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달리라고 하면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이름부터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덴마크에 소재한 스피커 회사의 이름이라고 하면, 아, 맞아, 하면서 선명한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로 ‘Dali’라고 쓴 로고를 그때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오디오파일들에게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우선 스피커 회사를 떠올리고, 그 다음에 스페인 화가라는 식으로.

처음 달리의 이름을 봤을 때, 대체 무슨 뜻으로 저런 사명을 지었을까 의아했었다. 그러다 ‘Danish Audiophile Loudspeaker Industries’의 약어라는 사실을 알고는 약간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뭐야, 겨우 이런 내용이었어? 라는 식의. 한데 여기서 대체 대니쉬 오디오파일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인터뷰로 알게 된 사실은 그게 창업자 피터 링도르프(Peter Lyngdorf)라는 점이었고, 스피커 회사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설립 후 지금까지 스피커 하나만 전문적으로 만들어오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 1983년 창업 이후 근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오로지 스피커 한 부문에만 매진해서 무려 65개국에 수출하는 기업, 이게 바로 달리다. 그리고 이번에 아시아 판매 담당 길레 브룬(Gilles Brun)씨를 만나 좀 더 심도 깊은 내용을 듣게 되었으므로, 달리라는 회사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겠다.

(하이파이클럽의 명함을 보며) 참 친숙한 이름이군요.

실은 달리에서 74개에 달하는 오디오 숍을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운영하고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 ‘하이파이 클럽’(정식으로는 Hifi Klubben)이거든요.

달리는 피터 룽도르프에 의해 1983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주로 OEM을 했는데, 하만이나 서윈 베가 등에 납품했습니다. 그러다 자사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것이죠. 달리는 크게는 오디오 노르트(Audio Nord)라는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이 회사 역시 피터가 만든 것으로,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스피커 전문 제조업체인 달리고, 또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하이파이 클럽이라는 오디오 숍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수입원이죠.

위에 언급한 세 개의 브랜치는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이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달리에서 신제품이 나와도 하이파이 클럽에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판매가 되지 않습니다. 이 숍에선 달리 외에 삼성 전자의 모든 제품, 마란츠, 데논, NAD, B&W 등의 제품을 취급합니다. 그러므로 별도의 수입 관련 업체가 필요해진 것이죠.

아마 400명이 넘을 것입니다. 달리만 놓고 말하면 100여 명 정도라 보면 됩니다.

저도 그 분의 이력에 대해 낱낱이 꿰뚫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런 말씀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매 2초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구치는 양반. 끝도 없이 머리가 돌아가는(boiling brain) 분이라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회의석상에서 핸드폰이 화제가 되었다고 칩시다. 그럼 피터는 좀 살펴보고는 계속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우연히 리모컨에 시선이 가면 또 그런 식이죠. 한 마디로 천재라 하겠습니다.

오디오 노르트 그룹을 만든 것도 다 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스피커를 만들려고 했지만, 판매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뭐, 숍을 만들면 되지, 라고 해서 하이파이 클럽을 오픈했습니다. 처음엔 달리만 취급했지만, 이런저런 제품과 인연을 맺게 되자, 그럼 별도의 회사를 만들지, 라고 해서 수입사를 오픈했고요. 지금 이 분이 뭐하는지 아십니까? 개인 취미 차원에서 링도르프와 스타인웨이 오디오 두 회사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5~6년전에 피터가 손을 떼고, 당시 수석 엔지니어였던 라스 보레(Lars Worre)에게 일임했습니다. 이 분은 전자 계통의 엔지니어이면서 오랜 기간 달리에서 일한 전력이 있죠. 그가 스피커 설계뿐 아니라 마케팅, 회계, 개발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물론 별도의 R&D 팀이 있어서 실제로 신제품은 이쪽에서 라스와 협력을 통해 나오고 있죠.

저는 아시아 쪽 판매 담당으로 보면 됩니다. 그러나 그 영역이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타이완,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홍콩, 스리랑카 등을 포괄하니까요. 또 달리 차이나의 중책도 맡고 있어서, 이쪽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답니다.

우선 생산품의 99%가 스피커에 집중된, 스피커 전문 제조업체라는 점입니다. 그 외에는 일체 한 눈 팔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 유닛을 제외한 모든 부품이며 인클로저, 네트워크 등 모든 생산 공정이 단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인도에 하청을 줘서 생산하는 모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가격대비 성능에서 탁월합니다. 저희 제품을 세계 최고라 단언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의견에는 아무래도 주관적인 부분이 개재되니까요. 그보다는 같은 가격대에서 저희 제품이 퀄리티 면에서는 최고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오디오 노르트 그룹이 있는 뇌라거(Noerager)라는 소도시에 함께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여러 개의 파트로 건물이 나뉘어 있는데, 그 광대함에 놀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입사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을 쌓아놓은 창고가 있습니다. 예전에 인도의 디스트리뷰터와 함께 그곳에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답니다. 워낙 크고 또 높아서 도저히 나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실제로 이 창고는 컴퓨터를 통해 제품을 입고, 출하하는 시스템으로 관리됩니다. 일일이 사람 손을 빌릴 수가 없는 것이죠.

맞습니다. 사실 저는 덴마크인이 아닌 프랑스 사람입니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저런 큰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적잖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그 효율성에 그만 기가 질려버렸죠. 예를 들어 회계를 보죠. 세 브랜치의 모든 입출금 내역을 1과 1/2인이 하고 있습니다.

남자 직원 한 분과 여자 아르바이트 한 명. 그러니 1.5인이죠.

다시 말해 필요한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자동화 공정에 맡긴 것이죠. 예를 들어 달리의 수출 담당만 해도 불과 4~5명의 직원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높은 효율성을 갖고 무려 65개국의 수출 업무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18,000평방미터였는데, 최근에 수리 전문점이 들어서서 21,000평방미터가 되었습니다. 작년에만 15,000세트의 스피커를 판매했는데, 물론 90% 이상이 수출입니다. 저희 회사는 매년 20%씩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며, 올해엔 약 10% 정도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매년 0~1% 정도 오르는 오디오업계 전체의 상황으로 볼 때 이례적인 수치라 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쪽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2006년만 해도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약 8%에 달할 전망입니다. 달리 차이나라는 별도의 회사를 만든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또 경외하기 때문에 제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항상 퀄리티가 좋으면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죠. 그러므로 전세계 탑5 안에 드는 스피커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다행히 지역에 따라 저희 제품이 높은 순위에 드는 것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4위에 랭크되었고, 폴란드는 2위, 러시아 3위, 호주 1위 하는 식입니다.

여기엔 6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선 광범위한 방사(wide disperse)입니다. 저희는 음악을 혼자서만 듣는 취미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즐겁게 감상하려면 스위트 스폿이 좁으면 안됩니다.

둘째는 캐비닛 설계시 공진을 최대한 줄인다. 물론 이것은 외관만 보고는 판단이 힘듭니다. 인클로저 안에 다양한 처리를 해서 공진을 없애기 위한 고안이 많이 투입되어 있습니다. 

셋째는 3D 오디오. 이른바 음장이라고 해서, 사운드 스테이지가 정확히 나와야 합니다. 

넷째는 타임 코히어런스(time coherence). 저역부터 고역에 이르기까지 일체 시간축의 어긋남이 없어야 하고, 이를 통해 3D 음향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로는 앰프와 친구가 되라. 무슨 말인가 하면, 어떤 앰프를 걸어도 쉽게 구동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핸드크래프트. 다시 말해 자동화 공정으로 구할 수 있는

장점은 취하되 되도록 노련한 장인의 손길을 많이 타게 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죠.

좋은 지적입니다. 저희는 소프트 돔과 리본을 동시에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트위터에 채택합니다. 다만 이것은 전혀 겹치는 컨셉이 아닙니다. 일정하게 주파수 대역을 구분해서 동작합니다. 아랫부분을 콘이, 윗부분을 리본이 담당해서 전체 고역을 처리하는 것이죠. 또 두 유닛은 서로 개성이나 장점이 다릅니다. 리본의 경우, 방사각이 넓어서 골고루 방 안에 음이 퍼지게 합니다. 반면 소프트 돔은 사운드 퀄리티가 뛰어나죠. 이런 장점을 고역에서 스무드하게 융합시키기 위해, 일종의 하이브리드 트위터를 개발한 것입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고역에 쓰는 돔 트위터는 1인치지만, 저희는 1.1인치를 사용합니다. 그럴 경우 주파수 대역을 더 밑으로 내릴 수 있어서 미드레인지의 부담을 덜어주게 됩니다.

전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분야를 알려면 그만큼 R&D라던가 인력 배치라던가 여러모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그만큼 신경이 분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본업의 장점을 잃고 마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둘째는 아무래도 그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진이나 가격 경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1년 이상 가는 모델이 몇 개나 됩니까? 그보다는 우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쪽으로 눈길을 던지고 있습니다. 액티브 스피커 같은 것이 좋은 예죠.

네. 단 이럴 경우 형식 승인의 문제가 있어서 수출 관계에 복잡한 요인들이 많이 개재할 것 같군요. 그런데 저희가 이런 액티브 스피커를 기획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앰프의 입지나 역할이 점점 더 줄어들 전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비디오 테입에서 DVD 그리고 블루 레이. 요새는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시키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실제 DVD 플레이어나 블루 레이 플레이어를 갖고 계신 분이 얼마나 될까요? 비디오 테입 시대보다는 훨씬 숫자가 적을 것입니다. CDP 역시 마찬가지고요. 앰프로 그럴 운명이라고 봅니다. 스피커 속에 넣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라 보니까요.

이 부분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OEM으로 납품 받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이쪽을 알아야 계속 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난점이 많죠. 선뜻 뭐라고 답변을 내리기 힘들군요.

저희 회사는 늘 신제품이 나옵니다(웃음). 작년에 이콘 MK2 시리즈를 끝냈고, 올해에는 엔트리 클래스의 제품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저희의 신제품들은 일정한 사이클이 있는데, 최근 2년간은 중저가 모델들에 집중했습니다. 이제 서서히 고가 제품들에 손을 댈 시기라 보고, 하이 엔드급의 제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컨셉 시리즈를 대치할지 아니면 함께 공존시킬지는 마켓의 상황에 맞춰 결정해야겠죠.

지금 새틀라이트 모델이 나왔고, 앞으로 더 큰 제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수려하고 아름다워서 여성분들의 지지를 많이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예전에는 자동차니 오디오니 다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여성의 의견도 많이 중요해졌습니다. 자동차를 보면 피아트 500, 비틀, 미니 등 여성들의 호응을 얻는 제품들이 많지 않습니까? 바로 그런 컨셉으로 만들었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