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6550, KT88, 300B, 2A3 등을 거쳐 이번에는 EL34다. 이렇게 진공관계를 대표하는 3극관 및 5극관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들 뿐 아니라, 각각 다른 매력과 개성으로 다가와 귀를 즐겁게 한다. 이런 맛에 AB 테스트라는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닌가 싶고, 마지막은 우리의 기술력을 점검하게 하는 제품으로 마무리되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전원부에는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정류관을 사용하고 있다. 잘 알겠지만 앰프 내에서 전압은 유입된 음성 신호에 따라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신속하게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전압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엄청나게 큰 전압 다음에 미세한 전압으로 돌변할 때라던가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아무래도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여기서는 늘 일정한 양의 전압을 흘려줘서 그 안에서 크건 작건 신호에 따라 꺼내 쓸 수 있게 해놨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설계 방식을 보면, 외부에 6C19pi라는 관이 있어서 이것으로 정전압이 들어가기 위해 시동을 거는 일종의 정전류관으로 사용한 다음, 내부에 실드 처리된 OA2라는 관으로 방전을 시켜주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방전이라는 것은, 쓰고 남은 전압을 방전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방식의 장점은, 늘 일정한 양의 전압이 흐르기 때문에 변화하는 음성 신호에 바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력관의 바이어스가 비틀어질 이유가 없고, 그러므로 메이커에서 측정한 대로 세팅한 고정 바이어스 방식으로 동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측에서도 매우 편리하게 설계된 제품이 아닐까 한다.

한편 사이드 패널에는 고급 흑단으로 처리한 점이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패널 상단에 배치된 6개의 진공관이 주는 수적인 압도감도 괜찮게 보여진다. 여기서 그 각각의 기능을 보면 가운데 두 개의 6922는 프리앰프쪽에 쓰인 일종의 드라이브관이고, 양 옆 두 개의 12AU7은 파워부의 드라이브단으로 보면 된다. 또 그 양 옆의 두 개의 12AU7은 위상반전단이다. 즉, 푸시풀 증폭 회로를 위해 위상반전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물론 출력관은 EL34. 내부를 보면 테프론 피복의 은도금 배선재를 사용해서 100% 하드와이어링으로 마무리, 음의 순도를 높인 점은 본기의 가치를 훨씬 돋보이게 한다.

음을 듣기 위해 처음에는 삼사라를 사용했지만, 8옴에 연결하니 음이 혼탁하고 어수선하다. 얼른 4옴으로 바뀌니 바로 차분해지고 깊어진다. 이 정도로 민감할 정도면, 세팅이나 매칭에 따라 소리의 퀄리티는 얼마든지 상승시킬 수 있다. 그래서 BBC로 바꿔보니 드라이빙 능력이나 음색에 있어서 인상적인 실력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노라 존스의 경우 목소리가 매우 차분하고 일체의 과장이 없다. EL34의 고운 음색이 가감 없이 다가와 푹 음악에 잠기게 한다. 장한나의 경우, 역시 첼로의 음이 아름답고, 배후의 피아노는 울림이 영롱해서 눈을 감고 침잠하게 한다. 다만 무터의 바이올린은 활달하고 공격적인 고역에 비해 전체 오케스트라의 사이즈가 다소 줄어든 듯하며, 저역에서의 불만도 좀 있다. 아마 매칭되는 스피커에 따라 이 부분은 얼마든지 개선될 것으로 보이니 큰 문제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아무튼 우리의 기술력으로 이렇게 다른 외제와 비교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음 마무리까지 처리한 점에서 이 회사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싶다.

이상으로 총 다섯 기종의 진공관 인티 앰프들을 점검해봤다. 흥미로운 것은 스피커의 형태나 모양에 따라 거기서 흘러나올 소리의 경향이 짐작되듯이, 앰프 역시 외관과 내부의 설계를 보면 어느 정도 음색이나 성격이 판단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매칭되는 스피커나 CDP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기본적인 느낌은 과히 틀리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주로 제품의 설계에 주안점을 둬서 기술을 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시스템에 적합한 기종을 찾아낸다면 더 없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워낙 기술력이 발달한 요즘인지라, 다섯 기종 모두 잘만 매칭한다면 음악적인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만한 퀄리티를 가진 제품들이라고 평하고 싶다.

- 이종학

II.

비즈니스 코리아는 자작인들에게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토종 브랜드로써 제품군 또한 10만원대의 입문용 키트부터 하이엔드용 판테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불경기로 인해 국내 중소 브랜드들이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시점이지만, 꾸준히 제품을 생산하는 비즈니스 코리아의 모습에서 나름대로 국내 제품에 대한 위안을 삼고 싶다. 특히, 전국 순회 등을 통한 자작교실과 시연회 등을 중심으로 한 오너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고객층 확보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마치 노력의 대가를 보듯 그들만의 매니아층을 이제는 제법 갖추어 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진공관 앰프 뿐 아니라 이에 매칭이 용이한 스피커들의 수입을 통해 보다 더 확장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어 이제 제법 전문화된 브랜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판테온은 비즈니스 코리아의 하이엔드 시리즈다. 우선 외관에서 새로운 판테온이 기존의 판테온과 달라진 점은 트랜스포머 커버에 있는 미러형의 패널을 적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고, 측면에는 우드를 장착하여 아날로그적인 느낌과 함께 고급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앰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전원부에는 진공관 방식 정전압 회로의 적용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전원의 공급을 유도하고 있다. 진공관은 프리부에 6922를, 초단과 드라이브용으로 12AU7을, 정전압용으로 OA2WA를 사용하여 450V급의 높은 전압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했다.

판테온 시리즈는 300B 제품도 있지만, 5극관을 사용한 것은 EL34 PP와 KT88 PP의 두 제품이 준비되어 있는데, 동일한 회로 구성에 각각의 개성이 차별화된 두 진공관 특성을 고려하여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이번에 시청한 KT88 출력관 장착 모델은 내부 배선을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처리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 제품으로, 5극관 특유의 사운드 특징을 들려주고 있다.

야신타가 부른 "Something’s Gotta Give" 에서는 반주 부분에서 드럼의 격렬한 연주가 돋보이는데, 판테온 KT88의 성향이 어떤 것인지를 재즈곡을 통해 잘 말해주고 있다. 대편성에서의 스테이지는 좋은 반면 단아함은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특유의 공간감은 느낄 수 있다. 판테온 제품은 아마도 트랜지스터에서 진공관 앰프로 성향을 바꾸어 보고 싶은 입문기용으로 적당한 제품으로, 충분한 구동력과 공간의 장악력으로 인해 템포가 빠른 음악들에 장기를 들려주고 있다. 적극적인 음악 성향과 함께 5극관을 대표하는 KT88의 화려함과 역동적인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판테온을 추천해주고 싶다.

- 장현태

Specif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