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7인의 사무라이

홈 > 이매거진 >

7인의 사무라이라고 하면 모르긴 몰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영화계의 고전이지만 실제로 이 영화를 시청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과연 이 영화는 왜 영화계의 고전이 되었으며 진정 이러한 찬사를 받을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 이 시대의 세로운 매체 DVD를 통해 간단하게나마 감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Criterion
화면 : 1.33:1 스텐다드
음향 : DD 모노
자막 : 영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54년
DVD발행년도 : 1999년
상영시간 : 203분
등급 : NR(Not Rated)
지역코드 : 1번
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 요시노 이나바, 토시로 미후네, 세이지 미야구치, 다카시 시무라
영상 및 음향

최근에 필자의 리뷰가 다소 비AV적인 측면으로 흐르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본 영화는 그야말로 비AV의 극단에 서 있는 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작연도가 벌써 1954년으로 AV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기이며 당연히 스테레오나 총천연색화면이니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영상은 4:3 스텐다드 화면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화의 초창기 화면 비율 -정확히 얘기하자면 "왕과 나"(1956)라는 영화 이전의 비율- 이 바로 이 4:3이었습니다. 하도 오래된 타이틀다보니 화면에서는 쉴 틈 없이 비가 내립니다. 하지만 걸작 영화의 DVD복원에 일가견을 지니고 있는 크라이티리언사의 저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어 영화감상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러저런 영화의 외적인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체 객관적인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1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 역시 모노사운드입니다. 따라서 센터스피커만이 홀로 분전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전달이나 배경음향과 음악은 양호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DVD라는 매체를 중심에 두고 평가를 하자니 5점 만점에 1.5점 정도 밖에는 줄 수가 없겠군요.

저의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절대 스피커나 와이드브라운관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타이틀이니 만치 영화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산 속에서 나무를 하고 있던 마을의 농부가 말을 타고 나타난 도적의 무리를 우연히 발견합니다. 그들은 해마다 마을에 나타나 곡식과 여인들을 강탈해가곤 했는데 올해는 무슨 일인지 아직 추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대장쯤 되는 인물은 마을에 곡식이 많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는 다음에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말머리를 돌립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초조함과 불안함에 떨게 되는데...

디즈니의 3D 에니메이션 "벅스 라이프"를 보신 분이라면 이러한 설정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벅스라이프"에서 메뚜기떼로부터 마을을 지켜 줄 큰 곤충을 찾아 한 마리의 메뚜기가 도시로 나서듯이 이 영화에서도 마을을 지켜줄 강한 사무라이를 찾아 마을 사람 몇 명이 도시로 길을 떠납니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 영화는 사무라이를 다루고 있는 일본영화이지만 영화를 시청하는 내내 일본영화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특이한 영화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말했다지만 이 영화는 배경과 인물만이 일본것일 뿐 일본적인 것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습니다. 스타일은 서부영화와 그것과 비슷하고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와 사건들은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흑백 예술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부수어버리는 감독의 능력은 근 5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결코 유행에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며 요즘의 어떤 영화에 비해서도 더 풍부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길을 떠난 마을 사람들은 우여곡절 끝에 일곱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합니다. 각각의 사무라이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지니고 있으며 영화는 줄곧 그들의 개성을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표현해 냅니다. 여기서 보여지는 사무라이의 모습은 불의(도적)에 대항해 약자(농민)를 지켜내려는 의협심에 가득찬 인물들로 자신에게 엄습할 지도 모르는 죽음을 결코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16세기 초반 일본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런 떠돌이 사무라이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해 왔던 기존의 무사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잔인하고 호전적이며 갖가지 암수를 써서 상대를 제압하는 그런 스타일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계략이 뛰어나고 성격이 온화하며 경험이 많은 사무라이, 어떤 무사와 싸워도 질 것 같지 않은 뛰어난 검술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좀체 자신의 무술에 우쭐대지 않은 일급의 사무라이, 허풍이 세고 과장이 심하며 무술보다는 힘을 내세우지만 누구보다도 농민에 대한 정이 많은 기골장대형의 사무라이, 무술실력은 이급이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사무라이, 아직 경험도 없고 무술실력도 없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젊은 사무라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마을에 도착하여 도적의 침입을 막기 전까지 닫혀져 있던 농민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도적들과 대응할 수 있는 계략을 설명하면서 점차 그들과 가까워 집니다.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도적들과의 전투는 현대의 기가막힌 전투장면과는 거리가 멀지만 특유의 빠른 화면전개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습니다. 도적들에게 대항한다는 사실에 초조해 있는 마을사람들과 이들의 마음을 북돋아 주는 무사들, 전투가 진행되면서 점차 자신의 마을에 난입하는 도적들에게 과감하게 대적하는 마을사람들의 모습들이 순차적으로 보여집니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개개인의 인물묘사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면서도 이를 위한 사건의 전개가 무리없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도적과 이에 대항하는 농민과 무사의 전투가 영화의 주된 흐름을 이루지만 본질적으로는 농민과 무사라는 서로 다른 계급의 갈등과 화해가 녹아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이러한 감정은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최대의 강점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류애에 대한 노골적인 호소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영상언어라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40명에 이르는 도적들을 모두 물리친 마을에는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이들을 보는 사무라이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세명에 불과합니다. 네명은 전투도중 사망했으며 그들의 뒤로 칼이 꽂혀진 네 구의 무덤이 보입니다. 사무라이의 우두머리는 이전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또 다른 생존자와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는 (전쟁에서) 또다시 살아남았다. 하지만 또다시 패배했다."

그들은 과연 누구에게 패한 것이며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었일까요 ?
전후 일본영화의 황금기를 이루었던 1950년대,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내에서 이 시기의 영화들을 능가하는 작품이 없다고 평가되는 50년대의 최고 대작 "7인의 사무라이"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듭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나가며
상영시간 203분. 3시간 23분은 지금 기준으로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상영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상 최대의 전투장면이나 입이 벌어질 만한 특수효과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뭐 이런 재미없는 영화가 있느냐는 반문을 하실 분도 없지는 않겠으나 본 영화는 보편적인 재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판단됩니다.

극적 재미와 영화적 성취를 동시에 이룬 보기도문 수작으로 이 영화가 왜 세계 영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954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으며 후에 율브리너,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황야의 7인"(1960)으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신 분이라면 필히 시청해 주어야할 작품이라고 판단됩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