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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전열을 정비한 하만그룹의 출사표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존 P. 바틀리너

마크레빈슨, JBL, 레벨, 렉시콘... 오디오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슴이 설렐 만한 브랜드들이다. 더 놀라운 것이 이들이 하만그룹에 속한 한 식구라는 것. 이번에 본사가 이사를 하고, 스피커며 앰프 등의 생산 기지를 나누는 등 전열을 새롭게 한 가운데, 이 브랜드들을 총관리하는 존 P. 바틀리너(John P. Batliner)씨가 내한했으므로, 여러 궁금한 점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간략하게 그 답변을 정리해본다.

저희 매체와는 처음 인연이 되어 인터뷰를 하는군요. 일단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1964년 시카고에서 태어났습니다. 물론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핑크 플로이드며 블루스 음악을 열심히 들었죠. 오디오에도 열중해서, 친구들과 자신의 컴포넌트 소리를 두고 어느 게 낫냐 논쟁한 기억도 납니다. 이윽고 퍼듀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 음향 쪽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슈어를 거쳐 93년에 하만그룹에 들어왔죠. 처음에는 프로 음향 쪽 커리어를 인정받아 DBX에서 있었습니다. 그 후 2003년에 본사가 메사추세츠로 이전하는 바람에 저도 집을 옮겼습니다. 2년 전에 시카고로 회사가 이전하자, 오랜만에 귀향하게 되었죠. 시카고는 무척 춥고 바람이 센 도시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랍니다.

2년 전, 본사가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2년 전까지만 해도, 마크레빈슨이며 JBL 등이 각자 따로 움직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엔지니어링이며 개발 면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인 구조였습니다.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윈윈의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특히 R&D쪽에서는 이런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었죠.

그러면 어떤 식으로 구획 정리를 했습니까?

일단 노스리지에서는 스피커를 전문적으로 다룹니다. 드라이버 개발이며 AB 테스트 등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반면 시카고의 엘카트에서는 앰프를 비롯한 전자 계통을 중점적으로 만들죠. 아무래도 마크레빈슨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겠죠. 솔트레이크 시티에선 프로세싱, 중국 센젠에서는 디자인 등을 다룹니다. 이전까지는 브랜드별로 나눴다면, 지금은 업종별로 나눈 셈이죠.

일단 노스리지 쪽부터 말씀해주시죠. 이 도시는 캘리포니아에 있죠?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피커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50만불짜리 레이저 계측기까지 사들였답니다. 일단 드라이버부터 자체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파헤칩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앞뒤로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그 진동이 정확히 음성 신호와 대응해야 합니다. 그 싱크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합니다. 또 SLA(Stereo Lithography)라는 과정을 통해 프로토 타입으로 만들어진 스피커를 24시간 동안 계측하기도 합니다.

리스닝 테스트는 어떻게 합니까?

기본적으로 리서치 팀이 2채널 및 멀티 채널을 체크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청 테스트를 할 때 아주 유니크한 접근법으로 결론을 냅니다. 일단 하나의 시제품이 있으면 이것을 커튼 뒤로 감춘 다음 이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회사 스피커들을 동원해서 AB 테스트합니다. 이때 어느 정도 음질상의 우위가 발견되지 않으면 개발을 취소하는 것이죠. 음에 대한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4~5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기에 차라리 이런 식으로 빠르게 비교 테스트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JBL 중 신세시스 시리즈만 다룹니다. JBL의 다른 홈 오디오 및 프로 음향 쪽은 다루는 파트가 따로 있답니다. 워낙 덩치가 큰 브랜드니까요.

마크레빈슨이 속한 엘카트에 대해 궁금합니다.

마크레빈슨은 기본적으로 총 45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No. 53의 경우 무려 5개의 특허를 취득하고 있죠. 이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칩입니다. 이것이 앰프의 동작 대부분을 통제하기 때문에,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앰프의 크기나 내구성 등도 달라집니다.

그럼 솔트레이크에 있는 것은 주로 렉시콘 관련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최근 렉시콘은 DD-8이라는 멀티채널용 앰프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몸체 안에 무려 8개 채널을 커버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에다 32채널 홈시어터를 구성한다고 할 경우, 종전에는 거의 한쪽 벽을 다 채울 정도의 파워 앰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제품을 쓰면 고작 4개만 갖고도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사운드 퀄리티 면에서 타협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기서 파워부는 클래스 D 방식으로 구성, 마크레빈슨에서 쌓은 노하우를 탑재했고, 역시 칩도 상당 부분 마크레빈슨의 기술을 응용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4개의 주요 브랜드를 다루지만, 이익은 각자의 몫으로 나눕니다. R&D며 마케팅은 공유하지만, 셰어는 정확히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마케팅 쪽에서 획기적인 이벤트를 실현했다고 들었습니다. 잠시 소개해주시죠.

저희 제품들은 2채널 및 멀티채널에서 첨단의 테크놀로지가 투입되어 탁월한 사운드 퀄리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커다란 트레일러를 구입해서 멀티채널 및 투 채널용 리스닝 룸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려 50만불이나 소요되었죠. 이렇게 꾸며진 트럭이 북미 지역 곳곳을 누비며 홍보를 하는 것입니다. 단, 너무나 차체가 커서 유럽과 같은 지역엔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아무튼 이것을 가지고 각종 필름, 재즈 페스티벌에 가서 홍보하고, 특정 지역의 딜러를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이번 CES 때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이군요. 이번 CES에 꼭 방문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저희의 마케팅은 근본적으로 오디오파일만 찾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고객들을 모셔서 더욱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죠. 이를 위해 각종 건축, 패션, 인테리어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 겨울 런던에 있는 헤롯 백화점엔 렉서스 승용차와 마크레빈슨을 함께 진열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상당히 호응이 크죠.

중국 쪽 시장도 무시할 수 없죠?

그렇습니다. 특히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럭셔리 트레이드 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계, 승용차, 만년필 등 최고의 명품들이 전시되지만, 여기에 오디오 파트의 한 부분으로 저희가 참가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카, 베스트 워치 그리고 베스트 오디오 시스템인 셈이죠.

마크레빈슨의 신제품에 대해 알아보죠. No. 500H 시리즈가 이번에 새로 런칭되었죠?

맞습니다. 531, 523, 533 그리고 535가 있습니다. 우선 그 각각의 컨셉이 다릅니다. 각각 모노럴 파워, 듀얼 모노럴 구성 스테레오, 3 채널 그리고 5 채널 형식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단, 디자인이 통일되고, 무엇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도록 만든 점은 공통됩니다. 각각의 출력단을 모듈 방식으로 해서 문제가 생길 경우 교체하도록 했고, 클래스 D가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파워단을 꾸민 것도 큰 특색이죠.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럭셔리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렉서스 승용차에 마크레빈슨의 시스템이 장착되는 것은 잘 알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하이파이 및 멀티채널 모두를 하이 퀄리티로 추구하려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제품군이 될 것입니다.

레벨(실은 레블이라고 읽음)에서는 아키텍추얼 시리즈를 내놨군요. 월 마운트 방식으로 보입니다.

네. 최근에 21개의 신제품을 런칭했습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베젤리스 디자인(Bezel-less Design)이 더 눈에 들어올 겁니다. 이것은 기존의 월 마운트 스피커들이 그릴을 장착할 때의 방식을 개선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전면에 그릴을 붙일 때 측면에 일정한 공간을 남겨둡니다. 일반 오디오로 쓸 때엔 눈에 거슬리지 않지만, 벽에 붙이면 이 띠 같은 것이 눈에 거슬립니다. 이번에 레벨에서는 그릴이 전면 모두를 덮는 디자인을 채택해서 이런 거슬리는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또 인스톨도 쉽게 해서, 누구나 원하는 공간에 매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품 사진을 보니 일반 사각형 모델 외에 원형으로 된 것도 있군요.

공간에 따라 또 디자인 컨셉에 따라 선택이 용이하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그런데 원형의 모델을 만들 때엔 애를 좀 먹었습니다. 네트워크를 드라이버 주변에 원형으로 빙 둘러서 배치해야 하니까요. 1인치 알루미늄 트위터의 성능이 우수할 뿐 아니라, 4차 오더를 써서 미드 베이스와의 연계성을 높인 점은, 실제 음을 들었을 때 상당히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줄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습니다. 세계 경제 역시 좋지 못했고요. 그럴 경우 하만그룹처럼 몸집이 큰 오디오 회사들은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생각하는데요.

다행히 올해부터 경기가 나아져서, 저희는 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홍보용 트럭을 운용하고, 럭셔리 쇼에 참가하고,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펼친 결과라 생각하고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가 넘볼 수 없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데에 매진한 데에 따른 성과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마크 레빈슨, JBL 등의 브랜드에 특별한 로망을 가진 애호가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저희 애호가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