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의 광채로 빚은 탄탄한 울림 Simaudio Moon CDP
1980년에 설립된 캐나다의 중견 오디오 업체인 심오디오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본격 오디오업체의 위상을 착실하게 다져가고 있는 회사이다. 현재 이 회사의 간판으로 자리 잡은 문 시리즈는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심오디오의 열망을 집약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에볼루선·A/V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리즈에서 하이파이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클래식 시리즈에는 에퀴녹스 CD SE·CD5.3 플레이어, i-3 SE·i5.3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LP5.3 포노 프리앰프, P-3·P5.3 프리앰프, W-3·W5.3·W-6 파워 앰프 등이 속해 있으며, 에볼루션 시리즈에는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슈퍼노바 CD 플레이어를 비롯하여 안드로메다 CD 플레이어, i-7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P-7·P-8 프리앰프, W-7·W-7M·W-8 파워 앰프 등과 같은 다양한 제품들이 포진해 있다.
이처럼 약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심오디오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까지 그리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다. 필자만 해도 처음으로 심오디오를 접한 것은 작년 9월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문 클래식 시리즈에 속해 있는 듀얼 모노 방식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i5.3을 시청한 바 있다. dCS의 P8i SACD/CD 플레이어와 B&W의 805S와 함께 시청한 이 앰프에 대하여 필자는 『월간 오디오』 2006년 10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i5.3은 장대한 스케일과 강력한 폭발력을 지향하는 앰프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점은 이들 테스트 음반을 관통하는 최적의 음향 밸런스를 찾기 위하여, 시청 과정에서 필자 자신이 끊임없이 음량을 낮추고 있었던 것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앰프가 추구하는 음향은 소담스러운 크기의 음향 무대, 수렴 지향의 발성, 그리 넓지 않은 다이내믹 레인지, 섬세함과 사뿐함을 지향하는 정연한 대역 밸런스, 탐미성 짙은 고아(高雅)한 음색, 유연한 선율선과 다이내믹 등을 우아한 필치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들의 조합을 통한 다면평가를 거치지 않은 만큼, 이 앰프에 대한 확고한 평가를 내리려면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지만, 이상의 시청 리포트에서 필자는 ‘봄의 왈츠를 꿈꾸는 아름다운 음악 세상’,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 아래를 거니는 고아한 음향의 세계’ 등과 같은 표현으로 이 앰프의 특성을 요약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슈퍼노바 CD 플레이어는 어떠한가?
전체적인 인상부터 언급한다면, 문 에볼루션 시리즈에 속해 있는 이 플레이어는 i5.3과는 시각과 노선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사전 풀이에 따르면 ‘격렬하게 폭발한 뒤 광도(光度)가 평상시에 비해 수십만에서 수억 배까지 순식간에 증가하는 별’, 즉 초신성(超新星)을 뜻하는 ‘슈퍼노바’라는 이름에 걸맞은 금속성의 단단한 음향을 연출하는 플레이어가 슈퍼노바인 것이다. 우아함보다는 견고함과 투명함을 결합한 세련미를 추구하는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플레이어가 추구하는 음향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한다면, 그것은 안정감과 중량감을 겸비한 세련미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면모는 플레이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제원에는 18kg이라는 포장 상태의 중량만을 적어 놓고
있는 까닭에, 기기 자체의 정확한 무게는 알 수 없지만, 박스를 풀고 스파이크 받침대를 조립하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이
플레이어가 미들급 수준의 중량급 기종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붉고 큰 글씨체로 표기되는 시원스러운 LED 창이
눈에 띄는, 견고함과 섬세함을 아우르는 두툼한 전면 패널, 그리고 섀시의 옆면을 장식하고 있는 두꺼운 방열판, 그리고 은색 섀시를
견고하게 지지해 주는 네 개의 기둥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플레이어는 ‘이만 하면 외부 진동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어도 좋겠다’는
느낌을 안겨 준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플레이어는 필립스 L1210/S 트랜스포트 메커니즘과 24비트 버브라운 PCM1798 DAC/디지털 필터를
탑재하여, 8배 오버샘플링 방식으로 24비트/352.8kHz 업샘플링을 실현하고 있으며, 완전히 독자적으로 구동되는 양방향성
RS-232 피드백을 채용하고 있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전원부에는 각기 독립적으로 작동되는 두 개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음악 서버나 별도의 트랜스포트를 연결하는 별도의 DA컨버터 사용에 대비하여 별도의 디지털 입력 단자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플레이어는 문 에볼루션 시리즈의 기기들과의 쌍방향 접속을 위한 심링크 컨트롤러 포트를 갖추고 있으며, 전원부에는 i2DCf(Independent
Inductive DC Filtering)를 탑재하고 있고, 20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오디오 회로의 신호 경로에는 DAC, Op-앰프
등과 같은 집적회로 타입의 부품들을 개별적으로 통괄하는 단독 인덕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정확성이 뛰어난 25rpm 디지털 클러킹
회로, 6dB/옥타브로 작동되는 아날로그 필터, 그리고 전에 비하여 향상된 접지와 전원공급을 이끌어 내는 4층 구조의 PCB
기판을 채용하여 최단거리 신호 전송과 극적으로 향상된 SN비를 실현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 내용을 투입한 결과, 이 플레이어는
최대 출력에서 120dB에 달하는 SN비, 116dB에 달하는 채널 분리도, ±1.0dB에 달하는 최저 음량에서의 직선성 등과
같은 뛰어난 측정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THD 왜율 또한 0.001%/1kHz, 0dBFS에 달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다음으로 이 플레이어가 지원하는 입·출력 형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아날로그 출력부터 살펴보면 이 플레이어는 밸런스
출력 1계통과 언밸런스 출력 1계통을 갖추고 있으며, 다음으로 디지털 출력으로는 S/PDIF(RCA)와 AES/EBU(XLR)
단자를 갖추고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대로 디지털 입력으로는 S/PDIF(RCA)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슈퍼노바는 어떤 음향을 연출하는 플레이어인가? 그런데 바로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이번 시청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완전히
성향을 달리하는 두 가지의 음향 특성을 이 플레이어에서 얻었던 것이다. 하나는 6CA7(EL34) 푸시풀 구동 앰프인 일본 파이널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린의 스피커 사라로 구성된 소형 시스템이었고, 다른 하나는 6L6 푸시풀 구동 모노 앰프인 웨스턴 일렉트릭
파워 앰프·라인앰프(이상 현종한 개조·제작)·일렉트로 보이스(12인치 풀레인지, 파트리션 60 인클로저) 등으로 구성된 대형
시스템이다.
이들 가운데 파이널·린 시스템부터 살펴보면, 이 시스템에서 슈퍼노바는 절제된 발성과 정연한 대역 밸런스를 바탕에 깔고, 그리
크지 않은 스케일, 음악의 내성부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해상도, 뛰어난 심도 표현, 그리고 그리 굵지 않은 선율선과 음향 윤곽,
정연한 다이내믹 등을 깔끔한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었다. 활달함보다는 세밀하면서도 탐미적인 표현력을 중시하는, 잘 찍힌 풍경사진을
보는 듯한 정갈한 음향이 이 시스템에서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예술종합학교의 서현석 교수가 강남 심포니를 지휘한 베토벤의 제4번 교향곡(셈프레 라 무지카, SLM 05173)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과부족이 없는 깔끔한 음향 조형이 슈퍼노바·파이널·사라 시스템에서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소담스럽게 펼쳐지는 투명한 음향 무대 속을 가로지르는 매끄러운 선율미, 절도 넘치는 리듬, 명쾌한 다이내믹 등이 이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보면 이 플레이어는 선율선의 유연한 흐름을 강조하기보다는 악곡의 표정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기라고 할 만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투명함과 명쾌함을 지향하는 기기들이 흔히 보여 주는, 인위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자극적인 고음역을 이 시스템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명쾌한 선율선과 선명한 색채 표현을 지향하지만,
그 어떤 특성들을 살펴보아도 그 나름의 자연스러운 균형감을 추구하는 모습이 이 플레이어에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파울 힐리에르가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실내합창단을 지휘한 라흐마니노프의 <저녁 기도>(아르모니아 문디
807384), 길버트 카플란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말러의 제2번 교향곡(DG5587, 474 380-2), 안젤라 휴잇(피아노)이
리처드 토그네티(지휘)와 호흡을 맞춘 바흐의 건반 협주곡 제1집(하이페리언 SACDA67307) 등의 녹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에서는 청명한 공간감과 깔끔한 확산감을 단아하게 결합하는 모습이 볼 만했고, 말러의 제2번 교향곡에서는
그리 큰 스케일은 아니지만, 빈 필하모닉 특유의 화려한 현악 섹션을 또렷한 이미지로 살려내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휴잇이 연주하는
바흐의 건반음악 협주곡에서는 우아함과 투명함이 조화를 이룬 정연한 음향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면 슈퍼노바에 대한 시청 작업은 여기서 끝내도 좋았으리라. 그러나 필자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것은 파이널·린 시스템에서 얻은 음향이 이 플레이어의 당당한 외관과는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웬만큼 오디오에 이력이 붙은 중년의 애호가라면 린의 사라가 구동하기 쉽지 않은 스피커인 만큼 이상과 같은 결과를
얻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 시스템이 연출하는 음향은 슈퍼노바의 규모와는 걸맞지
않는 왜소한 음향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시스템과의 조합이 궁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이렇게 보면 웨스턴 일렉트릭과 일렉트로 보이스
시스템은 이러한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필자의 차선책이었다. 시스템의 성향 때문에 기기의 시청 작업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슈퍼노바가 연출하는 음향의 스케일·다이내믹 레인지 등을 점검하기 위하여 필자의 메인 시스템이 등장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게 그 플레이어가 아니었고, 그게 그 음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음향
자체를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구석이 적지 않았지만, 필자의 빈티지 시스템 속에서 슈퍼노바는 파이널·린 시스템과는 시각을 달리하는
장쾌한 음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두 시스템은 중음역과 고음역에서 나타나는 명쾌함과 화려함, 저음역에서 떠오르는
절제된 음향 조형 등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었지만, 정작 음향 자체의 표정을 결정하는 발성, 스케일, 다이내믹 등의 특성에서 성향을
완전히 달리하는 음향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지난달 등장한 신보 가운데서 필자의 레퍼런스 음반에 오른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레온 맥컬리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c단조 K.475·소나타 c단조 K.457 녹음(Avie AV2105)에서 극적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저음역의 절제로
인하여 중심 주파수 대역이 중음역으로 올라가면서 음악의 표정이 또렷해지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플로어형 스피커에 걸맞은 장대한 스케일, 이전의 시스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울림이 큰 공명, 강력한 폭발력을
이끌어 내는 다이내믹 등이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할 특성은 바로 맥컬리의 견실한 타건을 생생하고 예리하게 연출하는 단단한 몸체와 적극적인 발성이었다.
어택(attack)은 강한 반면 디케이(decay)가 빠른 특성을 보이는 까닭에, 선율선의 지속성과 추진력이 다소 부족한 면모를
보이고, 음색의 깊이를 드러내는 데 있어서 약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 플레이어는 새로운 시스템과 어우러지면서 좋은 의미에서의
‘단단한 금속성의 음향’을 바탕에 깔고, 그 위에 투명한 음색과 공명이 큰 울림을 실어 올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플레이어가 연출하는 이처럼 견고한 음향 특성은 현악 앙상블이나 관현악곡 재생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까? 아니면 장점으로
작용할까? 파이널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웨스턴 일렉트릭 시스템에서는 심도가 다소 옅어지고, 선율선의 유연성이 부족해지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이들 음악의 내성부를 투명하고 명쾌하게 재생해 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서현석 교수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제4번 교향곡, 카플란이 지휘하는 말러의 제2번 교향곡 등의 음반에서 분명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베토벤의 제4번 교향곡에서는 이 작품이 녹음된 분당 성 요한 성당의 다소 건조하면서도 청명한 음향 특성과 젊은
오케스트라인 강남 심포니의 직선적인 음향 조형 등이 생생하면서도 강고한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었으며, 말러의 제2번 교향곡에서는
중량감이 다소 약한 문제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무직페라인잘 특유의 미려한 음향 특성이 이 플레이어가 연출하는 광활한 음향 공간
속에 깔끔하게, 그리고 라우드니스가 큰 울림으로 용해되는 모습이 보기 좋게 살아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최근 중견 오디오업체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져가고 있는 캐나다의 심오디오에서 내 놓은 문 에볼루션 시리즈의 슈퍼노바 CD
플레이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이 플레이어에서 성향을 달리하는 두 가지의 음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 가운데서 어떤 음향을 표준으로 삼아야 할까? 수렴 성향의 발성 속에 견고함과 명쾌함을 투명하게 통합하는 세련미
넘치는 음향일까? 아니면 발산 성향의 발성 속에 장대함·견고함·폭발력 등을 투명하게 통합하는 안정감 넘치는 음향일까?
애호가의 관점과 취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겠지만, 필자라면 이들 가운데 후자를 선택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전자에서 주목해야
할 장점과 매력을 부인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스러운 발성과 공명이 큰 울림을 기반으로 하는 후자에 장점이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깊이 있는 음색, 집중력과 흡인력이 뛰어난 선율선, 절도 넘치는 리듬 등을 적절하게 조탁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튜닝 여하에 따라서 이들 문제점은 개선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 박성수
-llhtml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