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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포트 알테어 타레스 스피커와 버메스터 앰프의 초하이엔드 시청회를 준비한 것은 한달이 훨씬 넘었습니다. 시스템 가격만 3억에 육박하는 초하이엔드 시스템입니다. 사실 이런 시스템의 시청회 준비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가격대도 너무 고가고, 자칫 매칭 등의 문제로 좋은 소리를 못 만들어 낸다면 시청회를 준비해준 협찬사한테 미안한 일이니까요.

최종 시청회 세팅을 한 모습입니다. 록포트 알테어 스피커는 크기는 요즘 하도 큰 스피커들이 많아서 인지 그리 크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스피커 옆에 세워놓으면 그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곡선으로 디자인 된 모습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록포트 스피커는 한개당 무게가 250킬로그램에 육박합니다. 스피커를 옮기느라 6명이 붙어서 겨우 옮겼습니다. 트럭에서 내리는 것만 해도 한개당 30분 가까이 걸리는 매우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스피커가 이렇게 무거운 것은 인클로져의 공진을 없애기 위해 특수한 재료의 물질로 스피커를 제작했기 때문이겠죠. 4웨이 4스피커 시스템으로 15인치 우퍼는 옆면에 달려있습니다. 전면에는 대부분의 록포트 스피커 처럼 두터운 펠트천이 덧대어져 있습니다. 인클로져를 두드려보면 정말 돌덩이처럼 단단합니다.

시청실에 대충 세팅을 해서 들어보는데, 처음에는 소리가 너무 아닙니다. 오죽하면 "이정도면 시청회는 못해요" 라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파워앰프를 이것저것 바꿔보아도, 고역은 너무 날카롭고, 중역은 가늘고, 저역은 우퍼가 없는 듯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클로져가 너무 단단해 소리가 빽빽거린다는 느낌밖에 없었습니다. 인클로저가 너무 단단해서 유닛에서만 소리가 나는 느낌으로 제일 기본이 되는 대역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입니다.

며칠후 버메스터 808 mk-v 프리, 909 III 파워가 도착했습니다.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버메스터 파워앰프의 경우 여러번 들어봤고,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도 몇개월간 운영을 해봤던 파워앰프로 그 실력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못울릴 스피커가 없다고 이야기 할 만큼 믿음이 가는 파워앰프 입니다.

버메스터 앰프의 경우 음의 특징을 이야기 하라면, 저는 입자감이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텍스쳐가 매우 좋습니다. 리퀴드한 음은 음의 표면이 마치 수은의 표면처럼 매끄러울때 쓰는 표현입니다. 맑고 투명한 느낌. 버메스터 사운드는 리퀴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맑고 투명합니다. 그리고 에어리(Airy)합니다. 공기감과 공간감의 표현이 일품입니다. 그러면서 악기 각각의 음색(Timber)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능력은 발군입니다. 진정 원음 재생인 것이죠.

808 mk-V 프리앰프는 모듈별로 구성되는 현존하는 하이엔드 프리앰프 중에서 최고의 프리앰프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레퍼런스급 프리앰프 입니다. 해상력, 다이내믹 등등의 평가요소는 이정도급 프리앰프에서는 사실 별로 의미없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느낌, 프리앰프가 스피커를 구동하는 느낌 등이 다른 프리앰프와는 차별화 됩니다.

이번에 809 mk-V 레퍼런스로 되면서 전원부가 대폭 보강되었습니다. 오디오에 있어서 전원부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전원부가 대폭 보강되면서 더 넓어진 사운드 스테이지와 다이내믹스를 내어줍니다. 무엇보다 느껴지는 것은 음악성이 올라갔다는 느낌입니다.

소스기기는 요즘 하이파이클럽 주력 소스기기인 린데만 825 하이 데피니션 디스크 플레이어에 맥과 iTunes+Amarra를 이용한 24/96, 24/192 HD Audio 소스를 사용했습니다.

아뭏든 기대를 걸고 연결을 했는데.. 역시나 첫음은 실망스럽더군요. 구동력은 확실히 좋아졌는데 너무 소란스럽고 산만하기만 합니다. 909 파워앰프가 이정도 밖에 안됐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벙벙거리고 정돈되지 못한 소리가 나왔습니다. 스피거 번인도 돼야겠고.. 해서 며칠동안 계속 틀어대었습니다.

본격적인 시청회 준비를 하면서, 하나씩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스피커를 모두 빼내고, 록포트 알테어 스피커를 벽쪽으로 좀 더 붙였습니다. 사이도 좀 더 벌리구요. 그리고 각 기기별로 다양한 케이블을 연결하며 베스트 매칭을 찾았습니다.

우선 파워앰프 입니다. 의외하고 할 수 있는데.. 보복스 텍스튜라 파워코드가 최종 선택되었습니다. 다른 파워코드보다 몇분의 일밖에 안되는 가격이었지만, 이 조합에서는 909 파워에 꼽았을때 자연스러운 질감과 음색의 농도가 좋아집니다. 다소 냉정해질 수 있는 버메스터 파워앰프에 열기를 더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보복스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아날로그적 음색이 장점으로 되었습니다.

프리앰프에는 PSC의 커스텀 파워코드가 선택되었습니다. 아르젠토 FMR(플로우 마스터 레퍼런스)와 계속 비교 하였는데, PSC의 맑고 투명함과 아르젠토의 밀도감과 자연스러움이 막상막하로 비교 되었으나, 좀더 청명하고 정교한 소리맑은 소리를 만들고 싶어 PSC로 최종 선택되었습니다.

아르젠토 파워코드는 RGPC 1280에 장착되어 전체적인 음질 향상을 관장하게 했습니다. 자연스러운 밀도감, 음의 입구와 출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무슨 이야기인지 이해 가시나요? ^^) 안정된 대역밸런스와 적당한 양감이 기분좋은 음을 만들어 줍니다.

CDP에는 슈냐타 리서치 코브라 파워코드를 꼽았습니다. 광활한 스테이지, 자연스러운 밀도감, 에어리한 공간감 및 적당한 온도감 및 양감, 뛰어난 밸런스감이 최고수준의 파워코드입니다. 린데만의 다소 경직될 수 있는 음을 한올한올 잘 풀어내줍니다.

저 거대한 거북이 등짝같은 것은 무엇이냐구요? 트랜스페어렌트 OPUS MM2 스피커 케이블입니다. 스피커 케이블 박스가 왔는데 전 처음에 스피커가 온 줄 알았습니다. 왠만한 톨보이 스피커 박스만한 놈에 들어 있습니다. 트랜스 페어런트 만의 출중한 에너지감, 텐션이 있는 리듬감에 거대한 스케일이 큰 붓으로 거침없이 그려지는 듯한 무대를 만들어 냅니다.

인터커넥터는 PSC 커스텀과 커스텀 1.5를 사용했습니다. 버메스터의 다이내믹스가 워낙 뛰어나 대역도 더 넓이고, 좀더 정교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PSC 특유의 색채감이 더해지니 훨씬 더 듣기좋은 나긋나긋한 음이 나옵니다. 악기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느낌이요.

하나씩 하나씩 음을 튜닝해 나가며 소리가 드라마틱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최종 마무리는 노도스트 소트콘입니다. 전원부에 받친 SORT KONE BC는 음의 여운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 중저역의 무게중심을 굳건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역도 깊어지고, 중역대의 두께감이 실연의 무대를 재현합니다. 고역의 약간 감기는 느낌도 다소 냉정할 수 있는 린데만 사운드를 좋은쪽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노트북에 받친 소트콘은 변화의 폭이 압권입니다. 시청회에 오신 모든 분들이 놀랐을 정도입니다. 노트북의 하드디스크 회전체가 음질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기분상인지 맥북의 플라스틱 재질이 어떤 음질적 악영향을 주는지 상상하게 만듭니다. 소트콘 AC를 받치자 무대가 한없이 넓어지고 악기사이의 빈공간이 만들어지며, 투티 음반에서 탬버린 소리가 뒤쪽 저 깊숙한 곳에서 광채를 내며 맑고 투명하게 터집니다.

약 이주일간의 세팅과 튜닝끝에 완성된 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소리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의 음을 내어줍니다. 특히, 공연장에 온 것 같은 완벽한 현장감은 이제껏 들어본 소리중에 가장 훌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P에서 24/96으로 녹음된 에릭크랩톤의 더블 트러블 라이브 음악은.. 창이 넓은 고층아파트 팬트하우스에서.. 창밖에는 야경이 휘황찬란하고, 최고급 와인을 한잔하며 음악을 듣는 것 같은 황홀경의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레퀘엠을 틀자 거대한 성당에 오케스트라, 그 뒤에 위로, 옆으로 각 성부 합창단들이 거대하게 병풍을 두르듯이 합창을 합니다. 성스럽고 아름답습니다.

레퍼런스 레코딩의 투티 24/176.4 버전에서는 레퍼런스 레코딩이 정말 녹음을 잘하는 회사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RR 레이블을 무대는 넓지만 다소 왜소하고 엷은 음이라 별로 안좋아 했는데, 24/176.4kHz 음반을 들어보고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곡에서는 엄청난 물량투입으로 인클로져의 공진을 완벽하게 잡은 스피커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게 해줍니다. 뛰어난 다이내믹스와 아무리 대음량에서도 미동도 안하는 음상의 위치는 정말로 실연의 감동 그대로를 전달해줍니다. 이 음악을 이렇게 감동있게 들어본적이 있나하고 반문할 정도로 훌륭한 음을 재현해냅니다.

역시 고음질로 들어보는 장사익의 “돌아가는 삼각지”는 잘 재현되면 정말로,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파전에 막걸리 한잔 놓고 좋은 벗과 구슬프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한잔하는 그런 스산한 분위기가 나는데, 그 어떤 시스템보다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어 냅니다. (너무 오바하나요? ^^)

록포스 알테어 스피커는, 단단한 인클로져를 만들면 스피커의 사운드가 이렇게까지 될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구동이 안되면 유닛만으로 소리를 끌어내야 하므로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스피커입니다. 그런 스피커를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면서도 결코 나서지 않는 버메스터 프리, 파워앰프의 능력 역시 과연 레퍼런스의 레퍼런스급 앰프라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오디오하는 재미라는 것을 한번 더 깨닿습니다. 이렇게 좋은 소리를 들으면, 오디오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에 또 한번 감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