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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발견하는 KEF의 기술력과 라인업

인터뷰어 이종학
인터뷰이 프랑크 록/그레이스 로

최근에 KEF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뮤온(Muon)이라는 엄청난 플래그십을 내놓더니, 그와는 상이한 접근법의 블레이드(Blade)를 개발 중이고, 기존의 Q 시리즈며 여러 제품군을 차례차례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또 국제 마케팅 분야도 적극적이어서 많은 나라에 진출하고 있다. 그중 홍콩 쪽 담당인 GP 그룹(Gold Peak Group)의 시니어 비즈니스 매니저인 프랑코 록(Franco Lock)씨가 내한해서 만났다.

실은 이번 약속은 원래 홍콩 GP 그룹의 오너인 그레이스 로(Grace Lo)까지 함께하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 이 부분은 이메일을 통해 미리 인터뷰를 행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내용은 록과 로 두 분의 인터뷰 내용이 함께 어우러진 상황이므로, 답변을 통일하기로 하겠다.

참고로 현재 GP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KEF 공장의 운영도 책임지고 있는 바,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130명이 넘는다고 한다. 광대한 물적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다시금 웅비하고 있는 KEF의 현황을 캐는 것은, 그러므로 매우 뜻깊은 작업이라 생각된다.

우선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그간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렇게 일종의 브랜치 회사가 나온 경우는 이례적이어서 GP와 KEF 본사와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본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영국 켄트에 위치한 본사는 R&D와 플래그십 및 레퍼런스급의 스피커를 만들고 있고, 우리는 광저우에 있는 공장에서 그 밖의 시리즈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KHT, Q, XQ, Ci 등의 시리즈가 여기서 생산되죠.

그렇다면 전체 KEF의 국제 마케팅 구성이 어떻게 됩니까?

켄트에 본사가 있고, 독일에 유럽 지역을 총괄하는 지사가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것은 북미와 남미를 총괄하고, 홍콩에 있는 것이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을 커버하는 형태입니다.

아무래도 홍콩 브랜치인 만큼, 아시아 쪽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하이엔드와 홈시어터로 나눠서 설명해주시죠.

이 지역 시장에 대해선 상당히 흥미로운 리포트가 있습니다. 홍콩의 경우 홈시어터와 2채널 오디오가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파트나 타운하우스에 직접 매립할 수 있는 인스톨 스피커에 관심이 많고요,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은 하이파이용 2채널 스피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아예 값비싼 하이엔드 스피커와 엔트리 레벨의 스피커를 원하는, 극단적으로 양분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성숙된 2채널 하이엔드 마켓이 있지만, 역시 플랫 패널을 만드는 나라답게 홈시어터에 대한 열망도 향후 커질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여기서 잠깐 KEF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시죠.

아주 심플합니다. 'Kent Engineering and Foundry'에서 따온 것입니다. 파운드리란 주물 공장을 뜻하는데, 원래 1961년에 창업할 때 주철을 다루는 공장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KEF로 정했죠.

창업자 레이몬드 쿠크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이 분은 이전에 BBC에서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던 분으로, 새로운 소재와 테크놀로지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KEF 하면 일단 유닛부터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한 혁신적인 발상이나 스피커에 관한 음향 이론 등 쿠크씨가 이룬 업적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에서 주는 OBE 훈장도 받았으니까요.

구체적으로 유닛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주십시오. 지금의 유니-Q에 이르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 우리가 만든 스피커는 K1 슬림라인이라는 제품입니다. 여기에 투입된 드라이버를 보면, 베이스와 미드레인지의 경우 폴리스티렌이라는 소재로 다이어프램을 만들었습니다. 또 T15라 명명된 트위터의 경우 멜리넥스라는 소재가 이용되었죠. 당시로는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유니-Q는 1981년에 처음 나왔는데, 트위터를 미드레인지 중간에 집어넣는 발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때 쓰인 네오디뮴 마그넷은 사실 철과 보론 등이 합해진 것으로, 나사에서 채용한 것을 가져다 사용한 것입니다.

유니-Q을 보면서 참 대단한 발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중고역의 음원을 한 군데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경우 스위트 스팟이 더 넓어질 뿐 아니라, 중고역의 이음새도 훨씬 자연스러워져서 디테일이 풍부하고, 스피드가 잘 매치된 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닛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 이 부분에 남다른 주안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습니다. KEF는 스피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드라이버라고 봅니다. 캐비닛이나 크로스오버는 디테일한 부분에 불과하죠. 최근만 해도 우리는 뮤온과 블레이드를 제작하면서 전혀 다른 개념으로 유닛을 만들어서 접근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역시 디자인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스피커는 가구나 인테리어의 일종으로 간주되니까요.

뮤온을 보고 저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디자인의 스피커도 가능하구나 싶었거든요. 그간 숱한 스피커를 만나봤지만, 제일 혁신적인 디자인 중의 하나로 기억합니다.

이 제품은 영국의 혁신적인 공업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의 작품입니다. 아마 스피커 역사에서 가장 특출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KEF의 역사를 보면 스피커 분야에서 상당히 혁신적인 이론을 많이 제창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는지, 그 부분이 궁금해지더군요.

아마도 KEF는 전세계 스피커 메이커 중 가장 연구 분야에 많은 공을 들이는 회사일 겁니다. 과학자들도 많이 초빙하고, 새로운 이론과 기술에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불황이었지만,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를 진척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모토가 '사운드에 있어서 혁신자'가 되는 것이니까요.

이번 방한의 목적이 바로 신제품의 런칭인데, 어떤 제품을 다루는 겁니까?

바로 새로운 Q 시리즈 스피커입니다. 이 시리즈는 1991년에 처음 나왔는데, 역시 연구 팀의 활발한 R&D 덕분에 꾸준히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이 8세대째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새로운 유니-Q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이것은 11번째 진화한 버전입니다. 대개 세 가지 방향에서 발전시켰죠. 우선 트위터의 사이즈를 1인치로 키웠습니다. 또 뮤온, 블레이드 등을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미드레인지 유닛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보다 경도가 높고 정확합니다. 그리고 진동판 자체에 울퉁불퉁한 웨이브를 줘서 음의 전달을 보다 명확하게 했습니다. 저희는 이를 탠저린 웨이브가드라 부릅니다.

새로운 Q 시리즈 스피커를 보니 박스형 스타일로 만들었군요. 이전에는 상단이 라운드형이었는데, 이번에 바꾼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예전에 커브형으로 만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단 컬러레이션을 억제한다는 면이 있었고, 고주파 대역의 성능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보다 풍부한 저역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박스형으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용적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 베이스 음이 약 30% 정도 신장되었습니다. 그 부분이 새로운 Q 시리즈의 장점이라 하겠죠.

또 런칭하는 신제품이 있습니까?

T 시리즈를 올해 안에 소개할 것입니다. 이것은 플랫 패널 TV에 맞춰서 제작하는 것으로, 가능한 한 얇게 만들면서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벽에 걸어서 TV와 함께 사용하기에 좋을 겁니다.

끝으로 한국 애호가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KEF는 한국 마켓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풍부한 문화 유산을 갖고 있고, 다양한 전자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오랜 기간 KEF를 애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번에 한국측 파트너를 SMW로 정하면서 보다 더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S 이번에 록씨가 가져온 것은 iQ 300이라는 작은 북셀프 스피커다. 석덴 인티에 린데만 825 CDP에 물려서 첫 음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얀센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는데, 놀랍도록 스케일이 크고, 저역이 당당하게 뒷받침하는 가운데, 빼어나면서 함초롬한 고역이 마음껏 공간을 휘젓고 다녔다. 특히, 총주시의 어택감이 대단해서, 상당한 다이내믹 레인지를 갖춘 스피커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데 더 놀란 것은 가격. 100만원 이하라고 할 때, 설마 잘못 들었겠지 싶었다. 소리와 상관없이 메이커의 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만 생각해도 여기에 100만원은 더해도 무방하니까. 참,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 이 정도 가격에서도 엄청난 음을 들을 수 있구나 새삼 탄복했다. 이후 덱스터 고든이며 레드 제플린을 홀가분한 기분으로 감상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