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6550을 사용하고 있지만 오디오리서치처럼 골격을 내세우지도 않고, 자디스처럼 느긋하지도 않으며 현대적인 깔끔함과 유연함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 번 시청했던 플래그쉽 ‘퀸트에센스’와 ‘랩춰’ 조합의 시청평이었는데, 인티앰프 ‘참(Cha’am)을 시청하는 동안 이 생각은 좀더 확고해지고 있었다. 대략의 조형이 떠오른다. 체조선수의 작은 머리와 말쑥하게 떨어지는 몸매, 픽업트럭 스프링처럼 탄력 있는 허벅지에 이어져 있는 긴 다리… 똑 같은 밥(전기)을 먹고 움직이고 있다지만,

 

‘참’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생김생김은 사관생도 같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인티앰프로 트랜스폼 되어 있을 뿐, 그 사운드는 본질적으로 프리+파워앰프의 조합에서 그대로 이어져 있다. 지난 번 리뷰 때의 인상이 또 한 번 떠오른다. EAR의 매끈함과 캐리의 스테이징, 그리고 BAT의 절제미… 

 

인티앰프가 분리형으로부터의 타협인 경우보다는 다분히 취향에 따른 선택의 상황인 경우로 변모하기 시작한 지가 꽤 된 것 같다. 인티앰프가 반드시 분리형의 하위가 되는 것만은 아닌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조금 관심을 갖고 비교해 본 오디오파일들이라면 근래 인티앰프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사운드가 그러하고, 가격 또한 그러하다.

 

변화하는 오디오 트렌드 중의 한가지 현상인데, 요컨대 다양성이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서로 다른 상황에 대해 관대해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본 ‘참’도 그런 맥락에서 제품의 그레이드가 이해되고 시청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청한 지 몇 분만 지나도 알게 된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을 연상케 해서일까? 개인적으로 보아 본 ‘참’은 에밀레의 하이엔드 라인업 중에서 가장 조형미가 뛰어난 제품이 아닐까 싶다. 오렌지색 조명의 레벨미터를 시작으로 바이어스 체커, 볼륨으로 내려오며 균형 있게 공간을 배분하고 있는 중앙의 패널은 매력적이다. 더욱이 아노다이징 처리한 알루미늄 패널 또한 ‘공들여 만들었다’는 인상이 전달되어 고급기로서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

 

본 제품은 설계 및 부품의 사용 또한 퀸트에센스+랩처의 경우와 동일하게 호화판 스펙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금도금 기판과 단자, 은도금 와이어링, ‘알프스’제 볼륨, ‘얀첸’제 커패시터, 밸런스 입력단에 적용한 ‘룬달’제 트랜스 등이 그러하다. 세 개의 언밸런스 입력과 하나의 밸런스 입력을 둔 것도 프리앰프 ‘퀸트에센스’와 동일하다. 전통의 6550을 채널별로 2개씩 사용해서 70와트의 출력을 내는데, ‘출력이 넘친다’는 느낌까지는 모르겠지만, 약 10평 정도의 공간에서 풀레인지 등급의 스피커를 통해 시청했을 경우에도 장르에 따른 프레즌테이션이 소극적이라거나 대역의 부족을 호소할 일은 없어 보인다. 리모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 사항이다. 기타 제품관련 스펙으로 대신할 수 있는, 뭐가 몇 개 있어서 몇이 된다는 등의 인터페이스에 관련된 내용을 불필요하게 나열하는 일은 생략하기로 한다. 소리를 들어본다.
 

 
말쑥하고 세련된 사운드

 

에밀레의 ‘참’을 통해 시청하는 음반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갖게 되는 생각은, 이 제품을 국내외의 다양한 앰프들 속에 섞어 놓았을 때에도 고유의 영역을 갖는다는 점이다. 요컨대 ‘억척스럽다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도 스피커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몰아간다’는 사실에서 우선 그렇다. 말하자면 사자 같은 야수, 혹은 고집 센 말을 유유히 끌고 가는 정장 입은 신사의 모습이랄까? 그런 풍모를 갖고 있는 제품이다. 구태여 옷을 풀어 해치고 근육을 자랑하지도 않고, 힘을 써야 할 때 애매하게 우물쭈물하는 순간을 보이지도 않지만 줄에 끌려오는 덩치 큰 스피커들이 고분고분한 이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게다가 세련미가 뛰어난 고급의 사운드를 순간 순간 들려주는 모습은 일품이다.

 

퀸트에센스+랩처의 시청이력도 있는 관계로, 원래의 시청습관과 역순으로 합창곡들을 먼저 들어보았다. 헤레베헤 지휘의 바하 4곡 ‘글로리아’를 들어보면 도입부 특유의 팀파니 울림이 거의 사라져 있다. 스피커의 저역 통제가 여간 잘 되지 않으면 보통은 약간 부스팅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듣는 부분이다. 어쩌다 이 부분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나면 짜내는 듣는 고역이 이어지곤 했는데, 에밀레의 ‘참’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이런 부비트랩을 잘 피해가면서 중고역에 멋진 하모닉스를 풀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