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영원한 로망 매킨토시를 찾아서

홈 > 이매거진 >

아마 오디오 애호가라고 자처하지 않더라도, 매킨토시라는 이름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예전부터 매킨토시하면 롤렉스나 벤츠와 같이 특정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군림해왔다. 특히, 이른바 블루 아이라고 하는 특유의 환상적인 불빛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며, 저절로 음이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간 꼭 한번은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라, 이번 기회를 빌어 로이코의 선처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막상 매킨토시 본사를 방문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일단 동부의 끝자락인 뉴욕 주에 위치한 데다가, 우리가 흔히 아는 뉴욕 시티가 아닌 북쪽으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인근에 메사추세츠나 메인 주 등이 버티고 있어서 뉴욕주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처음 구글 맵에 들어가 빙햄턴을 쳤을 때 나온 정보로는 차로 두 시간쯤 걸리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섯 시간 가까이 걸렸다.

한때 뉴욕에서 빙햄턴까지 비행기로 다닌 적이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프로펠러기에 탑승 인원도 10명 안팎이어서 1시간 가량의 비행이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하단다. 나로서는 전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5시간이라니.

또 시기도 1월 말경이라, 추위도 문제고, 끝없는 눈도 문제였다. 일정상 나는 에어의 취재를 마치고 덴버 공항에서 뉴욕을 향해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아침 10시에 탑승했지만, 중간에 시카고를 스톱 오버하는 식이라,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 예고도 없이 두 시간 가량 연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에 도착하니 오후 8시경. 참, 미국 내에서 움직이는 일도 보통이 아니구나 새삼 깨달았다.

참고로 이번 비행에서 시카고가 왜 윈디 시티 (windy city)인지 알았다. 조금씩 시카고에 가까울 수록 비행기의 롤링이 심해져 좌우뿐 아니라 위 아래로 격렬하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는 손에 들고 있던 잔에서 커피가 쏟아질 정도였는데, 이게 다 시카고를 감싼 바람의 영향이다. 따뜻한 서부 지역에서 널널하게 사진이나 찍고 다녔던 내게 과연 동부는 신고식을 단단히 요구했다.

어쨌든 라 과디아 공항을 나와 로이코의 정 팀장을 만난 후 매킨토시측이 준비한 차량을 찾았다. 그랬더니 초로의 신사분이 깔끔한 복장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있었. 그를 따라 주차장에 가보니 상당히 커다란 구형 캐딜락이 딱 서 있는 게 아닌가. 한때 선망의 대상이던 이 차에 오르자 널찍한 실내가 일단 마음을 놓이게 한다. 거의 진동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함 속에 쓰윽 승용차가 달리는데, 이 순간만큼은 무슨 기업의 회장쯤 되는 기분이다.

이미 바깥은 칠흙 같았지만, 멀리 보이는 맨해튼의 야경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숱하게 얽힌 다리와 도로를 헤치고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조금씩 차량의 통행이 뜸해지고, 여지없이 눈발이 흩날린다. 그 사이 기사분은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움켜쥔 채 교본 그대로의 안전 운행을 하고 있다. 저절로 눈이 감길 수밖에 없다.

중간에 들린 카페테리아는 일종의 기사 식당이라고 보면 좋겠다.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곳으로, 5~60년대 올디스 노래들이 기분좋게 흘러나왔다. 폴 앙카, 코니 프란시스, 플래터스 ... 인테리어를 보니 낡아 보이긴 했지만 상당히 깔끔하다. 대체 언제쯤 이곳이 문을 열었나 기사분에게 물으니 저 카운터에 앉아있는 할머니가 처녀일 때 이미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조금씩 이 지역의 기질이나 풍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스테이크 세트를 주문했는데, 그 푸짐한 양에 놀랐다. 딸려나온 감자 튀김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은 배가 부를 정도다. 커피 잔도 크고, 부탁하면 넘치도록 따라준다. 뭐든지 양도 많고, 인심도 좋다.

다음날 아침을 먹기 위해 빙햄턴 주변을 잠깐 돌았다. 오래된 목조 가옥들이 강가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마치 영화의 세트장에 온 듯하다. 우리가 미국 동부를 말할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다. 실제로 이곳은 일종의 대학 도시로, 여러 개의 대학 캠퍼스가 도시 곳곳에 산재하고 있었다. 또 나중에 알았지만, 석유 매장량도 풍부해서 이 지역에 땅을 소유한 분들은 정유 회사로부터 일정액을 받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찾은 식당의 아침 또한 푸짐했다. 개인적으로 아침에 먹는 계란 후라이, 그것도 노른자를 그대로 두는 서니 사이드 업을 즐기는데, 무려 네 개가 나왔다. 그간 많은 지역에서 아침을 먹어봤지만, 계란 후라이가 네 개라니! 덕분에 딸려나온 토스트, 햄과 소시지는 결국 다 먹지 못했다. 그 상태로 계산대에 가니 점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싸가지고 갈 거냐고 묻는다.

점차 이 도시에 대해 조금씩 감이 왔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단어가 보수적이라는 느낌. 물론 우리네 정치쪽에서 말하는 그런 보수와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했으면 싶다. 말하자면 온고지신이라고 할까, 첨단의 기술이나 이론을 적극 받아들이면서도, 과거의 좋았던 방식은 절대로 손대지 않는 완고함 같은 것이 이 도시를 감싸고 있고, 그게 고스란히 매킨토시라는 브랜드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그럼 두 번째는 뭔가? 바로 인심이다. 정말로 사람들 마음씀씀이가 좋고, 예의가 바르며, 무슨 일이든 정확하게 하려고 한다.

일례로 CVS에서 일회용 면도기를 사면서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점원에게 뭐 하나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그녀가 손을 들어 내 말을 가로막더니, 일단 꼼꼼하게 포장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정확하게 계산을 끝낸 후 내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잘 모르는 사안이라 판단이 되자 다른 점원 둘을 불러서 묻고는 정확한 답을 얻은 후 내게 말했다. 순간 나는 어느 최고급 호텔의 콘시어지에서 서비스를 받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야, 정말 대단하구나, 이 도시! 이미 매킨토시를 방문하기도 전에 나는 이 분위기에 도취되어 버린 것이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매킨토시 본사의 건물 앞면은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앰프의 프런트 패널 디자인을 기초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혹 정확한 주소를 모르고 이 도시에 와서 헤맨다 해도, 이 건물만 보고 바로 매킨토시로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여태껏 방문한 오디오 회사 중에 이곳이 가장 컸다. 9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는 공장의 규모도 최고지만, R&D 파트도 상당해서, 따로 R&D 파트만 갖고도 몇 개의 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정도다.

앰프는 물론 스피커, CDP, 블루레이 플레이어, 턴테이블, 사운드 프로세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방대한 규모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내부를 취재하면서 느낀 감동은 바로 이런 것이다. 예전의 좋은 방식은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 나는 바로 이 점에 크게 놀랐고, 더욱 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마 공장 탐방기 전체를 읽고 나면 독자 여러분도 꽤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규모가 큰 데다가 따로 인근의 오디오 숍 취재까지 더했으므로, 이번 매킨토시 탐방기는 특별히 2부로 나눴다. 그 첫 번째는 순전히 제조 공장의 탐방기로 채울 것이고, 2부에선 R&D 파트와 오디오 숍 취재 등으로 메워질 것이다. 그럼 일단 공장부터 들어가 보자.

우선 전체 공장이 보이는 주차장 앞에서 몇 컷 찍었다. 전면에 부착된 구조물은 누가 봐도 이곳이 매킨토시 공장임을 알게 해준다. 과연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접수구. 그 뒤에 부착된 매킨토시 로고가 쓰여진 벽시계는 깜짝 놀랄 만큼 디자인이 멋지다. 역시 기본 디자인이 좋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응용이 가능한 것이다. 부디 상품화해서 나도 하나 구입했으면 싶다.

현 매킨토시의 사장인 랜달씨를 따라 공장 내부에 들어섰다. 입구에 경고 문구가 보이는데, 무슨 군사 시설에 들어가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처음 본 것은 PCB 제조 공정이다. 사실 이런 PCB는 외부에 맡기는 편이 경제적이다. 그러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인하우스로 제작하려는 매킨토시는 역시 이 부분도 직접 해결하고 있다.

이것은 PCB에 일단 미세 부품을 삽입하는 공정이다. 일종의 릴 테입처럼 생긴 구조물이 특이한데, 그 안에 미세한 부품들이 테잎을 따라 길게 배치되어 있다. 이를 유니버설 인스트루먼트사가 제작한 어드밴티스 X에 의해 PCB에 삽입되는 것이다. 정확히 삽입되었는지 매번 카메라가 작동해서 확인하는 바, 그 꼼꼼한 과정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참고로 여기서 처리되는 부품의 종류가 13,000 가지. 이를 정확히 뽑아서 배치될 곳에 확실하게 넣는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다행히 이 기기를 만든 회사가 빙햄턴에 위치한 덕분에 본사 직원이 수시로 와서 체크한다고 한다.

이렇게 삽입된 부품들이 제대로 PCB에 박혔는지 검사하는 구간이다. 대형 렌즈가 설치되어 있어서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이곳 직원이라면 간단히 훑어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기는 일종의 오븐으로, 일단 PCB에 박힌 미세한 부품들이 확실히 기판에 달라붙게 만들고 있다. 이 오븐은 비트로닉스 솔텍에서 제작한 XPM 3라는 모델이다.

작은 부품들을 우선 배치한 PCB는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이때 두 개의 공정이 별도로 진행되는데, 각각 래디얼(Radial) 및 액시얼(Axial)이라 부른다. 전자는 위아래로 긴 부품을 말하고, 반대로 후자는 옆으로 긴 부품을 말한다. 각각의 부품 양쪽 끝에는 쇠로 된 가닥이 나 있어서, PCB에 구멍을 뚫은 후, 이를 각각 삽입한다.

먼저 시작되는 것은 래디얼 파트. 역시 유니버설 인스트루먼트사에서 만든 시퀀서 5라는 모델로 작업을 하는데, 한 시간에 약 1,300개 가량의 부품을 꽂을 수 있다. 단, 중간에 삽입이 잘못될 경우 바로 동작이 멈추고 어느 부품이 문제가 생겼는지 자체적으로 불을 비춰 알려준다. 전담 직원은 이를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

이어지는 액시얼 파트. 여기 사용된 기기도 역시 UI사의 제품으로 6360이라는 모델이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PCB를 보면, 깨알같이 작은 부품 사이사이에 위아래로 길거나 혹은 옆으로 긴 부품들이 적절하게 박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사진은 래디얼 및 액시얼 기기들의 뒷모습으로, 상당히 긴 줄에 여러 부품들이 배치되어 그때 그때 조달되는 장면이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이제 완성된 PCB가 사람의 손길을 닿는 차례. 여기서 1차 테스트가 이뤄지고, 각종 커다란 부품들이 일일이 부착된다. 말하자면 자동화 공정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여기서 숙련공들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다. 혹 헷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색깔별로 구분해서 삽입하고 있다.

PCB에 모든 부품이 삽입되면 완전히 기판에 달라붙게 만드는 공정이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납땜으로 이를 처리했지만, 지금은 환경 문제로 금지되어 있다. 대신 열을 가해 찌는 방식을 쓰고 있다. 비트론닉스 솔텍의 델타 웨이브라는 기기를 동원해서 이 공정을 처리하고 있다. 참고로 내부 온도는 500도 정도라고 한다.

한편 구석에 처박혀 있는 푸른색 머신은 예전 납땜 처리할 때 사용했던 것이다. 비록 낡았지만 아예 못쓸 정도는 아닌데, 기준이 바뀌어 지금은 전시품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다.

이제 찜 처리가 이뤄진 기판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제대로 부품이 보드에 박혔는지 살펴보고, 찜 처리하면 안 되는 부품들의 삽입이 마지막으로 이뤄진다. 단자의 삽입도 이 공정에서 이뤄진다. 이제 거의 PCB 제작의 최종 단계에 이른 것이다.

완성된 기판을 테스트하는 단계. 선반에 산더미처럼 가득한 PCB들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통과한 PCB들은 본격 제작 공정으로 넘어간다. 잘 알겠지만 하나의 제품에 단 하나의 기판만 쓰이지 않는다. 모델에 따라 여러 개의 기판이 필요한 만큼, 이를 잘 선별해서 테스트한 후 한 군데 모아놓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이른바 파이널 어셈블리 공정. 즉, 기판을 섀시에 넣어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서 숙련공들의 눈썰미가 중요한 바, 제품에 따라 스피커 단자나 외부 입력 단자가 별도로 부착된다. 길게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가 끝도 없이 이어져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무려 3개의 벨트가 돌아가며 이를 따라 프리, 파워, CDP,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이 만들어진다.

이 대목에서 랜달씨가 자사 특허의 바인딩 포스트 단자를 보여줬다. 스피커 잭을 연결할 때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쳐 맨 뒤의 너트를 돌리면 자연스럽게 중간 부분이 잭을 꽉 무는 형태다. 그 돌아가는 움직임이 스무스해서 누구나 쉽게 단자를 넣고 뺄 수 있게 했다. 당연히 단자 중심부에 매킨토시 마크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자사에서 만든 아웃풋 트랜스다. 완전히 밀봉 형태로 보통 17~18Kg 정도가 나간다. 이 단계에선 이 부분을 뺀 나머지 모든 조립 공정이 이뤄진다.

완성된 제품을 파이널 테스트하는 공정이다. 물론 여러 직원들이 투입되어 각각의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중 매킨토시에서 특별히 제작한 파워 콘트롤러가 있는데,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프리 팩 단계로, 큐 시트 전의 단계다. 매킨토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블루 미터의 밝기 또한 여기서 최종적으로 튜닝된다. 보드에 보면 이번 주에 어떤 제품들이 출하되어야 하는지 확실히 명기되어 있다.

스페셜 팩이라 불리는 공정을 담당하는 룸이다. 주로 스피커들이 해당하며, 매킨토시 특유의 기법으로 제작되어 위 아래로 긴 모양을 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꼼꼼하게 패키징해서 선적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룸이다.

과연 매킨토시로구나 탄성이 나온 룸이다. 바로 AS실로, 오랜 기간 매킨토시가 생산한 제품들의 수리가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각종 스페어 부품들이 가득하다. 한때 매킨토시는 미국 전역을 돌며 AS 처리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이 회사의 유저들이 많은 것이다. 지금도 3~40년전 제품들의 수리 의뢰가 이뤄지는데, 물론 거부되는 경우는 없다. 한번 사두면 평생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매킨토시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나가면서 잠깐 카페테리아에 들렸다. 많은 인원들이 상주하는 공간이라 역시 크다. 음료나 스낵을 사먹을 수 있는 밴딩 머신도 설치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공정을 거슬러 올라가 섀시라던가 프런트 패널 등의 제작 과정을 견학하게 된다. 우선 들어간 곳이 섀시 절단실이다. 말하자면 앰프며 CDP 등의 섀시를 이곳에서 직접 잘라서 만든다. 참고로 이때 쓰이는 절단기는 스트립피트사의 델타 1000이란 모델이다. 이어서 자른 섀시에 구멍을 내는 공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도 역시 스트립피트사의 글로벌 20이라는 기기로 처리하고 있다.

사실 많은 회사들은 이 단계를 대개 외주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A부터 Z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은 모두 만든다, 라는 매킨토시의 철학은 절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견학이 진행될 수록, 감동의 폭 역시 깊어져만 갔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방대한 풍경. 이른바 웨어하우스, 창고다. 여기엔 새로 도착한 부품들도 가득하지만, 출고를 앞둔 상품들도 엄청나게 쌓여 있다. 정말로 산더미처럼 박스들이 가득한데, 그러다 2층을 보니 작은 검사실이 보였다. 들어온 부품 중 작은 것들은 여기서 빨리 점검한다는 것이다.

출고를 앞둔 상품들을 보다보니 로이코로 향하는 박스들이 보였다. 곧 한국에서 만나게 될 물건들이다. 그 옆으로 러시아행도 보인다. 확실히 전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풍경이다.

사실 이 과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크게 감동했다. 우리가 흔히 보거나 써온 매킨토시 제품들은 주로 블루 아이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나머지 섀시 부분도 만드는데 상당히 공이 든다는 것을 직접 현장에서 보고 알았다.

사진에서 보면 노인 한 분이 계속 섀시에 검정색 페인트를 분사하고 있다. 그러나 분사하기 전에 섀시 자체에 먼저 가공을 한다. 표면에 남아있는 물기, 기름기를 빼고 약간의 생채기를 내서 페인트가 수월하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검정색 페인트가 칠해진 섀시들은 위로 올라가서 열처리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칠이 확실히 먹히는 것이다. 이 모든 공정이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 놀랐고, 평생을 분사에 보냈을 저 직원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3D 부분을 간과한 채 그간 매킨토시의 전면 패널만 보고 감탄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이어서 간 곳은, 할머니 한 분이 트랜스를 감는 구역이다. 여러 색깔로 칠해진 선을 분배해서 정교하게 감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현재 매킨토시는 아웃풋 트랜스만 직접 생산한다고 한다. 전원 트랜스의 경우, 공해 물질 배출이라는 부분과 얽혀 있어 미국내 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진공관 앰프의 전성기 시절, 국력은 납땜과 트랜스에서 나온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선봉이 바로 매킨토시였다. 그 역사의 현장에 와서 상당히 감회가 깊었다.

흔히 EI 코어라는 말을 쓰는데, 실은 그 형태가 E와 I의 형상과 똑같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얇은 판들을 쌓아올려서 그 안에 트랜스를 넣는 방식으로, 바로 여기서 그 제조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얇은 철판을 수북히 쌓아 올려야 하나의 EI 코어가 만들어진다. 역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제 전원 트랜스를 완성시키는 대목이다. EI 코어를 용기에 넣은 후, 여기에 타르를 붓는 과정이 이어진다. 고열의 타르는 마치 아이스크림과 같이 끈적끈적한 액체 상태인 바, 이를 넣으면 EI 코어의 진동이 외부에 전달되지 않는다. 약 20분이 지나면 열이 식으면서 단단히 굳어진다.

이 방에 와서도 역시 깜짝 놀랐다. 프런트 패널에 사용할 유리를 직접 절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형적인 3D 작업으로, 숙련공의 솜씨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 단순히 절단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동그랗거나 네모난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 장면을 보고 정말 매킨토시는 뭐 하나 그냥 흘리는 법이 없구나 탄복했다. 만일 가능하다면 직접 유리도 생산했을지 모른다.

한편 절단기는 로미오 엔지니어링의 제품으로, 60,000 PSI의 압력을 가진다고 한다. 이를 워터 젯 방식으로 자르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질이 가링이라는 것으로, 돌멩이나 루미넘도 자를 정도로 단단하다고 한다. 뉴 잉글랜드 지역에서 추출한 것.

마치 암실처럼 보이는 이 방은 실크 스크린을 제조하는 곳이다. 여기서 만든 실크 스크린을 이용해 프런트 패널이며 상판의 제작이 이뤄진다. 역시 오랜 기간 작업해온 여성 분이 담당하고 있었다.

여기는 프런트 패널을 포함, 각종 섀시에 실크 스크린을 붙이는 공정이다. 어메리컨 울트라바이올렛사 제품을 이용해서 다양한 실크 스크린이 붙여진다. 이 대목에서 알게 된 것은, 앰프 상단에 그려진 복잡한 계통도 역시 이곳에서 부착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프런트 패널만 처리하지 않고, 앰프며 CDP 등의 섀시 주변에 뭔가가 그려진다면 다 이곳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실크 스크린으로 패널에 그림이 새겨졌다고 해도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프런트 패널만 놓고 보면 검정색 외에 금색이나 녹색 문자도 보인다. 즉, 검정 3, 녹색 1, 금색 1의 회수로 수차례에 걸쳐 실크 스크린 작업이 이뤄지며, 이를 붙이는 것은 유비 라이트다.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 패널에 그림이 다 붙여졌다고 해도, 그냥 조립실에 보내지는 것은 아니다. 뒷면을 레이저로 깎아서 보다 자연스럽고,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마무리하는 공정이 여기서 이뤄진다. 대략 개당 4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만일 프런트 패널 글래스가 파손되었을 경우 AS를 요구하면 몇 달씩 걸리는 데에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벽에 걸린 프런트 패널들의 모습. 예전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또 아름다워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실크 스크린 기술이 향상되고, 레이저로 깎는 작업이 더해진 결과이리라. 어찌 보면 매킨토시의 프런트 패널은 단순히 한 회사의 디자인이 아니라, 오디오라는 말을 떠올릴 때 당연히 연상되는 이미지라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직접 처리하는 것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공장 투어를 마치고 이제 사무실 지역으로 들어섰다. 벽 곳곳에 각종 저널에서 수상한 내역을 담은 액자들이 보이고, 아예 파워 앰프 하나를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포드사에서 만든 GT 승용차 사진이 있어서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 자동차에 매킨토시가 카 오디오를 장착했다고 한다. 클라리온 산하에서 벌어진 일인데, 나중에 자료를 보니 매킨토시의 블루 아이를 응용한 해드 유닛을 장착한데다, 본격적인 파워 앰프도 뒷트렁크에 설치된 대단한 물량투입이다. 혹 중고로 이 승용차를 구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행운이라 하겠다. 참고로 이 시절에 잠시 할리 데이비슨에도 오디오를 설치했다. 어떤 소리가 나올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인터뷰가 이뤄진 찰스 랜달씨의 사장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케이블에 대한 소개도 있었고, 자택에서 자녀들과 보내는 사진을 담은 아이패드도 있었다. 이 거대한 함선을 이끄는 선장답게 밖에서는 당당한 모습이지만, 가족 이야기를 할 땐 더 없이 상냥한 아버지의 모습이 되었다.

이제 모든 인터뷰와 취재가 끝난 후 들린 공간으로, 홈 씨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도합 7200W의 파워로 펼쳐지는 서라운드 사운드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바닥이 쿵쿵 울릴 정도의 베이스는 압권 그 자체다. 그러나 클래식을 걸면 아련하면서,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살아나 이 또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매킨토시 하면, 그 오랜 내력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낡은 느낌을 받는 분들도 있겠지만, 항상 탄탄한 R&D를 기반으로 누구보다 빨리 선진 기술을 수용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이어지는 2회에서 R&D 부분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별도의 건물 투어로 설명하겠다. 1회는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