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것은 어쩌면 음악에 대하여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 소양을 갖추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아마추어 애호가의 변이 될 거란 예감이 든다.
예컨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음반들, 그 중에는 반세기 이전 거장들의 재발매 음반도 있을 것이고 또 전통적인 혹은 나름대로의 새로운 해석으로 연주하는 신예들의 음반들 그리고 흔히 듣지 못하던 중세음악이나 덜 알려진 작곡가들 작품 등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취사선택하는 일은 난감한 일 일수 밖에 없으며, 여전히 익숙지 않은 방대한 음악사, 음악이론의 이해 등등에 사뭇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과연 어떤 모습들이며 어차피 음악소비자의 위치에 있는 아마추어로서는 어떤 태도가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래전에 어떤 책에서 미학적 시각의 문제에 대한 아주 멋진 말을 읽게 되었는데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성에 관한 내용이다. 누구나 꽃을 보고 흔히 아름답다고 얘기하지만 그 꽃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느끼고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반문해 보는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이 의례 꽃이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선지식(先知識,vorwissen)으로 판단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연히 외딴 산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 또는 이렇게 극적이지는 아니더라도 온실 속에서 잘 키워진 화초나 집에서 그저 물이나 주곤 하던 동양란에서 어느덧 피어난 꽃 한 송이를 보고 진정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는 마음이 바로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마음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예술에 접근하는 감성의 올바른 행로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 꽃의 구조적인 이해, 즉 꽃술, 꽃받침, 꽃잎 등의 형태를 인지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과학의 영역에 속한 일일 터이고 그것보다는 전체적인 자태와 풍모와 내 감성이 만나 발현되는 화학적 변화 -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 가 바로 느낌, 감동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조적 이해나 체계적 내용의 파악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것도 감동을 위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겠거니와 다만 도달하지 못한 자의 자위로 남겨둘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한다.
결국 오선지를 통하여 울려 나오는 음악 그 자체와 그 이외의 이론적인 내용들 사이의 거리가 좁아질수록 음악에 대한 이해의 간극도 줄어드는 것은 명약관하한 일이지만 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음악에 대한 원론적 감성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