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는 질주 끝에 완성된 달리의 놀라운 신기술
아마도 오디오계에서 덴마크라는 브랜드가 갖는 밸류는 대단하리라 보인다. 특히 스피커 부문에서의 업적은 눈부실 정도에서, 우리가 손꼽는다고 해도 숱한 이름들이 거론될 정도다. 그러므로 항상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오디오계의 화제가 된다. 이번에 덴마크를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 달리의 국제 마케팅 담당 미카엘 닐센(Michael Nielsen)씨의 방한을 계기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닐센씨의 경우 그 이니셜인 MN으로 표기했다.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미카엘 닐센(Michael Nielsen)-우선 제일 먼저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알다시피 덴마크는 오디오 강국입니다. 그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MN : 굳이 따진다면 한스 크리스티안 외스테드라는 분부터 거론할 수 있습니다. 이 분은 덴마크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분인데, 이미 1857년에 전자기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를 한 바 있습니다. 이것을 필두로 덴마크에서는 전기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퍼지게 되고, 그게 나중에 오디오쪽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군요.
-오디오를 연구하는 대학이나 연구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MN : 그렇죠. 실제로 저희 오디오 메이커들은 특정 대학과 연계해서 연구를 많이 합니다. 또 특수한 분야를 연구하는 곳도 많죠. 이를테면 벤츠에서 차 문을 닫을 때 나오는 음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나노 트위터와 같은 것도 이런 연구를 통해 얻어진 산물이죠.
-그렇다면 저희가 모르는 작은 오디오 회사도 많겠군요.
MN : 예를 들어 1년에 10개 정도 앰프를 만들어서 파는 곳을 포함한다면 약 150~200 개 정도의 오디오 업체들이 저희 나라에 있답니다.
-그럼 덴마크 출신의 뮤지션들도 꽤 많겠군요.
MN : 팝 분야만 소개하겠습니다. 혹시 마이클 런스 투 락이라는 밴드 아십니까? 일본에서는 꽤 인기가 있습니다만. 또 <바비 걸>이라는 노래를 부른 아쿠아도 저희 출신입니다. 재즈쪽으로는 닐스 외스타드 페더슨이라는 더블 베이스 주자가 꼽힙니다. 그 외에 많은 뮤지션이 있지만 이쯤에서 그치죠.
-그렇군요.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죠?
MN : 네. 무척 흥분되고, 재미있는 방문입니다. 특히, 저는 한국과 일본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합니다.
-이번 기회에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주시죠.
MN : 저는 덴마크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출생했습니다. 사실 이 나라는 수도 코펜하겐을 빼면 대략 2천명 안팎의 마을들이 다수 산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총 인구라고 해봐야 5~600만명이니까,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죠.(웃음) 일찍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또 오디오에 흥미도 많아, 결국 대학 졸업 무렵엔 이쪽 분야로 진출하게 됩니다. 그 첫 직장이 B&O였죠. 여기 본사에서 2년 반 가량 근무하면서 기본적인 마켓팅과 세일즈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 후 사우디 아라비아에 파견되어 3년을 보냈고요.
-사우디 아라비아라 ... 덴마크처럼 추운 나라에서 이런 무척이나 더운 나라에서 지냈군요.
MN : 고생 좀 했죠. 그 후 서기 2000년에 야모(Jamo)에 들어가 5년간 근무하게 됩니다. 이후 독립해서 독자적인 마켓팅 회사를 운영하다가 달리와 인연이 되어, 지금은 아예 달리에 소속되었답니다.
-야모라고 하면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회사입니다. 달리 못지 않게 덴마크를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인데, 이 두 회사를 모두 섭렵했다는 경력이 이채롭습니다.
MN : 네. 한데 야모는 최근에 미국 회사에 매각이 되어 더 이상 덴마크에 소재하지 않습니다. 야모가 갖고 있는 전세계 2200 개 정도의 딜러를 새롭게 연결하기 위함이죠. 그러므로 이제는 달리가 대표한다고 봐야겠죠. 지금 달리는 전세계 65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저희 목표는 탑 5 브랜드, 그러니까 어떤 나라에서든 스피커 브랜드의 인지도가 5위 안에 드는 것이랍니다.
-현재 인원과 공장 구성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MN : 최근에 저희는 상당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 결과 중국에 별도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죠. 약 4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데, 대신 덴마크에서 파견된 매니저와 책임자가 있어서 3년이 지난 지금은 상당히 안정된 추세입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젠서와 렉토같은 엔트리 클래스의 제품을 생산합니다. 한편 본사에는 약 70명 정도의 인원이 상주하는데, 그중 반 정도가 프로덕션에 관계되어 있고, 그 나머지가 A&R, R&D 분야에 있죠.
-상당한 인원이군요. 하긴 65개국에 늘 새로운 제품들을 공급하려면 이 정도 규모는 되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MN : 저희는 창업한지 28년 정도가 되는데, 이 기간 동안 한 번도 쉼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이런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처음에는 제대로 된 디스트리뷰터를 찾기 위해 고심했지만, 지금은 알아서 찾아오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특히 2004년에 들어와 아이콘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큰 히트를 기록했고, 작년에 마크 2로 버전 업 되면서 이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번에 젠서라는 새로운 엔트리 레벨을 발표한 바, 아이콘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리라 예상합니다. 핵심 테크놀로지는 고수하고, 우드 파이버 콘지와 같은 부품도 그대로 투입하면서 가격적인 메리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창업자가 새로 런칭한 링도르프라는 회사가 있는데, 달리와 어떤 관계에 있죠?
MN : 링도르프는 소재한 곳도 다르고, 업무 또한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링도르프의 제품을 판매하다가 달리와 연을 맺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의미심장한 브랜드랍니다.
-최근에 파존이라는 아주 예쁜 스피커를 런칭했는데, 어떤 반응이 왔는지 궁금합니다.
MN : 이 시리즈는 저희의 기존 디자인과 상당히 차별화됩니다. 하나의 덩어리로 구성된 알루미늄을 다이캐스트한 인클로저라던가 5mm 두께에 이르는 단단함 등은,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상당한 공이 듭니다. 실제로 1200톤 크기의 덩어리에서 각각 깎아내어 가공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웨이브를 절묘하게 준 포름은 공진을 방지하는 데에도 좋죠. 그 결과 출시 3개월만에 1년치 분량을 다 판매해서 지금은 주문이 밀린 상태랍니다.
-대단하군요. 그리고 이번 도쿄 쇼에서 새로운 하이엔드급의 제품을 발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기회에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MN : 이번에 나온 것은 에피콘(Epicon) 시리즈의 5란 모델로, 플로워 스탠딩형 제품입니다. 도쿄에서는 데논이 저희 제품 정식 수입원인 바, 데논 앰프에 물려 시연했습니다. 꽤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죠. 올 11월부터 본격 생산해서 12월부터 출고할 예정입니다. 아시아 지역엔 내년 1~2월쯤 도착하겠군요. 이 시리즈가 의미심장한 것은 여러 중요한 테크닉이 투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간략하게 그 내용을 듣고 싶군오.
MN : 우선 매그넷 시스템입니다. 사실 오디오 컴포넌트에서 왜곡율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죠. 앰프의 경우 0.0001 하는 식으로 상당히 낮습니다. 그러나 스피커는 이에 비하면 무척 높죠.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매그넷 시스템도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보통 스피커 보이스 코일과 관련된 자석을 구성할 때 주로 철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피스톤 운동시에 자력이 유출되거나 원치 않는 곳에서 자력이 발생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SMC(Soft Magnetic Compound)라는 물질을 사용했습니다.
-SMC라, 처음 듣습니다.
MN : 원래 유럽의 어느 회사에서 개발한 것을 저희가 이 용도로 변환해서 협력 작업을 한 것이죠. 특히 이 소재는 전류의 흐름이라는 면에서도 성능이 탁월해 여러모로 왜곡율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몇 가지 부분에서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우선 주파수 대역 부분입니다.
-그래프를 보니 상당히 평탄하군요.
MN : 네. 보통은 주파수 대역에 따라 그 반응이 감소하거나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재는 그와 관계없이 평탄합니다. 또 유입되는 전류의 양과도 무관합니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점은 진동판이 앞으로 튀어 나올 때와 뒤로 들어갈 때의 상태가 종종 다른데, 이 부분에서도 인덕턴스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SMC를 투입한 드라이버를 달리 역사상 최초로 본사에서 제작합니다. 통상은 저희가 설계하고 제작은 외주를 주는데 말이죠.
-무슨 대외비 같은 게 있는 모양이군요.
MN : 뭐 그런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소재를 더 파악하기 위해 다양하게 만들어봐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여기에 또 하나 덧붙일 것은 인클로저 설계입니다. 보통은 여러 개의 챔버를 만들어 긴 통로를 통해 덕트로 빼내는데,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두 개의 우퍼에 각각 덕트를 줘서 다이렉트로 빼고, 트위터 부는 따로 작은 챔버로 보호하는 형태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 우퍼가 가진 용적이 각각 동일하도록 해서 유닛간의 불균형을 없앴고 또 앞에서 나오는 음과 뒤에서 나오는 음 사이의 시간차가 없게 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일체의 딜레이가 없다는 뜻으로, 그 결과 지저분한 음이 덧붙여지는 일이 없습니다.
-이 기회에 간단한 스펙 좀 알려주시죠.
MN : 우선 센서티비티를 보면 5오옴에 88dB입니다. 50W에서 300W까지의 출력을 가진 앰프와 매칭하면 좋고요, 담당 주파수 대역은 35Hz에서 3만 Hz 사이입니다.
-듣고 보니 대단히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고 보입니다. 꼭 들어보고 싶군요. 아무튼 긴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MN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