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DELIUS] 스웨덴의 찬란한 문화 전통을 잇는 앰프의 명가
웨덴의 찬란한 문화 전통을 잇는 앰프의 명가
블라델리우스
이종학(Johnny Lee)
몇 년 전에 스웨디쉬 스테이트먼트(Swedish Statement : 이하 SS)라는 용어가 오디오계에서 잠깐 통용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보고서는 아무래도 스웨덴 하면 오디오업계에서는 변방에 속하는 지라, 이곳을 발판으로 미국, 영국, 독일과 같은 강대국에서 만드는 제품과 경쟁하려면 이런 식의 협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이런 전략은 꽤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SS에 참여한 회사의 면면을 보면 마르텐(스피커), 요르마(케이블), 노르딕 디자인(오디오 랙) 등이 있고, 이번에 탐방한 블라델리우스는 앰프 메이커로 공조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종목이 일체 겹치지 않으면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생각이 들고, 요테보리 시를 중심으로 모였다는 점도 흥미를 자아낸다.
요테보리, 혹은 괴텐부르크라는 이 도시는 스웨덴에서 스톡홀름 다음으로 큰 도시로, 약 92만의 인구를 갖고 있다. 시내 중심부 인구만 따지면 약 절반 정도로 추정하면 된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면한 곳이라 전략적인 중요성이 높아 스웨덴은 오랫동안 이 지역을 탐냈다가 1621년 구스타프 아돌프 황제가 점령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 도시를 방문하고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운하가 많은 탓인데, 알고 보니 여기를 건설할 때 네덜란드인들의 도움이 컸고, 특히 암스테르담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비슷하게 건설된 도시는 당시 네덜란드령에 속했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인 바, ‘암스테르담=요테보리=자카르타’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나중에 여행할 때 참조할 만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암스테르담에 일주일씩이나 묵은 탓에 이 도시에서 데자뷰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스웨덴 하면, 스트린드베리, 잉그마르 베르히만, 잉그리드 버그만, 아바, 비요른 보리, 에이스 오브 베이스 등이 떠오르는데, 문화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베르히만의 영화를 대학 시절부터 줄곧 보아온 나로서는 이 나라를 방문한다는 것이 거의 숙명처럼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더구나 이곳은 학생의 도시라 불릴 만큼 대학교가 많고, 주말엔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과 카페의 열기도 상당하다. 결국 이래저래 다시 한번 들리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번 탐방은 마르텐과 요르마와의 만남도 전제되어 있어서, 일타삼매라고나 할까, 아무튼 한 도시를 방문하면서 이렇게 많은 업체를 취재하기는 처음이어서 한편으로는 흥분도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섰다. 다행히 두 업체의 인터뷰를 마친 터라,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블라델리우스를 만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회사를 주재하는 마이크 블라델리우스(Mike Bladelius)는 그간 만나본 수많은 오디오 관련 인물 중 가장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대답은 거의 단답형인 "Yes or No"이며, 설명할 부분도 간략한 선에서 그친다. 오죽했으면 블라델리우스를 수입하는 A 사장조차, 내가 그간 거래하면서 이렇게 간단간단 일을 처리하는 분은 처음 봤다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약속은 정확해서 한 번도 제품 수급에 문제가 생긴 일은 없다고 한다.
만일 여기서 좀 더 관심이 간다면 블라델리우스의 홈페이지를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오로지 프로덕트와 콘택트 어스 단 두 항목뿐이다. 개인의 블로그도 이보다 항목이나 내용이 적지 않을진대, 세계적인 메이커로 성장한 이 회사는 이렇게 필요한 두 가지 사항 외엔 일체 말이 없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뭐 그렇다고 마이크의 성격이 괴팍하거나 사람을 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속정이 깊은 듯, 한번 만난 사람은 잊지 않고 미소 지으며 환대하고, 항상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신사다.
단, 그가 눈빛을 달리하고 흥분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오디오 이야기를 할 때다. 자기 제품을 소개하는 대목이 아니라, 오디오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이나 경험에 대해 말할 때 그의 태도가 일변하는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오디오에 대한 것밖에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순간이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나오겠지만, 전형적인 천재적 기질을 갖고 있는 그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면, 부귀영화가 보장된 미국을 등지고 아무래도 네임 밸류가 떨어지는 고향에 와서 직접 자기 힘으로 개척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그의 면모에서 강한 뚝심이 느껴진다.
인터뷰가 예정된 당일, 호텔로 웬 호리호리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찾아왔다. 알고 보니 마이크의 아내로, 주로 해외 컨택 및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유창한 영어에다 고급스런 단어를 섞어 쓰는 것을 보아 미국이나 영국인이라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라고 한다. 아무튼 그녀의 안내로 우리 일행은 블라델리우스의 본사로 향했다. 가는 와중에 우리에게 뭐 불편한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씀씀이가 이번 방문을 보다 친밀하고 또 훈훈하게 만들었다.
블라델리우스가 위치한 알링사스라는 지역은 요테보리 시내에서 약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으로,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있다. 자택은 거기서 멀지 않다고 하는데, 나중에 차를 타고 지나다 보니 앞에 멋진 호수가 놓여 있었다. 이런 환상적인 전원생활을 하면서 음악과 관계된 기기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니 참, 그의 처지가 한없이 부러웠다.
그러나 이 회사의 공장을 절대 가내수공업 정도로 깔보면 안된다. 당당한 기업이라 할 만큼, 직원도 많고 오디오 외의 일감도 상당한 편이다. 맨 손으로 시작해서 짧은 시간에 오디오뿐 아니라 사업 쪽에서도 큰 성과를 이룬 것을 보면, 그가 말을 삼가고, 늘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도 이해가 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알링사스 기차역 부근이다. 만일 기차편을 이용해서 이곳에 왔다면 금새 찾을 수 있을 만큼, 역에서 코앞의 거리에 본사가 있었다. 주차를 한 후, 공장에 들어가자 곧 마이크가 환한 얼굴로 나왔다. 실은 마이크와는 구면이다. CES에서 수차례 마주쳤고 또 그의 부스에서 마르텐 스피커와 연결된 음도 들은 바 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방문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제야 실현이 된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금요일로, 통상 일찍 근무가 끝난다. 일정이 빡빡한 탓에 이렇게 되었지만, 충분히 설명을 듣고 사진은 찍을 수 있었다. 우선 PCB 보드 제작 및 기본 공정이 이뤄지는 공장에 갔다. 또 한군데에서는 부품 및 자재를 보관하고 최종 마무리 공정을 하고 있었다. 편의상 전자를 A, 후자를 B로 한다면 지금부터는 A 공장의 투어에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본 것은 PC 기판을 제작하는 기기다. 이미 일렉트로콤파니에를 방문하면서 한 차례 경험한 터라, 별로 낯설지는 않았다. 담당 직원이 컴퓨터를 조작해서 기판에 기본적인 배선 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물론 이런 회로 설계는 마이크의 몫이리라. 크지 않은 방이지만, 쾌적하게 기기들이 배치된 내부 풍경이 보기 좋았다.
이어서 본 기기는 스피드마운트에서 나온 하이드라라는 것으로, 일단 배선 처리된 PC 보드에 기본적인 부품을 삽입하고 있다. TR 앰프는 진공관과 달리 하드와이어링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수많은 작은 부품들을 효율적으로 배열하려면 이런 방식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단 일렉트로콤파니에나 블라델리우스는 외부에 용역을 맡기지 않고 자체 공장 내에서 해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럴 경우, 중간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공정을 관리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점은 블라델리우스처럼 하이엔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헬러에서 생산된 기기를 사용하는 이 단계는, 기본적인 배선 처리 및 부품이 삽입된 기판을 찌는 역할을 한다. 찐다는 표현이 그렇지만, 통상의 납땜을 사용하지 않고 열처리를 해서 배선과 부품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기판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B동에서 한차례 더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즉, 더 크고 중요한 부품은 사람 손에 맡기고, 최종적으로 또 한 차례 찌는 것이다. 일을 두 번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보다 꼼꼼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하겠다.
세 종류의 기기가 있는 방 한켠에는 커다란 수납장이 있고, 여기에 완성된 기판들이 가득 쌓여 있다. 이 모두가 블라델리우스 앰프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전술했듯 오디오만 만들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오늘날의 현황에 비춰볼 때, 다양한 OEM이나 하청 관련 기판이라고 짐작이 된다.
한편 밖으로 나오기 전에 창고 비슷한 것이 복도에 있어서 살펴봤다. 여기는 일종의 자재함 역할을 하는 곳으로, 기판 제작을 위한 여러 부품이 가득 쌓여 있다. 담당 직원이 따로 있는 듯 그의 책상에 놓인 컴퓨터가 눈에 띄는 바, 아마 여기서 재고 파악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어서 안쪽에 별도의 작업실이 있어서 가봤다. 여기는 블라델리우스에 쓰이는 새시들을 마무리하는 곳이다. 알루미늄을 사용해 튼튼하게 제작된 이 새시를 처음부터 여기서 만들 리는 없고, 아무래도 다른 기업에 하청을 줘서 물건을 받는 시스템인지라, 여기서 최종 점검을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몇 가지 가공도 이뤄지는 듯 각종 공작 기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실 이번 탐방에서 제일 놀란 것이 이 대목이다. 그리고 마이크의 성격 일면을 읽을 수 있는 사례라 해도 좋으리라. 앰프며 CDP 제작 못지 않게 활발한 OEM을 하고 있는 블라델리우스인지라, 이에 필요한 부품의 숫자와 양이 엄청날 것이라 짐작이 간다. 이것을 아예 창고에 넣어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 터라, 어지간한 공장에서 갖추기 힘든 시설까지 투입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각종 부품이 든 것을 박스별로 분리해놓고 컴퓨터로 조작하면 꺼낼 수 있는 구조다. 쉽게 말하면 주차 타워를 연상하면 된다. 차 주인이 모델명을 입력하면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찾아주는 시스템 말이다.
여기서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려 10만 개 이상의 부품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무려 10만 개라니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조차 대단한 일이라 느껴진다.
좀 전에 거대한 부품 스토리지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는 바로바로 쓸 수 있는 부품을 모아두는 곳이다. 하긴 직원들이 뭐 필요할 때마다 스토리지에서 하나씩 꺼내 쓸 수는 없으리라. 그래도 규모가 규모인지라, 스토리지 담당이 연신 부품을 꺼내서 채워 넣는 모습을 보니 참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구나 짐작이 되었다.
이 대목이 아무래도 우리가 앰프 메이커를 연상할 때 떠오르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기본 처리가 된 기판이 여기에서 사람 손을 거쳐 본격적으로 완성되는 코너다. 아까 소개한 기기에서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커다란 부품이 주로 다뤄지는데, 그냥 어셈블리에 그치지 않고 바로 테스팅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단계까지 마무리되어야 앰프에 쓸 수 있는 기판이 완성되는 것이다. 상당히 섬세한 손놀림이 요구되는 공정으로, 흔히 숙련공 내지 장인으로 부를 수 있는 분들의 작업 과정을 한동안 바라봤다.
크레츠 테크닉에서 나온 ‘세호’라는 기기가 있는 곳으로, 여기서 완성된 기판을 최종적으로 찌고 있다. 즉, 여기서도 납땜이 아닌 찌는 형태로 배선과 부품간의 연결을 마무리짓는 것이다. 아무래도 마지막 단계인 만큼 별도의 방에서 숙련된 전담 직원에 의해 처리되고 있었는데, 다된 밥에 재 뿌린다는 우리 속담처럼 여기서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참 난감할 것 같다.
이 방은 새시에 기판뿐 아니라 전원 트랜스 같은 것을 삽입해서 최종적으로 제품화하는 곳이다. 즉, 이전까지는 모두 앰프며 CDP의 부분 부분을 정리한 단계였다면, 여기서 최종적으로 어셈블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이를 책임지는 직원들의 감각은 남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꽤 나이가 들어보이는 분이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 구력이나 내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들은 그냥 출하될 리가 없다. 예를 들어 출력이 큰 파워 앰프라면 일주일간의 번인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 테스트를 거쳐 박스에 담기는 것이다.
참고로 A, B 공장 통틀어 총 25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R&D를 하는 직원들이 별도의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자택 근무자도 있다. 왜냐하면 멀리 미국과 스톡홀름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한편 이 공장의 시스템도 노르웨이와 비슷했다 즉, 평일에는 아침 6시반~오후3시, 금요일엔 아침 6시반~오후1시까지 일한다. 점심시간은 12시~1시까지. 이래서 주당 40시간을 채우는 시스템인 것이다. 일찍 출근해서 확실하게 일하고, 얼른 귀가해서 자기 시간을 갖자는 것인데, 덕분에 레저 시간을 풍부하게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일에 대한 집중력도 높으리라.
이제 견학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인터뷰에 들어갔다. 마이크가 안내한 곳은 공장에서 4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상당히 크고 멋진 곳이었다. 메뉴도 다양했던 바, 나는 처음으로 레인디어, 그러니까 사슴 고기를 시켜봤다. 가슴 쪽 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었는데, 상당히 맛이 좋았다. 기본적으로 스웨덴에는 해산물이 풍부한 데다가 이런 야생 고기도 먹을 수 있으니 언제 한번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본인 소개부터 해주시죠.
저는 1966년 스톡홀름에서 출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뿐 아니라 기계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12살 때 이미 앰프를 자작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에는 록이나 블루스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클래식을 주로 듣고 있습니다.
대개 자작을 시작한 경우엔 좀 더 나은 음질을 찾기 위한 방편이더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심지어 13살 때부터 앰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앰프 만드는 곳이라면?
룩소르(Luxor)라는 스웨덴의 앰프 메이커인데, 일찍이 여기서 일을 하게 된 것이죠. 물론 아르바이트였지만, 그게 천직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돈을 벌면 항상 레코드 사고, 오디오 기기 업그레이드하고... 뭐 그런 식의 패턴이었습니다. 당연히 대학에서도 전자공학을 공부하게 되었죠.
여름 방학 때 큰 전기가 있었죠?
1988년 무렵인데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갔습니다. 두 명의 친구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죠. 그 중 한 명이 당시 스레숄드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로비에서 그를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넬슨 패스씨를 소개받게 되었죠. 간단히 전자 회로며 앰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가 많은 흥미를 보였습니다. 이윽고 귀국하고 나서 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졸업하면 이곳에 와서 함께 일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당연히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설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취직이 되었답니다.
아무래도 넬슨 패스와의 관계가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 그 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심플하게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신호 경로를 되도록 짧게 만들고, 구태의연한 것들을 일체 제거하는 것이죠.
거기서 디자인한 제품이 많죠?
그럼요. T400이라던가, T500에서800, S2, T2... 1989년부터 94년까지 5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스레숄드를 떠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새로 주인이 바뀌면서 여러 면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 대부분이 퇴사를 했죠.
그 후에 클라쎄에 갔던가요?
네. 1994년부터 96년까지 약 2년간 일을 했습니다.
귀국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클라쎄에서 일할 무렵인데, 알다시피 이 회사는 캐나다에 있는지라 자주 캘리포니아에서 왕복해야 했습니다. 그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춥다가 또 갑자기 덥고... 또 미국 생활이 근 10년이 되어가고, 아이도 생긴 만큼, 뭔가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귀국을 결심한 것이죠. 그 이면에는 스웨덴에 아직 제대로 된 앰프 회사가 없다는 것도 큰 요인이었습니다.
귀국하고 회사를 설립하면서 처음 낸 제품이 뭔가요?
어드밴티지라는 이름의 CD 플레이어입니다. 1996년 말의 일이죠. 그러다 일본의 노아라는 디스트리뷰터에게 여러 제안을 듣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회사 이름으로 블라델리우스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품명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품명에 북구 신화에 나오는 신들 이름이 많더군요.
노아 측에서 M100이니 M200이니 하는 딱딱한 이름 말고 뭔가 재미있는 것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궁리 끝에 우리의 신화를 채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죠. 아무튼 노아는 제가 스레숄드 시절부터 알아왔기 때문에 제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 판매도 잘 되었습니다. 또 독일만 하더라도 역시 스레숄드, 클라쎄 때부터 알았던 디스트리뷰터가 담당했으므로, 역시 판매가 호조였습니다.
굳이 스웨덴에 와서 앰프 회사를 만든 데엔 가족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이 나라는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설비, 제조 시설을 갖춘 공장이 많습니다. 단, 인구가 많지 않아 중국처럼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만들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풍부한 설비를 바탕으로 조립 과정은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도 처음 귀국했을 때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다른 하이파이 회사를 위해 설계를 해주거나 PC 보드 제작을 대행하거나, 의료 기기 쪽 일을 하거나, 아무튼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큰 투자를 받고, 회사도 제대로 성장해서 2008년부터 제 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앰프를 설계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아까 말했듯이 설계가 심플해야 합니다. 신호 전달 경로가 짧아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자연스런 음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중립적이고, 롤 오프가 없는 음 말이죠. 대출력 파워 앰프의 경우엔 파워 서플라이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통상의 앰프보다 4~5배 정도 더 강화시킵니다. 여기서 클린하게 전원을 만들어줘야 원하는 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당신은 앰프 설계자로 유명한데, 첫 제품이 CDP였습니다. 또 지금도 엠블라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관련 기기들이 나오고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바로 그게 넬슨 패스가 절 고용한 이유입니다. 제가 그쪽 전문가니까요.
아, 그렇군요.
지금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두 명 고용해서 일하지만, 예전에는 이쪽에 많은 연구를 했답니다.
새 아이디어를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심심할 때 떠오르더군요. 비행기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거나, 산책을 하거나, 혹은 자다가 한밤중에 갑자기 깨어날 때... 그래서 늘 메모를 하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 수출하다 보면 취향이나 요구 조건이 좀 다를 것 같은데요 ...
특정 모델은 특정 나라에 어울리지 않더군요. 중국만 하더라도 좀 더 출력이 높은 앰프를 원하고... 싸게 만든 분리형 앰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나라도 있고... 우리는 아프리카 쪽과는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모델이 우리 생각과 다르니까요.
자택에 있는 시청실의 기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어떤 스피커를 쓰는지 알고 싶군요.
당연히 마르텐이 있고요 또 마틴 로건 제품도 있습니다. 제가 자작한 제품도 있답니다. 총 다섯 조를 만들어 네 조는 주위에 나눠주고, 나머지 한 조를 쓰고 있습니다. 4웨이로 만든 제품입니다.
블라델리우스가 만든 스피커라... 흥미가 가는군요. 혹 나중에 스피커를 제작할 의향은 있습니까?
절대로 없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많은 스피커 회사들이 앰프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나올 제품 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블루 레이 플레이어의 개발이 거의 끝났습니다. 프로그램을 대부분 새로 만들어서 엠블라와 같은 형태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