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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열정과 기술적 완결성 겸비한 스위스 신진기예 솔루션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시릴 하메르

처음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취재를 나갔던 것이 2007년이다. 도시 자체를 처음 대하는 터라 모든 게 생소하기만 했고, M.O.C.에 차려진 행사장은 세계적인 오디오 메이커들의 경연장으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첫 번째 인터뷰가 행해졌던 바, 그 주인공이 바로 시릴 하메르, 바로 솔루션을 주재하는 분이다.

첫 인상은 상당히 날카롭고, 꼬장꼬장(?)했지만, 정곡을 찌르는 언변과 정확한 테크니컬 데이터 열거 등 조금씩 솔루션의 만듦새와 제작 의도를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200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보다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베네치아 컨벤션 홀에 정식으로 부스를 차려서 하루 종일 음악을 틀고, 상담을 하는 모습에서 대단한 열정이 느껴졌는데, 더구나 하메르씨도 반갑게 맞아줘서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만남. 하지만 정식 인터뷰로는 처음이어서, 약간 긴장도 되고, 그간의 사정이 궁금하기도 했다. 특히 솔루션의 설계에서 주안점을 둔 점과 기술적인 부분 등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얻기 힘든 정보들이 많았다. 아직 미지의 브랜드로 알려진 솔루션이지만, 곧 현행 7 시리즈의 반값 정도에 성능은 거의 근접한 5 시리즈를 런칭중이라니, 앞으로 보다 친숙한 브랜드가 될 것 같다. 이에 간단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본다.

우선 이렇게 한국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실 솔루션이라는 브랜드를 아는 분들이 적지 않고, 또 짧은 시간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 같아 축하드립니다. 이 기회를 빌려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접하고 지냈습니다. 직접 피아노도 배워서 베토벤이며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을 치기도 했죠. 최초의 오디오는 크림슨 일렉트로닉스에서 나온 앰프에 레디코라는 프랑스 회사의 스피커였습니다. 나카미치에서 만든 플레이어가 소스였고요. 그 후 계속 오디오 바꿈질을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회사 내의 환경이 변화를 맞이하자 과감하게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게 2002년의 일로써, 약 8년 전의 일이군요.

아무래도 솔루션을 이해하려면, 그 모태가 된 스페모트(Spemot) 그룹에 대해 알아야 될 것 같더군요. 이 부분을 언급해주시죠.

저희 부친은 원래 삼촌이 경영하는 커피메이커 회사 유라(JURA)에서 근속하셨습니다. 물론 지분도 상당히 갖고 있었죠. 그러다 1997년에 은퇴하면서 정리한 돈으로 갑자기 스페모트를 매입하신 겁니다. 이 회사는 1956년에 창업한 곳으로, 전기 모터 생산이 주력입니다. 자동차나 각종 공작 기기에 쓰이는 제품들을 하이 퀄리티하게 만들고 있었죠. 또 레스토랑이나 요식업소에 쓰이는 아이스크림 메이커도 큰 인기를 얻었고, 그밖에 선풍기, 에어컨과 같은 자잘한 가전제품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친께서 2년 후에 타계하심에 따라 제가 사업체를 이어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상당히 부자시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웃음). 아무튼 이 큰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 경영인을 위촉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경 회사 안팎에서 여러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우선 가전제품 분야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또 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오디오 제품 생산으로 풀고 싶은 욕구도 강했습니다. 마침 경영을 담당한 CEO도 오디오파일이어서 제 마음을 십분 이해해줬습니다. 그 결과 솔루션이라는 오디오 전문 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죠.

솔루션(Soulution)이라는 브랜드명이 재미있습니다. 왜 이런 작명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죠.

기본적으로는 소울(Soul)과 해결(Solution)의 조합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제품은 일단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갖춰야 합니다. 동시에 감성적인 부분도 만족시켜야 하죠. 이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의미에서, 말하자면 테크니컬한 면과 이모셔널한 면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이름을 내건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솔루션의 음을 듣고는, 상당한 내공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연혁을 보니 몇 년 되지 않더군요. 이 부분에서 놀라기는 했지만, 뭔가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부분을 설명해주십시오.

저는 경영을 담당하고, 실제 설계는 크리스토프 쉬르먼씨가 담당합니다. 그는 오디오 라보르라는 독일 회사에서 오랜 기간 앰프 설계를 해왔던 분입니다. 경력도 20년이 훨씬 넘죠.

아,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맞습니다. 2000년경에 처음 이 분을 만나서 제가 두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어떤 제품이 나와도 좋으니 비용 걱정하지 말고 최고를 만들어 달라. 그리고 그 제작과정을 전부 공개하라. 이래서 2002년 초에 처음 제품이 나왔습니다. 계측기상으로 별 무리가 없었고, 투입된 테크놀로지도 상당히 훌륭했지만, 막상 음을 들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시 다른 방향으로 시도해달라고 부탁했죠. 그 후, 2005년에 본격적인 제품이 나왔는데, 그게 바로 710이라는 파워 앰프입니다. 소리를 듣고는 만족해서 곧바로 상품화할 수 있었죠.

이렇게 설계 및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시청과 튜닝이 개입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많은 회사들이 그런 방법으로 접근을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어떤 목표가 세워지면 기술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다듬어서 바로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 후, 음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죠. 이렇게 테크놀로지가 완결되면, 이모션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는 취리히 대학에서 전자 엔지니어링을 공부했습니다. 이런 전자 제품을 점검하는 다양한 계측기를 잘 알고 있고, 다루는 방법에도 능숙합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을 통과하지 못하면 절대로 제품화하지 않는 것이죠.

처음 710과 720을 접했을 때,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로 많은 부품이 가득하고 또 부피와 무게도 상당하더군요. 이렇게 물량 투입을 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부품이 가득하지만, 신호 전달 경로는 의외로 짧습니다. 컨트롤 프로세서, DC 전원 핸들링, 파워 서플라이 등 여러 부분에 많은 투자를 해서 부품이 많이 투입되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앰프를 설계할 경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는지요?

트랜지스터 앰프의 경우, 네거티브 피드백, 이른바 NFB를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NFB를 사용하면 시간차가 생기기 마련이어서, 이 때문에 음이 혼탁해지고, 왜곡이 많아집니다. 이를 타이밍 에러라 부르죠. 저희 제품도 물론 NFB를 사용합니다. 단, 스피드를 빠르게 해서, 이런 타이밍 에러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죠. 통상의 TR 앰프들을 보면 이런 타임 딜레이가 1.5~3마이크로 세컨드에 달합니다. 이는 20KHz의 사인 웨이브를 갖죠. 하지만 저희는 2~5나노 세컨드에 불과합니다. 통상의 500~1,000배 정도로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그 결과 200MHz의 사인 웨이브를 구현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무겁고, 부피가 크지만 출력이 의외로 적더군요. 그 이유가 있습니까?

710의 경우 8옴에 120W의 출력을 냅니다. 하지만 정확히 1옴까지 평탄하게 반응합니다. 스피커를 구동할 때 이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3웨이 스피커를 구동한다고 칠 때, 90dB 정도의 센서티비티를 갖고 있다고 하면 보통 10~15W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를 1000W까지 동원하는 것은 참 멍청한 짓입니다. 저희 제품의 출력으로 얼마든지 구동이 가능합니다.

710과 720은 스테레오와 모노럴이라는 것 외에 큰 차이가 없는 제품들입니까?

기본적인 설계 컨셉은 같지만, 720에 더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트랜스포머 크기도 다르고, 기능도 더 많고, 아이들링 전류를 떨어트리는 장치라던가 브리지 혹은 듀얼 모드로 전환시키는 등 여러 고안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당연히 개당 크기도 720이 더하죠.

그렇다면 제품을 만들 때 아무래도 음향 재생에 있어서 어떤 원칙 같은 것이 있을 텐데요.

우선은 왜곡이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피드가 빨라야 하죠. 그런 면에서 전류의 흐름이 빠를수록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이를 음악적인 표현으로 하면, 재생하는 대역의 폭이 되도록 넓어야 하고, 마치 앰프가 없는 듯 자연스럽게 스피커가 구동되어야 합니다.

솔루션의 제품을 들으면, 상당히 투명하고, 해상력이 높으며, 뉴트럴합니다. 반대로 이런 음이 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빈티지 애호가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단 이런 음을 듣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절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제품 외관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레드도트라는 디자인상도 수상했죠? 이런 형태가 만들어질 때까지 뭔가 특별한 컨셉이 있습니까?

저희 제품은 실제 가정에 사용되면, 일종의 가구랄까 강한 존재감을 가진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랑 받을 디자인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저희는 우선 설계와 테크놀로지를 완성하고, 새시 디자인은 그 다음입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신호 전송의 경로나 상호 간섭 배제 등 여러 요인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우스 그로이트만이라는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습니다. 뮌헨 대학에서 디자인 관련 강의를 하고, 취리히에서 10~15명 정도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를 운영하는 분입니다. 과연 멋지게 일을 처리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봅니다.

이제 SACD 플레이어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앰프 전문 회사가 이런 소스까지 만드는 데에 뭔가 이유가 있을 듯싶은데요.

사실 이런 앰프를 만들다 보면 그에 어울리는 소스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품을 설계할 때 크게 두 파트로 나눴습니다. 아날로그 부문은 크리스토프가 담당하고, 디지털 쪽은 스위스에서 디지털 관련 소프트웨어며 칩을 설계하는 ABC PCB에게 맡겼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740으로, CD만 재생하는 기기입니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컨트롤링 보드나 메커니즘에 약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 마켓에서 SACD 플레이어를 필요로 한다는 요청을 받아 다시 착수했습니다. 에소테릭의 UMK5 메커니즘을 베이스로 해서, CD 및 SACD를 재생할 수 있는 745가 그렇게 해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양자를 비교해보니, CD조차 745가 낫더군요. 아무래도 마스터 클록의 처리나 트랜스포트 메커니즘 등 여러 면에서 745가 우수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740을 단종시키고, 745만 만드는 상황입니다.

솔루션 하면 크고, 무겁고, 비싼 제품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좀 더 저렴하고, 알찬 내용을 담은 제품들이 나올지 궁금해지는군요.

그런 분들을 위해 지금 5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격은 절반이면서, 성능 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한 제품군이 나올 것입니다. 일단 540이라 명명한 SACD 플레이어가 나올 예정이고, 530 인티 앰프나 내년에 출시됩니다. 아마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 파워, 프리, 포노 스테이지 등이 차례로 선을 보일 겁니다.

스피커는 어떤가요?

전혀 만들 계획이 없습니다.

제가 처음 하메르씨를 만난 것이 2007년이니까 벌써 3년이 흘렀군요. 그간 변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외견상으로 큰 변화는 없습니다. 여전히 5명의 직원들이 제작에 임하고 있고, 일손이 더 필요하면 모회사인 스페모트에서 잠시 충원합니다. 여기엔 50명이 넘는 직원이 있으니 충분히 커버할 수 있죠. 하지만 수출하는 나라의 수도 엄청 늘었고, 제품군도 많아지는 만큼, 실제로는 많은 변화가 있다고 봐야겠죠.

끝으로 추천할 만한 스피커가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사실 저희 회사에 다양한 스피커가 있고, 쇼를 할 때마다 여러 스피커와 연결된 소리를 들어봅니다. 윌슨 오디오, 매지코, 소너스 파베르 등이 좋았지만, 꼭 이런 제품에 국한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최근에는 B&W의 다이아몬드 시리즈를 걸어봤는데,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