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 좁은 공간 가득히 각종 송수관, 배수관이 가득하고, 동그란 밸브, 노브, 스위치들이 정신없이 펼쳐져 있다. 무슨 재팬 에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철저한 기계의 세계.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온다.

그러나 손을 뻗어서 하나씩 만져보면 차갑고 강인한 감촉이 분명하게 전달되어온다. 무려 70년 전쯤에 만들어졌을 기계라 보이지 않다. 과연 세계를 상대로 두 번씩이나 전쟁을 벌인 나라다운 저력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브랜드 파워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음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5월 말, 나는 지금 어느 잠수함 안에 있다. 정확히는 U995라는 모델로, 한때 U 보트라고 해서 연합군측을 벌벌 떨게 했던 공포의 잠수함 중 하나다. 1943년 7월 22일 함부르크에서 건조되었는데, 특별히 키일(Kiel)의 도시 외곽의 휴양지에 전시해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수함 내부가 궁금해서 들어왔지만, 안을 둘러보니 당시 2차 대전의 분위기랄까, 긴박한 상황이 충분히 느껴졌다.

 

이를테면 불과 10평도 되지 않은 공간에 어뢰와 식량과 병사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 무려 27명의 사병들이 먹고 자고 근무했다는 것이다. 최대한 컴팩트하게 제조해야 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잠수함 하나에 무려 20여 발의 어뢰를 장착해서 출전했고, 따로 식량 창고가 없어서 천장에 주렁주렁 식량을 매달거나 어뢰들 사이에 끼워 넣었다고 한다.

참고로 화장실은 한 하나밖에 없는 바, 이 조차 지하 25M 이하로 잠수하면 사용할 수 없었다. 과연 전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안에서 아주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이른바 소나라고 하는, 음향 탐지기다. 언제 어느 때 적과 마주칠 수 있으므로, 이는 매우 중요한 장치라 보인다. 이를 위해 이 좁은 공간에 별도로 룸을 만들어 오로지 듣는 전문가를 따로 승선시켰다고 한다. 또 그의 잠자리는 보다 편안했음은 물론이다.

사실 이런 소나나 라디오 시설 등이 전후 오디오 산업의 자양분이 되었음은 우리 모두 주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데 직접 이런 환경에서 소나를 만나니,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 이 작은 박스 안에 투입된 기술들이 응용되어 지금의 하이파이에 이어지고 있음은, 참 전쟁이란 무엇이고, 역사란 무엇인가 새삼 돌아보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방문한 엘락(Elac)이 한때 이런 소나를 전문적으로 생산했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그저 독일의 스피커 메이커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 브랜드의 역사를 훑어보면 짚고 넘어갈 부분이 많다.
일례로 스테레오 사양의 MM 타입 카트리지의 최초 특허도 엘락에게 있다. 1957년 10월 29일에 KST 103이란 모델로 정식 인증을 받았다. 이 제품은 무려 300만개나 팔렸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 엘락이 만든 PW1이란 턴테이블 역시 10만개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과연 1926년에 창업해서 거의 90주년에 다다르는 회사다운 재미있는 이력들이다.

어쨌든 잠수함에서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전망대에 갔다. 이곳은 해군들의 영정을 모아놓은 곳으로, 일종의 기념탑에 속한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신속하게 지상 95M의 전망대에 오를 수 있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풍경이 일단 시야가 시원해진다. 한쪽은 바다 또 한쪽은 육지로, 육지 대부분은 녹지대이며 군데군데 주택가가 들어서 있다. 목가적이다, 전원적이다 하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한가롭고 또 평화롭다. 커다란 낙하산을 타고 바다 위 허공을 빙빙 도는 관광객을 제외하곤 거의가 정적인 모습이다. 날씨도 쾌청해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이런 평화와 여유, 풍요를 얻기 위해 이 도시가 치러낸 대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 키일이란 도시는 독일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발틱 해와 유틀란트 반도를 만나는 지점으로, 독일 해군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덕분에 2차 대전 말기에 도심은 끝도 없는 폭격을 받아 대부분 전소되었다. 다행히 주거 지역은 폭격을 피해, 이 도시는 아주 기이한 풍경을 선사한다. 주로 현대적인 건축물이 가득한 도심지에 비해, 주거지역은 옛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묘한 대조가 또 키일의 매력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지역은 선박 건조와 관련해서 한때 승승장구했다. 지금이야 우리에 밀려서 대형 선박을 건조하지 않지만, 특수 첨단 선박들은 여전히 여기서 활발하게 제조된다. 특히 HDW라는 큰 회사가 발주를 도맡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키일의 주 수입원 중 하나는 관광이다. 특히 해양 스포츠가 발전해서, 매년 개최되는 요트 대회는 온 유럽이 열광할 정도다. 당연히 1936년 베를린 및 1972 뮌헨 올림픽에서 요트 관련 부문은 다 이 도시에서 치러졌다.

 

이곳을 방문한 첫 날, 나는 호텔에서 두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란드탁이란 곳에 갔다. 키일은 U자 형으로 바다를 끼고 발전한 곳이라, 해변가가 상당히 멋지다. 이곳부터 중앙역에 이르기까지 산책하는 것이 이곳 관광의 핵심이라, 도저히 그냥 호텔 방에 머무를 수 없었다.

과연 푸른 발틱 해와 산책로와 각종 위락 시설이 빚어낸 풍경은 그림 엽서를 방불케 했다. 특히 해안가 가득한 요트의 행렬은 이 도시가 얼마나 부유한지 짐작케 한다. 실제로 이 도시의 평균 GDP는 독일 평균보다 약 50% 정도 더 높다. 24만짜리 작은 도시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완전히 한 방 먹은 꼴이 되었다.

이윽고 해안을 지나 도심으로 가니 끝도 없는 상점가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중에 특히 올드 마켓이 유명한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가게와 손님들을 볼 수 없어서 좀 섭섭하기는 했다. 하지만 유로파 광장에 위치한 스파르카센 아레나의 위용은 정말로 멋졌다. 이곳은 핸드볼 경기를 주로 여는 바, 키일의 핸드볼 팀은 유럽 최고의 수준이다. 어쩌면 우리 팀도 이곳에서 경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고풍스런 니콜라이 교회라던가 1911년에 지어진 시청이며 아담한 오페라 하우스 등은 극심한 폭격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라 여간 소중하지 않다. 여건만 허락하면 며칠 정도 지내면서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은 욕심이 날 정도로, 이 도시의 매력은 무궁무진했다.

사실 그간 여러 차례 독일을 방문하면서 북부 지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모로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와는 다르다. 기후도 다르고, 역사와 문화도 다르다. 그 부분을 이번 방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당연히 “Elac”을 엘락으로 읽는다. 그러나 이들은 일락으로 읽는다. "E"를 에가 아니 이로 읽는 것이다. 뮌헨에서 자주 시켜 마신 바이센 비어만 해도 여기선 다르게 읽는다. 참고로 바이센(Weissen)은 하얗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쪽은 바이첸(Weizen)이다.

소맥(Wheat)를 주원료로 만드는 이 맥주는 가장 일반적으로 즐길 수 있는 풍미와 맛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독일에 와서 뭘 주문해야 할지 모르면 이것을 시키면 된다. 여태 마신 것들 중에선 뮌헨산이 제일 향이 진했고, 키일에서 마신 것은 좀 더 마일드했다. 맥주 하나만 해도 이렇게 맛이 다르니, 다른 부분은 어떻겠는가?

어쨌든 이런 역사적인 도시에 와서 2차 대전의 상흔을 직접 목격하고,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조금씩 엘락이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해졌다. 얼마나 R&D에 신경을 쓰고, 이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그 정성과 혼이 이 도시의 부흥과 파괴 그리고 재탄생에 이르는 여정으로 보다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처음 본사를 방문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커다란 태극기가 엘락 및 독일기와 함께 힘차게 휘날리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웬 태극기냐 물어봤더니, 올리버가 당연하다는 듯 되묻는다. 당신, 한국에서 왔잖아요. 때로는 작은 것에서도 큰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이 회사는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엘락은 현재 3개의 부서로 구분되어 있다. CEO인 볼프강 욘(Wolfgang John)을 중심으로, 그의 아들 올리버 욘(Oliver John)이 세일즈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고, 재정 담당이 따로 있으며, R&D 및 테크니컬 부문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 팀장이 바로 토마스 베르너(Thomas Werner)란 분으로, 첨단 소재나 드라이버 개발 등 모든 부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밑에 6명의 직원이 있어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참고로 베르너씨는 1985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근속하고 있다고 하니, 볼프강 욘에 의해 시작된 뉴 엘락의 창단 멤버나 마찬가지라 하겠다. 그의 안내로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다.
  

단, 워낙 첨단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부분이 많아서 개인의 촬영이 허락되지 않았다. 대신 게르하르트 볼프(Gerhard Wolf)라는 아트 디렉터가 촬영을 담당한 바, 때론 절대로 찍어선 안되는 장면들은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진만 보면 좀 빈약한 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대신 충실한 설명으로 이를 대체하겠다. 
 

본격 탐방 전에 베르너씨가 우선 설명한 것은 벽에 붙은 포스터다. 멀리서 보면 무슨 축구 우승컵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엘락의 회사 정책을 일종의 도표처럼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제일 흥미를 끈 것은 맨 위에 놓인 둥근 원이다. 밑의 기둥에 있는 모든 요소들이 바로 이 동그라미를 떠받치는 형태를 하고 있는 바, 그게 바로 고객의 만족도다.

한편 제일 밑을 보니 바로 수익이 나와 있다. 이것은 통상의 회사 정책과는 좀 다르다. 대부분 이익을 내기 위해 회사를 운영한다. 겉으로는 고객 만족을 부르짖으면서, 만일 실적이 조금이라도 나쁘면 직원들을 쪼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더욱 엘락의 정책에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처음 내가 안내된 곳은 보이스 코일을 감는 곳이다. 1981년 겨울, 볼프강 욘씨가 엘락을 사들였을 때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바로 드라이버의 자체 생산. 그 방향이 적중해서 지금 엘락은 전세계 100여개국에 수출하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로 그 원동력부터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둥근 형태의 보빈에 코일을 감는 것인데, 그 보빈의 재질이나 코일을 감는 회수가 모두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 알루미늄 보빈이 열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좀 고급스런 드라이버에 자주 사용된다.

 

일단 코일이 감기면 117V의 전류를 짧게 흐르게 해서, 보다 코일이 보빈에 단단히 감기도록 한다. 이후 220도의 오븐에 90분 정도 찌는 공정이 이어지는 바, 이를 통해 코일이 더욱 보빈에 밀착되도록 만든다. 참고로 이때 쓰이는 오븐은 헤라우스사의 아우만 DZ-1.

베르너씨에 따르면 스피커의 심장이 바로 이 보이스 코일이고, 이게 튼튼해야 스피커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한다. 맞는 말 아닌가?
  

이것은 보빈을 제작하는 과정이다. 보빈 그 자체는 여러 종류가 있는 바, 티타늄 소재가 제일 얇다. 심지어 0.07mm 두께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일단 구멍을 뚫고 동그랗게 말아서 나중에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다. 보빈의 재질에 따라 음의 잔향이 달라진다고 하니 상당히 흥미롭다.
  

엘락이 특허를 갖고 있는 LLD(Long Linear Driver)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페라이트 자석을 사용할 경우, 통상의 구조에 마그넷을 하나 더 붙인다. 왜 그런가 그 이유를 들었다. 드라이버는 자석을 사용해야 하고, 그게 작동을 하면 자석 주변으로 자기장이 형성된다. 그게 크면 클수록 음질에 불리하다. 그래서 마그넷을 하나 더 뒤에다 붙여서, 일종의 보상을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자기장의 크기는 상당히 줄어든다.
한편 네오디뮴을 사용하면 자력 자체가 페라이트보다 4~10배 정도 강해진다. 그래서 커다란 철제 박스 안에 담는 바, 그 경우 대부분의 자기장이 다 흡수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배운 것은 페라이트 자석을 쓰게 되면, 롱 코일을 써야 하고, 네오디뮴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보이스 코일이 짧게 되면 그만큼 안정적인 동작을 기대할 수 있다. 저가 스피커엔 페라이트, 고가엔 네오디뮴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 커다란 기기는 자성을 입히는 공정을 담당한다. 당연히 페라이트와 네오디뮴의 제조 과정이 다르다. 페라이트는 훨씬 부피가 크고, 만들기 쉽다. 반면 작은 사이즈에 강력한 자성을 갖고 있는 네오디뮴의 경우, 약 3,000V를 넣어서 만들어야 한다. 페라이트의 열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 개당 제조 시간은 극히 짧아, 보통 1시간에 700개 정도 만든다고 보면 된다. 페라이트도 비슷하다.

 
그럼 수명은 어떨까? 페라이트의 경우 영구불변하다. 한번 자성을 입혀놓으면 대대손손 사용할 수 있다. 단 네오디뮴은 보다 섬세해서, 우선 니켈로 코팅을 해야 하고, 열이나 습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엘락은 170도에서 견딜 수 있는 네오디뮴을 만드는 바, 드라이버가 아무리 무리한다고 해도 그 온도로 올라가는 법이 없으니, 사용상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보면 된다. 최소 10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네오디뮴의 강도를 실험해 봤다. 손바닥 위와 아래에 각각 올려놨더니 서로 착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바닥을 통과할 정도로 강한 자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력한 자석으로 만들어진 드라이버의 성능이 어떨까 상상하면, 엘락의 싱싱하고, 자연스런 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기분이 들 것이다.
  

이것은 돔 트위터를 제조하는 기기다. 엘락의 공장엔 아주 특수한 용도로 쓰이는 기기들이 많은데, 이 모든 게 엘락이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것들이다. 이를 여러 제작소에 의뢰해서 만든 것들로, 오로지 엘락의 제품만을 위해 작동한다. 최소한 드라이버에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내부에서 다 커버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엘락 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리본 트위터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제조 공정은 철저하게 비밀이며, 당연히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현장에서 눈으로만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재 엘락에서는 약 4만 개 정도의 JET 트위터가 생산된다. 그중 25,000개는 하이파이 용으로 쓰이고, 나머지 15,000개 정도는 카 오디오에 쓰인다. 부가티, 포르셰와 같은 수퍼 카에 납품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계약상 밝힐 수 없다고 한다.

JET 트위터 내부의 알루미늄제 리본은 꾸불꾸불한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각각의 공간이 좁혀졌다 넓혀졌다 하면서 공기를 진동하는 바, 우리의 성대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것을 마는 작업이 무척 복잡하고, 섬세해서 당연히 대외비다.

한편 리본 트위터를 플라스틱 플레이트에 부착하는 부분 또한 까다롭다. 이것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정교한 기기에서 처리하는 바, 이때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5배나 얇은 바늘에 의해 레이저를 쏘아서 제작된다. 이후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 2시간 정도 놔서 자연스럽게 부착되도록 한다. 현재 1주에 약 300개 정도 제작된다고 한다.

 

JET 트위터의 개량도 꾸준히 이뤄져 사진에서 보면 구형과 신형이 나란히 나와 있다. 얼마나 많은 연구를 통해 발전되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리본 트위터를 어셈블리하는 장면이다. 메탈로 된 둥근 상자에 리본이 부착된 플라스틱 판을 결합하는 것으로, 안에 적절한 챔버를 확보하게 만들었다. 한편 리본 뒤편에 펠트를 붙여서 일종의 진동 완화의 효과를 얻는다.

한편 내부의 챔버엔 에어 타이트라는 수법을 써서, 최대한 공기를 빼낸다. 나중에 스피커에 부착했을 때 우퍼에서 오는 진동에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여기는 스피커의 캐비넷을 조립하는 공정이다. 총 5명이 일하고 있는데, 하루에 100개 정도 만든다고 한다. 캐비넷의 각 파트는 비닐로 커버가 씌여 있어서, 나중에 조립이 끝난 후, 담당자의 서명이 들어간 후, 벗겨진다. 이후 박스에 담기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홀기 하트만씨와 미카엘 톨크미트씨가 체크를 한다. 나사가 제대로 박혔나, 인클로저에 잔 기스가 난 부분은 없는가 등등 꼼꼼하게 훑어본다. 당연히 박스에 담기기 전 설명서며 액세서리 등이 담긴 봉투도 넣는다. 
 

이 과정에서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흡음재를 넣는 부분이다. 절대로 내부 배선이 엉키거나 닿지 않게 처리하며, 그 위에 해당 유닛을 부착한다. 가만히 보니, 내부 배선에도 신경을 써서, 선재가 유닛과 닿는 부분 위에 엷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다. 산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른 공정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만난 자재 창고. 사실 이런 창고가 여럿 있고, 모두 규모가 엄청나서 설명을 듣지 않으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창고에선 부품이나 완성된 스피커를 테스팅하는 기기들도 놓여 있었다. 아주 고온 다습한 환경을 만든 온장고라던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떨어트려서 그 결과를 보는 등, 재미있는 기기들이 많앗다.

 

우퍼를 제조하는 현장에 갔다. 콘지와 보이스 코일을 붙이는 부분이 주요 공정으로, 이때 붉은 침과 녹색 침이 양쪽에 달린 기기가 동원된다. 양쪽에서 나오는 접착제로 붙이는데, 이 과정에서 밑에서 250도 정도의 열이 가해진다. 보다 단단히 밀착시키기 위함이다. 이후 6시간 정도 말리면 공정이 끝난다.
  

완성된 우퍼를 테스트하는 룸. 고 전압을 흘려서 얼마나 버티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또 주파수 대역도 설정해서 무지막지하게 빠른 움직임도 체크한다. 이 대목에서 엘락의 드라이버 자체가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은 7V 정도를 흘린다. 그러나 엘락은 15V는 기본이고, 30V를 흘릴 때도 있다. 앰프의 출력으로 따지면 300W에 이르는 수치다. 직접 눈으로 보니 엄청나게 빠른 피스톤 운동으로 콘지가 에지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인데도, 별 무리가 없다. 실제로 다른 회사의 유닛을 가져다 실험해보면 단 1초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것은 OEM으로 제작되는 미드 레인지의 공정이다. 특수하게 제조된 만큼, 담당 주파수 대역이 90Hz~20KHz에 이른다. 베이스가 좀 부족한 것만 따지면 거의 풀레인지 수준이다. 상당히 납작한 형태인데, 이는 거울이나 그림 뒷펀에 부착하기 위함이다. 이것을 서 너 개 달면 어지간한 FM 방송은 모두 커버한다. 즉, 스피커의 존재가 보이지 않게 해서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어울리게 하려는 목적이다.

보이스 코일을 2층 구조로 하고, 그 중간에 삽입되어 일종의 스프링 역할을 하는 캡톤의 경우 무려 400도의 열에도 견딘다. 내부에 오일을 약간 넣어 접착을 보다 단단하게 하는 바, 아이언 파우더의 성분을 좀 담고 있는 이 오일의 개당 단가가 무려 1,400불. 
 

테스트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다. 외부에서 사오는 부품을 랜덤으로 골라서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엘락에서 제조된 드라이버, 크로스 오버 등도 모두 커버한다. 실제로 캐비넷 안에는 골든 샘플이라고 해서, 납품이나 완성품의 기준이 되는 부품들이 가득하다. 해랄드 북타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분의 일이 독특해서 주목을 끌었댜. 엘락에 무려 25년 이상 근속했다고 한다.
 

이어서 다른 층으로 가니 거대한 공간이 펼쳐지며 다양한 제품들이 사로잡았다. 우선 만난 것은 일종의 홈 씨어터 관련 제품들. 5개의 새틀라이트 스피커에 하나의 서브 우퍼가 더해진 형식으로, 이때 새틀라이트에 쓰이는 인클로저가 알루미늄이다. 표면 처리가 뛰어나 만지면 상당히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시장에서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한주에 약 1,000 개 정도의 새틀라이트를 생산한다.
 

이런 대량 생산품과 병행해서, 엘락은 상당히 고가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500 시리즈에 들어가는 우퍼용 크로스오버다. 반덴헐의 선재를 사용해서 상당히 튼실하게 만들어졌다.
 

이것도 고급품에 들어가는 크로스오버. 그 중에 하이 파워 에어 코일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부품이 눈에 띤다. 이것은 내부를 공기로 채워서 보다 효율을 높인 것이다. 드라이버를 직접 제조하는 만큼, 원하는 스펙을 여기에 다 담을 수 있는 바, 따라서 크로스오버는 간략하게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품의 수는 적게 그러나 고급으로 쓴다는 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거대한 알루미늄 인클로저가 있어서 뭔가 봤더니 바로 600 시리즈에 쓰이는 것이다. 이 알루미늄은 스웨덴제로, 그 표면의 마무리가 상당히 수려하다. 여기에 내부 보강제를 적절하게 투입해서 해머 글루라는 권총 스타일의 접착제 기구를 이용, 마무리한다. 개당 약 2시간을 들여 조립을 마친다고 한다. 
 

JET 트위터와 함께 엘락을 상징하는 물건이 바로 4파이 트위터다. 위 아래 네오디뮴으로 된 동그란 자석 사이에 리본처럼 가벼운 소재의 진동판을 360도 빙 두른 형태다. 이렇게 제조하면 겨우 0.5오옴밖에 나오지 않는다. 앰프를 바로 파괴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닌가. 그래서 그 위의 동그란 모자와 같은 곳에 별도의 트랜스를 넣어 4오옴짜리로 만든다. 크고 단단하며 커버하는 대역이 넓어서 일종의 수퍼 트위터 역할도 병행한다.
 

완성된 엘락의 제품들을 선적하는 곳. 당연히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쭉 둘러보니 인도, 러시아, 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편 엘락은 페어 매칭에 철저한 바, 모든 스피커는 좌우 페어를 맞추기 위해 같은 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066은 066과, 067은 067과 함께 하는 식이다.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는 스피커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볼프씨가 사진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에 들렸다. 엘락의 홈페이지 및 다양한 브로셔에 들어가는 사진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번 탐방기에 쓰인 사진들도 역시 마찬가지.
 

올리버 욘씨가 애지중지하는 빈티지 무스탕. 정식 생산 연도가 1968년이니 참 오래된 물건이다. 17년전에 구매해서 꾸준히 튜닝한 결과, 지금은 새차처럼 씽씽 달린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운전할 수가 없어서 창고에 있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이번 탐방 때 기막히게 날씨가 좋아, 함께 이 차를 타고 잠수함 견학을 갈 수 있었다. 사진을 보니 아직도 귓가에 윙 하는 무스탕 특유의 굉음이 기분 좋게 들린다. 
 

이번 방문에선 아주 귀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볼프강 욘씨다. 원래는 올리버 욘씨를 만나 최근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으나, 아직도 정정하게 현역에서 활동 중인 볼프강 욘씨를 만나니 욕심이 생겼다. 이 기회에 엘락의 역사와 전모를 밝힌다는 면에서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할까 한다. 이니셜 WJ으로 이름을 대신한다.
 

WJ : 저는 1944년 2월 12일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생지는 스나임(Sznaim)이라고 하는데, 체코 국경과 맞닿은 작은 마을입니다. 덕분에 2차 대전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죠.

WJ : 저희 어머님께서 바이올린을 아주 잘 연주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에 절 가르친 적도 있죠. 하지만 저는 몇 주 해보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았으니까요. 대신에 열심히 음악을 들었습니다.

WJ : 혹시 AKG라고 아시죠? 바로 그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24살 때 시작해서 12년간 근속했죠. 원래 AKG는 오스트리아 회사로, 스튜디오용 마이크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매를 위해 뮌헨에 근무하면서 많은 스튜디오 관계자들과 어울렸습니다. 당시 아바(Abba)의 녹음 현장도 참관해서, 이들과 친한 사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WJ : 그렇죠. 매일 파티에 술 자리에 밴드에 ... 그러다 AKG의 주인이 바뀌고,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저도 제 갈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래서 만든 회사가 바로 욘 앤 파트너(John & Partner)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쿠르트 크라이비크(Kurt Kreibich), 도로시 토마넥(Dorothee Thomanek) 등과 함께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피커, 앰프, CDP 중에서 좋은 제품들을 골라 판매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더군요. 저희에게 딜러쉽을 주는 회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엘락과 인연을 맺게 되었죠. 당시 엘락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제가 6개월 후에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WJ : 알다시피 엘락은 키일을 본거지로 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바바리언인 쿠르트는 도저히 뮌헨을 떠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더군요. 도로시 역시 잠깐 키일에 있다가 오스트리아로 돌아갔고요.

WJ : 그렇죠. (웃음)

WJ : 지금은 엘락이 스피커 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때엔 턴테이블 제조사로 유명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사는 훨씬 오래되어서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WJ : 당시 이 회사는 키일에 설립되면서 소나(Sonar) 게통을 연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습니다. 특히 항공기나 잠수함에 필요한 기기들을 만들었죠. 당연히 2차 대전 때 많은 제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소나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다른 쪽으로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재봉틀입니다.

WJ : 예. 이때 무려 5천 명 이상을 고용할 만큼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원래 갖고 있던 음향 기술을 버릴 수 없어서 일단 라디오 제조로 시작합니다. 이게 나중에 컨슈머용 하이파이 제품들을 만드는 바탕이 됩니다.

WJ : 1948년입니다. PW 1이라는 모델인데, 전세계에 10만 개나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엘락은 카트리지에도 강점이 있어서, 1957년에 MM 타입에 관한 특허를 얻습니다. KST 103으로 알려진 카트리지는 무려 3백만 개 정도가 팔렸습니다.

WJ : 동시에 엘락은 선박 제조도 병행합니다. 덕분에 선박과 하이파이라는 두 개의 부서를 유지하게 되죠. 1970년대에 오면 수입도 시작해서, 소니, 피셔, 나카미치와 같은 브랜드들이 독일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주변 상황이 좋지 못해서 1978년에 법정 관리에 들어가죠. 선박 부문은 미국의 허니웰 상사가 가져가고, 하이파이쪽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게 됩니다. 그러다 1981년에 제가 정식으로 매입하게 된 것이죠.

WJ : 역시 턴테이블이나 카트리지를 갖고 회사를 키우는 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 당시 칸톤의 창업자와 잘 알아서 그의 도움으로 드라이버의 제조 기술도 습득할 수 있었고요. 그 분은 사이크리트라는 분인데, 돔 트위터의 창시자 중 한 명입니다. 그 정도로 드라이버에 관한 지식이 풍부합니다. 이래서 84년에 첫 스피커를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죠. 어떤 딜러는 무슨 20년 전에나 나올 법한 제품을 들고 왔냐 역정을 냈으니까요. (웃음)

WJ : 다행히 1985년에 저희가 만든 4 파이 트위터가 나오면서, 저희가 만든 드라이버에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이런 기술 개발 전통은 계속 이어져서 93년도에 JET 트위터가 나왔고, 2005년도엔 LLD 베이스 드라이버가 나왔습니다. 2008년에는 크리스탁 우퍼도 만들었죠. 최근에는 작년에 동축형 유닛인 VX-JET를 내놨고요.

WJ : 엘락은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회사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작년 9월,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저희는 또 다시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로 스피커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면 도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디오 분야입니다.

WJ : 저희 제품은 개개인의 취향과 열정을 존중합니다. 그러면서 음악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려고 합니다. 누구나 저희 제품을 듣고 만족스럽게 음악을 감상하는 것, 그게 바로 목표랍니다.

WJ : 우선 AM 180이라는 모델을 소개하고 싶군요. 이것은 액티브 방식으로 2웨이 북셀프 타입입니다. 겉보기엔 작지만, 저역이 무려 38Hz까지 떨어지고, 고역은 50KHz까지 뻗습니다. 트위터에 JET 3 타입을 부착했으므로, 상당한 하이 퀄리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메인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답니다. 또 하나는 507이란 모델입니다. VX-JET가 투입된 제품으로, 이번 뮌헨 쇼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했죠. 마지막으로 400 시리즈가 있습니다. 올 가을에 런칭하려고 하는데, 가격대도 다양하고, 모델도 여럿이어서 선택의 폭이 넓죠. 무려 10년간 무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는 것이죠.

WJ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