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Sony는 새로운 포멧을 기존 포멧과 함께 지원한 물량 투입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만듦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시장에 공급했다. 이는 DVD-Audio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 시도는 미국시장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SACDP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성공한 마케팅으로 연결되었다.

Sony보다 고급 제품임을 지향하고 나섰던 Marantz의 SA-1의 인지도가 Sony SCD-1만 못하게 느껴지는 것도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는 마케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Sony는 가정용 비디오 표준경쟁에서 Beta 비디오의 패배라는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듯 하며, 이런 실패를 두번 거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SACD에서 보여 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노력은 SACD가 순수 오디오 시장 점유율에서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데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Sony는 첫안타를 터트린 기세를 놓치지 않고 좀 더 공격적으로 SACD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으며 결과물은 저렴한 SACDP의 개발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리뷰하게된 저가형 SACDP인 XB-770은 이 연장선상에 서있는 제품으로 국내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Hi-End 지향적인 소니제품으로서도 의의를 가지는 기기이다.

SCD-XB770

XB770은 순수 오디오를 위한 SACD 멀티채널을 제안하는 소니의 SACD 멀티채널 Player 라인업인 SCD-XA777ES, SCD-XA333ES, SCD-XB770, SCD-XE670 중 밑에서 두번째에 위치한 기기이다. 1세대 기기인 SCD-1과 SCD-777ES등은 두채널 고급기로 시작했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SACD 멀티채널을 지원하는 새로운 제품군들은 중저가 제품부터 시작되었다.

SACD 멀티채널이 궁극적인 음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일본의 잡지들에서는 떠들어 댔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중저가 AV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매니아들을 우선 타겟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 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유저가 멀티채널에 가까이 가는 것은 상당히 험난한 일이다. 다섯개의 고급 스피커를 울릴 다섯 채널의 파워앰프와(모노블록을 쓴다면 다섯개까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산더미 만한 덩치들을 울릴 공간마련과 세팅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반면 이미 5 채널의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는 AV 유저들이 소니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또 이들은 일반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유저들 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저렴한 기계를 사용한다. SACD의 저변확대는 준비된 유저들에게 그들의 시스템 안에 "간단하게 하나 정도 추가하는" 방법을 취함으로써 가장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SACD 멀티채널 제품군 중 국내에는 SCD-XB770만이 수입되었고 점차적으로 SACD, DVD 겸용기인 S9000ES와 SCD-XA777ES등이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라 한다. 소비자 가격이 80만원이 채 되지않는 이 기기는 내용적으로 상당히 쉽지 않은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SACD 2채널 및 5채널 뿐 아니라 기존의 CD까지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SCD-1에 있던 고역의 감쇄주파수 변경 스위치 같은 부티나는 기능은 제외되었지만 SACD 재생시 2Hz에서 50Khz라는 넓은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고 다이나믹 레인지도 104db에 이른다. Analog output과 Digital Output은 각기 RCA 한조만을 구비하고 있는데, 소니는 SCD-1을 제외하고는 밸런스단을 지원하지 않는다. 소니 관계자에게 문의해본 바에 의하면 일본 회사로는 드물게도 밸런스 단의 음질적 이득에 대해 그리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다소 의외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용상의 편리성을 위해 밸런스 단자 한조 정도는 구비해 주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Digital Out 은 RCA 동축과 Optical (EIAJ) 하나씩 가지고 있고 역시 CD 전용 Digital out으로 SACD Digital Out은 지원하지 않는다. 표준으로 체택된 IEEE1394가 모습을 보인만큼 머지 않은 시간내에 이 방식이 체택된 제품들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구조상 SCD-XB770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은 전원케이블 연결에 IEC단자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의 중저가 제품답게 교체가 불가능한 전원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만원선의 CDP를 사용하면서 누가 그리 고가의 전원케이블을 사용하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30만원대의 Cambridge Audio의 D300 CDP도 교체 가능한 IEC단자를 지원했었다. CDP가 전원케이블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본체를 열어보니 간단히 개조가 가능해보여 이 기기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시도해 봄도 괜찮을 듯 싶다.

저렴하지만 저렴하지 않은 SACD Sound

이번 기기의 시청은 두가지 시스템을 통해 약 한달간 이루어 졌으나 시스템 1의 과르네리 오마쥬 시스템에 더 중점을 두었다. 시청 음반은 SACD와 CD 모두를 Test 했으나 멀티 채널은 음반과 요구되는 기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여 아쉽게도 Test하지 못했음에 양해를 부탁 드린다. 항상 그렇듯이 SACD Player라고 할지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일반 CD로서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SACD는 단지 "덤"일 뿐이다.

먼저 EMI에서 나온 베토벤의 삼중협주곡부터 들어보았다.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은 가볍게 울리지만 윤기가 흐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푸석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고 선은 가늘고 이음새는 매끄럽다. SACD Player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고음으로 올라가는 가는 바이올린의 선의 매끄러운 이음새는 상급기에서 느꼈던 것과 유사한 점이다.

리히터의 피아노는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지는 못하고 중역 윗쪽으로 무게중심이 잡힌다. 오케스트라도 부드럽게 구르릉거리지 못하고 좀 가볍다. 이후로 에이징이 되면서 조금씩 아래로 확장이 되기는 하지만 동가격대의 제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선천적으로 무게감 있는 소리를 갖고 태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이보다 상급기들과 비교를 해본다면 S9000ES는 확실히 좀 더 하이엔드적인 풍모를 가지고 있다. 중역의 살집이 더 적고 무대도 넓어지지만 음상은 이보다 더 작다. 그러나 소리의 울림은 XB770에 비해 좀 더 냉정하게 들린다. XB770의 음장은 확실히 상급기들에 비하면 좁은 편이다. 좀 더 평면적이고 좌우 스피커의 바깥쪽으로 확장되는 느낌이 부족하다. 반면 상급기종들이 레퍼런스적인 성향을 강조하다 보니 편안하게 들리는 점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있는데 반해 770은 좀 더 부드러운 중역을 가지고 악기의 울림을 좀 더 편안하게 들려준다.

보통 "편안하다 = 멍청하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한번 더 거들어 본다면 XB770의 소리는 멍청하지는 않다. 소니는 SACD를 만들면서 나름대로 레퍼런스적이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튜닝을 하려고 노력해왔다. 마란츠는 이와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비교가 가능하다. 마란츠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줄까 고민해 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고역 끝은 약간 Roll-off되는 느낌을 주고 중역 아래를 부풀려 마치 배음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듯한 효과를 노린다.

반면 소니는 전제적인 음색이 좀 밍밍하게 느껴질지언정 대역 밸런스를 잃지 않고 특별한 개성을 강조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다. 특히 SCD-1 같은 경우 에이징이 끝나고 나면 중저역 디테일이 살아나고 깊이도 깊어지는 광대역감과 음장 또한 넓게 확장된 소리를 만든다. 이런 노력은 중역의 양감을 살짝 줄여 음의 부풀음이 흥분하지 않도록 하고 마치 스피커의 토인 각을 좀 덜 준 것 같은 공간감의 확장이 느껴지도록 튜닝되어 있다.
장점이 살아나는 대신 고역은 조금 냉정하다. 웃음이 부족한 독일인 같은 인상이라고 할까? 음악을 듣고 그냥 피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기 보다는 계산된 음을 생각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면 좀 난해한 표현일는지..

하여간 XB770도 분명 이런 성향을 이어받고 있다. 중립적이고자 하는 XB770의 이런 노력은 어쩌면 매니아들의 호감을 끌지 못하게 할 여지도 분명 가지고 있다. 중저가의 기기들은 나름대로 하나만큼은 잘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마란츠 63Se는 부드럽고 윤기있는 중고역을 만들어 내고, 필립스의 CDP들은 이에 비하면 호방하고 시원스런 소리를 만들어 호감을 사려 했었다.

그런데 XB770은 특별히 뭐 하나 만큼은 잘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분명히 부족한 저역에도 불구하고 무게를 잡으려고 폼을 잡는 듯 느껴진다. 조금 가벼운 오케스트라에 특별히 예쁜 구석도 없는 음색을 가진 것이 가격 이상의 레퍼런스적인 품위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어째 좀 안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SACD를 올리니 단지 헛폼만 잡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FIM 샘플러에 SACD로 담겨져 있는 Jazz at the pawnshop은 CD로 들을때와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음장이 스피커 양쪽으로 벌어지고 평면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던 공간연출이 뒤에서 음장을 몇군데 꼬집어 잡아 당긴 듯이 앞뒤가 생긴다. SACD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고역의 섬세함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아주 부드럽게 들려진다는 것인데 저가형이지만 XB770에서도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있다. XB770으로 듣는 SACD는 이보다 두배 가격의 CDP로 일반 CD를 듣는 듯한 정도의 소리을 들려준다. 일반 CD 재생에 있어서도 중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에 호 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튜닝에서는 고마움을 느낄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DSD 전용으로 녹음된 CD들이 많지 많아 제한적이지만 SACD의 위력은 충분히 보여주었던 기기이다.

마치며

100만원대 미만 가격의 새로운 CDP들이 최근에는 여럿 선보여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유니버셜 플레이어의 성격을 띈 것들도 한두개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종류는 아직 많지 않지만 SACD 디스크들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DVD도 흔해진 시점에서 유니버셜 플레이어의 개발은 어쩜 숙명같이 내려진 제조사들의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DVD-Video 의 시장이 커지다 보니 DVD-Video와 다른 포멧을 함께 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여럿 선보였지만 음질적으로 너무 떨어지고, 순수 음악중심의 유니버셜 플레이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XB770은 DVD-Audio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오디오 포멧을 지원하고 있는 기기로서 개발되었다는 것이 반갑다.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면서 냉철하게 풀어나가는 CDP를 원하신다면 고려해볼만 한 기기다. 이 기기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Sony의 하이엔드 지향적인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Specifications for the SCD-XB770 SACD Player

Frequency Range : 2-100,000Hz (SACD-Playback)

Frequency Response :
2-50,000Hz [-3dB] (SACD-Playback)
2-20,000 (CD-Playback)

Dynamic Range:
>104dB (SACD)
>99dB (CD)

Total Harmonic Distortion :
<0.0018%(SACD)
<0.002%

Wow & Flutter : Below Measurable Level

Digital Output Levels (CD Only :
Coaxial -18dBm(Fixed)
Optical 0.5Vp-p (Fixed)

Analogue Output Levels : Unbalanced 2rms (Fixed)

Twin Pickup Mechanism with CD/CD-RW playback
Current Pulse D/A Converter
Twin Transformers
DSD Decoder
SACD & CD Text Display
Gold plated connections

시청기기 (system 1)

CDP : Sony "S9000ES"
CDP -> Pre : Siltech "4-56"
Integrated amplifier : Sonus Faber " Musica"
Speaker cables : Audio Quest "Extreme Clear"
Speaker : Sonus Faber " Guarneri Homage"
Etc. : NBS "Monitor 4", FIM "Gold", Audio Prism "Iso Bearing",

시청기기 (system 2)

Preamplifier : Cello " Encore 1Mohm Line preamplifier mk2"
Pre-> Power : NBS "Monitor 0" 10 foot pair, 리버맨 "고딕" 5m pair (fisher-fisher)
Power : Cello " Performance II" Monoblocks
Speaker cables : NBS "Monitor 0"
Speaker : B&W Nautilus 802 (with Original Spikes)
Etc. : NBS "Monitor 0", Powertek 5K, Harmonic Technology Pro-AC11, Aurios MIB, Symposium Roller Blocks, Symposium Ultra Platform, 문수만님의 IBS, Purist Audio Design adaptors

시청음반

SACD :
Dave Brubeck Quartet - Time Out (Sony)
SACD Sampler - Telarc
SACD Sampler - FIM
Bach - The Two-and Three-Part Invention/Glenn Gould (Sony)
Schubert - Symphony 8 "Unfinished "/Bruno Walter (Sony)

CD:
Bach - Christmas Oratorio / Herreweghe (virgin)
Jazz at the pawnshop - High Life (FIM)
Verdi - Rigoletto / Rafael Kubelik (DG)
Mahler - Das Lied von der Erde / Eugen Jochum(DG)
Beethoven - Triple Concerto / Karajan,Oistrakh외 (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