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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난해부터 해온 리뷰 제품들을 회자해보건대 하이브리드형 제품들이 이제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자리를 잡은 듯싶다. 이미 성능과 제품 콘셉트가 뛰어난 인상적인 앰프들이 많이 등장하였고, 하이브리드의 정의 또한 광범위해진 만큼 많은 브랜드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진공관과 TR의 만남에서 출발하였지만, 지금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통해 한 단계 진보된 성능과 프리, 파워, 인티 앰프, 소스 기기를 구분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도 2006년 이후로 의뢰 받은 리뷰 제품 중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제품들인데, 하이파이클럽을 통해서도 DK의 VS-1 Refereace MKⅢ 하이브리드 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다. 10여년 전 카운터포인트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을 더듬어 보면 지금의 성장은 상상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처럼 TR과 진공관 마니아를 구분하기 보다는 하이브리드 마니아라는 새로운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표현도 타탕할 것 같은데, 소개하는 어쿠스틱 플랜의 시타르(Sitar)는 진공관과 TR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담아낸 표준적인 제품이다.

얼마 전 A잡지를 통해 어쿠스틱 플랜의 Sarod 프리와 Santor 파워 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리뷰하는 동안 음악성이 뛰어난 사운드 특성으로 오랜만에 명음반을 즐겨 들었던 시간이 기억난다. 얼마 뒤 하이파이클럽에서 동사의 시타르 인티에 대한 리뷰 의뢰가 들어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고, 다시 한 번 음악성이 뛰어난 어쿠스틱 플랜의 사운드를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1996년에 설립된 어쿠스틱 플랜은 독일의 하이엔드 제품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해외 리뷰와 쇼 등을 통해 사운드의 우수성이 전파되었다고 해야 할까? 워낙 높은 가격과 많지 않은 제품으로 인해 많은 소개가 되지 않은 브랜드이지만 직접 사운드를 경험해 본다면 마치 숨은 진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시타르는 장점이 많은 앰프라서 그런지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볼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런 장점은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몇 가지 기억할 만한 제품의 장점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Sarod 프리앰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최근 하이브리드 앰프로는 보기 드물게 진공관 방식의 정전압 회로 채용 등 수준 높은 라인단 회로의 설계 기술을 보여 주었는데, 시타르 인티에서도 역시 전원 설계를 강조하였다. Sarod 프리앰프에서 사용한 진공관 방식 대신 회로를 간소화해 TR 레귤레이터를 통한 정전압 회로를 구성하여 효과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있는데, 진공관 라인 프리의 안정적이고 유동이 없는 전원의 흐름은 다이내믹 향상과 정호가한 밸런스를 유지시켜 맑은 사운드를 재생해낼 수 있다.

두 번째, 이 제품은 비록 인티 앰프이지만 별도의 파워 앰프 못지않은 순발력 뛰어난 파워부의 성능을 강조하고 있는데, 파워부는 동사의 Santor 파워 앰프에서 사용한 ECC99를 채널당 1개씩 사용하고 출력석은 TR 방식의 도시바사 MOSFET을 채널당 4개씩 사용하여 A클래식 출력 방식으로 8옴 기준 최대 75W 출력을 뽑아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철저히 전원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인데, 시타르뿐만 아니라 동사의 모든 앰프들은 전원트랜스부를 별도로 분리하여 제작함으로써 본체와 AC 전원을 철저히 분리시켜 주고 있는데, 진공관 프리앰프와 하이브리드 파워 앰프 같이 전원 노이즈에 민감한 제품에서 차폐트랜스를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런 분리형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로는 다양한 출력 레벨의 소스 기기에 대응하기 위해 입력단자별로 차별화된 입력 레벨을 세팅해두고 있다는 점으로(참고로 모든 단자는 언밸런스 입력만을 제공, 단, Sarod 프리는 밸런스 1계통 입력이 있음), 1,2 입력단자의 입력감도는 500mV로 되어 있고, 3,4단자의 입력감도는 200mV로 구성되어 있다. 라인단은 E88CC 쌍3극관을 사용하여 Sarod 프리와 동일한 회로로 구성하고 있어 수준 높은 라인 프리앰프의 성능이 보장되고 있으며, Sarod 프리앰프와 달리 어테뉴에이터 볼륨이 아닌 알프스사의 블루벨벳 전동 볼륨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일 제품이지만 도이치 사운드만을 고집하지 않는 중립적인 사운드 성향과 함께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함과 정갈함이 돋보이는 외관 디자인을 들 수가 있다. 진청색의 전면 패널에 노브 세 개만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콘셉트로 마치 공용화 설계를 감안한 모습인데, 전면에 인쇄가 없어 후면 사양을 통해 제품 구분이 가능한 좀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치 정형화되고 준비된 듯한 제품 라인업이란 느낌이다.

동사의 앰프를 리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대편성곡을 중심으로 제품을 들어보았다. 먼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 minor Op.47 중 4악장 'Allegro non troppo'를 게오로그 솔티가 지휘하는 빈필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도입부의 장엄한 서막을 팀파니와 금관악기로 공간을 가득 메워 주면서 넓은 스테이지와 함께 또렷한 악기의 표현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좀처럼 여유를 주지 않는 바이올린 현의 질감 압권이다. 요동치지 않고 절제된 금관의 울림은 라인 프리의 성능을 반영하듯 포지션을 잃지 않고 있고, 4악장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팀파니와 금관의 울림은 뛰어난 순간 구동력이 돋보여 인티 앰프라고 무시할 수 없는 실력으로 파워단의 성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바이올린 곡으로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을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시타르를 통해 재생되는 그녀의 애절하면서도 강렬한 연주는 바이올린의 표현을 사실적으로 들려주는데, 균형이 잘 잡힌 음의 표현은 바이올린의 질감을 강조하여 주고 있으며, 종주부의 피치카토는 과장 없는 소박한 연주를 들려준다.

가장 재미있었던 곡은 아마도 브람스의 ‘운명적 서곡’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연주로 들어본 이 곡에서는 합창단과 관현악의 조화가 마치 대규모 오라토리오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장엄한 규모로 다가왔는데, 잔잔하게 밀려오는 합창단의 울림이 스피커 앞을 가득 메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곡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는 앰프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제품 외관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대형기 못지않은 숨결이 느껴진다.

이번 리뷰로 전달된 제품에는 포노 옵션이 포함되지 않아 포노부에 대한 성능을 직접 확인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인티 앰프의 성능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시타르는 동사의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를 마치 다이어트시켜 한 제품으로 완성시킨 느낌이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더군다나 고전음악에서 장점을 100% 발휘하는데, 동사의 프리와 파워 앰프의 리뷰 때도 음악에 쉽게 접근이 가능했던 경험했던 이들의 사운드는 음악성이 강조되는 뛰어난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어쿠스틱 플랜은 이번이 세 번째 리뷰라고 볼 수 있는데, 포노 앰프만 리뷰한다면 오랜만에 동일 브랜드의 모든 라인업을 리뷰하는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악성이 뛰어난 잘 다듬어진 인티 앰프인 시타르의 선택은 오디오파일로 하여금 기대이상의 만족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