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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쉬 및 어메리컨 사운드라는 두 개의 축이 우리 오디오계를 지배하던 90년대 중반, 갑자기 이탤리언 사운드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참 흥미로운 브랜드가 많이 소개되었다. 소너스 파베르를 필두로, 차리오, 오페라, 파토스, 유니슨 리서치 등 야무진 메이커들의 제품이 이 시기에 대거 등장한 바, 특히 성악과 바이올린에 강점을 갖고 있어서 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실 한때 로마 제국의 전성기를 경험한 바 있는 이태리는 가히 화수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디자인에 관해서는 전세계 톱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부지런히 이태리 곳곳을 누비며 성당이며 박물관, 부띠끄, 호텔 등을 섭렵한 바, 과연 이 나라의 센스나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구나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이번에 만난 아스트리(AStri)는 그간 여러 오디오 쇼에서 대면한 적이 있지만 늘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터라 자세히 관찰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배경은 결코 만만치 않으며, 실제로 이 회사를 주재하는 알베르토 사바티니(Alberto Sabbatini)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중에 리뷰를 위해 C3를 들으면서 참 대단한 회사로구나 인정할 수 있었다. 제품 리뷰에 관해서는 별도의 기사가 이미 소개 되었으니 참조 바란다.

 

단, 이 과정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아스트리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탤리언 사운드와 여러모로 경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밀도감 넘치는 중역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음 조성과는 달리 상당히 전대역의 반응이 평탄하고 와이드하며 하이 스피디한 음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따스한 목질감이 곁들어져 매우 수준높은 음악성이 배양되고 있는 바, 이 부분에서 필자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는 여러모로 아스티라는 신생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인터뷰어 :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알베르토 사바티니(Alberto Sabbatini)
 

 

AS : 이곳은 이태리 중부에 소재하고 있는데, 동쪽으로는 아드리아 해에, 서쪽으로는 산악 지형에 면해 있죠. 정확히 해안과 산악의 중간 지대에 놓여 있어서, 서쪽으로 30Km 정도를 가면 산이 나오고, 반대로 동쪽으로 30Km 정도 나오면 아드리아 해가 나오는 식이죠. 인구는 고작 1,000 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곳이지만, 주변에 공업 지대가 있어서 핸드 메이드로 제작되는 수준높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악기 회사가 많죠.

 

 

AS : 기본적으로 이 회사들은 주문 생산 전문입니다. 특정 아티스트나 애호가가 자기 개성에 맞는 사양을 주문하면, 그에 맞춰 딱 한 대를 만들어주는 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대규모 메이커와는 방침 자체가 다릅니다. 그중 유명한 회사가 피아노를 만드는 로시니라던가 기타를 만드는 에코 등이 있습니다. 또 근방에 신세시스라는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회사도 있는데, 한국에서 꽤 유명한 브랜드로 알고 있습니다.

 

 

AS : 기본적으로 이 지역엔 풍부한 목공예 장인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악기 제조를 근간으로 하는 산업이 발달한 덕분입니다. 당연히 스피커 인클로저 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AS : 저는 1969년에 이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친은 변호사였는데, 음악을 좋아해서 일찍부터 오디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토렌스, 매킨토시, 클립쉬 등을 어릴 때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 후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다가 16살 무렵에 그만뒀습니다.

 

 

AS : 배구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팀에서 주전으로 뛸 만큼 실력이 좋았답니다. 당연히 인기도 많아서 미인들과 데이트도 자주 했죠. (웃음) 이후 대학에서는 부친의 뜻에 따라 법률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닌 대학이 집에서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자취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음악이 너무 듣고 싶어서 자작에 몰두했습니다. 18살 때 처음 스피커를 만들었고, 인티 앰프도 제작했습니다. 단, 턴테이블은 직접 만들 수가 없어서 몰래 부친의 사무실에서 들고 나왔습니다. 토렌스의 TD 165라는 모델입니다.

 

 

AS : 물론이죠. 그런데 점점 오디오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습니다. 더 좋은 소리, 더 나은 시스템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그만 법률쪽에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엔 전공과 상관없이 오디오 관련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마체라타에 소재한 아우디손이라는 카 오디오 전문 메이커입니다. 여기서 10년간 일을 했습니다. 제가 일할 무렵엔 쑥쑥 회사가 성장해서 처음 입사 때엔 17명이었던 직원이 퇴사할 때엔 70명이나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 회사와 연은 끊이지 않아 정기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AS : 처음에는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스피커 설계에 관여하게 되어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죠. 이 시기에 결혼도 하고, 직급도 부사장 정도에 이르렀으니 여러모로 안정된 상황이었죠. 하지만 한 10년쯤 지나자 갑자기 공허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퇴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죠.

 

 

AS : 그렇죠. 이 동네엔 수준급의 목공예 장인들이 많아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멋진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메카니컬이나 어쿠스틱에 관련된 엔지니어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금 제정신이냐 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고향에 와서 스피커 회사를 차리겠다고 하니 누군들 정상으로 봤겠습니까?(웃음)

 

 

AS : 처음에는 3AS로 했습니다. 3이라는 숫자는 완벽을 의미하는 Trinity (트리니티)를 뜻하며, 여기에 제 이름의 앞 글자인 AS를 더했습니다. 최고 최상의 상태를 의미한 것이죠. 그러나 이름을 꼭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쳤습니다. 그 원인은 3AS는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3 ass, 즉 3개의 엉덩이라고 인식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웃음)

그리하여 "AS"는 그대로 두고, 3의 “tri"를 뒤에 붙인 겁니다. 처음의 뜻은 그대로 두되 좀 더 각인될 수 있는 이름으로 한 것이죠.

 

 

AS : 맞습니다. 우리는 “한계가 없는 감성”(No Limit Emotion)을 제품에 담으려고 합니다. 아스트리는 밤하늘을 수놓은 많은 별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별들을 보면서 특별한 감성을 느낍니다. 사운드라는 것도 결국 이런 감성과 관계되어 있죠. 저는 이런 아무 제약 없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감성 또한 어떤 제한도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감성을 담기 위해 저희 제품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죠. 물론 제작을 하다 보면 일정 부분은 타협할 수밖에 없지만, 아무튼 이렇게 한계를 두지 않고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AS : 우선 트위터가 밑에 있고, 미드레인지가 위에 달려있는 모습이 흥미로울 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위터의 위치가 정확히 우리가 음악을 듣는 자리에서 귀의 높이에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미드레인지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온 점이 색다를 겁니다. 거기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콘 스피커를 봅시다. 중앙에 센터캡이 있고, 그 주위로 진동판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죠. 이것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소리를 냅니다. 따라서 기본 축은 센터캡의 표면부라 하겠습니다. 그럼 돔 트위터를 볼까요? 이것은 앞으로 볼록 솟아있는 부분이 중심이 됩니다. 이 둘의 위치가 정확히 일직선상에 올려져야 정확한 타이밍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미드레인지 부분이 약간 돌출된 형태가 된 것이죠.

 

 

AS : 그런 방식으로는 두 개의 포인트가 정확히 일직선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뭐 억지로 맞출 수는 있겠지만 정확히 90도로 떨어지는 일직선상에 올려놓기 힘들죠. 그래서 이런 접근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AS :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인클로저 전면과 위 아래 부분은 단단한 원목으로 만듭니다. 반면 양쪽 사이드 및 뒷면은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된 자작나무를 씁니다. 저희는 규모는 작지만 무향실을 갖추고 있어서 여기서 설계 때에도 연구를 하지만, 완성된 제품 하나하나를 다시 계측합니다. 스피커 앞에 마이크를 대고 측정도 하지만 때로는 위쪽 혹은 아래쪽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마이크를 들이대고 연구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모든 인클로저는 CNC 머신으로 깎습니다. 저희 제품엔 프런트며 사이드 패널 외에 다양한 보강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약 30여 종에 이르는 나무 부품들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정교하게 깎아내지 않으면 완성품을 만들 수가 없죠.

 

 

AS : 총 네 개의 제품이 있습니다. 가장 작은 C1을 시작으로, C2, C2.2 그리고 C3로 이어지죠. 각각의 제품엔 별도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모두 은하수에 있는 별들에서 따왔습니다. C1의 경우 데넵(Deneb)이라 명명했는데, 이것은 은하수에서 제일 밝은 별을 의미합니다. C2의 알비에로(Albiero)는 쌍둥이 별이라는 뜻으로, 이 제품에 우퍼 두 개가 들어간 데에서 착안했고요, C3의 스케디르(Schedir)는 가장 큰 별을 의미합니다.

 

 

AS :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1인 공방이라고나 할까요? 혼자서 주문받고, 생산하고, 납품하는 형태입니다. 별다른 홈페이지도 없어서 전화로 거래하는 식입니다. 프로페셔널한 구조를 갖고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C1과 C3를 만날 수 있었는데, 마감이 서로 틀리군요.

 

AS : 저희 홈페이지에 오면 알 수 있지만, 다양한 마감 옵션이 제공됩니다. 또 고객이 원하는 무늬를 칠해줄 수도 있습니다.

 

AS : 개인적으로 룸 어쿠스틱에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저는 세팅을 위해 한동안 고객들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약 400여 가구를 방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노우하우를 여기 튜닝재에 담았습니다. 흡음재, 반사재, 분산재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고, 겉에 두른 천은 실제 소파나 가구에 사용하는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일반 가정에 들어갔을 때 일체 위화감이 없어야 하니까요.

 

 

AS : 네. 감사합니다.
 

사실 정식 인터뷰와 별도로 룸 어쿠스틱에 관한 알베르토 사바티니씨의 강의가 이어졌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이 짧은 지면에 도저히 담을 수 없어서,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기로 하겠다. 실제 그는 디테일한 자료를 갖고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한다고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스피커 배치나 룸 튜닝에 관한 좋은 정보가 많을 것같다. 그러므로 그가 만든 룸 튜닝재는 결코 디자인적인 요소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가격도 저렴하므로 충분히 집에서 실험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