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파리에 소재한 대학의 강의실에서 재미있는 실험이 열렸다. 우선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듣고 필기한 학생들을 A 그룹으로 했다. 그리고 이 강의를 녹화해서 스크린에 투영, 스피커로 내용을 전달받은 학생들을 B 그룹으로 했다. 이후 A와 B의 노트 필기를 평가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B 그룹의 내용이 형편없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몇몇 학생들은 엉뚱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골드문트의 연구 팀이 참가, 강의 내용을 스크린 및 스피커로 들려주되 동사 최신의 기술인 레오나르도 프로젝트를 투입해서 들려줬다. 이 그룹을 C라고 하면, 그 결과가 놀라왔다. B는 물론, A 그룹마저도 능가하는 충실한 내용이 노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확실히 골드문트에선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전에 동사 연구 팀의 일원인 베로니끄 아담을 만나 최근에 화제를 몰고 온 프로테우스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본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엔 뭔가가 확실히 부족했다. 마침 골드문트의 수장이자 오디오계의 레전드 중의 한 명인 미셸 레버숑(Michel Reverchon) 씨가 내한했으므로 서둘러 자리를 마련했다. 과연 그 내용이 놀랍고, 흥미로워 이 짧은 지면에 모두 담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인터뷰어 : 이종학 (Johnny Lee)

인터뷰이 : 미셸 레버숑 (Michel Reverchon)

 

MR : 맞습니다. 그 때엔 레오나르도 프로젝트를 한참 홍보할 때였죠. 이제 그 프로젝트를 보다 발전시켜 프로테우스 프로젝트까지 왔습니다.

 

-지난번에 아담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프로테우스 프로젝트의 역사가 꽤 긴 것에 놀랐습니다. 그 개발 동기나 과정과 같은 부분을 좀 설명해주십시오.

MR : 1982년부터 CD가 보급되어 처음 몇 년간은 그냥 CDP 한 종류만 나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디지털쪽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므로 이 매체에 뭔가 큰 가능성이 담겨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990년에 독자적인 디지털 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과연 이 안에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탐구했습니다. 혹 스피커의 네트워크까지 처리할 수 있는 필터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죠. 그러다 2004년도에 우리가 처음 만든 디지털 프리앰프 미메시스 24를 내놓으면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습니다. 이 안에 볼륨 컨트롤이라던가 멀티 채널 디코딩과 같은 기능을 넣으면서 아주 약간이지만 필터를 넣을 수 있었거든요. 물론 매우 적은 부분이어서 실제 효과는 없었지만, 디지털 프로세싱 안에 필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MR : 맞습니다. 그러다 2006년경 큰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당시 오리지널 노틸러스를 어떻게 구동하냐가 큰 관건 중의 하나였는데, 이 대목에서 저희가 만든 디지털 프리앰프 속에 크로스오버를 넣어 사용해봤더니 그 효과가 엄청났습니다. B&W가 노틸러스에 끼워준 패시브 크로스오버보다 훨씬 정확하고, 명료한 음이 나오면서 저희가 추구하는 쪽이 옳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패시브 필터 안에는 시간축 불일치, 저항이나 콘덴서의 공진, 솔더링의 악영향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죠. 이를 디지털 필터로 해결하면서 놀라운 진보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MR : 2007년 무렵 우리가 새 스피커를 개발하면서 바로 패시브 필터에 대한 문제들이 강하게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나 고민하다가 프랑스에 소재한 사이코 어쿠스틱 랩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국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엄청난 브레인들이 몰려있죠. 이때만 해도 이 연구소는 우리가 제안하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죠. 특히 위상과 시간축 왜곡에 대한 문제점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리 연구 팀과 함께 진행하면서 점차 핵심에 접근해서 상당한 해법을 찾았습니다. 이게 바로 레오나르도 프로젝트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MR : 아주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일반적인 패시브 필터를 쓰면 당연히 하이 프리퀀시가 로우 프리퀀시보다 딜레이 되어 나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정반대의 신호를 함께 보냅니다. 그럼 약간 딜레이된 하이 프리퀀시가 그 다음에 온 로우 프리퀀시와 만나 정확한 싸인파를 이룰 수 있는 것이죠.

MR : 해드폰을 보십시오. 악기 배치가 정반대로 되어 있죠.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면 위상이 이렇게 바뀝니다.

 
-아, 그렇군요.

MR : 당시에 위상만 생각했지, 타임 에러에 대한 부분은 크게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위상뿐 아니라 시간축까지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구가 기반이 되어, 좋아, 그렇다면 아예 패시브 필터를 없애고 프리앰프쪽에디지털로 크로스오버를 넣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생각만 했지 막상 달려들진 못했었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팀이 움직여 드디어 프로테우스 프로젝트가 다음 해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를 갖고 2009년 L.A.에 있는 저희의 데몬스트레이션 하우스에서 본격 시연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정말로 놀라웠죠.

MR : 우선 패시브 크로스오버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사실 일반 네트웍 안에 들어간 부품부터 완벽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각종 공진까지 생각하면 왜곡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죠. 우리는 디지털 상에서 이를 처리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원하는 내용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스피커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를 썼냐 돔 트위터를 썼냐, 인클로저는 목재냐 복합 물질이냐 등등 스피커마다 만듦새가 다릅니다. 이를 아날로그식 방법으로 일일이 제작해서 교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얼마든지 애호가가 사용하는 스피커에 맞출 수 있습니다.

MR : 예를 하나 들어보죠. 저희 회사의 플래그쉽 스피커인 에필로그를 보면 네트웍을 만들 때 162개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이를 디지털로 처리한다고 하면 약 3천 개 정도의 부품을 써서 보다 정밀하게 처리했다는 이야기가 되죠.

MR : 프로테우스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은 유닛 하나에 파워 앰프 하나를 물리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얻어지는 이득이 엄청납니다. 우선 패시브 필터가 없이 바로 파워 앰프를 유닛에 직결하기 때문에 쉽게 구동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유닛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서 스피커의 내구성 면에서 볼 때 훨씬 유리하죠.

MR : 이렇게 봅시다. 기본적으로 스피커는 유닛이 진동해서 소리를 내는 구조입니다. 이 진동판이 제어가 되지 않아 지나치게 앞으로 나갔다가 뒤로 오는 일이 반복되면 빨리 소모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유입되는 신호만큼 유닛이 움직이게 통제하므로 그럴 일이 없죠. 그 결과 약 15dB 정도의 레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95dB의 감도를 가진 스피커라 하면, 프로테우스 프로젝트로 사용할 경우 110dB짜리 스피커로 변신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다이내믹스, 디테일 등이 상승할 수밖에 없죠.

MR :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저희는 하나의 파워에 2채널, 3채널 등을 담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2~3종 더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럴 경우 출력이 높은 고가의 파워 앰프를 단품으로 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죠.

 

-요즘 프로테우스 프로젝트에 관한 화제가 끊이지 않더군요. 스피커의 개조라는 문제와 각각의 스피커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난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마켓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모양이죠?

MR : 우선 언급할 그룹이 바로 수입상들입니다. 함께 수입하는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저희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오디오 갤러리에서 특별히 비비드 오디오를 추천해서 이 회사의 상위 모델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두 번째로는 메이커들입니다. 몇 몇 회사가 관심을 보인 가운데, 자신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있습니다. 비비드 오디오는 물론 최근 포컬에서 이런 관심을 표명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애호가들입니다. 자신이 운용하는 스피커를 프로테우스 프로젝트에 맞게 쓰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럼 저희가 일정한 비용을 받고 제작해주죠. 사실 저희 회사엔 스피커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어서 어떤 제품이든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MR : 맞습니다. 일례로 A와 B라는 스피커를 봅시다. 그냥 들으면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저희 프로그램을 쓰면 상당 부분이 흡사해집니다. 이는 스피커에 개재하는 여러 악영향을 모두 제거한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을 높이 사는 제작자들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비비드와 포컬이 그런 예로, 특히 비비드의 로렌스 디키씨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제게 연락해서 함께 개발해보자라는 제안을 했을 정도입니다. 확실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피커의 제작도 다른 차원으로 이행하는 것 같더군요.

 

MR :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테우스 프로젝트가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들고 나올 겁니다. 일례로 지금은 스피커쪽에만 적용시켰지만 앰프에도 적용하려고 연구 중입니다. 멀티 채널에 관한 여러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MR :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웃음) 우선 골드문트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 됩니다. 우선 진짜 비즈니스를 합니다. 단순히 재미나 즐거움을 위해 제품을 만들지 않고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둘째는 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소니와 같은 회사는 전체 수익의 17%를 R&D에 투자하지만 우리는 30%를 투여합니다.

 

-역시 끊임없는 개발만이 메이커의 명성과 신뢰를 높이는군요.

MR : 사실 저는 많은 오디오 제작자들을 만났고 그중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뮤지션이거나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기초 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학이나 물리학에 대한 소양이 아쉽죠. 저희 회사에 있는 10명의 엔지니어들은 일전에 만나본 베로니끄처럼 모두 이런 분야에 대한 지식이 대단합니다. 또 이들뿐 아니러 전세계 각지에 소재한 대학이나 연구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즘만 해도 미국,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그리고 일본에서 각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MR : 저에게 있어서 오디오란 실제 공연에서 귀로 들은 음과 이를 레코딩해서 오디오를 통해 들은 음의 차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여태 제가 오디오 제작에 몰두하게 만든 이유라 하겠죠. 처음 20년간은 그 리스트를 뽑는 데에 바쳤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66개의 도메인을 구분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타임 디스토션에 관한 개념을 정립했을 때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최근의 성과들은 결국 이런 바탕에서 우러나온 것이죠.

 

MR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