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리서치의 새로운 도약
Audio Research 데이빗 고든 인터뷰



아마도 오디오 리서치에 대해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한 번쯤 써본 분들도 많을 것이다하지만 이 회사의 가치와 역사 그리고 주요 테크놀로지에 대한 부분은 이상하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이번에 이 브랜드의 홍보 대사인 데이빗 고든(David Gordon) 씨를 만나 오디오 리서치(이하 AR)의 전반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음을 밝힌다.


참고로 고든 씨는 무려 30년 이상 AR에 재직했으며기술적인 내용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인터뷰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흥미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고 싶은 분이라 하겠다고든씨의 영문 이니셜 DG로 표기해서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겠다.



인터뷰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 데이빗 고든(David Gordon)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우선 고든씨의 간단한 약력부터 소개해주시죠.


DG : 저는 1956년 뉴욕 맨해튼에서 출생했습니다사실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오디오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습니다오히려 전문적인 포토그래퍼가 되려고 했으므로카메라 쪽에 관심이 많았죠.



뉴욕에 가본 적이 있는데어디를 봐도 다 포토제닉 하더군요저라도 프로 사진가를 꿈꿨을 겁니다.


DG : 그러다 대학에 와서 본격적으로 오디오를 하는 친구들을 사귀고 저 또한 바꿈질을 거듭하면서 점차 이 세계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결국 졸업 후에는 사진가가 아닌오디오 회사의 영업직에 종사하게 되었죠바로 마그네판이라는 스피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평판형이나 정전형은 큰 인기가 없는데그런 면에서 마그네판은 좀 아쉬운 브랜드입니다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메이커입니다.


DG : 그러다가 1989년 AR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있습니다제 또래 대부분이 은퇴한 상황에 비춰볼 때 저는 무척 행복한 경우라 하겠죠. (웃음)



그럼 주거지를 AR이 있는 미니애폴리스로 이전했나요?


DG : 맞습니다.



뉴욕에 있다가 아무래도 시골 느낌을 주는 미니애폴리스로 갔으면 좀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만.


DG :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이 도시는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좋은 오케스트라도 있고녹음 스튜디오도 많으며유명 뮤지션도 많이 배출했습니다이를테면 프린스가 있고밥 딜런도 이 부근 출신입니다오디오 메이커로는 AR뿐 아니라마그네판벨 칸토 등이 있습니다벨 칸토의 오너와는 개인적으로 무척 친분이 두텁고요.




▲ Bill Johnson


- AR 이야기를 하자면 빌 존슨(Bill Johnson) 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이 분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DG : 원래 존슨 씨는 일렉트릭 엔지니어입니다. 1940년대그러니까 2차 대전 시절엔 군에 복무하면서 무선통신기나 전자 기기 등을 다뤘습니다또 피아노도 매우 잘 칩니다특히클래식을 많이 연주합니다.



기술과 음악을 골고루 다 이해하는 분이군요.


DG : 맞습니다이 부분은 우리 회사의 음향 철학과도 관련됩니다계측이나 스펙이 중요하긴 하지만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스닝 테스트입니다오디오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니까요계측이 정적인 과정이라면리스닝은 매우 동적입니다이 부분에 대한 밸런스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군요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DG : 존슨 씨는 1951년에 우선 오디오 숍을 열었습니다주로 매킨토시스포트피셔 등을 다뤘죠그 과정에서 진공관 방식이 솔리드 스테이트보다 음악적인 면에서 낫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제품 수리로 시작해서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후에 1970년에 AR을 창업하게 됩니다당시 미국에서 하이엔드 앰프 제조사로는 AR이 유일한 진공관 앰프 메이커였습니다존슨 씨는 수많은 라이브 경험도 있고 또 그 자신이 연주도 합니다이런 실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바로 그것을 추구한 것이 AR이라고 하겠죠.





그렇다면 존슨 씨는 앰프의 모든 분야에 관여합니까?


DG : 맞습니다서킷 디자인부터 진공관 선별최종 마무리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서 나옵니다.



당시 AR이 창업할 때의 출사표라고 할까아이덴티티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DG : 대개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약간 릴렉스하고 또 포실한 음을 연상합니다. AR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솔리드 스테이트가 표방하는 하이엔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그래서 기본적으로 광대역다이내믹스디테일 등을 중히 여깁니다한편 파워 서플라이도 무척 중요시합니다최대한 물량 투입을 해서 전원부를 안정시키려고 합니다그 정책은 지금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존슨 씨가 테스트할 때 듣는 음악이 궁금하군요.


DG :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듣습니다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가 메인입니다차이코프스키베토벤 등을 주로 듣습니다이후 재즈의 빅 밴드부터 록팝 등 다양한 장르를 체크합니다.




▲ SP-III


- AR을 빛낸 명기가 수두룩하지만초창기에 중요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제품은 뭐가 있을까요?


DG : 1972년에 나온 SP-III라는 프리앰프입니다당시 고든 홀츠라던가 해리 피어슨 등 내놓으라 하는 평론가들이 모두 열광했죠이후 1975년에 D150이라는당시 진공관 파워로는 이례적인 채널당 150W를 내는 파워를 만들었습니다이후 본격적인 AR 신화가 시작된 것이죠.



그럼 기술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죠개인적인 의문입니다만프리와 파워를 만들 때 뭐가 더 어려운지 그게 궁금합니다.


DG : 기본적으로 둘 다 어렵습니다왜냐하면 개발 기간이 둘 다 비슷하고기술적인 어려움도 대동소이하기 때문이죠서킷 만들고레이아웃 바꾸고부품을 교체해보고트랜스를 갈고 하는 과정이 전혀 다를 바가 없답니다.





그렇군요.


DG : 저희는 기본적으로 트랜스부터 커패시터 등을 독자적으로 만듭니다. 커패시터를 예로 들면문도르프를 비롯해 좋은 회사들이 있지만우리가 원하는 스펙과는 다릅니다그래서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대략 15개 종류의 커패시터를 직접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케이스라던가 리드 선뚜껑 등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저희가 직접 개발할 수밖에 없죠.





그렇군요.


DG : 기판만 해도 복잡합니다배선재의 경우게이지가 다르고컨덕터도 여러 종류를 써서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투입합니다또 모든 부품은 일절 기계를 쓰지 않고 사람 손으로 기판에 연결합니다아무리 작은 부품도 손으로 삽입합니다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부품의 배치나 레이아웃에 관계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저항의 경우어느 부분엔 대용량을 넣지만어느 부분에 작은 것 두 개를 병렬로 연결합니다또 어느 것은 기판에 바싹 붙이지만다른 것은 일정 부분 공간을 띄워놓습니다이렇게 기판을 완성하고 나서도 직접 섀시에 넣어 들어보면 또 음이 달라집니다이런 과정이 수없이 되풀이되는 것이죠.



정말 지난한 과정이군요


DG : 프리앰프는 약 25시간파워앰프는 이틀 정도를 번인 시킨 후 본격적인 테스트를 합니다그 정도로 에이징이 되어야 제 특성을 볼 수 있거든요.





부품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DG : 일단 모든 부품은 자체 내 계측기로 재봅니다그래서 특성이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둡니다이것은 진공관뿐 아니라 TR도 마찬가지입니다그리고 각각의 부품에 번호를 매긴 후상세 내역을 기록해둡니다이렇게 하는 이유는나중에 소비자가 고장이 나서 AS를 의뢰했을 때해당 부품과 비슷한 스펙을 가진 것으로 대체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말이 그렇지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듭니다. FET 계열만 해도 도시바제로 수 천 개를 갖고 있는데무려 25개의 종류나 됩니다이것을 다 일일이 계측하고 또 기록해두는 것이죠진공관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기본적으로 이틀가량 번인한 다음 계측에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뭔가 메이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심볼 같은 것은 없나요?


DG : 저희는 컬러로 구별합니다무슨 말인가 하면, FET의 경우어떤 것은 오렌지-옐로우-그린으로 칠해져 있습니다이것은 나중에 교체할 때 같은 색깔을 가진 것으로 바꾸면 됩니다이렇게 모든 FET는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답니다또 바이브레이션도 중요합니다이를 위해 우리는 특별한 댐핑재를 고안해냈습니다.





어떤 소재인가요?


DG : 하나의 소재만 쓰지 않습니다크기도 제각각입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같은 부품이라고 해도 투입되는 곳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CDP의 경우폴리-베이스드 혹은 타르-베이스드 댐핑재가 선별적으로 쓰입니다또 작은 도트(Dot)도 사용합니다그것도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 5겹짜리도 있고, 9겹짜리도 있습니다이것은 주로 FET 옆에 붙입니다.



당연히 섀시도 음질에 관여하겠죠?


DG : 맞습니다기본적으로 알루미늄이 좋습니다그러나 뚜껑 부분은 다릅니다제일 좋은 것은 아무것도 덮지 않는 것이죠한데 그렇게 하면 문제가 되죠뚜껑도 없는 앰프를 팔 수가 없잖습니까? (웃음그다음으로 좋은 것이 아크릴입니다또 이것을 씌우면 내부가 훤히 보여서 꽤 멋지게 보인답니다.




▲ Warren Gehl


만들어진 제품은 어떤 식으로 테스트 되는지 궁금합니다.


DG :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모두 듣고 승낙이 떨어져야 출시합니다그분은 워렌 게일씨로오랜 기간 AR에서 일했습니다소닉 메모리그러니까 음향에 대한 기억력이 비상한 분입니다주로 윌슨 오디오의 알렉시아 II를 베이스로 해서 제품을 점검합니다최근 일인데레퍼런스 CDP가 거절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두 개의 프로토타입이 있었는데하나는 괜찮다고 했고 또 하나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기본적으로 똑같은 부품이 들어간 모델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했죠결국 수소문해보니거절당한 제품의 경우 트랜스에 문제가 있었습니다그 트랜스는 해외의 모처에서 납품하는 것입니다.


한데그 회사가 공장을 교체하면서 뭔가 성능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보내온 것이죠그냥 스펙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직접 귀로 듣고 나니 문제가 된 것이죠.



대단하군요그럼 이번에 제품군에 관해 물어보겠습니다여러 개의 라인이 있죠?


DG : 맞습니다그런데 그 각각이 서로 다르지 않고약간씩 더 좋아지는 방식입니다무슨 말인가 하면기본 설계 이념이 같으므로 음질의 경향은 비슷하고위로 올라갈수록 퀄리티가 좋아진다는 뜻이죠.



그렇군요.


DG : 예를 들어 섀시를 더 크고 무겁게 만든다거나전원부에 더 많은 투입을 한다거나전류 공급 능력을 향상하는 등여러 부분에서 물량 투입이 이뤄집니다음질은 당연히 더 좋아지고요그러나 기본적인 음의 성격은 같다는 것이죠.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갑니다.


DG : 프리앰프의 경우꼭 진공관 파워만 걸 필요는 없습니다어떤 파워든 다 걸 수 있습니다이를 위해 고전압으로 출력합니다따라서 어떤 파워도 여유있게 드라이브합니다한편 진공관이 솔리드 스테이트보다 더 음악적인 것은세컨드 오더 하모닉스가 좋기 때문입니다특히어쿠스틱 악기에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저희는 모든 트랜스를 광대역을 목표로 합니다또 오버로드가 걸리는 것을 항상 대비합니다한국의 경우 220V가 기본이지만 때에 따라 250V가 걸릴 때도 있습니다호주는 240V지만 270V까지 올라가죠이런 부분에 대응하려는 것입니다.



오버로드에 대비가 되지 않으면내구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DG : 저희는 서킷 보드를 설계할 때아날로그 방식임에도 무려 4개의 레이어로 구성되는 제품도 만듭니다이를 위해 포인트 투 포인트 와이어링을 최소화하고그라운드 플레이트를 각각 독자적으로 구성하며노이즈 저감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저희 제품은 기본적으로 조용합니다이것은 마치 하늘의 별을 보려면 도시가 아닌 시골로 나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또 내구성도 중요합니다지금도 무려 50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도 수리해주죠이것이 저희가 가진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AR엔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죠?


DG : 맞습니다빌 존슨 씨는 그의 나이 81세 때그러니까 2008년에 회사를 매각했습니다이것은 저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었습니다이때만 해도 AR은 철저하게 존슨 씨에 의해 운영되었습니다모든 부분에 그가 관여했습니다그러나 파인 사운드로 바뀌면서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 Audio Research Factory


어떤 부분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DG : 우선 공장을 이전했습니다무려 2만 제곱 피트의 크기입니다따라서 작업 환경이 더욱 쾌적해졌습니다또 하나는 신제품의 주기가 길어졌다는 것입니다존슨 씨 시대에는 뭐 하나 새로운 발견이나 개발이 이뤄지면 바로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바로바로 후속기가 나와 소비자들이 당황한 적도 있죠


지금은 그런 것들을 모으고 모은 다음 제대로 신제품에 반영합니다약 5~7년 주기의 사이클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따라서 모든 신제품은 기본적으로 3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갖게 되고그만큼 더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몇 분이 AR에서 일하고 있는지요?


DG : 총 35명 정도가 있습니다그중 18명이 프로덕션에 관계하고, 5명 정도가 R&D에 관여합니다.





- R&D는 어떤 식으로 운영됩니까?


DG : 존슨 씨 시대에는 무조건 존슨 씨의 의견을 따라야 했습니다그러나 지금은 매우 수평적인 관계입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서로 전공 분야가 다릅니다누구는 서킷 디자인누구는 프로세서 등전문으로 삼는 영역이 다릅니다기본적으로 A팀은 소스 및 프리를 다루고, B팀은 파워를 다룹니다경우에 따라선 오버랩이 이뤄지기도 하고요.



잘 알겠습니다이제 조금은 AR의 가치와 미덕에 대해 이해하게 된 느낌입니다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G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