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난 주말도 아니고 지지난 주말이 돼버리고 말았군요. 저는 '지지난' 토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비스펠베이의 '바하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비스펠베이는 이날 6곡의 조곡 전부를 인터미션 (10분 한차례, 20분 한차례) 두번 포함해 3시간에 모두 해치우는 초인적 체력을 과시했는데, 그래서일까요? 공연제목이 "Bach Marathon"이라고 붙어있었습니다.
안내데스크 앞에서 비스펠베이의 CD들을 팔고 있었는데, 오늘은 이때 산 그의 바하 첼로조곡 신보를 소개하기로 합니다. 비스펠베이는 근년에 한번 바로크첼로로 연주한 무반주첼로조곡 전곡 음반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채널클래식스에서 2장 셋트로 나왔죠.
이번에 내놓은 음반은 역시 채널클래식스에서 2for1으로 나와서, 우선 가격메리트가 있습니다. 물론, 이번 공연은 새 음반의 프로모션 투어이지요. (녹음은 98년. Channel Classics CCS12298) 비스펠베이는 검은 자켓 상의를 입지 않고 그냥 셔츠바람으로 첼로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비스펠베이가 상당히 거구인지,
첼로가 그렇게 작아보일 수 없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첫느낌은 '아 빠르다'였습니다.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무반주 첼로조곡의 연주들은 대부분 노대가가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웅혼한 세계를 펼쳐보이는 느낌을 주는데, 비스펠베이가 이날 들려준 연주엔 색다른 신선함이 있었고, 그 신선함의 열쇠는 바로 이 템포 문제라고 생각됐습니다.
바이브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고, 활을 긋는 힘을 조절함으로써 소리의 색채와 표정을 바꾸는 바로크 첼로의 특성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사람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템포였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새로 산 신보와, 야노스 슈타커 판 등 몇가지 다른 연주를 비교해 들어보니 전곡이 다 그렇게 빠르게 녹음돼 있지는 않았지만 1번 1곡을 비롯해 음악팬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곡들,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들이 집중적으로 빠르게 연주돼 있었습니다.
음반에 녹음된 연주는 라이브에 비해 다소 열기와 흥분이 톤다운돼 있었는데 , 실연을 기준으로 그의 연주의 인상을 말하자면, 젊은시절 아쉬케나지의 쇼팽 피아노연주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젊은 아쉬케나지의 쇼팽 발라드 같은 연주들은 듣기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열정으로 음표들을 몰아치지요. 비스펠베이의
이날 연주 역시 그런 인상이 강했습니다. 또한, 템포 루바토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쇼팽 피아니스트처럼 비스펠베이도 규칙적인 박자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패시지들을 노래했습니다.
이부분은 그래서 좋은 부분도 있었고, 좋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어쨌 10살때부터 무반주첼로조곡을 연주했다는 그나름의 방식으로 곡을 완전히 소화.섭취하는 과정을 끝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춤곡 양식 특유의 생동감이 굉장히 잘 드러나 있어서 곡이 펄펄 살아 뛴다는 느낌도 주었습니다. 노대가의 깊이감보다는 천하제일고수의 자리를 노리는 후기지수의 패기랄까, 그런 인상이 강한 연주입니다. 비스펠베이 자신의 구녹음(90년 녹음.Channel Classics CCS1090)이 바로크 첼로로 자신의 세계를 처음 완성한 것이라면, 이번 새녹음은 자신의 개성을 완전히 꽃피운 것이라 할 것입니다.
비스펠베이의 무반주첼로조곡 연주가 갖는 또하나의 강점은 마지막 6번에 있습니다. 6번은 고음악기로서의 첼로의 가능성을 처음 열었다 하여 음악사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게 취급되기도 하는 곡입니다.
비스펠베이는 구녹음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별도의 피콜로첼로(고음현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합니다)를 들고 나와 6번을 연주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첼로 연주들이 무겁고 진지한 음색으로 일관하다 6번에 이르면 다소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반면, 비스벨베이 연주에서는 6번이 오히려 꽃이라고 할만 합니다.
첼로의 고역이 이토록 윤기있고 활기찬 것이었던가, 하고 새삼 놀라게 됩니다.무반주첼로조곡 전곡을 콘서트에서 연주한다는 것(그것도 하루에!)은 운동선수로 치면 철인3종경기를 하는 것에 비할 만 합니다. 피아노나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동안 숨을 돌릴 수 있는 일반적인 곡의 경우와 달리, 무반주첼로조곡에서는 오로지 혼자서 3시간동안 바흐가 내린 시험을 받아내야 하니까요.
청중의 기립박수에 못이겨, 비스펠베이는 결국 앙콜곡을 연주했습니다. 별도로 다른곡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1번 1곡을 한번 더 연주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얼마 쉬지도 않고 나와서 바로 싸인회에 돌입했는데, 나름대로 최소의 힘을 들여서 할 수 있는 싸인을 개발했더군요. 그날 CD에 받은 싸인 사진도 첨부하겠습니다.
무반주첼로조곡 음반을 처음 구입하시려는 분이 아니시라면, 별 4개반으로 구입추천합니다. 녹음도 최상급입니다.
참고로, 바로크첼로는 음량이 현대첼로에 비해 작더군요. 제가 앉은 자리는 1층 맨 앞에서 10번째 줄이었는데, 예전에 더 뒤에서 들었던 로스트로포비치 연주라든가 하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음량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집에 와서 들을때는 제 와디아860 씨디피의 볼륨을 (저는 직결이고, 직결을 위해 출력전압을 출시상태의 절반으로 낮춰놓았습니다) 30정도로 놓으니 실연과 거의 똑같아지더군요. 이게 아마 프리를 쓰시는 분들 기준으로는 '볼륨 9시방향'이거나 그보다 작은 상태쯤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현식.
안내데스크 앞에서 비스펠베이의 CD들을 팔고 있었는데, 오늘은 이때 산 그의 바하 첼로조곡 신보를 소개하기로 합니다. 비스펠베이는 근년에 한번 바로크첼로로 연주한 무반주첼로조곡 전곡 음반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채널클래식스에서 2장 셋트로 나왔죠.
이번에 내놓은 음반은 역시 채널클래식스에서 2for1으로 나와서, 우선 가격메리트가 있습니다. 물론, 이번 공연은 새 음반의 프로모션 투어이지요. (녹음은 98년. Channel Classics CCS12298) 비스펠베이는 검은 자켓 상의를 입지 않고 그냥 셔츠바람으로 첼로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비스펠베이가 상당히 거구인지,
첼로가 그렇게 작아보일 수 없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첫느낌은 '아 빠르다'였습니다.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무반주 첼로조곡의 연주들은 대부분 노대가가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웅혼한 세계를 펼쳐보이는 느낌을 주는데, 비스펠베이가 이날 들려준 연주엔 색다른 신선함이 있었고, 그 신선함의 열쇠는 바로 이 템포 문제라고 생각됐습니다.
바이브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고, 활을 긋는 힘을 조절함으로써 소리의 색채와 표정을 바꾸는 바로크 첼로의 특성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사람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템포였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새로 산 신보와, 야노스 슈타커 판 등 몇가지 다른 연주를 비교해 들어보니 전곡이 다 그렇게 빠르게 녹음돼 있지는 않았지만 1번 1곡을 비롯해 음악팬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곡들,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들이 집중적으로 빠르게 연주돼 있었습니다.
음반에 녹음된 연주는 라이브에 비해 다소 열기와 흥분이 톤다운돼 있었는데 , 실연을 기준으로 그의 연주의 인상을 말하자면, 젊은시절 아쉬케나지의 쇼팽 피아노연주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젊은 아쉬케나지의 쇼팽 발라드 같은 연주들은 듣기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열정으로 음표들을 몰아치지요. 비스펠베이의
이날 연주 역시 그런 인상이 강했습니다. 또한, 템포 루바토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쇼팽 피아니스트처럼 비스펠베이도 규칙적인 박자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패시지들을 노래했습니다.
이부분은 그래서 좋은 부분도 있었고, 좋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어쨌 10살때부터 무반주첼로조곡을 연주했다는 그나름의 방식으로 곡을 완전히 소화.섭취하는 과정을 끝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춤곡 양식 특유의 생동감이 굉장히 잘 드러나 있어서 곡이 펄펄 살아 뛴다는 느낌도 주었습니다. 노대가의 깊이감보다는 천하제일고수의 자리를 노리는 후기지수의 패기랄까, 그런 인상이 강한 연주입니다. 비스펠베이 자신의 구녹음(90년 녹음.Channel Classics CCS1090)이 바로크 첼로로 자신의 세계를 처음 완성한 것이라면, 이번 새녹음은 자신의 개성을 완전히 꽃피운 것이라 할 것입니다.
비스펠베이의 무반주첼로조곡 연주가 갖는 또하나의 강점은 마지막 6번에 있습니다. 6번은 고음악기로서의 첼로의 가능성을 처음 열었다 하여 음악사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게 취급되기도 하는 곡입니다.
비스펠베이는 구녹음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별도의 피콜로첼로(고음현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합니다)를 들고 나와 6번을 연주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첼로 연주들이 무겁고 진지한 음색으로 일관하다 6번에 이르면 다소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반면, 비스벨베이 연주에서는 6번이 오히려 꽃이라고 할만 합니다.
첼로의 고역이 이토록 윤기있고 활기찬 것이었던가, 하고 새삼 놀라게 됩니다.무반주첼로조곡 전곡을 콘서트에서 연주한다는 것(그것도 하루에!)은 운동선수로 치면 철인3종경기를 하는 것에 비할 만 합니다. 피아노나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동안 숨을 돌릴 수 있는 일반적인 곡의 경우와 달리, 무반주첼로조곡에서는 오로지 혼자서 3시간동안 바흐가 내린 시험을 받아내야 하니까요.
청중의 기립박수에 못이겨, 비스펠베이는 결국 앙콜곡을 연주했습니다. 별도로 다른곡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1번 1곡을 한번 더 연주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얼마 쉬지도 않고 나와서 바로 싸인회에 돌입했는데, 나름대로 최소의 힘을 들여서 할 수 있는 싸인을 개발했더군요. 그날 CD에 받은 싸인 사진도 첨부하겠습니다.
무반주첼로조곡 음반을 처음 구입하시려는 분이 아니시라면, 별 4개반으로 구입추천합니다. 녹음도 최상급입니다.
참고로, 바로크첼로는 음량이 현대첼로에 비해 작더군요. 제가 앉은 자리는 1층 맨 앞에서 10번째 줄이었는데, 예전에 더 뒤에서 들었던 로스트로포비치 연주라든가 하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음량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집에 와서 들을때는 제 와디아860 씨디피의 볼륨을 (저는 직결이고, 직결을 위해 출력전압을 출시상태의 절반으로 낮춰놓았습니다) 30정도로 놓으니 실연과 거의 똑같아지더군요. 이게 아마 프리를 쓰시는 분들 기준으로는 '볼륨 9시방향'이거나 그보다 작은 상태쯤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현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