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말러 9번
유혁준 방장님께서 어제 다른 일정으로 베를린필 말러 9번 내한공연을 못 보셨기에 제가 방장님 부탁을 받고 객원(?)으로 대신 감상을 올립니다. 간단히 말하면 투자 대비 효용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제 티켓값이면 국내 오케스트라 패키지 2개(공연 8개)를 구할 수 있습니다. 비싼 공연이라 감상자 자신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릴랙스되지 못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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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 형식이 거의 해체되는 단계에 이른 말러 교향곡 9번..분명 애호가들에게는 위대하면서도 어려운 음악입니다. 또한 4악장이 나타내는 극한의 탐미주의 및 강한 마지막의 암시 때문에 자주 감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음악인 것도 사실입니다. 2005년 베토벤, 리하르트 쉬트라우스, 2008년 브람스에 이어 2011년 내한공연에서 베를린필은 말러 9번과 브루크너 9번을 선택하여 자신들의 정수를 선 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특히 말러 9번은 디스코그라피에서도 베를린필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5년에 리하르트 쉬트라우스, 2008년 이틀간의 브람스에 이어 네번째로 베를린필을 공연 현장에서 접하는 기회였습니다. 지난 세번과 달리 이번에는 저렴한 좌석을 확보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비싼 좌석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감상하는 입장에서 relax되지 못하고 다소 경직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최대한 많이 얻고 경험하겠다는 욕심..) 1층 B열 앞자리기 때문에 감상의 포인트는 지난 세번의 공연과 달리 1바이올린 파트가 되었습니다.
저의 개인적 성향을 밝혀 두자면, 아무래도 아바도 시절의 베를린필에 대한 bias가 강한 편이고, 사이먼 래틀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말러 9번 같은 난곡을 정확하게 분석할 정도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하 내용은 그냥 어제밤의 스케치 및 개인적 느낌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하 존칭 생략..)
1)말러 9번에 대한 생각
상당수 교향곡들은 1바이올린 및 악기별 수석연주자들에 높은 비중이 주어지는 형태이지만, 말러 9번은 보기 드물게 모든 악기파트, 또한 수석연주자 이외의 파트가 골고루 활약해야 하는 음악이다. 아마 이런 특징이 역대 디스코그라피에서 베를린필의 위상이 유난히 높은 이유가 되는 것 같고,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가뜩이나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 호른에 대해 약음기, 앞을 막아서 내는 소리, 트릴 등 너무나 다양한 연주기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4악장 같은 음악을 자주, 반복적으로 몰입해서 감상할 경우 건강한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악마적 중독성이 강한 음악이기도 하다. 4악장 후반의 극단적인 피아니시모는 어지간한 오디오로는 제대로 듣기 어려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접해 본 음반, 영상물 중에서 이 부분이 제대로 포착된 것은 2004년 아바도와 말러유겐트의 로마 산타세칠리아 실황 밖에 없는 것 같다). 따라서 공연 현장에서 감상하는 의미 및 효용이 무척 높은 음악이기도 하다.
2)험난한 1악장 해석
말러 9번을 처음 접할 때 아마도 2악장에서 4악장까지는 쉽게 와 닿을 것이다. 그러나 1악장은 25분~30분에 이르는 연주시간 동안 지휘자가 분명한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전달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음악이다.
1982년 카라얀의 베를린 실황 음반(DG)은 전율을 느끼게 하는 4악장으로 전설에 올라 있는 연주이지만, 솔직히 1악장은 베를린필과 카라얀이라는 유명세를 감안하면 너무 평범한 편이다.
비록 녹음이 거친 단점이 있지만 1999년 아바도와 베를린필의 실황 음반(DG)을 개인적으로 1악장 해석의 레퍼런스로 생각한다. 사실 이 연주는 평소의 아바도에 비해서는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인 해석이 느껴지는데, 아무리 세계 최고 기량의 오케스트라이지만 거의 기적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다. 이 음반을 통해 비로소 1악장의 난해함이 어느 정도 벗겨지는 체험을 한 셈이다.
예습 과정에서 99년 아바도 연주의 그림자가 너무 강했던 것일까? 어제 베를린필의 1악장은 분명 기능적으로 경탄할 만한 부분이 많았지만, 어딘가 밋밋하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오케스트라보다는 지휘자의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디오 애호가 입장에서 평소 아바도와 래틀에 대해서는 베를린필이라는 스피커를 구동하는 파워앰프에 비유하여 분명 구동력과 표현력의 차이가 있다고 느껴왔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1990년대 이후 베를린필의 연주를 담은 많은 영상물을 보면서, 아바도가 래틀보다는 분명 스피커를 잘 구동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물리적 스펙은 오히려 래틀이 더 우세할 수도 있지만..)
사이먼 래틀은 분명 지휘계에서 분터킨트로 인정받아왔고, 특급지휘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뛰어난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차갑다는 느낌이 항상 수반되어 왔고, 영국의 지방 오케스트라인 시티 오브 버밍검에서 보여 주었던 천재성이 오히려 베를린필에 와서는 평범화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베를린필 상임 포지션을 시작했던 2002년, 그의 나이 47세였고, 시간이 지나면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더 긴밀해지고 래틀의 음악적 표현력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2005년 내한공연이었던 토마스 아데스의 현대음악과 리하르트 쉬트라우스가 가장 좋았고, 2008년 브람스, 2011년 말러로 오면서 오히려 래틀에게서 받는 인상은 약화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도 베를린필과 사이먼 래틀의 조합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명인기와 분명 타 오케스트라와 레벨이 다른 화려한 사운드를 즐기는데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바도, 하이팅크, 아르농쿠르, 얀손스 등의 지휘자들은 물리적, 육체적으로 남은 현역기간이 그다지 길게 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푸르트뱅글러 같은 독일계 지휘자가 다시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고, 그나마 노래를 제대로 해내는 이탈리아계 지휘자, 또는 악보를 투명하게 펼쳐주는 거장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이다. 오케스트라의 기능성 위주로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될 것인가?
3) 어제 등장한 베를린필 단원들 및 오케스트라 배치
너무 비판적으로만 감상을 나열했지만 그래도 베를린필은 역시 그들만의 클래스를 충분히 보여 주었다.
악장 브라운스타인은 13일 상하이 공연도 건너뛰고 한국에 와서 실내악 공연 이틀을 소화하였다.
혹시 어제 말러 9번에 다이신 카시모토가 악장으로 등장할까봐 솔직히 우려했었다. (너무 속이 좁은 것일까?) 2010년 유로피언 콘서트에서 가시모토의 연주모습은 브람스 1번이라는 크게 기대했던 음악에서 아쉬웠기 때문에 말러 9번같은 음악을 카시모토가 리드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었다.
브라운스타인과 스타브라바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비올라 수석은 이제 세대교체의 과정을 겪고 있다. Resa가 평단원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뭔가 짠했다.
젊은 비올라 수석의 연주는 어제 상당히 돋보였던 것 같다.
목관쪽으로는 마이어 오보에수석과 블라우 플룻수석 조합이었고, 클라리넷은 밴첼푹스가 아닌 오텐자머 수석, 바순은 다미아노 수석, 금관에서 호른은 당연히(?) 스테판 도르, 트럼펫은 타르쾨비 수석이 등장하였다. 특이했던 것은 베를린필을 가장 특별하게 하는 호른 파트가 어제는 가끔 인간적인(?)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테판 도르는 협주곡을 병행하는 강행군 때문인지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물론 특유의 힘찬 사운드는 여전했지만..
트럼펫 및 팀파니 연주는 이제 국내에서도 좋은 소리를 비교적 자주 접하다 보니 감동이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4악장에서 마이어의 오보에 소리는 정말 효과 만점이었다.
어제 베를린필의 현악 편성은 지난 2008년 브람스 교향곡과 같은 수준이었다. 베이스를 8대로 하는..
물론 단원 전원이 풀보잉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베를린필이기에 금관에 소리가 묻혀 버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케스트라 배치도 1, 2 바이올린을 좌우 대칭 (이것이 말러 9번에는 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비올라를 1 바이올린 옆에 하는 2008년과 같은 모습..
다만, 청중들이 무대 정면을 봤을 때 왼쪽을 다소 비워두고 오른쪽으로 쏠려 있는 배치가 특이했다.
이에 따라 플룻 수석과 오보에 수석은 센터보다 약간 오른쪽에 위치..사운드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고, 음향적으로는 예술의 전당에서 나올 수 있는 것으로는 양호한 편이었다.
4) 기타
지난 3월 게반트하우스 때와 같은 대형사고는 없었다. 워낙 극단적인 피아니시모 부분이 자주 있는 음악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물론 4악장 말미에 1층 중앙쪽에서 핸드폰 신호음이 약하게 포착되었다.
그리고 김문경 칼럼니스트가 이례적으로 프로그램 노트에 끝나고 바로 박수를 치지 말고 침묵을 공유해야한다는 설명까지 첨가한 덕분인지, 여운을 깨는 박수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11월 공연 피크시즌이라, 미샤 마이스키가 1층 앞쪽 객석에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고,
우연히도 제 앞쪽 자리에 서울시향 2바이올린 김효경 수석이 관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넉살 좋게 사인까지 받았습니다 ㅎㅎ)
그런데 4악장 시작하는 순간...바이올린 파트에서 사운드가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비브라토나 루바토를 조금 특이하게 한 것인지? 좀 이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5년에 리하르트 쉬트라우스, 2008년 이틀간의 브람스에 이어 네번째로 베를린필을 공연 현장에서 접하는 기회였습니다. 지난 세번과 달리 이번에는 저렴한 좌석을 확보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비싼 좌석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감상하는 입장에서 relax되지 못하고 다소 경직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최대한 많이 얻고 경험하겠다는 욕심..) 1층 B열 앞자리기 때문에 감상의 포인트는 지난 세번의 공연과 달리 1바이올린 파트가 되었습니다.
저의 개인적 성향을 밝혀 두자면, 아무래도 아바도 시절의 베를린필에 대한 bias가 강한 편이고, 사이먼 래틀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말러 9번 같은 난곡을 정확하게 분석할 정도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하 내용은 그냥 어제밤의 스케치 및 개인적 느낌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하 존칭 생략..)
1)말러 9번에 대한 생각
상당수 교향곡들은 1바이올린 및 악기별 수석연주자들에 높은 비중이 주어지는 형태이지만, 말러 9번은 보기 드물게 모든 악기파트, 또한 수석연주자 이외의 파트가 골고루 활약해야 하는 음악이다. 아마 이런 특징이 역대 디스코그라피에서 베를린필의 위상이 유난히 높은 이유가 되는 것 같고,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가뜩이나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 호른에 대해 약음기, 앞을 막아서 내는 소리, 트릴 등 너무나 다양한 연주기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4악장 같은 음악을 자주, 반복적으로 몰입해서 감상할 경우 건강한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악마적 중독성이 강한 음악이기도 하다. 4악장 후반의 극단적인 피아니시모는 어지간한 오디오로는 제대로 듣기 어려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접해 본 음반, 영상물 중에서 이 부분이 제대로 포착된 것은 2004년 아바도와 말러유겐트의 로마 산타세칠리아 실황 밖에 없는 것 같다). 따라서 공연 현장에서 감상하는 의미 및 효용이 무척 높은 음악이기도 하다.
2)험난한 1악장 해석
말러 9번을 처음 접할 때 아마도 2악장에서 4악장까지는 쉽게 와 닿을 것이다. 그러나 1악장은 25분~30분에 이르는 연주시간 동안 지휘자가 분명한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전달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음악이다.
1982년 카라얀의 베를린 실황 음반(DG)은 전율을 느끼게 하는 4악장으로 전설에 올라 있는 연주이지만, 솔직히 1악장은 베를린필과 카라얀이라는 유명세를 감안하면 너무 평범한 편이다.
비록 녹음이 거친 단점이 있지만 1999년 아바도와 베를린필의 실황 음반(DG)을 개인적으로 1악장 해석의 레퍼런스로 생각한다. 사실 이 연주는 평소의 아바도에 비해서는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인 해석이 느껴지는데, 아무리 세계 최고 기량의 오케스트라이지만 거의 기적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다. 이 음반을 통해 비로소 1악장의 난해함이 어느 정도 벗겨지는 체험을 한 셈이다.
예습 과정에서 99년 아바도 연주의 그림자가 너무 강했던 것일까? 어제 베를린필의 1악장은 분명 기능적으로 경탄할 만한 부분이 많았지만, 어딘가 밋밋하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오케스트라보다는 지휘자의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디오 애호가 입장에서 평소 아바도와 래틀에 대해서는 베를린필이라는 스피커를 구동하는 파워앰프에 비유하여 분명 구동력과 표현력의 차이가 있다고 느껴왔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1990년대 이후 베를린필의 연주를 담은 많은 영상물을 보면서, 아바도가 래틀보다는 분명 스피커를 잘 구동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물리적 스펙은 오히려 래틀이 더 우세할 수도 있지만..)
사이먼 래틀은 분명 지휘계에서 분터킨트로 인정받아왔고, 특급지휘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뛰어난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차갑다는 느낌이 항상 수반되어 왔고, 영국의 지방 오케스트라인 시티 오브 버밍검에서 보여 주었던 천재성이 오히려 베를린필에 와서는 평범화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베를린필 상임 포지션을 시작했던 2002년, 그의 나이 47세였고, 시간이 지나면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더 긴밀해지고 래틀의 음악적 표현력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2005년 내한공연이었던 토마스 아데스의 현대음악과 리하르트 쉬트라우스가 가장 좋았고, 2008년 브람스, 2011년 말러로 오면서 오히려 래틀에게서 받는 인상은 약화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도 베를린필과 사이먼 래틀의 조합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명인기와 분명 타 오케스트라와 레벨이 다른 화려한 사운드를 즐기는데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바도, 하이팅크, 아르농쿠르, 얀손스 등의 지휘자들은 물리적, 육체적으로 남은 현역기간이 그다지 길게 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푸르트뱅글러 같은 독일계 지휘자가 다시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고, 그나마 노래를 제대로 해내는 이탈리아계 지휘자, 또는 악보를 투명하게 펼쳐주는 거장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이다. 오케스트라의 기능성 위주로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될 것인가?
3) 어제 등장한 베를린필 단원들 및 오케스트라 배치
너무 비판적으로만 감상을 나열했지만 그래도 베를린필은 역시 그들만의 클래스를 충분히 보여 주었다.
악장 브라운스타인은 13일 상하이 공연도 건너뛰고 한국에 와서 실내악 공연 이틀을 소화하였다.
혹시 어제 말러 9번에 다이신 카시모토가 악장으로 등장할까봐 솔직히 우려했었다. (너무 속이 좁은 것일까?) 2010년 유로피언 콘서트에서 가시모토의 연주모습은 브람스 1번이라는 크게 기대했던 음악에서 아쉬웠기 때문에 말러 9번같은 음악을 카시모토가 리드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었다.
브라운스타인과 스타브라바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비올라 수석은 이제 세대교체의 과정을 겪고 있다. Resa가 평단원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뭔가 짠했다.
젊은 비올라 수석의 연주는 어제 상당히 돋보였던 것 같다.
목관쪽으로는 마이어 오보에수석과 블라우 플룻수석 조합이었고, 클라리넷은 밴첼푹스가 아닌 오텐자머 수석, 바순은 다미아노 수석, 금관에서 호른은 당연히(?) 스테판 도르, 트럼펫은 타르쾨비 수석이 등장하였다. 특이했던 것은 베를린필을 가장 특별하게 하는 호른 파트가 어제는 가끔 인간적인(?)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테판 도르는 협주곡을 병행하는 강행군 때문인지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물론 특유의 힘찬 사운드는 여전했지만..
트럼펫 및 팀파니 연주는 이제 국내에서도 좋은 소리를 비교적 자주 접하다 보니 감동이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4악장에서 마이어의 오보에 소리는 정말 효과 만점이었다.
어제 베를린필의 현악 편성은 지난 2008년 브람스 교향곡과 같은 수준이었다. 베이스를 8대로 하는..
물론 단원 전원이 풀보잉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베를린필이기에 금관에 소리가 묻혀 버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케스트라 배치도 1, 2 바이올린을 좌우 대칭 (이것이 말러 9번에는 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비올라를 1 바이올린 옆에 하는 2008년과 같은 모습..
다만, 청중들이 무대 정면을 봤을 때 왼쪽을 다소 비워두고 오른쪽으로 쏠려 있는 배치가 특이했다.
이에 따라 플룻 수석과 오보에 수석은 센터보다 약간 오른쪽에 위치..사운드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고, 음향적으로는 예술의 전당에서 나올 수 있는 것으로는 양호한 편이었다.
4) 기타
지난 3월 게반트하우스 때와 같은 대형사고는 없었다. 워낙 극단적인 피아니시모 부분이 자주 있는 음악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물론 4악장 말미에 1층 중앙쪽에서 핸드폰 신호음이 약하게 포착되었다.
그리고 김문경 칼럼니스트가 이례적으로 프로그램 노트에 끝나고 바로 박수를 치지 말고 침묵을 공유해야한다는 설명까지 첨가한 덕분인지, 여운을 깨는 박수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11월 공연 피크시즌이라, 미샤 마이스키가 1층 앞쪽 객석에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고,
우연히도 제 앞쪽 자리에 서울시향 2바이올린 김효경 수석이 관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넉살 좋게 사인까지 받았습니다 ㅎㅎ)
그런데 4악장 시작하는 순간...바이올린 파트에서 사운드가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비브라토나 루바토를 조금 특이하게 한 것인지? 좀 이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