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앨범]러시아의 영예를 이어가는 '게르기에프'
97년 5월에 있었던 빈필하모니와의 교향곡 5번 실황은 게르기에프를 므라빈스키를 계승하는 현존 최고의 차이코프스키 권위자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자신이 설립한 미켈리 뮤직 페스티발기간중의 연주라서 더욱 호평의 기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이제 플레티네프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우뚝 서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악단인 키로프 가극장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한 '비창'이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앨범 역시 97년에 녹음을 마쳤는데, 작년말에 발매된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아시다시시피, '비창'은 기교적으로 어렵다거나 한 곡이라기보다는 특유의 색채감을 어떻게 연출해가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카라얀이 이곡을 일곱차례나 녹음한 이유가 어두움과 밝음, 그리고 다시 끝없는 어두움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특유의 색감대비를 완성하기위함이었음을 짐작해본다.게르기에프의 연주는 녹음에 있어서나 연주에 있어서 이곡의 어두움과 극적인 요소의 표현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세밀한 뉘앙스의 표현과 현악파트와 관악파트의 밸런스와 완벽한 구조유지에 있어서 최고의 찬사를 받을만 하다. 므라빈스키, 카라얀, 플레티네프의 '비창'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는 필청의 가치가 있어보인다. 기종은 정확치 않으나 진공관앰프로 마스터링을 했으면서도, 전통적인 이곡의 연주분위기를 감안할 때, 녹음이 다소 드라이하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항상 단독으로만 발매되어오던 이곡에 있어서 결합곡인 '로미오와 쥴리엣'은 말그대로 훌륭한 '보너스'가 될 것이다. * Philips * 발레리 게르기에프, 지휘 * 키에프 가극장 오케스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