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그간 몇 차례 들은 바 있는 DNP를 이렇게 네트웍 플레이어의 성능에만 집중해서 들은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다른 경쟁자들과 함께 듣게 되었으므로, 그 실력이 상당히 궁금했다.여기서 결론부터 빨리 말하면, 상당히 놀랐다. 정말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음이 좋았다.

 

사실 DNP는 기본적으로 다기능 제품이다. “Digital Network Preamplifier”의 약자인데, 태생부터 네트웍 플레이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DAC, 룸 보정 기능, 크로스오버 설정 등 다양한 성능이 그냥 인사치례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투입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점검한 부분만 갖고도 깜짝 놀랄 만한 퍼포먼스를 들려줬다. 사면 이득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제품에 해당하리라.

 

첫 곡으로 들은 베토벤. 우선 여태껏 들은 음과 너무 다르다.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훨씬 넓어지면서, 공간을 각종 음성 정보로 가득 채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플랫 리스폰스라고 할까? 특정 대역에 치우침이 없이 광대역을 전제로 설계된 바, 본격적인 하이엔드 제품으로 설계되었음을 알게 한다.

 

예를 들어 그리모의 열손가락이 화려하게 전면을 수놓는 모습은, 거의 눈부실 지경. 게다가 타건에 힘이 붙어서, 자연스런 잔향을 피아노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모습이 무척 듣기 좋았다. 오케스트라도 보다 활기차고 또 생동감이 넘친다. 힘있게 휙휙 활을 긋고, 거리낌없이 혼을 불어댄다. 그 전체적인 앙상블도 뛰어나 특정 악기가 도드라지는 일이 없다. 좀 과장하면 시스템 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인상.

 

이어서 페퍼를 들으면, 과연 재즈에서 바라는 부분이 아낌없이 표출되고 있다. 드럼의 경우, 풀 사이즈가 멋지게 표현되고 있는 바, 다채로운 손발의 놀림이 현란하게 드러난다. 더블 베이스의 통 울림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컴핑하는 피아노의 울림도 깊다. 무엇보다 알토 색스의, 거의 마성에 가까운 블로잉은, 왼쪽 채널을 완벽하게 커버하고도 남는다. 중간에 텅잉하거나 가볍게 몸을 흔드는 모습까지 포착될 정도. 피가 통하는 재생이라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 것같다.

 

마지막으로 살레나의 노래를 들으면, 그녀 주변의 공간이 훨씬 확장된 느낌이다. 말하자면 녹음 당시의 스튜디오 크기가 제대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가 노래 중간에 숨을 내쉬거나, 혀가 입천장에 닿는 등, 세밀한 표현은 기본이고, 잔향이나 기척감이 증가해서 상당히 리얼하게 다가온다. 당연히 더블 베이스의 사이즈도 제대로 나오고, 더 아래 음까지 쑤욱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네트웍 플레이어의 교체로 이런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