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더 인터뷰, 앰프의 제왕 드디어 귀환하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넬슨씨가 우선 나에 대해 물어봤다. 그동안 무슨 일을 했고,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은지 자세히 캐물은 것이다. 졸지에 인터뷰의 주체와 객체가 뒤바뀌고 말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 즉, 어떤 인물이 나와 내 제품에 대해 인터뷰하는지 아는 것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인터뷰 자체가 시시해진다는 것이다. 덕분에 난 데 없이 이력서를 읊고 말았는데, 이를 통해 차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3050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판단되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 마디로 정문에서 심사를 받고, 허가증을 받은 뒤, 안에 들어가 면담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느낌이 싫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어쨌든 앰프의 왕으로 군림한 볼더의 주재자가 아닌가.
기본적으로 넬슨씨는 체면이나 자존심같은, 요즘 시대엔 거의 사어가 되어버린 감성을 소중히 여기는, 이른바 올드 스쿨에 속해 있었고, 나 또한 부분적으로 그에 속에 있다. 이런 공통된 마음이 연결되지 않으면 더 이상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덕분에 상당히 흥미롭고, 진지한 인터뷰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담아본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CES 쇼장에서는 몇 번 봤지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인터뷰하게 되어 기쁩니다. 우선 간단하게 회사에 관한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지금 몇 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지요?
JN : 총 21명입니다. 그 중에 공장에서 12명이 일하고 있고, 본격 엔지니어는 4명입니다.
-원래 프로 음향쪽에서 일했다고 들었습니다만.
JN : 1970~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한 바 있고, 음악이며 필름을 위한 녹음도 많이 했습니다. 앰프를 만든 것은 1960년대부터인데, 취미로 만든 제품이 인기가 좋아, 1980년대 초에 본격적인 하이파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약 40년간 앰프를 만든 셈이죠.
-이번에 발표한 3050 파워 앰프를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2000 시리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왜 이런 엄청난 제품을 만들었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JN : 제가 2000 시리즈를 내놓을 때, 업계에선 몬스터 클래스라 불린 상당히 엄청난 파워 앰프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제프 롤랜드, 첼로 등에서 앞다퉈 여러 덩어리의 제품을 만들었죠. 당시 저는 4천불짜리 앰프를 제조하고 있었는데, 평이 꽤 좋았습니다. 심지어 저런 어마어마한 앰프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 참에 아예 몬스터 클래스의 제품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대두되었죠. 그 순간에 그래,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는 해도,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JN : 개인적으로는 꽤 즐기며 만들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싫어합니다. 넣고 싶은 것 다 넣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1997년에 본격적으로 2000 시리즈를 런칭했습니다.
-지금도 처음 2050을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 상당합니다. 덩치나 출력도 대단했지만, 일종의 기능미도 느껴질 만큼 외관도 멋졌습니다. 하이엔드 유저라면 이 정도 제품은 써야지, 하는 만족감도 대단했고요. 자, 3050 이야기를 해볼까요?
JN : 사실 이 제품을 만드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한동안 이런 거창한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도 책임감 같은 것을 느꼈죠. 기본적인 컨셉은 2050과 비교할 때 50%의 파워를 더 올리고, 50%의 트랜지스터를 더 넣자, 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3개의 다른 버전을 준비한 후, 비교 끝에 현재의 제품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로 모든 걸 “빅”(big), 크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덩치, 트랜스포머, TR, PC 보드, 부품 등 모든 부분이 커졌습니다.
-지난번 CES에서 잠깐 뵈었을 때, 넬슨씨께서 3050을 “필생의 작업”(Life's Work)이라 표현하셨습니다.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좀 이해가 됩니다. 무엇보다 외관이 확실히 전작과는 다르더군요.
JN : 이번에 제작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앰프의 양쪽이 절대로 평행 상태가 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반사음에 취약하게 됩니다. 본 기는 좌우 위아래 앞뒤 서로 대칭되는 부분을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절대 평행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한 것이죠.
-아, 그런 면이 있군요.
JN : 당연히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3D CAD 작업을 통해 숱하게 도면을 그렸고, 시제품을 여러 차례 만들고 하면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모양이 된 것입니다. 특히 커다란 드릴로 구멍을 뚫는 과정이 녹록치 않죠.
-잠깐 내부를 살펴볼까요? 정말로 어마어마한데, 우선 가운데 원통처럼 생긴 게 뭔지 궁금합니다.
JN : 이것은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입니다. 이것을 +용 2개, -용 2개 해서 총 4개를 사용했죠. 철저하게 밸런스 구성을 취했습니다.
-출력이 엄청난 만큼, TR도 많이 투입되었으리라 보이는 데요 ...
JN : 채널당 총 120개가 쓰였습니다. 당연히 한 두 개라도 고장이 나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TR 선별 과정이 지난하고 또 어렵습니다.
-이렇게 큰 앰프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떻게 수리해야 할지 난감해 보입니다만 ...
JN : 3050은 여러 개의 보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장이 난 보드가 있으면 이것을 통째로 교환하는 식으로 AS를 할 생각입니다. 일일이 고장난 곳을 찾아 해매는 것보다 훨씬 수월한 방법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TR의 수가 많아서 발열 문제가 대두될 것 같습니다. 특별한 대책이 있는지요?
JN : 기본적으로 TR에는 3개의 리드, 그러니까 3개의 다리가 달려 있습니다. 이것을 커다란 바에 꽂아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게 한 후, 거기서 발생하는 열은 히트 싱크쪽으로 가도록 조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체의 스크류를 사용하지 않았죠. 이런 식으로 효율적으로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일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어떤 계통의 TR을 사용했는지요?
JN : 바이폴라 TR을 사용했습니다. FET 계열은 아무래도 복잡하고, 각각의 차이가 심해 이렇게 많은 양을 쓸 경우, 심각한 트러블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바이폴라가 더 낫다고 봅니다. 내구성도 뛰어나고, 심플하게 회로를 구성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엄청난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아무래도 구상 단계부터 부담이 많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를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JN : 저는 내 자신이 황금의 귀를 갖고 있다고 결코 믿지 않습니다. 단, 무려 40년간 앰프를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변의 다양한 스탭들과 애호가, 딜러들의 피드백을 체크하고, 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특정 음악이나 매칭을 추구하기 보다는 되도록 다양하고, 열린 접근법을 추구한다고 봐야겠군요.
JN : 맞습니다. 실제로 특정한 곡을 레퍼런스로 듣는다고 치면, 여기에 투입된 엔지니어, 프로듀서, 아티스트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되도록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들어야 하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겠습니다. 볼더에서는 디지털 소스 관련 제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경우 외부에서 디지털 관련 엔지니어를 조달하나요?
JN : 저희 회사 내부에 디지털쪽 기술자도 있고 또 상황에 따라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서 함께 작업합니다. 사실 디지털쪽은 각종 업샘플링, 디지털 필터 등 여러 복잡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 명의 엔지니어가 모든 부분을 다 커버하기 힘듭니다. 단, 아날로그단은 철저하게 제가 설계합니다.
-이제 3050이 나왔으니, 그에 걸맞는 프리앰프도 기대가 됩니다. 구체적인 제품화 계획이 있으신지요?
JN :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만들어질지는 아직 제 자신도 모른답니다.(웃음)
-아무튼 필생의 작업이라 밝힌 3050이 드디어 제품화되어 여기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기존에 볼더를 사용하신 분들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으리라 보는데,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싶군요. 멀리 한국에까지 오셔서 많은 시간을 내준 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JN :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