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오디오랩, IAG 그리고 컨트리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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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둠이 뒤덮은 호수엔 그 주위를 둘러싸고 은은하게 밝힌 등불이 약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만 비추고 있었다. 정자 주위엔 아무도 없고, 떠들썩하게 들리던 밴드의 음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컨트리 클럽은 본격적으로 잠들었고, 나 혼자만이 남아 마지막 맥주 잔을 비우고 있다. 취기가 한참 올라온 탓일까? 잠시나마 시공간이 혼동되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문득 저 멀리서 물살을 해치고 하얀 오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 늦은 밤에 먹을거리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장난삼아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더니 이쪽으로 선뜻 다가온다. 아마 뭐라도 주는가보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내 손에 들린 것은 반쯤 채워진 맥주잔일 뿐이다. 뭐 안주꺼리라도 집어올걸, 가벼운 후회가 일었다. 이런 빈손을 눈치 챘는지, 다시 녀석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3월 말이지만, 이곳은 이미 봄을 지나고 있다. 반팔 차림임에도 전혀 추위기 느껴지지 않는다. 호수를 둘러싼 각종 위락 시설과 호텔은 어둠에 쌓여 있고,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컨트리 클럽. 대체 왜 나는 이곳에 있는 것일까?

2월 초, 미국에서 돌아와 이런저런 리뷰 건으로 바쁜 와중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비코AV로부터의 전화였다. 3월 말에 시간이 나냐고 물은 뒤, 아주 흥미로운 곳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여행이 이토록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게 진행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몇 번의 조율을 거쳐 일정이 확정되고, 참가 인원이 모두 인천 공항에 모인 것은 3월 26일 월요일 오후 1시. 2시 40분에 센젠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함이다. 왜 갑자기 중국 센젠으로 가는가?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소비코AV가 수입하는 브랜드 중에 쿼드와 오디오랩이 있다. 아마 너무나 유명한 브랜드여서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아니, 상당수의 분들이 지금 쓰고 있거나, 과거에 써봤을 것이다. 이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는 IAG(International Audio Group)으로, 대만을 근거로 해서 영국 헌팅던에 연구소를 두고, 이곳 센젠에서 직접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다. 사실 IAG에 대해서 아는 바는 거의 없었다. 그냥 쿼드와 오디오랩뿐 아니라, 럭스맨, 워퍼데일, 캐슬 등 다양한 브랜드를 사들여서 제품을 생산하는 거대 기업이라는 정보뿐이었다. 게다가 이번 방문 팀에는 센젠의 공장에 가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모두 지레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IAG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의 음향 부분을 책임지는 피터 커마우(Peter Comeau)씨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여러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볼 수는 있겠구나 하는 기대만 갖고 있었다.

이윽고 현지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 IAG에서 보낸 차량에 탑승해서 공항을 빠져 나오고, 주변의 익숙치 않은 풍경에 우리 모두 정신없이 고개를 돌리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변두리라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지저분하고, 혼잡했다. 게다가 IAG 공장의 두터운 셔터 문이 열리는 순간, 최근에 본 <셔터 아일랜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한번 갇히면 꼼짝없이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곳에 들어간 기분이라고 할까?

물론 얼핏 본 공장의 규모는 방대했다. 거대한 컨테이너에 수많은 제품들이 선적되어 운반 중이었고, 불을 밝힌 채 생산 라인이 돌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무척 분주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공장들을 지나 가벼운 언덕을 오르니 람보르기니가 세워진 주차장이 나왔다. 그리고 컨트리 클럽의 본관이 나왔는데, 그 앞에 예쁜 여성 몇 분이 활짝 웃으며 우리 일행을 반겼다. 채 상황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그들을 따라 본관을 지나 숙소로 향하는 순간 우리 모두 와~! 하고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상당한 규모의 인공 호수가 조성된 가운데, 그 위에 정자 여럿이 설치되어 있었고, 곳곳에 위락 시절이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이다. 심지어 우리가 묵은 숙소는 어지간한 호텔 저리 가라할 만큼 넓고 쾌적했으며, 이어진 저녁 식사는 본격적인 사천 및 상하이 요리의 진수였다. 우리는 홀린 듯 계속 나오는 요리를 먹었고, 와인을 마셨으며, 본격적으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거 <천녀유혼>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했더니, 여성들이 일제히 박장대소했다.

이어서 방문한 스포츠 바엔 당당히 당구대와 볼링장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몸을 풀고, 서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번 방문은 소비코가 주최인 만큼, IAG 측에서도 전체 마켓팅 담당인 스티브 운(Steve Un)씨와 올리나 우(Olina Wu)씨 외에도 쿼드 및 오디오랩을 전담하는 여성들이 함께 나왔다. 이들과 통성명을 하고, 맥주를 마시는 사이, 여행이 주는 부담이나 두려움이 서서히 가셨다. 같은 아시아 인이라서 그럴까? 금세 친숙한 사이가 되어, 나중에는 옆에 있는 카라오케 바에 가서 합창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 혼자 잠을 청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지금 여기에 온 것은 <셔터 아일랜드>도 아니고, <천녀유혼>도 아니다. 아마도 <로스트>일 것이다. 점차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오디오에 관련된 모든 생산 시설과 연구진과 숙소와 수영장과 레스토랑까지 완비된 이곳은, 나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한 규모였으며, 그 점에서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마음이 들뜬 상태다.

그럼 간단하게 IAG부터 소개하고, 쿼드와 오디오랩을 중심으로 한 공장 시설을 돌아본 다음, 피터 커마우와 인터뷰를 진행하겠다. 너무나 양이 방대해서 편의상 1, 2부로 나눴는데, 그리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쿼드, 오디오랩, IAG 그리고 컨트리 클럽

현재 IAG를 탄생시키고, 이끌어온 인물은 마이클과 버나드 창(Michael & Bernard Chang)이라는 쌍둥이 형제분들이다. 현재까지 약 30년간 오디오 및 조명 관련 비즈니스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요트 제조업까지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상당한 규모의 회사라 짐작이 된다.

이들은 대만의 타이완 출생으로, 1980년대까지 오디오 수입 및 조명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나중에 홍콩으로 기반을 옮긴다. 이후 중국의 개혁 개방의 물결에 따라 문호가 활짝 열리자 곧장 진출해서,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들을 매입하고 제조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킨 것이다.

사실 대부분 오디오 산업은 이미 끝났다고 푸념하는 분들도 많고, 무슨 광산업처럼 사양 산업이다 단정 짓는 수입상 오너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오디오 시장이 침체 일로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실정은 다르다. 바야흐로 방대하게 뻗어나가는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한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린 것이다. 당연히 IAG는 성장 가도를 달렸으며, 그에 따라 전술한 여러 브랜드들이 한 식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이 높은 분들은 이렇게 불평할 것이다. 뭐, 그래 봐야 뻔하지 않냐. 중국에서 만드는 제품치고 어디 제대로 된 것 봤냐 극단적인 공격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엄청난 고가의 제품을 빼놓고, 현재 중국에서 만들지 않는 오디오 제품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물론 아직 중국 브랜드의 제품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연구진은 본토에 있고, 생산 기반을 중국으로 옮긴 경우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IAG의 브랜드 대부분이 영국과 일본인데, 당연히 영국과 일본에 연구진들이 상주해서 신제품을 설계하고 있고, 센젠에서는 생산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체 관리를 하는 분이 피터 커마우라는 분이며, 이번에 새롭게 쿼드의 제품들이 런칭됨에 따라 본격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놀란 것은, 바로 IAG를 통해 본 중국 오디오 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우리나라 승용차나 TV에 대한 평가가 어땠는가? 어쩔 수 없이 타고, 쓴다는 불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회사들로 성장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방문에서 깨달은 것은 바로 부품의 국산화라는 부분이다. 일단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들을 직접 만들다 보면,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게 되고, 그게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만일 부품까지 수입하게 된다면, 근원적인 부분에서 지식이 쌓일 리 없다. 그 점에서 유닛이나 패널은 물론 너트, 볼트 하나까지 모두 직접 생산하는 IAG의 기반은 놀라움 그 자체다. 이렇게 만들다 보면, 우리가 그랬듯이, 중국 또한 오디오쪽에선 상당한 성취를 이룰 것이라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간단하게 컨트리 클럽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사실 이런 시설을 10여 년 전에 처음 지었을 때, 전세계 모든 오디오 관계자들이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비웃기도 했단다. 그러나 수많은 전세계 수입상들과 기자들, 중국 내의 딜러들을 일일이 만나서 비즈니스를 하고, 친교를 쌓느니, 차라리 이런 시설을 짓는 편이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을 이렇게 지내면서 식사도 하고, 탐방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IAG가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정말 최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않는가 싶다.

이곳은 앞서 언급한 볼링장이다. 한쪽에 당구대도 설치되어 있어서 포켓볼을 칠 수도 있다. 사실 외부와 단절된 곳이라, 따로 센젠 시내에 가려면 차로 50분 가량 달려야 한다. 운전 기사의 확보라던가 안전 문제 등 여러 요소들을 감안할 때, 차라리 이렇게 클럽 내부에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편이 나을 듯 보였다. 처음 치는 볼링이었지만, 두 번씩이나 스트라이크를 기록해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일종의 카라오케 겸 바의 역할을 하는 곳. 그러나 단순한 유흥 공간이 아니다. 일례로 여기에 설치된 기타 앰프는 동사가 생산하는 알비온(Albion)제이다. 이를 설계한 스티브 그린드로드(Steve Grindrod)씨는 에릭 클랩턴을 방불케 하는 기타 솜씨를 뽐내는 분으로, 오랜 연주 경험을 살려 기타 앰프의 개선에 큰 공헌을 했다. PA쪽 시장의 잠재력이나 사이즈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런 시설의 존재는 상당히 귀중하다 하겠다.

우리 일행은 여러 번 이곳에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불렀다. 중간에 필리핀 출신의 연주인과 가수들이 합류해 멋진 공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날이 좋은 여름이면, 대형 무대를 건설해 큰 공연을 벌인다고도 한다.

인공 호수를 주변으로 컨트리 클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과 서예에 조예가 깊은 창업자들의 헌신으로, 이곳에 작은 미술관도 하나 건립되어 있다. 사진은 바로 그곳을 향하는 과정에서, 잘 조성된 오솔길을 담은 것이다.

이곳은 별도로 건립된 미술관이다. 안에는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노 대가의 서예 및 조각, 도자기, 그림 등 다양한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언제나 중국은 예를 중시해왔는데, 이번에 여기에서 그 전통을 발견한 것 같아 상당히 즐거웠다. 창업자의 글 솜씨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일종의 작업 공방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미술관에 부속된 시설이다. 아주 섬세한 손길로 옥을 다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귀중한 유산의 경우, 여기서 일종의 카피를 만들어두는 기능도 한다고 한다.

이제는 스튜디오를 향해 가는 길. 중간에 호수를 바라보며 티 샷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되어 있다. 미리 주문을 하면 실제 라운딩도 가능하다고 한다. 골프에 문외한인 필자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이쪽을 취미로 삼는 분들이라면 두 눈이 번쩍 뜨일 것 같다.

드디어 스튜디오에 도착. IAG는 음악 비즈니스에도 관계가 된 듯, 정식 녹음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당연히 자사 제품의 기기들로 구성되어, 실제 녹음 현장에서 어떤 정도의 퀄리티를 내는지 바로 체크할 수 있게 해놨다. 메인 녹음실에서 들은 피아노 연주는 지금도 생생하다. 제대로 음향 튜닝이 된 방에서 듣는 피아노의 음은, 마치 최고의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처럼 디테일이 풍부하고, 잔향이 깊었다. 작은 다이내믹스를 놓치는 법도 없었다.

이곳은 서브 녹음실로 신디사이저와 컴퓨터를 이용해서 가벼운 BGM 음악을 연주하고 또 녹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참고로 스피커는 미션으로, 상당히 당당한 울림이 나와 인상이 깊었다.

이곳은 둘째 날 피터, 스티브 등과 함께 저녁을 먹은 공간이다. 현재 컨트리 클럽에선 두 군데의 중국 식당 외에 일식집, 이태리 레스토랑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방문 기간 중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케와 함께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엔 별도의 수영장이 있었다. 원래 이 지역은 추운 날보다 더운 날이 압도적으로 많아, 꼭 호화 주택이 아니더라도 수영장 시설이 갖춰진 곳이 많다. 하지만 이런 설비가 되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참고로 이 지역엔 사우나라던가 짐 등 여러 시설이 총망라되어, 가히 컨트리 클럽은 최상의 호텔 회원권을 가진 분들이 즐기는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아마 이 사진들을 보고, 일종의 관광단을 조직해서 꼭 방문해보고자 하는 애호가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인 공장 탐방기 차례다. 사실 2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는 공장을 하루에 다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장 외에 별도의 기숙사와 부대 시설이 있어서 많은 스탭들이 묵기도 한다는데, 그 부분은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규모가 방대한 것이다.

참고로 현재 이곳은 더 이상 확장할 부지가 없어서, 장시라는 곳으로 이전 중이라 한다. 내년 이맘 때 공장이 완공되면 약 1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일한다고 하니, 도무지 그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원래 팩토리 투어는 공장장의 몫이지만, 집에 우환이 생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스티브 운씨가 담당했다. 그러나 그 핵심 내용을 전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스티브 운씨를 따라 처음 간 곳은 툴링(Tooling) 파트다. 툴링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부품을 생산하는 기기류를 만드는 곳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IAG의 제품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부품들을 90% 이상이나 쓴다. 간단한 너트, 볼트뿐 아니라 트랜스포머나 섀시 등 대부분의 부품을 아우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언급할 것이 복제 방지다. 중국은 조금만 인기가 있다 싶으면 사방에서 복제품이 나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아예 자체 규격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특정 회사에 부품을 주문해서 받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시간이 다 가버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산 라인의 가동 중 바로 체크해볼 수 있다는 점. 만일 특정 부품에 결함이 있으면 툴링 파트에서 고치거나 새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아무래도 노하우의 축적이라 하겠다. 이렇게 오디오의 기본이 되는 A부터 Z까지 다 만들다 보면, 우리 메이커들이 그랬듯, 정말로 엄청난 기술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IAG의 진짜 힘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마크를 각인하는 툴이다. IAG 산하의 여러 브랜드들은 각각이 고유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로고가 있다. 이 로고는 제품의 생명이나 마찬가지. 그러므로 이런 툴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것은 미션 스피커용 툴. 딱 봐도 2웨이 형식으로 된 물건임을 알 수 있다.

스피커에 쓰이는 림과 바이 와이어링 단자를 연결하는 점퍼를 만드는 툴이다. 스피커의 경우 유닛 제작부터 시작하기에 이런 세세한 부품들을 일일이 다 제작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일일 것이다.

여기는 선반 작업을 하는 곳. 앰프의 경우, 윗 패널에 공기 순환을 위해 구멍을 뚫는다. 또 일정한 사이즈로 쇠나 알루미늄을 잘라 이를 구부려서 여러 부분에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선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밀링 작업을 하는 곳. 이것은 세세하게 부품을 만들 때 그 겉 표면을 가공하고, 매끈하게 해서 부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당연히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이 요구된다.

펀칭 작업의 현장.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구멍을 내는 곳으로, 역시 정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부품을 폴리싱하는 곳. 대단히 정교하게 작업되어야 함으로, 기기의 DSP에 난 숫자들을 컴퓨터로 조작해서 처리한다. “세이키”(Sakey)에서 나온 기기는 그런 면에서 믿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 사용했던 폴리싱 머신으로, 세이키보다 덜 정교한 부품의 경우에 이용되고 있다. 한편 이 툴링 파트는 다른 곳과는 달리 24시간 내내 운영된다. 언제나 부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당장 밤에 만들어 아침부터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아무튼 그간 여러 업체를 방문했지만, 부품 생산부터 시작한 적은 없으므로 상당히 견학이 흥미로웠다.

툴링 기기를 통해 만들어진 플라스틱류. 그냥 봐도 복잡한 형상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쿼드의 정전형 스피커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무척이나 까다로워 이런 툴링 파트가 없으면 생산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플라스틱 부품을 세부 처리하는 곳이다. DAH LIH의 MCV-1500이라는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우 정교하게 깎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플라스틱 부품들은 형상이 복잡하고, 여러 개를 조립해서 하나의 부품 구실을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의외로 공정이 길고 지난하다고 한다.

혹시 스피커나 앰프를 박스에서 꺼낼 때, 완충 작용을 위해 함께 넣은 종이 팩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것을 만드는 파트다. MCV사의 1020BA라는 기기를 사용해서 제작하고 있다.

로고를 각인하는 툴을 만드는 기기다. Carver사의 600G라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 스피커에 붙이는 로고뿐 아니라, 아이팟용 기기와 같은 작은 모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로고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구경한 것은 일종의 케이블 제작실. 이 부분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물론 앰프나 스피커에 얼마나 많은 케이블이 소요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나, 여기선 원자재를 가져다 직접 제조한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어지간한 케이블 메이커도 이 정도 시설은 없으니 말이다.

우선 원자재를 가져다가 니켈이며 순동을 어떻게 혼합하느냐 결정한다. 그 디자인이 결정되면 제조에 들어가는데, 외주를 주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퀄리티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다양한 색깔의 피복을 입히는데, 여기엔 다 사연이 있다. 현장에서 조립할 경우, 특수 커넥터를 써야 하기도 하고, 특정 부분에만 사용되는 선도 있다. 그런 세세한 부분을 구별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스피커 드라이버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메탈로, T-York라 부른다. 이것을 가공해서 최종적으로 유닛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드라이버 제조 공정에 들어간다.

T-York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부품 중의 하나. 바로 드라이버의 뒤편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런 식으로 다양한 드라이버 관련 부품들이 제조되고 있었다.

각종 너트를 생산하는 곳. 역시 T-York를 이용해 이런 작은 부품들을 대량으로 만들고 있다. 너트 정도야 외부에서 사오면 어떨까 싶지만, IAG의 완벽주의는 이런 세세한 부분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여기는 미드레인지용 유닛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현장이다. 그냥 둥그런 원형의 부품이지만, 이런 형상을 얻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닛을 접속할 때 쓰이는 부품이다. 비록 작지만 구멍을 뚫어야 해서, 펀칭 머신을 꼭 거쳐야 한다.

이것은 뭐하는 부품인가 봤더니, 바로 앰프 내부에 들어가는 히트 싱크다. 바로 여기에 출력 소자를 붙여서 발열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피커 뒷면에 부착되는 터미널용 부품이다. 이 구멍 사이로 접속 단자가 들어가 외부 스피커 케이블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 부품은 주로 PA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밑에 난 사격형의 구멍은 아무래도 볼륨 단자를 위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일단 만들어진 드라이버용 부품들을 폴리싱하는 곳. 이렇게 매끈하게 외부 처리를 해야 진짜 부품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여기는 각종 앰프의 섀시를 만드는 곳이다. 이렇게 정통적인 사각형 모양도 있지만, PA용으로 쓰이는 앰프라던가 쿼드를 생각하면 그 형상이 상당히 다양할 것이라 짐작된다.

이 동그란 반지같은 부품이 뭔가 봤더니 일종의 노브라고 한다. 나중에 럭스맨의 제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마이크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IAG는 PA쪽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는 바, 마이크도 그 중 하나다.

이렇게 구경하다 보니 산더미처럼 쌓인 부품들을 보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을 자체 생산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시장의 규모나 제품의 물량 등을 감안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고, 그런 점에서 새삼 중국의 광대함을 느꼈다.

스피커용 하우징을 만드는 곳. 이렇게 기기를 통해 찍듯이 제작되고 있는데, 말하자면 형상을 구부리고, 구멍을 파는 식의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단 1부를 마치고, 다음 2부에서 계속 공장 탐방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