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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은 독자적인 설계의 SATRI 회로와 탁월한 사운드로 명성이 높은 회사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명성이 어떤 마케팅이나 광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사운드 퀄리티와 애호가들의 입소문 만으로 이루어 놓았다는 것이다.
 
나가이 사장은 25년 전부터 SATRI 회로를 창시한 사람으로 첫인상부터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 내지는 오디오쟁이의 고집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다음의 인터뷰는 지난 5월 서울국제오디오쇼에 참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바쿤의 나가이 사장과의 인터뷰이다.

 

 

인터뷰어: 하이파이클럽
인터뷰이: 바쿤 아키라 나가이 사장

 

AN : 이번 서울국제오디오쇼에 한국의 저희 파트너인 "바쿤 인터네셔날"이 개발한 신제품들이 출품되어 지원 및 강연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AN : 매우 훌륭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왔고 저희 제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중간중간에도 관계자 및 친구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 바쿤 앰프의 경우 매우 뛰어난 음질을 내어주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라고 봅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오디오쇼나 잡지 리뷰 등을 하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할 텐데요.

AN : 저는 앰프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마케팅활동을 하려면 아무래도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 곳에 비용을 들이기 보다는 앰프를 개발하는데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AN :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생음의 정밀 재생입니다. 그리고 좋은 소리의 추구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소리라는 것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모두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생하는 음원의 정밀도를 높게 하는 것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실제의 연주에서는 연주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연주를 다시 할 수 없습니다만, 녹음이라면 연주자의 납득이 갈 때까지 몇 번이나 다시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레코드의 음악은 실제 연주와는 달리 연주자의 최상의 것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최상의 음악을 재생하는데 단순히 좋은 소리를 추구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연주자에게 대단한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의 목표는 오직 연주자의 최상의 음악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SATRI 회로가 개발되었습니다.
 
- SATRI 회로는 기술적인 부분을 차치하고 소리만 놓고 봐도 매우 훌륭한데요.

 

AN : 25년전 처음 SATRI 회로를 개발하여 제품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저한테 이것은 "사기"라는 표현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소리가 날 수 없다"는 과격한 표현이었지요. 아직도 SATRI 회로가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구요. 한가지 비유를 들자면 일반적인 오디오회로가 비행기라고 한다면, SATRI 회로는 로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기존보다 뛰어나고 진보된 회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SATRI회로는 언제 어떻게 개발이 되었는지요?

 

AN : SATRI 회로는 약 25년 전에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오디오애호가, 특히 아날로그 레코드의 애호가였습니다. 그러나 오디오의 음원이 아날로그 레코드로부터 디지털인 CD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많은 음반들이 CD로 밖에 구할 수 없게 되어 CD를 들을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당시의 CD의 소리는 도저히 아날로그 레코드를 따라올 수 없을뿐더러, 무미 건조한 소리에 고민하던 중 어떻게든 CD의 소리를 보완하고 싶다고 하는 생각으로부터, D/A 컨버터의 제작을 생각해 냈습니다. 디지털 신호가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을 보완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D/A 컨버터로부터 SATRI 회로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AN : 당시 저는 D/A 컨버터에 아날로그의 장점들을 어떻게 응용할 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아날로그 레코드의 세계에서는 관성 질량을 크게 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었고, 턴테이블의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제품까지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턴테이블의 관성 질량을 크게 하면 아날로그 레코드의 소리가 좋아지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거기서 생각난 대답은 턴테이블의 미세한 회전 변동이었습니다. 턴테이블의 회전에 변동이 있으면 시간에 오차가 생겨버렸고 이것이 소리에 악영향을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AN : 그렇습니다. 턴테이블에서 찾아낸 아이디어를 디지털 회로에 적용할 생각이 든 것이지요. 디지털 회로에서는 시간을 결정하는 오실레이터의 주파수가 흔들려서 이른바 지터가 됩니다. 이 지터를 줄이면 줄일수록, 턴테이블의 관성 질량을 늘린 것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고, 그럴수록 자연스러운 소리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저의 최초의 D/A 컨버터에서는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지터를 줄였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D/A 컨버터의 지터는 100 pS (100억분의 1초) 였습니다. 당시의 CD의 지터의 규격은 30 nS (1억분의 3초)이하면 좋다고 말해지고 있었으니 상당한 개선을 하였었습니다.
 
- 그렇군요. 이정도 지터레벨은 현대의 기기에서도 도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이 D/A 컨버터로부터 어떻게 SATRI 회로가 개발되었었나요?

AN : 당시 저는 트랜지스터 앰프도 만들고 있었습니다만 진공관 앰프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수집한 진공관도2000개를 넘고 있었고, 특히 Western Electric사의 300B나 350B, 310A, 310B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심해서 제작한 D/A컨버터에서는 100 pS의 시간 정밀도가 나와 있는데, 앰프로도 그 정밀도가 나와 있는 것일까? 라고 의문이 생겼습니다.

 

100 pS의 시간 정밀도는 진공관의 열전자가 음극으로부터 플레이트에 갈 때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작은 반도체로 밖에 실현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회로의 개발을 시작해 실제의 음과 비교하는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 진공관의 단점을 반도체로 개선하려 하신 것 이군요. 그 때의 결과는 어떠하였습니까?

AN : 아쉽게도 자신을 납득시키는 회로를 도저히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다음의 의문이 나왔습니다. 당시의 앰프에서는 진공관에서도 트랜지스터에서도 부귀환, 즉 네가티브 피드백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만, 과연 부귀환은 시간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부귀환은 출력을 입력과 연산 보정하는 회로이고, 이 것을 통하여 낮은 왜곡, 저잡음, 높은 댐핑 팩터등의 장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폭기에 입력된 신호가 출력하러 나오기까지는 100만 분의 1초 이상의 딜레이가 생깁니다. 그러한 딜레이를 신호를 입력과 연산하므로 신호의 일부가 없어지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 근래의 많은 하이엔드 앰프 설계자들도 이러한 네가티브 피드백 회로를 피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쿤에서는 이미 이것의 문제점을 알고 계셨군요.

AN :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한 시간 정밀도 오차를 피하기 위해서는 시간 딜레이를 0으로 하든지 부귀환의 사용을 그만둘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연 시간 0의 증폭소자는 존재하지 않고, 부귀환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므로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특성의 좋은 증폭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거기서 지금까지의 알려진 오디오앰프의 회로에 대한 지식을 전부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증폭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하는 기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기존에 존재하는 공식을 통해서 설계하면 부귀환이 없이 왜곡을 없는 앰프설계는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이군요.

AN : 그렇습니다. 증폭소자가 동작할 때 비직선성을 가지고 있어서 증폭 소자 특유의 왜곡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왜곡을 줄이기 위한 특효약이 부귀환이고 이것을 사용하지 않고 왜곡이 없는 증폭은 실현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로부터 찾아낸 결론은 신호를 전압으로 제어하지 않고 전류로 제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전류 입력과 전류 출력의 증폭을 기본으로 하고 철저히 연구하여 새로운 설계를 개발하였습니다. 그 결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매우 심플하고도 고성능을 가진 회로가 탄생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회로는 여태까지 고민하던 부귀환의 문제에서 완벽히 해방된 것이었죠.
 
-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회로이니 그것을 사용하여 개발된 제품도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나왔을 것 같네요. 실제로 완성된 제품의 성능이 궁금하네요.

AN : 이 새로운 회로를 탑재한 앰프를 가지고 당시 막 일본에서 시작되고 있던 PC 통신 오디오 동호회가 주최한 도쿄의 시청회에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도쿄로부터 제일 멀리서 온 나의 앰프로부터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는 매우 조용해 졌으며 다른 제작자들은 자신의 앰프를 시연하고 싶다고 하는 소리조차 못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질문에 대답하고 저는 이 앰프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한 동호회 멤버가 “그것은 깨달음이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바로 그 “깨달음”이라는 일본단어 (사토리)에서 “SATRI”가 유래되었고, 그것이 최초의 SATRI 앰프의 탄생이었습니다.
 
- 그렇게 해서 바쿤의 SATRI 회로를 사용한 제품이 탄생되었군요. 그 이후에도 물론 회로가 발전되어 왔지요?

AN : 지금까지 말씀 드렸던 최초의 SATRI 앰프로부터 바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 해오던 계측기와 산업용 제어 시스템의 개발을 그만두고 완전히 오디오 제조사로 변신 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의 저희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술력을 모아 수많은 SATRI 회로를 개발해 왔습니다.
 
- 수많은 SATRI 회로라면 어떠한 것들인가요? 그리고 SATRI 회로의 발전과정도 궁금합니다.

AN : 최초로 발견하였던 회로부터 지속적인 회로개발을 통해 깨달은 바는 정밀하게 음원을 증폭하기 위해서는 첫째, 시간의 왜곡을 피하려면 부귀환은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저항의 비율로만 증폭을 담당하게 하여 증폭소자의 직진성을 확보한다. 셋째, 바이어스의 전류를 정밀하게 고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력 증폭단과 출력 증폭단의 간섭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SATRI 회로의 핵심요소들입니다. 지금까지의 개발로 정밀 재생에 필요한 회로의 요소는 모두 모였다고 생각하며 지금부터는 보다 정밀하게 동작하도록 계속 회로의 진화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 앞으로의 신제품 출시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AN : 최근까지 개발한 회로를 사용한 플래그쉽 앰프의 개발이 완료되었고, 마찬가지로 플래그쉽 D/A 컨버터, 프리앰프등의 소스기기등을 현재 개발 중입니다. 또한 재생기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녹음기기의 성능이 못 따라와준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SATRI 회로를 사용한 레코딩기기, 예를 들면 믹서와 마이크들도 개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국내에 위치한 바쿤 인터네셔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요? 그리고 양사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AN : 현재 저희 일본 바쿤은 회로와 제품 개발을 주로 하고, 한국에 위치한 "바쿤 인터네셔날"은 이러한 회로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통해 해외시장에 바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희 일본의 바쿤과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한국의 바쿤은 그 동안 축적한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계승하고 또 지속적인 연구와 제품개발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바쿤을 알리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고집스럽게 회로이야기와 오디오이야기만을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하는 나가이 사장을 보면서, 오로지 최고의 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숙명처럼 느끼는 장인의 긍지와 한 사람의 집념이 보였다. 그러한 집념이 현재의 바쿤 사운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