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에서 날아온 음유 시인 - 밀로쉬 카라다글리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의 기타 레코딩 카탈로그에는 독일 출신의 지그프리트 베른트와 스페인 출신으로 10현 기타의 명수인 나르시소 예페스, 역시 스웨덴 출신인 괴란 죌셔 등이 레이블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로 역사를 이어왔다.

메이져 레이블에 이토록 많은 기타리스트가 포진하고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필립스의 페페 로메로, 텔락의 앙헬 로메로, EMI의 마누엘 바루에코, 데카의 무라지 카오리 등 각 레이블이 대부분 한 명 정도의 기타리스트만을 내세웠던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DG는 올해 새로운 신인 한 명을 이 전설의 뒤를 잇는 주자로 발탁했다 . 바로 28세의 젊은 기타리스트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이다. 전통적인 기타의 명가로 줄리언 브림, 존 윌리엄즈, 가즈히토 야마시타와 같은 기라성 같은 기타리스트들로 중무장했던 RCA가 최근에 기타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해, DG의 기획 및 마케팅 팀은 자사의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보수적인 관점과 이를 위해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만 한다는 혁신적인 관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듯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기타리스트를 발탁하는 것은 DG로서는 처음 있는 일인데, 음반을 들어보노라면 이 기타리스트가 얼마나 많은 탁월한 음악성과 범상치 않은 흥행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발칸 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몬테네그로에서 1983년에 태어난 밀로쉬 카라다글리치는 8세 무렵 세고비아가 연주한 알베니즈의 ‘아스투리아즈’를 들으며 기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세고비아의 마법과 같은 음향이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기타 연습에 매진했다.
 
음악전문학교를 찾은 그는 불과 6개월 만에 교사들이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섭렵했다.  교사들은 그를 엄격한 페르난도 소르 학습법을 적용하는 특별 클래스에 배정했다. 9세에 공개 연주회를 가졌으며 11세에는 몬테네그로 콩쿠르에서 입상해 신동으로서의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10대 초반을 자국에서 보낸 카라다글리치는 17세에 영국 런던에 위치한 로열 아카데미 어브 뮤직에서 수학하기에 이른다. 위그모어 홀을 비롯한 영국의 유명 콘서트장과 루체른 페스티벌과 같은 유럽의 유명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가지는 동시에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던 중, 2010년 DG와 전격적으로 전속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데뷔 앨범인 ‘지중해 여행’은 그가 사랑하는 유명 레파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 곡으로 수록된 알베니즈의 ‘아스투리아스’와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기존의 연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배어나와 일말의 낯설음을 준다. 밝으면서도 어딘가에는 그늘이 져 있는 듯한 우수가 배어나오는 그의 연주는, 오히려 이들 작품에 전례 없는 풍부한 서정과 표현력을 부여한다. 기술적으로도 손끝 살집까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듯 깊고 단단한 어택을 선보이는 오른손 테크닉이 인상적이며, 손목의 흔들림 없이 안정된 높이에서 정확한 운지를 하는 왼손 핑거링 또한 모든 현의 떨림을 완벽하게 제어하며 음에 탄력성을 높여준다. 무엇보다도 타레가의 ‘라그리마’에서 격정적인 리듬을 완벽히 제어하는 동시에 튕긴 음조차 아름답게 묘사하는 솜씨는 진정 놀라운 수준이다.
 
스페인 출신의 기타리스트들 혹은 기존의 북유럽 출신의 기타리스트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음향을 보여주는 카라다글리치의 기타 연주는 이색적이면서도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알베니즈의 ‘그라나다’나 그라나도스의 ‘안달루자’의 무게감 충만한 터치에서 전해지는 색다른 아름다움은 파스텔톤의 베일을 몇 겹 겹쳐내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음악성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테오도라키스의 소품들의 애절한 호소력은 기존의 기타 연주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이다.
 
그의 고향인 몬테네그로는 구 유고연방의 일부분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던 곳이다. 카라다글리치의 연주에서는 지중해적인 뜨거운 정열과 발칸반도 특유의 섬세한 정교회적인 정갈한 감수성,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이슬람적인 색채감까지를 전달받을 수 있어 이채롭다.

‘지중해 여행’이라는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카라다글리치는 이베리아 반도로부터 발칸 반도에 이르는 다양한 민족의 다양한 음악을 타고난 천재적인 테크닉과 전혀 새로운 감수성으로 성공적으로 재해석해냈다. 더불어 젊은 연주자의 “데뷔 앨범”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의 높은 음악성과 기타 음악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준 것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음반에 수록된 보너스 DVD는 음반 이상의 가치를 띄고 있다. 여러 챕터가 풍부한 컨텐츠를 이루고 있는 이 DVD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트랙은 ‘밀로쉬 – 여행’이라는 타이틀의 다큐멘터리다.
 
코발트 빛 저녁 무렵의 아름다운 몬테네그로의 자연을 기차로 여행하는 컨셉을 따라 카라다글리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음악 인생을 담은 25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는, 한 연주자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더불어 그의 음악을 반추해볼 수 있는 고향의 풍경과 현재 삶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글 자막이 지원되어 연주자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어린 시절의 연주회 기록 필름과 뮤직 비디오용 녹화 장면들로부터 연출되지 않은 그의 생생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편 여섯 편의 뮤직 클립 또한 수록되어 있어 기타 음악만의 그 외롭지만 정열적인 느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버버리 체크 셔츠를 입은 카라다글리치는 좁고 긴 작은 방에 홀로 앉아 다양한 앵글을 통해 기타와 하나가 된 듯한 훌륭한 영상을 담아낸다. 알베니즈의 ‘아스투리아스’와 ‘그라나다’ 발췌 장면, 타레가의 ‘알함브라의 궁전’과 ‘라그리마(눈물)’, 저 유명한 작자미상의 ‘로망스, 도메니코니의 ’프레스토‘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 작품을 훌륭한 영상미가 가미된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울 따름이다.
 
모든 트랙이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이 조금 안타깝지만 그 동안 이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물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던 만큼, 카라다글라치의 이 영상물은 기타 영상물의 일종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서라운드 사운드는 지원하지 않지만, 2채널로 들어도 음장과 디테일은 훌륭하다. 굳이 기타 음악을 서라운드로 들어야 할 필요 또한 절실하지는 않기도 하다. 한 장의 음반 값으로 이렇게 훌륭한 음반과 DVD를 동시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장점이기도 하다.


음반정보
작 곡 가 : Carlo Domeniconi/Enrique Granados/Francisco Tarrega/Isaac Albeniz/Miguel Llobet/Mikis Theodorakis
연 주 가 : Milos Karadaglic (Guitar)
앙상블/관현악 : English Chamber Orchestra
악 기 : Guitar
녹음방식 : DDD



CD Track
01. Albeniz; Suite Espanola No. 1, For Piano, Op. 47, B. 7 - (5. Asturias (leyenda) 6:30
02. Tarrega; Recuerdos De La Alhambra, For Guitar 3:46
03. Albeniz; Suite Espanola No. 1, For Piano, Op. 47, B. 7 - (3. Sevilla (sevillanas) 5:11
04. Tarrega; Prelude For Guitar No. 8 In A Minor "lagrima" 2:04
05. Anonymous; Jeux Interdits ("spanish Romance"), For Guitar 3:02
06. Tarrega; Adelita, Mazurka For Guitar 1:48
07. Albeniz; Suite Espanola No. 1, For Piano, Op. 47, B. 7 - (1. Granada (serenata) 5:53
08. Domeniconi; Koyunbaba, Suite For Guitar, Op. 19 - (1. Moderato) 3:32
09. Domeniconi; Koyunbaba, Suite For Guitar, Op. 19 - (2. Mosso) 1:19
10. Domeniconi; Koyunbaba, Suite For Guitar, Op. 19 - (3. Cantabile) 3:30
11. Domeniconi; Koyunbaba, Suite For Guitar, Op. 19 - (4. Presto) 3:40
12. Theodorakis; Epitaphs (8) For Guitar (arr. By Yianni Iliopoulis From Song Cycle) - (3. Mera Magiou (a Day In May) 3:07
13. Theodorakis; Epitaphs (8) For Guitar (arr. By Yianni Iliopoulis From Song Cycle) - (4. Vasilepses, Asteri Mou (you Have Set, My Star) 2:22
14. Tarrega; Capricho Arabe, For Guitar 5:39
15. Llobet; El Testament D'amelia (amelia's Testament), For Guitar (from Canciones Populares Catalanas) 2:24
16. Granados; Spanish Dances (12), In 4 Volumes For Piano, Op. 37, H. 142, Dlr 1:2 - (5. Andaluza) 5:15
17. Granados; Spanish Dances (12), In 4 Volumes For Piano, Op. 37, H. 142, Dlr 1:2 - (2. Oriental) 6:25



DVD Track
01. Documentary: Milos - A Journey
02. Music Clips



Milos Karadaglic - Mediterraneo
음반사 유니버설뮤직
음반사 홈페이지 http://www.universalmusic.co.kr/
가격 14,600원
구입처 YES24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