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전설
지난 5월,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들국화가 재결성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총알같이 인터파크로 달렸고, 티켓 오픈을 기다리는 며칠동안 참 행복했지요.
아아, 들국화!
제게는 참 애증의 이름입니다.
그들이 활동했던 80년대, 가열차게 공연을 보러다닌 시절이었지만... 그 명단에 들국화는 없었습니다.
물론 음반으로 그들을 즐겨 들었지만, 공연을 볼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국악공연만을 다녔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산울림만을 보았을 뿐, 부활은 물론 백두산도 그리고 조용필까지도 보질 못했습니다.
최근 4,5년동안 부활, 백두산, 조용필등을 모두 보았고 아쉬운대로 갈증을 풀었지만
그놈의 들국화는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허성욱은 사망했고, 조덕환은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전인권은 마약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는
소식만 간간 들리고...
탄식은 깊어졌습니다. 아아, 이제 들국화는 전설속으로 사라지는구나...
작년에 조덕환이 홀연 귀국하여 조덕환밴드를 조직, 음반을 냈습니다.
들어보니... 훌륭해요.
공연을 보았지요. 역시 훌륭합니다.(게스트로 섰던 국카스텐~ 왜 아시죠? 요즘 나가수에 출연중인...~이
초라해 보이더군요.)
명불허전이에요. 왕년의 음악성이 여전합니다.
간간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전인권의 몸이 추스려지는대로 들국화를 재결성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혹시 하고 기대를 했지만, 사실은 막연한 기대였지요.
그러던 어느날, 그야말로 벼락처럼 떨어진 축복! 들국화 재결성 소식!
아~ 그러나... 조덕환은 사정상 참가하지 못한답니다.ㅠㅠ
고인이 된 허성욱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조덕환이 빠지면 이게 무슨 들국화야????
있는대로 욕을 하면서도 티켓 오픈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리가 없는겁니다, 애시당초 사랑에 빠지질 말아야했어요...
진즉 VIP석으로 두 장 예매를 해놓고도 내심 불안했습니다.
맛없고 비싼 떡을 사먹는거야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의 순정이 배신당하기는 싫었거든요.
어쨋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조금 아까 유튜브에서 들국화를 검색하며 놀고 있는데...
조금 안심을 해도 좋을만한 영상이 있기에 옮깁니다.
이틀전 공연영상입니다.
전인권도 예상(?)보다 좋고, 조덕환의 빈자리는 어느 재야의 고수(첨 보는데, 이름도 모르겠네요. 누구냐, 보승아?)
가 그닥 아쉽지않게 메우고 있습니다.
혹 소식은 들었지만 망설이셨던 분들 계시면, 안심하고 예매하셔도 될 듯 싶습니다.*^^*
* 90년대초까지 열심히 공연을 다니다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자주 다니질 못했습니다.
그래도 매년 십여번씩은 다녔으니 뭐 그다지 아쉬운 정도는 아니었는데,한 4,5년전부터는 다시 불이 붙었지요.
선용이가 기타를 치면서 함께 다니기 시작한겁니다.
1년에 한 50번씩은 다니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암스텔담콘서트허보우부터 베를린필, 모스크바필 그리고 런던 필하모닉(로비에서 호진형님도 만났습니다.
저는 7만원짜리 맨 뒷자리, 형님은 35만원짜리 VIP석...ㅠㅠ), 또한 별별 희한한 밴드까지... 극과 극을 달립니다.
왕년에는 고상(?)한 클래식만 다녔지만, 아들을 잘 못 키운덕으로 이상야리꾸리한 공연도 보고 있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희한한 공연들이 제법 좋아진다는 겁니다.
할얘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다시 돌아갑니다.
가끔 보승이를 만나서 이런저런 공연얘기를 하면 아 글씨 이누마가 한마디 툭 던져서 염장을 지릅니다.
" 형, 내가 80년대에 들국화 공연을 한 열댓 번 봤는데..."
이런 닝기리조또!
제풀에 혼자 깨갱합니다.
보승이의 속뜻을 알거든요. 이런거지요.
" 형, 아무리 공연을 다녀도 들국화를 못봤으면 귀빼고 X뺀 당나귀 아니겠수...ㅋㅋ"
사랑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 혹 가시는 분은 이왕이면 금요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