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반점 진열대에서 눈길을 끄는 여가수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마리아 바요'. 이 스페인 여성의 발랄한 표정과 고운 외모가 마음에 들었는데, 레파토리가 스페인 음악과 독일적 바로크 음악, 모짜르트 등에 걸쳐 있는 것이 흥미로왔습니다.
우선 한장만 들어보기로 하고 "Viva la Zarzuela"라는 제목의 음반을 골라 들고 왔습니다. 협연자로 플라시도 도밍고와 알프레도 크라우스의 이름이 있어 흥미가 배가되기도 했고, 스페인풍의 오페라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습니다.
'자르수엘라'는 스페인식 오페라의 장르명입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전성기를 구가하였던 스페인의 극음악이죠.
스페인인들은 독창적인 스페인만의 것이라고 유별스럽게 강조를 하는 모양인데, 일단 이 음반에 드러난 것만 보자면, 이탈리아 오페라와 빈 오페레타의 형식에 내용을 스페인적인 것으로 채운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 전통 춤곡의 리듬, 그리고 우리 귀에도 익숙한 스페인풍의 선율이 아주 풍성해서 즐겁게 들을 수 있다는 게 우선 이 음반의 장점입니다.
원래 자르주엘라는 마드리드 근처, 스페인의 국왕들이 살던 자르주엘라 궁에서 17세기에 공연되던 극음악 작품들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 이탈리안 코믹 오페라를 스페인적으로 소화해 낸 많은 작곡가들 이를테면에밀리오 아리에타(1823-1894)의 작품이나 프란시스코 아세뇨 바르비에리(1823-1893), 마뉴엘 페르난데스 카발레로(1835-1906), 페데리코 추에카(1846-1908), 토마스 브레톤(1850-1923), 아마데오 비베스 등에 의해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죠.
최초의 현대적 자르수엘라는 19세기 전반부에 등장했다는데 마드리드의 독특한 풍습, 사람들 사는 이야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르수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다막극으로 나누어지는 '그랑 자르주엘라'와 마드리드의 유명인물들이 등장하는 단막극 '치코'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VIVA LA ZARZUELA"라는 음반을 들으면서 느낀 점 하나는, 전반적으로 음악이 밝다는 것입니다. 이태리 오페라의 에센스를 모은 음반들을 들어보면, 주인공들이 대개 죽어야 끝나는 작품성격을 반영해
어둡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당시 마드리드 사람들이 워낙 낙천적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주 해피(happy)한 느낌을 줍니다.
음반의 주인공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소프라노 마리아 바요 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스타가 된 성악가라 아는 분보다는 모르시는 분이 많을테니 인적사항을 좀 설명드리죠.
바요가 태어난 곳은 스페인 동부 피테로. 이후 바이올린 거장인 사라사테의 고향 팜플로나에 있는 '파블로 사라사테 음악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이후 바요는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공부했고, 같은 스페인출신의 대가인 테레사 베르간자에게도 사사했습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바요는 오페라 소프라노의 기본이랄 수 있는 이태리 오페라는 물론, 스페인 민속음악과 함께 헨델 등의 바로크 음악도 훌륭히 소화하는 가수가 되었습니다.
1988년에는 비엔나 벨베데레 콩쿨에서 최고상을 비롯,11개상을 휩쓸었는데, 이 콩쿨은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관계자들이 모여 당장 투입할 재목을 캐스팅하는 자리여서, 이때부터 바요의 국제적 활동이 불붙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는 승승장구의 연속입니다.
1990년 봄 마드리드에서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 역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헨델 리날도의 알미네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로지나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답니다. 92, 93년 파리에서는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공연하기도 했답니다.
94년에는 코벤트가든에 데뷔해 시노폴리, 콜린 데이비스 경 등과 함께 공연하고 테레사 베르간자와 듀엣 리사이틀 갖기도 했다네요.
바요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96년에는 유네스코 홀과 칸느 등지에서 '비바 라 자르주엘라'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했다고 하니까, 아마도 제가 오늘 소개하고 있는 음반은 이 공연의 후속 산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음반에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만.)
지난달에는 잘츠부르크에서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을 노래했고
다음달에는 미국에서 레 노쩨 디 피가로의 수잔나 역을 부를 예정이랍니다.
장황하게 적은 이력에서 짐작하시겠지만, 바요의 목소리는 가볍고 민첩하고 투명합니다. 새털같은 부드러움도 있고, 햇빛 반짝이는 물결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같은 발랄함도 잘 살아 있는 목소리입니다.
둥글게 둥글게만 내는 소리는 아니고, 비단의 기분좋은 까실까실함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심지도 들어있는 소리입니다.
아울러 , 사라사테의 고향에서 배운 사람 답게, 목소리를 다루는 기교가 마치 바이올린을 다루는 비르투오소의 그것처럼 정확합니다. 리릭 콜로라투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모짜르트의 오페라에 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몇년전에는 푸치니 라 보엠의 '미미'역을 부르기도 했다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내이름은 미미'같은 아리아보다는 '뮤제타의 월츠'같은 것을 부르기에 더 적합한 음색이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음성의 특성상 미미는 좀 버거울 것 같다는 느낌인데, 나중에 바요의 다른 음반을 들어보아야 알 수 있는 문제겠지요.
어쨌든, 바요의 노래는 화사한 미인의 귀와 목에서 반짝이는 악세사리처럼 , 스페인 향취가 가득한 이 음반에 액센트를 주고 있습니다.
"바요의 '비바 자르주엘라'"라는 음반타이틀에 비해서는 바요가 등장하는 부분이 좀 적다는게 아쉽기는 합니다. 자르주엘라 유명작품들의 간주곡이 몇곡 됩니다.
호흡 잘 맞고, 자기네 노래를 자기가 부르는 것인만큼 해석은 나무랄 데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무겁지 않아서, 자주 듣기에도 좋습니다.
도밍고는 적어도 이 음반 안에서는 여전히 싱싱한 가창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도...'라고 토를 달아 말씀드리는 이유는 최근의 도밍고 음성을 들어보질 못해서입니다. 어쨌든 90년대 초반부터 이미 노쇠의 기미를 보여 온 파바로티보다는 믿을만 해서 좋습니다.
개인평점은 별 다섯개 중 네개입니다. 부담없고, 즐겁게 들을 수 있다는게 이 음반이 제게 갖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현식.
우선 한장만 들어보기로 하고 "Viva la Zarzuela"라는 제목의 음반을 골라 들고 왔습니다. 협연자로 플라시도 도밍고와 알프레도 크라우스의 이름이 있어 흥미가 배가되기도 했고, 스페인풍의 오페라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습니다.
'자르수엘라'는 스페인식 오페라의 장르명입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전성기를 구가하였던 스페인의 극음악이죠.
스페인인들은 독창적인 스페인만의 것이라고 유별스럽게 강조를 하는 모양인데, 일단 이 음반에 드러난 것만 보자면, 이탈리아 오페라와 빈 오페레타의 형식에 내용을 스페인적인 것으로 채운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 전통 춤곡의 리듬, 그리고 우리 귀에도 익숙한 스페인풍의 선율이 아주 풍성해서 즐겁게 들을 수 있다는 게 우선 이 음반의 장점입니다.
원래 자르주엘라는 마드리드 근처, 스페인의 국왕들이 살던 자르주엘라 궁에서 17세기에 공연되던 극음악 작품들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 이탈리안 코믹 오페라를 스페인적으로 소화해 낸 많은 작곡가들 이를테면에밀리오 아리에타(1823-1894)의 작품이나 프란시스코 아세뇨 바르비에리(1823-1893), 마뉴엘 페르난데스 카발레로(1835-1906), 페데리코 추에카(1846-1908), 토마스 브레톤(1850-1923), 아마데오 비베스 등에 의해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죠.
최초의 현대적 자르수엘라는 19세기 전반부에 등장했다는데 마드리드의 독특한 풍습, 사람들 사는 이야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르수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다막극으로 나누어지는 '그랑 자르주엘라'와 마드리드의 유명인물들이 등장하는 단막극 '치코'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VIVA LA ZARZUELA"라는 음반을 들으면서 느낀 점 하나는, 전반적으로 음악이 밝다는 것입니다. 이태리 오페라의 에센스를 모은 음반들을 들어보면, 주인공들이 대개 죽어야 끝나는 작품성격을 반영해
어둡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당시 마드리드 사람들이 워낙 낙천적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주 해피(happy)한 느낌을 줍니다.
음반의 주인공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소프라노 마리아 바요 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스타가 된 성악가라 아는 분보다는 모르시는 분이 많을테니 인적사항을 좀 설명드리죠.
바요가 태어난 곳은 스페인 동부 피테로. 이후 바이올린 거장인 사라사테의 고향 팜플로나에 있는 '파블로 사라사테 음악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이후 바요는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공부했고, 같은 스페인출신의 대가인 테레사 베르간자에게도 사사했습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바요는 오페라 소프라노의 기본이랄 수 있는 이태리 오페라는 물론, 스페인 민속음악과 함께 헨델 등의 바로크 음악도 훌륭히 소화하는 가수가 되었습니다.
1988년에는 비엔나 벨베데레 콩쿨에서 최고상을 비롯,11개상을 휩쓸었는데, 이 콩쿨은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관계자들이 모여 당장 투입할 재목을 캐스팅하는 자리여서, 이때부터 바요의 국제적 활동이 불붙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는 승승장구의 연속입니다.
1990년 봄 마드리드에서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 역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헨델 리날도의 알미네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로지나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답니다. 92, 93년 파리에서는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공연하기도 했답니다.
94년에는 코벤트가든에 데뷔해 시노폴리, 콜린 데이비스 경 등과 함께 공연하고 테레사 베르간자와 듀엣 리사이틀 갖기도 했다네요.
바요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96년에는 유네스코 홀과 칸느 등지에서 '비바 라 자르주엘라'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했다고 하니까, 아마도 제가 오늘 소개하고 있는 음반은 이 공연의 후속 산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음반에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만.)
지난달에는 잘츠부르크에서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을 노래했고
다음달에는 미국에서 레 노쩨 디 피가로의 수잔나 역을 부를 예정이랍니다.
장황하게 적은 이력에서 짐작하시겠지만, 바요의 목소리는 가볍고 민첩하고 투명합니다. 새털같은 부드러움도 있고, 햇빛 반짝이는 물결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같은 발랄함도 잘 살아 있는 목소리입니다.
둥글게 둥글게만 내는 소리는 아니고, 비단의 기분좋은 까실까실함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심지도 들어있는 소리입니다.
아울러 , 사라사테의 고향에서 배운 사람 답게, 목소리를 다루는 기교가 마치 바이올린을 다루는 비르투오소의 그것처럼 정확합니다. 리릭 콜로라투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모짜르트의 오페라에 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몇년전에는 푸치니 라 보엠의 '미미'역을 부르기도 했다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내이름은 미미'같은 아리아보다는 '뮤제타의 월츠'같은 것을 부르기에 더 적합한 음색이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음성의 특성상 미미는 좀 버거울 것 같다는 느낌인데, 나중에 바요의 다른 음반을 들어보아야 알 수 있는 문제겠지요.
어쨌든, 바요의 노래는 화사한 미인의 귀와 목에서 반짝이는 악세사리처럼 , 스페인 향취가 가득한 이 음반에 액센트를 주고 있습니다.
"바요의 '비바 자르주엘라'"라는 음반타이틀에 비해서는 바요가 등장하는 부분이 좀 적다는게 아쉽기는 합니다. 자르주엘라 유명작품들의 간주곡이 몇곡 됩니다.
호흡 잘 맞고, 자기네 노래를 자기가 부르는 것인만큼 해석은 나무랄 데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무겁지 않아서, 자주 듣기에도 좋습니다.
도밍고는 적어도 이 음반 안에서는 여전히 싱싱한 가창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도...'라고 토를 달아 말씀드리는 이유는 최근의 도밍고 음성을 들어보질 못해서입니다. 어쨌든 90년대 초반부터 이미 노쇠의 기미를 보여 온 파바로티보다는 믿을만 해서 좋습니다.
개인평점은 별 다섯개 중 네개입니다. 부담없고, 즐겁게 들을 수 있다는게 이 음반이 제게 갖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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