요-클라리넷 소나타
여러 어려움이 겹치면서 어디할 것 없이 많이 다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고비에 들어서서 그런지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위축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거의 유일한 낙이었던 시디 모우는 취미도 그게 그것 같게 들리면서 별 재미가 없었는데 그나마 요즘 구한 몇 장의 좋은 시디에서 재미가 조금 살아났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음반입니다. 브람스는 제가 워낙 좋아해서 나름으로는 웬만한 좋은 곡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클라리넷 소나타를 구하면서 집을 뒤져보니 박스판에 한 장이 끼어 있고 제가 제대로 들은 적이 없네요.
브람스의 명곡 선택에 빠지지 않는 클라리넷 오중주 그리고, 클라리넷 삼중주는 자주 접해왔지만 이렇게 좋은 클라리넷 소나타를 모르고 있었다니 조금 자존심?도 상했는데 이후 구한 몇 장의 클라리넷 소나타와 비교해서 들어보니 얼마전 구한 로렌초 코폴라의 클라리넷 연주는 다른 연주보다 제가 이렇게 확 끌릴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네요.
1890년 57세의 브람스는 현악오중주를 끝으로 여러 상황으로 실의에 빠져 작곡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었는데 우연히 클라리넷 연주자 리하르트 뮐펠트를 만나면서 그의 클라리넷에 감탄하여, 클라리넷 3중주 Op.114, 클라리넷 5중주 Op.115(1891년), 두 클라리넷 소나타 Op.120(1894년)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중 클라리넷 소나타는 그가 죽기 전 3년 전에 작곡되어 최후의 기악곡이 되었다고 합니다.
로렌초 코폴라가 연주한 클라리넷이 브람스가 이 작품을 만든 계기가 된 천재 클라리넷 연주자 뮐펠트도 사용했던 베르만 & 오텐슈타이너 모델이며, 슈타이어가 연주에 사용한 피아노는 1875년제 스타인웨인으로 부드럽고 섬세한 브람스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디로 한동안 거리를 두었던 음악에 다가서고 좋은 음반을 구해보고자 하는 전투력?이 조금 생기게 되었는데
브람스가 클라리넷를 만나서 다시 창작력을 불태웠듯이 저에게도 제 생활을 제대로 업 시키는 제대로 된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Harmonia Mundi에서 5월 나왔던 이 시디는 현재 일시품절이지만 아마도 조만간 다시 수입되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LP 광풍의 대경방이라 오지랖거리도 안되겠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신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을의 브람스는 너무 치명적이니 장마철에 예방주사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