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I.

제품의 컨셉이나 가격대 등에서 여러 모로 다음에 소개할 멜로디의 제품과 비교가 된다. 음질 경향은 좀 다르지만, 가격대를 상회하는 물량 투입이라던가 합리적인 설계 등은 매우 모범적이고 앞으로 건투가 기대되기도 한다. 피아노 마감의 멜로디와 달리 은색 알루미늄 패널을 채용한 케인은, 마치 흑과 백의 대결처럼 멜로디와 숙명적인 한판 승부를 예고하며 거기에 또 비교 청취의 쾌감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백중해서 제일 좋은 것은 두 제품 모두를 소유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이 제품은 300B를 베이스로 한 반면 멜로디는 2A3다. 당연히 취향의 차이가 개재할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귀에는 둘 다 매력이 있다. 결혼 문제라면 한 명을 선택하지만 오디오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얼마든지 용인되니 큰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멜로디가 기계식 어테뉴에이터 불륨 및 셀렉터를 채용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승부하는 반면 케인은 디지털 버튼식의 셀렉터와 리모컨이 가능한 볼륨단을 사용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특히 노멀/소프트의 선택 버튼이 있어서 기분에 따라, 곡에 따라 음의 성격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점은 신세대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내부를 보면 모든 배선을 하드와이어링으로 해서 일체의 기판을 쓰지 않은 점이 놀랍고, 그 배선의 경로나 납땜 처리의 깔끔함에 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여기서 눈에 띠는 것은 한가운데에 설치된 350mA 용량의 초크 코일이다. 초크 트랜스를 사용하면 양질의 직류 전원을 얻기 유리하나 캐패시터의 양을 늘리는 것에 비해 단가 상승의 원인이 되므로 최근에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음악을 들어보면 300B 특유의 청명함이 놀라운 스피커 드라이브 능력과 교묘하게 결합되어 어떤 소스라도 상쾌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노라 존스의 경우,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가득하고 또 힘도 충만해서 패기가 느껴진다. 특히 중간 중간에 한번씩 강하게 쳐대는 심벌즈의 어택감이나 잔향이 풍부해서 위아래 막힘이 없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들려준다.

장한나의 첼로는 무척이나 호소력이 강하다. 배후에 흐르는 피아노 음 하나하나가 영롱하게 빛나는 가운데 유유하게 노래하는 첼로의 음색은 300B 특유의 미학으로 설득력이 있다. 야신타는 이번에 시청한 앰프 5종 가운데 가장 색기가 강하다고 할까? 그것도 진한 향을 뿌리는 싸구려 섹시함이 아니라 은은한 방향으로 다가와 사로잡는 노련함에 가깝다. 다만 어떤 음악이든 300B 특유의 음색으로 채색되어 때론 과하다는 느낌도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녹차처럼 은근하게 음악의 향기를 우려내는 멜로디와는 사뭇 대비된다 하겠다.

-이종학

II.

A88T를 통해 진공관 인티 앰프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Cayin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출력을 능가하는 드라이빙 능력으로 브랜드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리모컨을 중심으로 한 편리성이 강조된 기능들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제품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비록 제조는 중국에서 이루어졌지만 제품의 외관 역시 견고함과 함께 탄탄한 독일 브랜드다운 면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마케팅적인 측면 또한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며, 유럽 뿐 아니라 일본과 우리나라 시장에도 짧은 시간에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만큼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경쟁력은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Cayin은 많은 관심을 끌었던 5극관 앰프 이외에도 3극관이 채용된 앰프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중 A300P 제품은 미국계 3극관을 대표하는 300B를 출력관으로 사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파라 싱글엔디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A급 증폭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회로 설계가 돋보인다. 험 유도를 방지하기 위해 정류회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신호부에는 피드백을 사용하고 음질의 보상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이들이 5극관 앰프에서 푸시풀 방식을 채택한 것과 비교한다면 3극관 앰프에서 사운드 특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싱글 방식의 회로는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사용된 진공관은 Cayin 로고의 300B와 프리부에는 12AU7을, 드라이브용으로는 12AX7을 사용하고 있으며, 파이형 필터 방식의 전원부에는 5AR4 정류관을 사용하고 있다.

A300P의 사운드 특징은 우선 소출력답지 않은 구동력에 있다. A급 증폭의 파라 싱글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과거 들어왔던 300B의 사운드와 차별화된 현대적인 느낌과 Cayin 특유의 300B 사운드를 들려준다.
언제인가 A88T를 들었던 기억을 회상해보면 기본적인 사운드 골격이 유사하기도 한데, 마치 5극관을 3결 방식으로 설계한 것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야신타의 목소리는 호소력을 넘어 자신감에 가득한 여유 있는 고음 처리가 일품인데, 이는 300B 진공관의 특성을 반영한 화려하면서 울림이 많은 고역 특성이 표현되고 있다. 이 부분은 300B 특유의 고역 특성으로 같은 3극관인 2A3와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편성에서는 스테이지가 결코 작지 않은 구성으로 목관의 표현이 중심이 되어 곡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사운드 경향을 느낄 수 있는데, 여기에 앞서 언급한 소출력답지 않은 구동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제품은 KT88이나 EL34에서 3극관에 처음 입문할 때 부담 없이 경험해볼만한 앰프로 생각된다.

-장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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