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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라 ... 이곳은 콜로라도 주에 있는 소도시로, 아마 애호가들에겐 다른 의미로 더 알려졌을 법하다. 하지만 엄연히 이곳엔 콜로라도 대학이 소재하고 있고, 대학생 인구만 해도 4만이 넘는다. 전체 볼더 시 인구가 11만임을 감안하면 일종의 대학 도시라 봐도 무방하다. 엔지니어링쪽의 수준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이런 풍부한 인력이 바탕이 된 만큼, 이 지역에 4개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참 미국은 넓다는 것이다. 그간 뉴욕이며 L.A, 라스 베거스 등지를 다니며 나름대로 미국에 대한 그림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볼더를 방문하면서 그야말로 소경이 코끼리 만지는 식이었구나 탄식하고 말았다. 우선 중서부에 위치한 소도시 볼더에 대한 몇 가지 선입견을 꼽아보자.
 
1) 한없는 들판엔 소들이 한가하게 노닐고 있다.
2) 카우보이쯤은 안 되어도, 무지 촌스럽게 생긴 뚱보 아저씨들이 시내 허름한 맥주집에서 낮술에 취해 있다.
3) 음식은 온통 기름기 투성이고, 먹을 거라곤 스테이크나 프라이드 치킨이나 피자밖에 없다.
4) 라디오를 켜면 항상 컨트리가 나온다. 딕시 칙스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 지역의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좀 더 들어가면 행크 윌리엄스와 자니 캐쉬가 등장한다.
5) 주택들은 낡아 빠졌고, 차압 딱지가 붙은 곳들도 수두룩하다.
 

 

 

이중에 한 가지 들어맞은 것은 오로지 첫 번째뿐이며, 그나마도 볼더에 들어가기 전의 풍경일 뿐이다. 그러다 일단 들어가고 나면, 깜짝 놀라고 만다. 세련된 유럽풍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레스토랑이나 마트가 많으며, 사람들은 모두 날씬하고 멋지게 생겼다. 집값으로 말하면 L.A.나 시카고 등 대도시 못지 않으며, 100만불 정도는 줘야 겨우 쓸 만한 것을 살 수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번 방문 내내 운전이며, 안내를 도와준 에어의 알렉스에게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이유가 나왔다. 일단 볼더는 미국 내에서 시애틀, 포틀랜드, 샌 디에고, 샌 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대학을 근거지로 하지만, 다양한 IT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가 많아 생활 수준이 높고, 또 지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내 중심지인 펄 스트리트를 다니다 보면, 마치 어느 유럽의 소도시에 온 듯한 카페며 레스토랑이 많다. 손님 대부분이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있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한두 달 쯤 머물면서 독서와 집필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 분위기다.

 

 

 

또 인근에 록키산이 있으므로, 이른바 아웃도어 라이프가 풍부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이클이 발달했고, 각종 산악 스포츠가 인기를 끈다. 곳곳에 조깅을 하거나, 골프를 치러 가는 분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헬씨 시티 (healthy city)란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거기에 유기농 식사까지!

 

사실 어마어마한 시설을 자랑하는 덴버 국제 공항의 혼잡함에 일단 놀라긴 했지만, 공항에서 볼더에 올 때까지 쭉 이어지는 황량한 풍경은 미국의 여느 중부 지역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도시에 진입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딴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에어가 내는 상쾌하고, 꾸밈이 없으며, 고급스런 음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 든다. 다른 미국 메이커들처럼 물량 투입형이 아닌, 최상의 소재를 갖고 까다로운 미식가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요리와 같은 음, 그게 바로 이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하긴 창업자이자 메인 디자이너인 찰스 한센씨가 바로 이 지역에서 자고 나란 분이지 않은가. 만일 이곳을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면, 에어에 대해선 막연한 추측으로 일관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에어는 전체 직원이 17명 정도의 회사다. 큰 회사들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지만, 하이엔드 회사들의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그리 작은 것도 아니다. 또 다른 OEM이나 업무를 보지 않고 순수히 오디오 제작에만 전념한다는 점에서, 퀄리티 컨트롤이나 걱정하는 단계는 훨씬 넘어섰다고 봐야한다.

 

아무튼 이번 탐방은 이틀간에 걸쳐 이뤄졌다. 첫 날은 간단한 인터뷰와 미팅이 있었고, 이튿날엔 볼더 주변 관광과 공장 탐방이 이뤄졌다. 메이커측에선 되도록 회사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주려고 애썼는데, 덕분에 상당히 충실한 취재가 이뤄질 수 있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볼더에 대한 인상이나 탐방기 정도를 따로 쓰고 싶을 정도니까.

 

그럼 공장 탐방부터 시작해보자.
 

 

 

에어의 건물 외관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면 이외로 규모가 커서 놀랐다. 실제로 이 지역은 일종의 산업 단지라고 할까, 다양한 회사들이 제품을 생산하거나 연구하고 있다. 볼더 시에서 이런 식으로 산업 단지, 상업 단지, 주거 단지 등으로 구분해놓은 덕분에 이 지역에 다양한 메이커들이 몰려있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미팅 룸이 있다. 이곳에서 인터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환담도 나눴다. 사진에서 보이는 셔츠 차림의 신사분이 사장인 제프리 디스씨고, 그 다음이 알렉스. 미국내 영업을 도맡아 하지만, 이번에는 내 방문의 일정 대부분을 함께 해줬다. 

 

 

AS 및 고객 관리 담당인 마이클 위드마이어씨를 통해 처음 안내된 곳은 선적장이다. 이곳에서 완성된 물건을 보내기도 하지만,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에어의 처음과 끝인 셈이다. 최종 완성된 제품에 녹색 페이퍼가 붙는데, 이는 모든 테스트를 다 통과해서 선적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는 출하 전 최종 체크가 이뤄지는 곳이다. 제레미라는 분이 담당으로, 각종 제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전기적인 안전성이나 섀시의 상태 등 페이퍼에 있는 항목 모두를 꼼꼼하게 살핀다. 따라서 눈썰미가 보통이 아닐 것이며, 그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제품들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리라.

 

 

제품을 과연 어디로 보내야 할지, 최종 선적을 관리하는 세스라는 분의 자리다. 현재 에어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40여 개국에 수출 중이라,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분이 있어야 한다. 또 그때 그때 어떤 제품을 어느 나라에서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을 도맡아하는 분이다.

 

 

이동 중에 슬쩍 카페테리아를 둘러봤다. 인력이 많지 않아서 그리 크지 않지만, 간단한 점심 식사나 간식을 처리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공장뿐 아니라 사무실에 이런 식의 휴식 공간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결코 공간이나 예산 낭비는 아닐 것이다. 물론 이미 시행중인 회사도 많으리라 보이지만. 

 

 

 

DX-5를 조립하는 곳이다. 에어는 생산 모델당 한 명씩 인원을 배치해 해당 인원이 제품 전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편 DX-5는 오디오 및 비디오 신호 전부를 받아들여 두 개의 HDMI 단자를 비롯한 다양한 출력을 가능케 한다. 그 과정에서 USB로 들어온 음성 신호는 24bit/96KHz로 업샘플링 해주고, CD나 DVD 외에 블루레이, SACD 등 다양한 포맷을 커버한다. 한 마디로 하이파이 및 홈 씨어터를 한 공간에 공유하고자 하는 분들에겐 더 없이 적합한 기기가 아닐까 싶다. 외부에서 기본적인 섀시와 PCB를 조달하기에, 이곳 직원들은 직접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에어의 플래그쉽인 R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지역이다. 리스라는 분이 담당으로, 실은 구면이다. 지난 밤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중에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디아블로라는 커다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바,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띤다. 또 재미있는 것은 디아블로도 함께 출근해서 공장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린다는 것이다. 친화력이 좋아, 나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장난을 친다.

 

한편 이곳에선 블랙으로 칠해진 박스가 있어서 여기에 PCB를 넣고 체크한다. 그래서 별 이상이 없으면 하얀색 새 박스에 넣어 완성시킨다. 나름대로 효율성을 높인 제조 방식이 아닐까 싶다. 제품의 내부를 보니 완벽한 대칭 구조가 멋지다. 음이 좋은 제품들은 내부 레이아웃도 이런 식으로 꼼꼼하고 또 완성도가 높다. 

 

 

R 시리즈의 설계를 함께 한 에리얼이 잠시 제품 옆에서 포즈를 취해줬다. 평소 수줍음이 많아 쉽게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 않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근육은 엄격한 자기 관리의 일면을 보여준다. 

 

 

QB-9을 제작하는 곳. 새로 영입한 앨런 클락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동사로서는 엔트리 클래스인 9 시리즈에 속해 있다. 일종의 USB DAC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에어의 음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제품이다. 역시 한 명의 담당자에 의해 집중적으로 제조되고 있다.

 

 

여기는 AS 룸. 붉은색 점퍼를 입고 계신 분이 담당하고 있는데, 실제로 창업자 찰스 한센의 형인 클레이 한센씨다. 마음씨 좋게 보이는 미소가 인상적으로, AS가 들어온 모든 제품을 처리한다고 한다. 최초로 제작된 V3도 역시 이곳에서 처리할 만큼, 에어는 완벽한 AS 처리를 지향한다.

 

 

위에서 설명한 몇 가지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을 제조하는 곳이다. 처음 출시된 모델이거나, 하이엔드 클래tm면 담당자가 정해지지만, 이미 어느 정도 생산 궤도에 올라선 것들은 이곳에서 모두 제작된다. 그러나 한 명의 인원이 여러 모델을 처리하는 식으로, 기본적으로 담당하는 영역은 구분되어 있다. 벽에 설치된 선반에 트랜스포머며 각종 부품이 종류별로 정확히 나뉘어 놓여 있는 대목이 믿음직스럽다.

 

 

당차 보이는 이 분의 성함은 클레어. 생산 공정에 관여해서 무거운 파워 앰프도 척척 들어 올리며 일한다. 상당한 경력을 지닌 듯한 포스가 사진을 통해 느껴지지 않은가. 

 

 

이 분은 테스트를 주로 담당하는데. 이름은 저드. 산업용 AP 오디오 프리시젼이라는 기기를 갖고 각종 측정을 시행한다. 
  
 

 

이 지역 전체를 컨트롤하는 분은 의외로 여성이다. 로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당연히 10년 이상 근속했다. 앰프나 CDP 등 일렉트로닉스 계열은 꼼꼼하게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여성 인력도 충분히 대우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프로덕션 매니저임에도 필요할 땐 생산 공정에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일한다고 한다.

 

 

이곳은 테스트 전용 룸이다. 에어는 앰프뿐 아니라 CDP, USB DAC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 하나하나의 마무리는 수작업으로 행해지며, 역시 능숙한 저드의 솜씨로 최종 테스트된다. 확실한 퀄리티 컨트롤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전세계 40여 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른바 기기들의 에이징을 시키는 “번 인 룸”이다. 모든 제품들은 통상 24시간 통전을 시킨 후 출하된다고 한다. 전기적인 트러블을 사전에 체크도 하고, 어느 정도 에이징을 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한번 테스트를 거쳐 통과해야만 최종적으로 출하가 이뤄진다. 

 

 

영어로 인벤토리라 불리는 이곳은, 우리로 치면 일종의 자재 창고다. 당연히 저항, 콘덴서, 트랜스포머 등이 빼곡하다. 여기서 각각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들을 일정량 가져다가 작업장 부근의 선반에 재놓는 구조다.  

 

 

자재 창고엔 외부 PCB 공장에 보낼 키트들도 보인다. 예를 들어 DX-5라고 하면, 그 PCB에 들어갈 부품들을 모아다가 포장해서 일정한 양이 되면 공장에 보내는 식이다. 대개 50개 정도 쌓였을 때 모아서 보낸다. 다행히 PCB 제조 공장은 이곳에서 15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아 중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달려가서 수정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산업 단지로 구분된 이 지역만의 이점이 있는 듯하다.

 

 

한국식으로 하면 자재 과장 정도라 할까? 아무튼 인벤토리 매니저가 상주하는 자리다. 여기서 어떤 부품이 나가고 들어왔는지 꼼꼼하게 체크된다. 

 

 

실질적으로 에어를 끌어가는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개발실이다. 찰스는 자택에서 근무하지만, 에리얼은 이곳에서 작업한다. 또 앨런도 일정 기간은 이 지역에 와서 일하므로, 여기서 토의되고 실험되는 아이디어는 더 없이 소중하다고 하겠다.

 

 

여기서부터는 사무 공간이다. 벽 가득히 선반들이 들어차 있는데, 오디오 관련 잡지와 서적이 대부분이다. 또 한쪽 벽엔 오디오 기기 체크용으로 만들어진 LP들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다. 에어는 앰프뿐 아니라 디지털 소스쪽 기기도 생산하기 때문에 결국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를 포괄하는 자료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일면을 여기서 엿볼 수 있었다. 

 

 

새롭게 설계 팀에 가담한 앨런 클락의 사무실이다. 지금은 출타중인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살고 있는 캐나다와 이곳을 왔다갔다 하며 작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꽤 비행기 삯이 나올 것 같다. 실은 이 지역의 집값이 너무 비싸 감히 이사 올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에어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제프리 디스의 방.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상대가 알기 쉽게 또박또박 말하는 스타일이어서 나와 같은 수준에겐 더 없이 반가운 존재다. 덕분에 에어의 역사부터 여러 스토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알렉스의 방이다. 처음 숙소로 픽업을 나와 이틀간의 일정 대부분을 함께 해서 어느새 친구처럼 느껴지는 존재다. 커피 애호가인 탓에 한쪽 구석에 놓인 커피 머신의 존재감이 각별하다. 

 

 

에어의 시청실. 현재는 TAD의 레퍼런스 1을 메인 스피커로 쓰고 있는데, 그 밖에 여러 스피커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곳에서 사용하는 턴테이블은 독일의 DPS라는 브랜드에서 제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듣는 회사인데, 카본 암을 장착해서 매우 소리가 좋다고 한다. 심지어 찰스가 직접 이 턴테이블의 파워 서플라이를 제작해서 더욱 DPS와의 관계가 돈독하다.

 

 

 

공장을 떠나기 전 입구에 누워 있는 이 녀석의 사진을 잠깐 찍었다. 일명 에어 독으로 불리는데 덩치가 황소만하지만, 성격이 참 좋다. 공장 직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정말로 팔자가 좋은 놈이다.  

에어와의 인터뷰는 동사의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현재 CEO로 있는 제프리 M 디스 (Jeffrey M. Deese)를 중심으로, 북미 마켓팅 담당인 알렉스, 수석 엔지니어 에어리얼 브라운 (Ariel Brown)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편의상 인터뷰의 주체는 제프리 디스의 약자인 JD로 통일했다.
 
-우선 창업자인 찰스 한센(Charles Hansen)씨 소개부터 간단히 해주시죠.

 

JD : 찰스는 1956년 이 지역에서 출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미 10대 초반에 히스 키트를 제작하거나 인근 오디오 숍에서 간단한 수리를 맡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타고난 오디오 엔지니어라 하겠죠. 그 후 대학은 이 지역의 유니버시티 오브 콜로라도를 다녔습니다. 전공은 물리학입니다. 이윽고 졸업 무렵이 되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물리학을 접목시킬 분야는 오디오뿐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또 하나의 재능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이클입니다.

 

 

JD : 세미 프로페셔널 정도라 보면 좋습니다. 원래 찰스는 매우 경쟁적인 성격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운동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오랜 기간 오디오 메이커로서 또 사이클 선수로서 병행하는 시기가 이어집니다. 오디오쪽으로만 본다면, 닐스 파텔씨와 동업해서 만든 아발론 스피커 회사를 들 수 있습니다.

 

 

JD : 여기서 찰스는 아발론 특유의 독자적인 인클로저 디자인을 착안했습니다. 이 모양은 지금도 아발론의 아이덴티티가 되어 유지되고 있죠.

 

 

JD :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스피커 제조라는 것은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공장 곳곳에 먼지와 톱밥이 날리고, 무거운 인클로저를 끙끙대며 들어야 하고, 샌딩하는데 시간을 뺏겨야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찰스의 기질에는 맞지 않았죠. 또 기본적으로 그는 일렉트로닉스 전문가라 자기만의 앰프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발론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1993년에 에어를 설립한 것이죠.

 

 

 

 

JD :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공기와 같이 순수한 자연스런 음을 표방한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아마 일종의 게일릭어가 아닐까 싶군요. 물론 이것은 찰스의 아이디어입니다.

 

 

JD : 최초로 입사한 직원이 바로 옆에 있는 에리얼입니다. 이 근방의 골덴 시티에 소재한 마이스 스쿨에서 공부한 분으로, 졸업 후 바로 입사에서 지금까지 찰스의 파트너로 제품 개발에 임해오고 있답니다.

 

 

JD : V3라는 파워 앰프입니다. 그 후 K1 프리앰프가 나오고, 96년도에 CES에 참가하면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JD : 파워 서플라이에 공을 들이고, 제로 피드백을 추구하며, 섀시에도 품을 많이 들입니다. 모두 좋은 음질을 위한 조치죠.

 

 

JD : 역시 음질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앰프 회사들은 박스에 히트 싱크를 부착한 형태죠. 여기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냉각이 생각보다 용이하지 않고 또 히트 싱크 자체가 공진한다는 점도 지적해야 합니다. 반면 저희는 이 모든 게 일체화되어 제작되었으므로, 섀시 전체가 히트 싱크 역할을 하며 따라서 훨씬 더 냉각이 쉽죠. 또 공진에도 자유롭고요. 덕분에 다른 회사들도 저희의 아이디어를 모방하기 시작했답니다.(웃음)

 

 

 

 

 

JD : 모두 원 피스로 제작되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품이 많이 듭니다. 섀시 자체는 콜로라도에 소재한 베르텍(Vertec)이라는 회사에서 만듭니다. 이곳은 우주선에 쓰이는 메탈이나 알루미늄을 가공하는 만큼, 엄청난 수준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저희 섀시는 이곳에서 CNC 머신으로 5시간을 걸려 만들 정도로 난이도가 높습니다.

 

 

JD :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닐 페이(Neal Feay)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각종 섀시 및 노브, 버튼 등을 제작합니다. 마무리 처리가 좋아 저희 제품이 멋지게 보이도록 기여하고 있죠.

 

 

JD : 현재 모두 1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오랜 기간 일해왔으므로, 일종의 가족과 같은 분위기랍니다. 또 최근에 앨런 클락(Alan Clark)이라는 디자이너가 영입되어 무척 고무된 상태입니다. 이 분은 그 전에 클라세라던가 린 등에서 디지털 관련 개발로 일한 만큼, 저희 회사에 큰 바람을 몰고 오리라 기대합니다. 사실 이번에 나온 QB-9이 그의 작품이죠.

 

 

JD : 8~9명 정도 됩니다. 그밖의 인원들이 디자인이며 세일즈 & 마켓팅, 애프터 서비스 등에 포진하고 있죠.

 

 

 

 

 

JD : 총 14종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데, 그 각각이 다음 4개의 카테고리 안에 속해 있습니다. 제일 밑으로는 9 시리즈가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엔트리 클래스라 보면 됩니다. 그 위로 7, 5 등으로 올라가고, 플래그쉽으로 R 시리즈가 있죠. 최신 제품으로는 QA-9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출하할 예정인데, 이것은 모든 아날로그 인풋을 받아 디지털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그러니까 카세트 테잎이나 턴테이블, 8트랙 테잎, CDP 아웃풋 등에서 받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시키면서 원하는 대로 그 포맷을 설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24bit/192KHz나 24bit/96KHz 등 다양한 옵션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JD : 향후 소프트 웨어를 제공해서 그 부분들을 지울 수 있게 만들 계획입니다.

 

 

JD : 아마 여러 하이엔드 업체 중에 저희가 가장 다양한 스피커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윌슨 오디오의 와트 퍼피 7부터, JBL K2 9800,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더 키스 등이 있고, 밴더스틴, TAD 등에서 나온 제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두 개의 스피커에 집중해서 앰프를 만들지 않습니다. 훨씬 다양한 스피커들에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지금도 새로운 스피커를 찾고 있죠.

 

 

JD : 우선 콜로라도 대학을 들 수 있습니다. 이곳의 엔지니어링은 미국 내에서도 톱 클래스에 속합니다. 여기서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죠. 라이프 스타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볼더는 시애틀, 포틀랜드, 샌디에고 등과 더불에 미국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덴버가 미국에서 일종의 배꼽에 해당될 정도로 센터에 위치한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사통발달 미국내 구석구석에 쉽게 다다를 수 있죠. 특히 저희는 섀시부터 PCB, 노브, 저항, 콘덴서 등 대부분의 부품을 미국산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여기엔 이런 센터라는 위치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JD : 절반 정도는 미국 내에서 소비됩니다. 의외로 볼더 지역에서도 많이 팔린답니다. (웃음) 그 나머지는 홍콩과 일본이 1, 2위를 다투죠. 그런 면에서 상당히 골고루 시장이 포진되어 있다고 봐야죠. 사실 특정 지역에 80% 이상 집중되어 있다면 불황이라던가 예기치 않은 요인이 발생할 경우 상당히 위험하지 않습니까?

 

 

JD : 감사합니다.
 
P.S) 참고로 현재 에어의 창업자인 찰스 한센씨는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몇 년 전에 사이클을 타다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해 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신 집에 지내면서 온 힘을 쏟아 제품 개발에 치중한 결과 최근에 뛰어난 제품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지만, 애호가에겐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 기회에 그를 직접 만날 수 없음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후일의 만남을 기약하며 탐방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