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포맷을 그냥 아무생각 없이 들으려면 판만 틀어놓아도 쉽게 그차이를 느낄 수 있읍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도로 튜닝된 하이파이 시스템과의 비교에 있어서는 그 차이를 쉽게 감지하기 어렵다는데 있읍니다. 잘 정돈된 하이파이 시스템에 차세대 포맷을 맞추려고 하면 오히려 "해상력은 좋은데 공간감이 잘 않나온다" 던가 "너무 매끄러워서 부담스럽다" 라는 평이 나오기 쉽습니다.
이것은 마치 고급 하이파이 시스템에 LP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LP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주변요소등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듯이 새로운 포맷도 LP를 제대로 듣기 위한 노력 만큼의 수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스피커의 해상력이 문제입니다. 차세대 포맷은 이론적으로 100kHz 가까운 고역 해상력을 보입니다. 인간의 청각이 20kHz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초고역은 듣기 보다는 느끼는 것으로서 사람의 예민한 감성이 그것을 소리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초고역 배음 성분이 빠진 음악을 들려주면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을 받게되는 것은 사람의 감각이 측정 수치를 훨씬 넘나드는 감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읍니다. 일반 CD의 문제는 이 배음 성분을 녹음시에 잘라버린데 있읍니다. 아날로그 녹음에서는 이 배음성분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음악을 음악답게 들을 수 있지만 디지틀 녹음이 되면서 이를 잘라버린 후로 사람들은 300B 앰프등 하모닉 성분이 많이 출력되는 앰프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따라서 스피커의 해상력이 고역 쪽에서 적어도 30kHz 정도의 광대역 특성을 갖는 트위터가 장착된 스피커에서 차세대 포맷의 성능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읍니다. 이러한 트위터가 장착된 스피커는 아직 몇개 없으나 최근에 나오는 스피커들 중 몇가지 모델에서는 그 이상의 고역 해상력을 보이고 있읍니다.
다음으로 차세대 포맷의 배음 성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앰프의 선택이 필수적입니다. 이 배음성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기존 하이엔드 CD와의 차이점을 쉽게 구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배음 성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앰프는 진공관 앰프이며 그 중에서도 300B 계열의 3극 진공관 앰프입니다. 이 앰프는 홀수차 2차 하모닉을 가장 많이 출력합니다. 따라서 차세대 녹음에 수록된 배음 성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우리의 귀는 그것을 음악적인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읍니다. LP를 즐기시는 분들은 TR 앰프보다는 진공관 앰프를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LP에 수록된 음악적 배음 성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앰프가 바로 진공관, 그 중에서도 3극 진공관 앰프이기 때문입니다. LP를 TR앰프로 즐기시는 분들도 물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LP 매니아들 중 유독 진공관 앰프 사용자가 많은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차세대 포맷도 LP만은 못하지만 일반 CD 보다는 많은 배음 성분을 포합하고 있읍니다. 차세대 포맷의 이러한 배음 성분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진공관 앰프의 사용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읍니다.
저도 연구실에서 사용중인 SONY SCD-1의 소리가 좋아 집으로 가지고 가서 들어보았읍니다. 그런데 소리가 일반 CD보다 못하게 들려 다시 가지고 돌아온 적이 있읍니다. Marantz SA-1도 마찬가지였읍니다. 이유는 집의 스피커의 고역 해상도가 20kHz 까지이고 TR 앰프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 지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물론 연구실에서 잘 듣고 있는 SCD-1은 3극 진공관에 슈퍼트위터를 장착한 스피커 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하이엔드 SACDP 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차세대 포맷을 하이엔드로 듣기 위해서는 위의 두 조건이 필요하다고 나름대로의 조심스런 생각을 하고 있읍니다. 저나 김성준님이 차세대 포맷에 미쳐있는 것은 바로 위의 두 조건이 충족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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