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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사운드에 대한 경의

지난번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 들렸을 때였습니다. 늘 그곳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넓은 공간에서 음악과 오디오만을 위한 기기들이 있으니 정말 집에 이러한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늘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 앨범들을 들었습니다. 그 중 “존 콜트레인”의 오래된 앨범 한장을 들었는데 정말 이것이야 말로 재즈다! 라고 느껴주는 열기가 느껴지는 사운드가 아주 멋진 앨범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더 놀란 것은 그 음반을 들려주시던 하이파이클럽의 팀장님의 이어지는 말씀.

“이 음반 모노음반 입니다..”

전혀 모노라고는 느끼지를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요. 모노사운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적인 그리고 음향적인 쾌감이 이 정도나 크단 말인가. 이후로 모노음반을 찾아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오디오가이 레코드의 새로운 재즈앨범의 기획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오디오가이 레코드의 재즈앨범 신작 레코딩

아티스트는 한국의 베테랑 색소폰이스트 이정식. 그리고 그의 따님인 피아니스트 이발차. 이렇게 색소폰과 피아노 듀오의 녹음입니다. 본래는 대학로에 있는 정미소라는 라이브극장에서의 공연실황을 녹음을 해서 발매를 하려 생각을 했었던 것인데, 부득이하게 공연이 변경이 되면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오디오가이의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들 하나하나가 모두 제게는 자식처럼 소중한 앨범들이지만, 많은 분들에게 오디오가이 레이블 음반들은 음악이 너무 어렵다, 난해하다라는 이야기를 늘 듣고 있는 터라 이번에는 좀 쉬운 앨범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오디오가이 레이블 음반들중 가장 대중성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를 조금이라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아주 유명한 재즈명곡들을 색소폰과 피아노의 듀오로 연주를 하는 프로젝트이었습니다.

녹음 전부터 많은 생각들을 하였습니다. 이번 음반은 어떻게, 어떠한 사운드로 만들어볼까? 무엇인가 재미있고 독특한. 나만의 소리 같은 것 은 없을까? 색소폰이스트 이정식 선생님과는 늘 함께 녹음작업을 하고 있는 터라. 연주자의 개성을 확실하게 파악을 하고 있고, 이발차 피아니스트 역시 올 초에 좀더 많은 구성으로 함께 녹음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두 부녀 듀오의 사운드를 어떻게 하면 좀더 색깔 있는 소리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녹음 전 10일 전부터 매일 밤 잠들기 전 뜬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거나. 혹은 눈을 감으며 생각을 한결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들었던 존콜트레인의 모노음반 사운드가 떠올라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모노" 사운드로 만들어보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단촐한 구성의 듀오. 그것도 재즈를 듣는데 있어서 모노라고 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고, 모노 에서는 무엇이랄까.. 스테레오와는 조금 다른 "파워감"이 있다고나 해야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 듀오는 두 연주자가 많은 시간 리허설을 해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노로 하는 편이 스테레오 소리를 쫙~ 펼쳐놓는 것에 비해 연주와 앙상블이 좀더 좋게 들리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의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모노 명반들이 많은데, 이것은 어찌 보면 같은 연주를 스테레오로 해놓고 들었으면 연주의 단점이 훨씬 더 많이 부각이 되었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모노에서는 음량. 음색밸런스를 엔지니어가 잘 조정한다면 연주자들의 앙상블이 상당히 좋게. 최종적으로 연주가 더 좋게 들린다는 장점이 있다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보통 재즈나 클래식 등 여러 녹음 세션을 할 때, 마이크와 프리앰프. 컨버터를 통해서 멀티채널로 레코딩을 하고, 그것을 다시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서 세세한 편집을 하고 믹싱을 하고 또 마스터링을 합니다. 이것이 지금 현대의 보편적인 음반제작 방식이지요. 하지만 이번에 모노로 녹음하자라고 생각하기 이전부터, 내가 주로 하는 재즈나 클래식에서 이러한 멀티트랙 녹음이 과연 얼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수의 마이크와 프리앰프, 컨버터, 케이블들을 설치하고 나면 몸의 기운이 쭉 빠지는 상태에서 헤드폰을 쓰고 녹음되고 있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사실 이때는 소리가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제대로 구분조차 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늘 5개 이상의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진행을 하고 있다 보니, 스튜디오로 녹음된 음원을 가지고 와서 편집하고, 믹싱하고, 모니터 CD 만들고, 집에서 모니터 CD를 들어본 후 다시 편집과 믹싱 수정, 모니터링의 너무도 많은 후반작업 시간들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 믹싱과 마스터링보다 녹음을 훨씬 더 재미있어 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믹싱이나 마스터링 때보다 녹음시 더 더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 녹음과 믹싱까지 한번에 끝내버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작년부터 종종 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녹음때는 그냥 DAW의 녹음 미터와 간단한 음색과 밸런스 체크 정도만 하고(저는 밸런스를 모두 잡아서 믹싱때 밸런스로 녹음하는 편입니다) 나중에 스튜디오 가서 세밀하게 들어보면서 다시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만족할만한 모니터링 환경을 만든 후 녹음 할때 바로 2트랙 믹스까지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과거의 무수한 음반들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이번에는 트랙도 적은 듀오. 거기에다가 색소폰과 피아노에 각 마이크 1개씩, 이번에는 모노사운드라 피아노에도 스테레오가 아닌 한개의 마이크만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믹싱까지 하였습니다.

색소폰 마이크에는 텔레푼켄 USA M16MK2가 사용되었고, 피아노 마이크에는 MG UM930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피아노 사운드를 먼저 조정을 하였는데요(마이크의 위치), UM930은 보컬녹음을 해보면 대단히 초고역이 밝은 마이크라. 이러한 밝음이 피아노사운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피아노에는 처음시도를 해보았는데, 예상보다 소리가 너무 뭉뚱하게 나와서 MG M930을 바꾸었습니다. 이 마이크는 노이만USM69과 더불어 그랜드 피아노 녹음에 스탠다드로 제가 애용하고 있는 모델이지요.

이번 피아노 사운드의 컨셉은 맑고 깨끗하고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마치 재즈클럽의 업라이트 피아노 같은 약간은 싸구려(?) 느낌이 나는 소리로 섹소폰 뒤에서 살짝 들리는 그런 소리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터라, 기본적으로 늘 하는 식으로 세팅을 해보니 피아노 소리가 너무 클래시컬 하게 우아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녹음을 진행한 리즈뮤직 스튜디오의 이동하대표님도 피아노 소리는 좋은데 너무 클래시컬한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러 포인트를 찾아보던 중에 이동하님이 피아노 현 가운데에 포인트를 가리키며, "정훈씨. 이곳에 한번 마이크를 대어보면 어떨까요? 제가 이전부터 꼭 한번 대어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그가 가리키는 곳에 마이크를 대고 콘트롤룸에 와서 소리를 들어보니 바로 OK. 딱 제가 원하는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피아노에는 유니버셜 LA-610MK2 채널스트립을 사용하였고, 이큐로 저역을 커트하고. 중역을 조금 강조하고. 컴프도 -3dB 리덕션정도 걸었습니다.

사진의 좌측 아래가 유니버셜 LA-610MK2

그리고 색소폰에는 트루시스템 P8 프리앰프에 유니버셜 2LA2 컴프레서를 사용했습니다. 2LA2는 리덕션 5dB이상으로 적당히 넉넉하게 컴프레서를 걸고 녹음을 하였습니다. 녹음시 바로 믹싱까지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는 본래 녹음시 제가 원하는 사운드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놓고 녹음을 하는 편입니다.

최단거리로 마이크와 프리앰프 사이의 거리가 될 수 있도록, 프리와 컴프레서들을 부스안에다 두어서 짧은 케이블들로 연결. (케이블은 카다스와 울트라링크. 전원선은 오디오가이 하모닉스 케이블과 로보케이블)

색소폰에는 본래 텔레푼켄 M16MK2를 사용하였는데 저음이 조금 얇게 들려와서. 혹시나 하고 MG UM930을 설치해보았더니, 색소폰이스트가 먼저 "아 이마이크가 아까것보다 훨씬 더 좋네요. 이 마이크는 무엇인가요? 내가 AKG C12 가지고 있는데 이것보다도 더 좋은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실 이야기는 제가 직접 들은것은 아니고 다음날 다른분들을 통해^^) 고음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던 MG UM930이 의외로. 색소폰에서는 아주아주 풍성한 저음을 보여주더군요

색소폰 사운드는 역시나 연주자가 내고 있는 소리 자체가 좋고, 내가 원하는 소리에 대한 스윗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므로 역시나 마음에 드는 소리로 나왔습니다. 약간의 높이, 그리고 벨과의 거리 몇cm에 따라서 사운드는 많이 바뀌게 욉니다. 저는 벨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떨어진 곳에 마이크를 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색소폰을 녹음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색소폰 처럼 피아노나 스트링 오케스트라등도 스윗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부스에서 들어온 소리는 컨트롤룸의 SSL X-DESK의 라인믹서로 바로 연결이 됩니다. X-DESK에서 AUX로 렉시콘 PCM96에 홀리버브를 아주 살짝 덧댄후. 타스탐 DVRA1000HD로 바로 2트랙으로 녹음을 하였습니다.(24비트. 샘플링레이트는 176.2Khz)

본래 유니버셜 2192 컨버터를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세팅을 해보니 칼리브레이션 문제가 있어서 그냥 타스캄의 컨버터를 사용하였는데. 타스캄의 컨버터도 상당히 좋은것 같습니다.

여기서 SSL X-DESK에 믹서는 "녹음현장에서 2트랙으로 바로 믹싱을 하자"라는 저의 계획에 스튜더 믹서와 함께 SSL X-DESK가 유력한 후보였기 때문에. 소리도 무척 궁금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소리의 느낌 전에 우선 디서브 커넥터가 정말 많습니다. 아마도 케이블링 비용이 아주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모든 기능 사용하려면 최소 기기의 3분지1의 비용은 케이블 비용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전부 디서브로 되어있고요. 번호가 무척 복잡하게 되어있고 매뉴얼에도 약간 애매하게 나와있어서 녹음 전날 밤 12시까지 친한 프로듀서분과 함께 커넥터 이리저리 꼽아보며 겨우 세팅을 해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리성향은 생각했던것과는 아주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전 우선 SSL 4000G같은 대형 라지포맷 콘솔의 중저역의 다이나믹이 있는 펀치감이 있는 남성적인 소리가 아닐까 했는데, 전혀 반대로 초고역이 상당히 달콤할 만큼 화려하고, 중역은 조금 뒤로 들어가있고, 저역의 약은 딱 적당한 편입니다.

오히려 데인저러스뮤직이나 SPL에 비해서 훨씬더 여성적인 소리로 느껴지더군요. 소리의 느낌이 팝음악보다는 제가 작업하는 클래식에 사용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다른 서밍믹서들과는 다른 여러가지 기능중 아주 놀라운 소리를 들려주는 파트가 있는데, AUX 의 소리가 기막히게 좋습니다.

같은 렉시콘 PCM-96이라도 DAW에서 디지털로 인서트 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훨씬 더 세련되고 우아한 리버브 사운드로 변모합니다. 소리는 SSL G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J시리즈에 좀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J시리즈의 선명한 중역과는 달리 중역이 들어가있어서 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소리가 아주 화사하고 이쁜 소리입니다. 데인저러스 2BUS LT 처럼 거친음이 없이 깨끗하면서 초고역도 좋습니다. 서밍믹서라는 것이 단순히 라인앰프의 조합일뿐인데도. 각 제조자사마다 믹스의 밸런스과 개성을 완전히 바꾸어줄정도로 소리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떠한 우열을 가리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이쁘게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니터링시스템

이렇게 녹음하면서 바로 2트랙으로 만드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정확한 밸런스를 들려주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어쿠스틱 환경일 것입니다. 이번에 녹음한 리즈뮤직 스튜디오는 작년에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기타&타악기 듀오앨범을 녹음하며 이미 많은 소리를 들어본 곳이고, 무엇보다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B&W 805S 스피커가 있어서 제게는 아주 알기 쉽고 친숙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렇게 첫날 녹음을 하고 스튜디오와서 최종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생동감 있고 실제 음악이 연주가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앨범은 내년 초에 오디오가이 레이블을 통해서 발매가 되고 또 녹음원본 24비트 176.2khz 파일을 음반에 서비스로 DVD로 함께 첨부가 될 계획입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