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Cambridge Audio D300
영국에서
만들어진 앰프 브랜드 대표적으로 알려진 메이커중 Cambridge Audio 는 이전에 우리에게 소개 되었을 당시부터 Jog
Shuttle 모습의 로고와 가격대비 성능에서 매우 우수한 제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이며 또한 현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듯
하다. 실제로도 AVL(Audio & Video Lifestyle) 지에서 D500과 D300 이 높은 평가를 받은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의 연혁이 1968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30년이 넘는 오랜기간동안 딴짓거리 하지 않고 꾸준히 제품을 생산을
해온 성실한 회사인듯 싶기도 하다.
D300 의 외양을 살펴보면 영낙없는 촌스러운 티가 팍팍 풍기는데 (우리 집에서는 간단해서 좋다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 오른편의 조그셔틀이 눈에 뜨일뿐 그다지 특색이 있다고 할만한 기능이나 외관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디자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금까지 제일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디스플레이 인데 나오는 표시 정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단 너무 어둡다. 녹색계열의 불빛이 안정감을 주기는 하지만 그 불빛이 너무 어두워서 불빛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할 듯 하다.
한편
중저가의 일체형 CD 플레이어들이 일반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Digital Output 단자는 동축형이 대부분인데 특이하게도 D300은
BNC 단자가 장착이 되어 있으며, Tos-Link 단자가 채용되어져 있다. 또 그러면서도 동축형 단자는 없다. 이걸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동사의 설명에 의하면 Tos-Link 방식의 경우 기존의 이 단자들이 가진 결함을 해결할수 있을
정도의 빠른 전송능력을 지녔다고 하니까 일단 믿어볼 수밖에…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점은 D300 의 내부이다. 동사의 설명에 의하면 State-of-the Art 급의 서보 콘트롤을 채용했다는
설명 문구가 보이긴 했지만 실제로 내부를 열어보니 소니에서 개발한 Servo Control 부분이 황금색 박스에 담겨져서 케이스에
밀봉되어져 있었다. 게다가 전원트랜스 또한 트로이덜 트랜스포머로 보이는 모습인데 역시 황금색 동케이스에 밀봉으로 수납이 되어있어 각종 노이즈 및 전자파에 매우 신경을 쓴 흔적이 여실히 보이고, 그저 아무렇게나 만든 저가의 CDP만은 아니라는 신뢰가 든다.
아마도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일종의 엄숙한 경고인듯 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내부에
신경을 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솔직히 기계의 테크니컬 한 부분은 문외한이라 어떤 부분이 아날로그 아웃단인지 디지털 연산 부분인지
분간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다만 매우 컴팩트하고 간결하게 꾸며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동사의 선전 문구대로 장래에 업그레이드가
매우 용이하게 되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단 중요한 것은 과연 마란츠 63se 나 그밖에 저 가격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Rotel, 태광 같은 CDP 와 견주어서 기존의 제품을 뛰어 넘을수 있을까 하는점이 최대의 관심사이다. 첫인상은 솔직히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였는데 해상력이 전혀 없고 음이 뭉치는 경향이 지배적이라 '혹시' 가 '역시' 로 바뀐 순간이었다. 이러한 점은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서 이제 포기해야겠다 라고 맘을 먹는 순간 (아마 1달 전쯤?) 어느날 갑자기 두텁고 뿌옇던 소리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비대하던 음상의 살집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면서 가려졌던 진면목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특히 가려졌던 해상도가 올라가는 느낌은 상당히 드라마틱 하였다. 그렇다고 해상도를 쨍쨍 하게 내어뱉는 CDP란 이야기는 아니며 지금 현재시점에서 평가하자면 고역에서 약간의 듣기좋은 화장기가 있으면서 영국제 특유의 질척거림이 없는 사운드가 이 회사가 수천시간 동안 연구개발에 몰두하여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운드 자체의 특성은 마란츠 63SE와는 가는길이 분명히 달라 보인다. 마란츠가 신선한 해상도에 깨끗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CDP라면 비슷한 가격대의 이 기기는 은근함 과 단아한 맛, 그리고 소박한 맛이 있는 CDP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음의 튜닝을 이런쪽으로 잡은듯 한데 최근에 영국제 제품쪽에서 이러한 경향의 음이 많은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제 특유의 짙은 색감에 약간은 어두우면서 해상도를 억제한 그러한 튜닝이 아니라 콘트라스트를 이전보다 약간 올린 상태에서 옅은 색깔에 살집을 조금은 뺀 그런식의 음 조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종종 차안에서 졸음을 없애기 위해 듣곤 하는 DJ DOC 의 'Run to You'를 들어보면 이전의 보니 엠의 음악을 많이 베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면서도 Groove 한 베이스가 매력인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저역이 과다하지 않으면서도 ( 필자의 기준으로 볼 때 최저로 인내할수 있는 부분에 걸리긴 하지만) 리듬감을 잘 살려주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질척이는 감촉이 전혀 없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장점이다. 또한 찰랑이는 듯한 음색의 표현에도 적당한 광채가 있어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없는 점도 가격에 비하면 쓸만하다고 느껴졌다.
하이파이클럽 샘플러의 첫곡 을 듣는데 ( 클럽회원 여러분들도 들어보셨으면 잘 아실것이다.) 처량한듯한 여성의 보이스와 공간에 떠오르는 음상의 표현이 장점이라고 평소에 생각하는 곡인데 , D 300은 핀포인트 음상은 아니지만 약간은 희미하지만 입체적인 이미지는 잘 그려준다는 느낌이 드는 CDP 이다. 보이스의 뒷편에서 둥둥하고 울려대는 북의 소리도 웨이트가 실려있어서 가볍다거나 싸구려 같은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또한 뒷배경을 인위적으로 지우는듯한 깔끔한 맛은 없지만 오랫동안 곡들을 들을수 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위안을 삼고 싶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이었던 재생은 현악곡 이나 소품곡들이었는데 (사실은 이제는 이 CDP가 소품곡 전용이 되어져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잘 듣지 않던 Boccherini 의 곡 까지 꺼내 들어보았을 정도로 밸런스가 잘 갖추어진 CDP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음장의 크기는 마란츠 63SE 정도는 될 듯 한데 직접적인 AB 테스트를 해보진 않아서 장담은 하지 못하겠지만 필립스 951과 비교했을 경우에는 분위기는 비슷하나 해상도가 좀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악기의 수가 매우 많아진다거나 말러 같이 엉기는 곡들을 듣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정보량이 다소 억제되어 표출되는 기미가 보이고 피아노 곡들은 명징함 보다 분위기로 때우려는(?)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느낌은 없었다.
이 제품을 요약해서 정리하자면 일단 기본적인 밸런스는 잡혀 있으며, 소박하면서도 중고역에 약간은 화장기가 있는 소리이다. 극명한 해상도는 없지만 오랜시간 장시간에 걸쳐 청취를 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한 제품인듯 하며 특히 클래식 이나 클래식 소품곡을 자주 접하게되는 분들에게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장보다는 내부에 상당히 신경을 쓴 제품인듯 하다.
[ 시청에 사용된 기기 ]
프리 : Ayre K-3, Marklevinson no26, Quad 44
파워 : Ayre V-3, Marklevinson no20.6, Quad 606
스피커 : Thiel CS 5, JBL K-2, Tannoy Mercury MX3
CDP(비교청취용) : Phillips CD951
인터커넥터 : 김치호님 'Raptor', 'Raptor Twin Axial' , Cello Strings, Cardas, PAD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