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테센스&랩쳐] 최고급 사양으로 무장한 초호화판 진공관 앰프
1990년대를 무대로 활동(?)했던 오디오파일들의 기억 저편 어딘가엔 위치나 공간에 다소간의 차이를 둔 채로, ‘뮤즈’라는 이름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당시의 크고 작은 오디오 정기간행물들의 풍부한 인프라와 더불어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며 시청되었던 몇 안 되는 국산 브랜드였다는 이유만으로도 광우전자의 이름은 충분히 회고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필자로서는 월간지 기사용으로 시청했던 KI-40의 기억은 상당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글쎄? 당시의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연예인급이 되기에는 다소 꾸밈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던 것 같다. 다소간 만연되어 있던 하이엔드 운동의 한복판에서 들려온 선열한 감촉과 따스한 울림은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에만 심취해 있던 오디오키드에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던 신선한 감동이었다.
이 프리-파워 앰프 두 제품에 대한 설명을 일괄하자면 단정한 모습 속에 음의 품질을 위해서라면 아낌없는 지지를 한 ‘호화판’이라는 점이다. 프리앰프 ‘퀸트에센스(Quintessence)’는 파워 앰프보다 먼저 출시를 해서 2009년부터 해외 오디오 시장에서부터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프리와 파워 모두 새시의 별도 편성 여부에 관계없이 듀얼 모노로 설계되어 있고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마감 처리되어 있어 은색톤의 장점도 잘 살아나지만 표면의 촉감 또한 만족스럽다.
미리 얘기하지만, 이 제품들은 프리와 파워 공히 내부에 아낌없는 부속들을 투입시켜 제작되었다. 음질은 물론이거니와 소유주의 자부심을 살려줄 내용물들이다. 우선 전면의 볼륨은 ‘알프스’사의 블루벨벳 볼륨을 사용하고 있고, 내부 와이어링은 은도금, 기판, 진공관 소켓, RCA 단자 등은 모두 금도금 마감을 한 호화판 프리다. 사용된 관들은 ECC82(12AU7), ECC83(12AX7), 12AZ7 등을 각기 좌우 페어로 사용하고 있다. 입력단엔 언밸런스 세 개, 밸런스 한 개를 두었고, 출력단에는 밸런스, 언밸런스 각 하나씩을 두었다.
파워 앰프 ‘랩처(Rapture)’는 프리앰프에 이어 2010년부터 오디오 페어에 출품되었는데, 입출력 트랜스는 모두 ‘룬달’사의 제품을 사용해서 제작되었다는 점을 포인트로 해서 얀센의 실버 커패시터를 투입시켰으며 프리앰프와 마찬가지로 내부배선은 은도금되어 있다. 후면의 스피커 터미널은 WBT의 금도금 단자를 사용하고 있고 전면 패널엔 오렌지색 아날로그 레벨미터 주변에 게인 조절, 레벨미터 전원, 바이어스 체커, 밸런스-언밸런스 전환용 노브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출력관은 모노블록 별로 6550을 4개씩 사용해서 채널당 110와트의 출력을 낸다. 와디아를 연상케 하는 빔 구조 새시와 스파이크는 상당한 존재감을 안겨주는데, 정면에서 보면 성곽 뒤로 진공관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서 있는 듯한 요새를 보는 듯하다.
필자가 아는 광우전자는 오디오 이전에도 오랜 가전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중견업체다. 안경을 쓰고 있는 대표님의 모습도 얼핏 지면에서 마주친 듯한데, 오디오 전문기업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많은 해외거래선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광우전자의 해외딜러를 보다 보니, 낯익은 스피커 제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일의 ‘틸 앤 파트너’, 그리고 스웨덴의 ‘마르텐’이 그들이다. 앰프 전문 제조사들이 종종 코-프로모션 차원에서 스피커 제조사와 제휴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그 또한 두 파트너의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긴 쉽지 않다. 향후 에밀레를 고려하고 있는 후보자라면 에밀레를 선택한 스피커 회사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스피커, 두 가지 앰프로 시청해본 상황으로는 본 조합에서 진공관이라는 이유로 뭔가 석연치 않다거나 하는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진공관의 장점은 논외로 했을 때의 얘기다. 심지어 사용자가 엇갈린다던가 하는 상황조차 희미하다. 이 앰프는 보편적이라는 말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이 말을 평범함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누구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사운드가 주는 관조적인 매력은 대단한 것이다. 뭐랄까 전지적인 듯한 시선을 소리에서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앰프에 대한 보편적 접근으로서 음색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다.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진공관도 많이 달라져 있구나 하는 생각, 무언가 일체화된 종합물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오디오리서치처럼 골격을 내세우는 스타일도 아니고, 자디스처럼 느긋하지도 않다. 상당히 현대적인 깔끔함과 유연함이 공존하고 있다. 떠오르는 생각대로 엮어본다면 EAR의 매끈한 터치에 캐리의 정교한 스테이징, 그리고 BAT의 절제미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서 레핀와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크로이처>(DG) 3악장을 들어보면 봄나물처럼 산뜻한 기운과 동시에 핵이 깊고 파워풀한 인상을 안겨준다. 어쩌면 고전 진공관 사용자들은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을 만큼의 고탄력 사운드다. 스테이징도 쾌도난마, 무대 사이로 시원시원한 길이 뚫리곤 한다. 현과 피아노의 중간에서 타협을 본 게 아니라, 현은 이쁘고 피아노는 단정하다.
한 편 이 조합이 들려주는 좀더 구체적인 부분은 낮은 대역에서 발견된다. 저역만으로도 거의 모니터적인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조그만 요철도 파고들어갔다 나오는 작은 바퀴 여럿을 굴려 나가는 듯하다. 오랜만에 레베카 피존(Chesky)의 ‘스패니쉬 할렘’을 걸어보았는데, 예상대로 인트로의 베이스는 구체적이고 탄력이 넘친다. 주객이 바뀌었지만, 잠시 그녀의 목소리가 시작되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정도로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다. 전후간 스테이징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그 수줍은 보컬이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느낌,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듯한 대단히 매혹적인 보컬이다.
반대로 스케일을 확대시켜 보았다. 헤레베헤 지휘의 바흐 <미사 B단조>(H. Mundi)는 양떼를 몰 듯 일사천리로 몰아가는 연주다. 유심히 들어본 관악의 뻗침은 적당한 정도인데 12곡 엔딩에서는 좀더 광채를 발하며 끓어올라주어도 좋을 듯하다. 연주가 끝나자 무언가 줄을 맞추어 인솔을 해서 돌아가는 듯한 기운이 살짝 감돌았던 것 같다. 좋은 의미에서는 결코 흥분하지 않는 절제가 있기는 하지만 적당히 끈을 풀어주는 순간도 기대를 하게 된다.
진공관 오디오의 상업적인 과제라면, 일반화 혹은 보편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피커들과의 연계 프로모션 등이 그 예가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진공관’이라는 개념은 빈티지 그룹으로 크게 묶여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것으로 생각되며, 지금도 그 선입관은 걷히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진공관은 열이 많이 나서 자칫 폭발할 수도 있으며, 구태의연하게도 가격에 비해 출력이 낮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이런 내용들은 소비자가 스스로 교화될 때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 계몽(?)이라도 시켜야 할 것 같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진공관 앰프의 범위는 매우 넓어져 있기 때문이다.
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 부조화, 혹은 언행 불일치 등의 불필요한 갈등은 겪지 않아도 될 듯싶은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오디오 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절 중의 하나로 기록될 90년대의 포화 속에서 생존한 다부진 모습의 ‘에밀레’를 마주하고 보니, 이제는 같은 가격대의 제품들과 함께 엔트리에 올려놓고 취사선택하면 될 시점까지 다다른 것 같다.
세트 가격이 이천 만원을 살짝 넘는데, 마침 시장에서의 신제품 가격대도 적당히 상향되어 있어 대세에 거슬리지 않는다. 어쩌면 뛰어난 마케터가 이를 분석해서 키 높이를 이미 조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제작을 위한 제작’이 아닌 오디오파일들에게 널리 사용될 국산 앰프가 바로 가까이에 와 있다. 수많은 별과 같은 스타급 스피커들과 차례로 짝지어 줄 앰프 리스트에 ‘에밀레’가 오르내릴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Quintessence Preamplifier• Type : Dual mono preamplifier
• AC Power Requirement : 117/220/230V 50/60Hz
• AC Power Consumption : 36 Watts
• Tube Lineup : ECC82(12AU7)×2, ECC83(12AX7)×2, 12AZ7×2
• Input : Unbalanced×3(Line1, Line2, Line3), Balanced×1
• Outputs : Unbalanced, Balanced
• Gain : Unbalanced-Unbalanced 10dB , Balanced-Balanced 2.3dB
• Frequency Response : 10Hz ~ 60KHz (FLAT)
• Function : Power on-off, Input selector, Remote Volume control, Balanced and Unbalanced output selector
• Amplifier Dimensions : 435mm(W) × 435mm(D) × 200mm(H)
• Carton Size : 575mm(W) × 575mm(D) × 365mm(H)
• Net Weight : 22kgs per amp
• Gross Weight : 37kgs per packed setRapture Poweramplifier• Type : Mono block power amplifier
• AC Power Requirement : 117/220/230V 50/60Hz
• AC Power Consumption : 360 Watts
• Tube Lineup : 6550×4, 6350×3, 6DJ8(6922)×1
• Inputs : RCA, XLR
• Input Sensitivity : Gain high 0.55V RMS , Gain low 1.2V RMS
• Output Power : 110W (T.H.D.+N. 2%)
• Output Tube Bias Type : Adjustable fixed bias
• Frequency Response : 10Hz ~ 30KHz (±1dB)
• Function Power : on-off, Input selector, Gain selector
• Amplifier Dimensions : 310mm(W)×555mm(D)×320mm(H) - One of a pair
• Carton Size : 500mm(W) × 745mm(D) × 620mm(H) - One of a pair
• Net Weight : 31kgs per amplifier - One of a pair
• Gross Weight : 55kgs per packed set - One of a pair
| Quintessence & Rapture | |
|---|---|
| 제작사 | 에밀레(광우전자) |
| 수입사 연락처 | 055) 382-7373 |
| 제작사 홈페이지 | http://www.emillelabs.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