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콘트라베이스 곡집 "저음왕"에 이어 그 속편이 나왔습니다. 바로 "저음왕 2"입니다.
1집(1집이라고 의도하고 낸 것은 아니었지만)은 수입물량이 적었던 탓에 금방 품절이 됐었고, 저도 웹진에 글을 올린 이후 가장 많은 문의를 받았던 음반이 바로 저음왕이었는데 이제 2집이 나왔다하여 반가운 마음에 구입하였습니다.
저음왕 2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1995년에서 2000년 경에 일본 킹레코드에서 나온 콘트라베이스 음반 가운데서 음원을 골라 편집한 음반입니다.
연주자들은 1집과 일부 겹칩니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 베이스"로 유명해진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나 교토 후지와라, 다카시 코노 등이 그렇습니다.
자사에서 발매했던 음반과 1집에서 반응이 좋았던 곡 위주로 구성을 하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1편에 나온 배우가 2편에 나오는 것이 영화에서는 흔한 일이니, 별 흠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랙별로 어떤 곡들이 수록돼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1번 트랙. "Go Down Moses"입니다.
리처드 데이비스의 베이스 연주로, 침잠하는 사색적 분위기의 흑인영가풍입니다. 피치카토로 뜯으면서 동시에 바이브레이션을 넣는 주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대단히 묵직하고 강력한 피치카토입니다.
2번 트랙 "A Flower is a lovely thing"에서는 리처드 데이비스가 진한 보잉을 선보입니다. 피아노 반주는 존 힉스. 재즈풍이며 매우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3번트랙. "라르고 (H.Eccles)". 클래식 풍입니다. 세르쥬 쿠세비츠키의 베이스 연주입니다. 이런 류의 음반수록곡으로서는 파격적이게도, 이 곡과 이어지는 4번 트랙은 SP에서 복각한 것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쿠세비츠키는 1874년에 태어난 러시아 출신의 베이스 대가입니다. 1903년부터 베를린 무대에 등장, 보테시니 이후 최고의 베이스 명인으로 꼽히며 활약했고 1907년부터는 지휘자로도 활동했습니다.
나중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1924년부터 1949년까지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역임하고 1951년 세상을 떠난 인물입니다.
여기 수록된 그의 연주는 20년대 후반의 녹음입니다. SP특유의 지직거리는 잡음이 끓지만 그 아래 보석처럼 빛나는 따뜻하고 촉촉한 톤이 숨어있는 명연입니다. 거트 현(동물의 내장을 이용해 만든 것 - 포스코 CF에 나오는 '철로 만든 줄'을 쓰지 않았습니다.)이 빚어내는 느낌이 좋습니다.
SP소스여서 저역이 상당부분 커트되어 있기 때문인지 들리는 소리는 첼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음색과 톤이 비범합니다. 여느 첼로 독주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사실 베이스는 그 악기의 덩치때문에라도, 독주악기로서 첼로만큼 다양하고 안정된 표현을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바흐 무반주첼로조곡까지 베이스로 연주한 게리 카의 경우, 베이스로 그런 넓은 레파토리를 소화해내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지 "체급 떼고 무제한급으로" 비교해 본다면 동일한 곡에 대하여 굳이 첼로로 된 연주를 제치고 게리카의 연주를 들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비브라토라던가 기본 음조 자체가 불안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쿠세비츠키의 연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될만한 확고하고 잘 잡힌 톤이 살아 있습니다. 나중에 나오는 젊은 연주자들의 활을 이용한 연주들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차별화가 됩니다.
5번 트랙에서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1981년 창단된 6인조 베이스 악단으로, 특정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곡과 흥겨운 무대매너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Bass Bass Bass Bass Bass and Bass"로 큰 히트를 했습니다.
5번트랙의 곡명은 "Father Moqueur". 빠른 리듬에 악기를 긋고 뜯고 두들겨 다양한 소리를 내는 그들 특유의 스타일입니다. 다만 멜로디 라인에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같은 재미는 없고, 이상하게도 우리 민요장단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사실 그들의 독집을 들어보면 "베이스*6"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험적인 자유로움이 멜로디의 재미를 앞서는 곡들입니다.)
6번도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의 음악으로, "Acoustic Trash"입니다.
여기서는 거친 보잉의 맛을 한껏 살렸습니다. 중간에 하모닉스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 속지 해설에 의하면 "Cross Strings"라는 주법으로 일렉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 비슷한 효과를 낸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전자장비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답니다.)
베이스의 두 현을 서로 엇갈리도록 잡아당겨놓고 연주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7번트랙 "Crazy Course"입니다. 베이시스트 프랑소아 라바트(Francois Rabbath) 드럼주자 아르망 몰리네티(Armand Molinetti)의 재즈풍 2중주입니다. 빠른 템포로 더블스토핑(현악기에서 동시에 2음 이상을 내는 것) 주법을 사용, '왕벌의 비행'식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선율보다는 효과위주의 곡입니다.
8번트랙. 역시 두사람의 연주인 "Impalas"입니다. 7번 트랙과 비슷한 경향입니다.
드럼소리가 생각보다 죽어있어서 확인해보니, 7과 8은 두사람의 60년대 녹음이라고 합니다.
9번트랙은 헨델의 유명한 아리아 "울게 하소서".
베이스를 맡은 Stefano Sciascia는 1960년 이태리 태생의 젊은 주자입니다. 94년부터 솔로로 활동하여 왔는데 베이스 독주곡의 레퍼토리 부족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바로크 아리아의 편곡에 주목한 연주자라고 합니다.
이 곡의 경우 감상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보잉이 다소 소극적이어서 듣는 재미가 덜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쿠세비츠키의 경우와 그래서 많이 비교가 됩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연주이기는 하나 깊이와 힘,그리고 확고한 자기 목소리의 부재가 느껴집니다.
10번트랙. "Se tu m'ami" (Pergolesi 작곡). 9번트랙과 같은 사람들의 연주입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인데, 역시 특별히 인상적이지는 않은 연주입니다. 베이스를 활로 긋는 것 치고는 꽤 예쁜 소리를 내는구나.. 하지만 일급의 첼로주자가 연주했더라면 좀 더 가슴저미는 아름다움을 뿜어냈을 곡이군..하는 생각을 하며 듣게 됩니다.
11번 "탄생"은 교토 후지와라가 작곡하고 연주한 현대음악풍의 곡입니다. 길면 다소 당혹스러울텐데 그렇지 않고, 황병기류의 느낌입니다. 강하고 빠르게 긋다가 바로크첼로처럼 활을 떼는 보잉을 자주 사용하는 듯 합니다.
12번은 다들 잘 아시는 "키사스,키사스,키사스".
유명한 그곡을 후지와라가 연주합니다. 피치카토로 속삭이듯 시작하는데, 중반이후 현에 팽팽한 긴장을 실어 비브라토와 함께 퉁겨내는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고음에서는 마치 클래식기타 비슷한 음색도 납니다.
13번트랙에서 후지와라는 정통 재즈베이스 속주를 펼쳐보입니다. 연주곡은 "Folk Forms No.1" (찰스 밍거스 작곡). 12번트랙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와 비교하면 같은 피치카토 주법이라도 이렇게 맛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선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디오적으로 접근하는 분이라면 현의 장력과 피치카토 사운드의 무게감, 현이 지판에 튕길때의 소리 등을 비교청취의 포인트로 삼아 시스템의 다이내믹스를 체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교토 후지와라는 53년생으로 일본 톱클래스의 베이스 주자입니다. 트랙11-13의 세 곡은 그의 앨범 "Gargantua"(2000년.일본 킹레코드)의 수록곡입니다.
14번과 15번 트랙은 일본의 젊은 베이시스트 타카시 콘노의 연주 (피아노 반주는 마사히로 사토)입니다.
NHK교향악단의 멤버로 소개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포레의 곡 두 곡을 아름다운 활짓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7번트랙의 연주자인 프랑소아 라바트의 제자라는데, 스승보다 훨씬 덜 전위적입니다.
16번 "Someday My Prince Will Come".
타케시 야마구치의 기타와 명인 론 카터의 베이스가 어우러집니다.
잔잔하면서도 적절한 활기를 지닌 재즈기타와 베이스가 대화하는 스타일입니다. 부담없이 들으면서 흥겹게 리듬을 탈 수 있는 재즈곡으로, 97년에 야마구치가 내놓은 그의 독집에서 가져온 곡이라고 합니다.
17번. "Autumn Leaves" . 이것은 82년 녹음입니다. 레드 미첼의 베이스 오버더빙에 의한 베이스 듀오입니다. 재즈적 해체가 꽤 많이 이뤄진 곡이며 피치카토 주법만 사용해 지나치게 우수가 짙은 원곡의 부담스러움을 덜어낸 담백한 연주입니다.
18번 마지막트랙은 재즈 트리오입니다.
곡명은 "Down by the Riverside" . Reginald Veal의 베이스, Cyrus Chesnut의 피아노. Eric Vaughn의 드럼으로, 이 음반에서 가장 최신인 2000년 녹음입니다.
일전에 본 란에서 소개하였던 DVD [Piano Grand!]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사이러스 체스넛을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가운 곡이기도 합니다.
흑인영가의 재즈편곡 분위기인데 흥겨운 템포에 비교적 스탠다드한 재즈입니다.
중간에 머리복잡한 곡도 많았는데 기분이 좀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중간에 베이스 보잉과 함께 레지널드 빌의 보컬 허밍도 들어가 더욱 재미가 배가되어 있습니다. 노래부르는 스타일이 요요마와 함께 "Hush!"를 내놓아 히트쳤던 바비 맥페린과 약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좋은 목소리는 아닌데 흥을 잘 탑니다.
* * *
전작인 저음왕1은 무엇보다 강력한 인상을 주는 곡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앤 베이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몇곡 듣고 마는 오디오파일 샘플러 음반의 특성상 이런 곡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데 그런 '타이틀곡'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2집의 매력을 감쇄시키는 요소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충실하고 1편 못지않게 다양한 선곡입니다. 처음에 색다르게, 중간으로 가면서 점점 머리가 아파졌다가 나중으로 가면서 점점 기분을 풀어주는 순서로 곡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끝까지 다 듣게 되는 1집과 비교해 중간토막에 실험적인 성격이 좀 강해서, 1집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한번 들으면 약간 실망스런 구석도 있는데, (1집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자꾸 들을 수록 숨은 매력이 조금씩 더 드러나긴 합니다.
1집을 목마르게 찾다가 못찾은 분이라면 한번 들어볼 만 합니다.
1집의 음악이 모두 마음에 들었던 분이라면 음악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취지에서 한번 사 보실만 합니다. 그러나 1집 사서 3번트랙만 듣고 다른 것에는 손도 안대신 분이라면 굳이 구입하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점은 1집에서 반개를 빼고자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리뷰를 찾아보니 1집에는 별4개를 주었더군요. 그렇다면 이번 저음왕2에는 3개반을 주어야 할텐데, 이번에 다시 두가지를 들어본 소감으로는 1집에 별4개 반, 2집에 4개를 주면 어떨까 합니다.
이현식. ( hyunsik@sbs.co.kr )
 저음왕2.jpg)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 베이스"로 유명해진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나 교토 후지와라, 다카시 코노 등이 그렇습니다.
자사에서 발매했던 음반과 1집에서 반응이 좋았던 곡 위주로 구성을 하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1편에 나온 배우가 2편에 나오는 것이 영화에서는 흔한 일이니, 별 흠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랙별로 어떤 곡들이 수록돼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1번 트랙. "Go Down Moses"입니다.
리처드 데이비스의 베이스 연주로, 침잠하는 사색적 분위기의 흑인영가풍입니다. 피치카토로 뜯으면서 동시에 바이브레이션을 넣는 주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대단히 묵직하고 강력한 피치카토입니다.
2번 트랙 "A Flower is a lovely thing"에서는 리처드 데이비스가 진한 보잉을 선보입니다. 피아노 반주는 존 힉스. 재즈풍이며 매우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3번트랙. "라르고 (H.Eccles)". 클래식 풍입니다. 세르쥬 쿠세비츠키의 베이스 연주입니다. 이런 류의 음반수록곡으로서는 파격적이게도, 이 곡과 이어지는 4번 트랙은 SP에서 복각한 것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쿠세비츠키는 1874년에 태어난 러시아 출신의 베이스 대가입니다. 1903년부터 베를린 무대에 등장, 보테시니 이후 최고의 베이스 명인으로 꼽히며 활약했고 1907년부터는 지휘자로도 활동했습니다.
나중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1924년부터 1949년까지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역임하고 1951년 세상을 떠난 인물입니다.
여기 수록된 그의 연주는 20년대 후반의 녹음입니다. SP특유의 지직거리는 잡음이 끓지만 그 아래 보석처럼 빛나는 따뜻하고 촉촉한 톤이 숨어있는 명연입니다. 거트 현(동물의 내장을 이용해 만든 것 - 포스코 CF에 나오는 '철로 만든 줄'을 쓰지 않았습니다.)이 빚어내는 느낌이 좋습니다.
SP소스여서 저역이 상당부분 커트되어 있기 때문인지 들리는 소리는 첼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음색과 톤이 비범합니다. 여느 첼로 독주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사실 베이스는 그 악기의 덩치때문에라도, 독주악기로서 첼로만큼 다양하고 안정된 표현을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바흐 무반주첼로조곡까지 베이스로 연주한 게리 카의 경우, 베이스로 그런 넓은 레파토리를 소화해내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지 "체급 떼고 무제한급으로" 비교해 본다면 동일한 곡에 대하여 굳이 첼로로 된 연주를 제치고 게리카의 연주를 들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비브라토라던가 기본 음조 자체가 불안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쿠세비츠키의 연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될만한 확고하고 잘 잡힌 톤이 살아 있습니다. 나중에 나오는 젊은 연주자들의 활을 이용한 연주들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차별화가 됩니다.
5번 트랙에서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1981년 창단된 6인조 베이스 악단으로, 특정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곡과 흥겨운 무대매너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Bass Bass Bass Bass Bass and Bass"로 큰 히트를 했습니다.
5번트랙의 곡명은 "Father Moqueur". 빠른 리듬에 악기를 긋고 뜯고 두들겨 다양한 소리를 내는 그들 특유의 스타일입니다. 다만 멜로디 라인에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같은 재미는 없고, 이상하게도 우리 민요장단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르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jpg)
(사실 그들의 독집을 들어보면 "베이스*6"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험적인 자유로움이 멜로디의 재미를 앞서는 곡들입니다.)
6번도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의 음악으로, "Acoustic Trash"입니다.
여기서는 거친 보잉의 맛을 한껏 살렸습니다. 중간에 하모닉스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 속지 해설에 의하면 "Cross Strings"라는 주법으로 일렉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 비슷한 효과를 낸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전자장비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답니다.)
베이스의 두 현을 서로 엇갈리도록 잡아당겨놓고 연주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7번트랙 "Crazy Course"입니다. 베이시스트 프랑소아 라바트(Francois Rabbath) 드럼주자 아르망 몰리네티(Armand Molinetti)의 재즈풍 2중주입니다. 빠른 템포로 더블스토핑(현악기에서 동시에 2음 이상을 내는 것) 주법을 사용, '왕벌의 비행'식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선율보다는 효과위주의 곡입니다.
8번트랙. 역시 두사람의 연주인 "Impalas"입니다. 7번 트랙과 비슷한 경향입니다.
드럼소리가 생각보다 죽어있어서 확인해보니, 7과 8은 두사람의 60년대 녹음이라고 합니다.
9번트랙은 헨델의 유명한 아리아 "울게 하소서".
베이스를 맡은 Stefano Sciascia는 1960년 이태리 태생의 젊은 주자입니다. 94년부터 솔로로 활동하여 왔는데 베이스 독주곡의 레퍼토리 부족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바로크 아리아의 편곡에 주목한 연주자라고 합니다.
이 곡의 경우 감상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보잉이 다소 소극적이어서 듣는 재미가 덜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쿠세비츠키의 경우와 그래서 많이 비교가 됩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연주이기는 하나 깊이와 힘,그리고 확고한 자기 목소리의 부재가 느껴집니다.
10번트랙. "Se tu m'ami" (Pergolesi 작곡). 9번트랙과 같은 사람들의 연주입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인데, 역시 특별히 인상적이지는 않은 연주입니다. 베이스를 활로 긋는 것 치고는 꽤 예쁜 소리를 내는구나.. 하지만 일급의 첼로주자가 연주했더라면 좀 더 가슴저미는 아름다움을 뿜어냈을 곡이군..하는 생각을 하며 듣게 됩니다.
11번 "탄생"은 교토 후지와라가 작곡하고 연주한 현대음악풍의 곡입니다. 길면 다소 당혹스러울텐데 그렇지 않고, 황병기류의 느낌입니다. 강하고 빠르게 긋다가 바로크첼로처럼 활을 떼는 보잉을 자주 사용하는 듯 합니다.
12번은 다들 잘 아시는 "키사스,키사스,키사스".
유명한 그곡을 후지와라가 연주합니다. 피치카토로 속삭이듯 시작하는데, 중반이후 현에 팽팽한 긴장을 실어 비브라토와 함께 퉁겨내는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고음에서는 마치 클래식기타 비슷한 음색도 납니다.
13번트랙에서 후지와라는 정통 재즈베이스 속주를 펼쳐보입니다. 연주곡은 "Folk Forms No.1" (찰스 밍거스 작곡). 12번트랙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와 비교하면 같은 피치카토 주법이라도 이렇게 맛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선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디오적으로 접근하는 분이라면 현의 장력과 피치카토 사운드의 무게감, 현이 지판에 튕길때의 소리 등을 비교청취의 포인트로 삼아 시스템의 다이내믹스를 체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교토 후지와라는 53년생으로 일본 톱클래스의 베이스 주자입니다. 트랙11-13의 세 곡은 그의 앨범 "Gargantua"(2000년.일본 킹레코드)의 수록곡입니다.
14번과 15번 트랙은 일본의 젊은 베이시스트 타카시 콘노의 연주 (피아노 반주는 마사히로 사토)입니다.
NHK교향악단의 멤버로 소개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포레의 곡 두 곡을 아름다운 활짓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7번트랙의 연주자인 프랑소아 라바트의 제자라는데, 스승보다 훨씬 덜 전위적입니다.
16번 "Someday My Prince Will Come".
타케시 야마구치의 기타와 명인 론 카터의 베이스가 어우러집니다.
잔잔하면서도 적절한 활기를 지닌 재즈기타와 베이스가 대화하는 스타일입니다. 부담없이 들으면서 흥겹게 리듬을 탈 수 있는 재즈곡으로, 97년에 야마구치가 내놓은 그의 독집에서 가져온 곡이라고 합니다.
17번. "Autumn Leaves" . 이것은 82년 녹음입니다. 레드 미첼의 베이스 오버더빙에 의한 베이스 듀오입니다. 재즈적 해체가 꽤 많이 이뤄진 곡이며 피치카토 주법만 사용해 지나치게 우수가 짙은 원곡의 부담스러움을 덜어낸 담백한 연주입니다.
18번 마지막트랙은 재즈 트리오입니다.
곡명은 "Down by the Riverside" . Reginald Veal의 베이스, Cyrus Chesnut의 피아노. Eric Vaughn의 드럼으로, 이 음반에서 가장 최신인 2000년 녹음입니다.
일전에 본 란에서 소개하였던 DVD [Piano Grand!]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사이러스 체스넛을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가운 곡이기도 합니다.
흑인영가의 재즈편곡 분위기인데 흥겨운 템포에 비교적 스탠다드한 재즈입니다.
중간에 머리복잡한 곡도 많았는데 기분이 좀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중간에 베이스 보잉과 함께 레지널드 빌의 보컬 허밍도 들어가 더욱 재미가 배가되어 있습니다. 노래부르는 스타일이 요요마와 함께 "Hush!"를 내놓아 히트쳤던 바비 맥페린과 약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좋은 목소리는 아닌데 흥을 잘 탑니다.
* * *
전작인 저음왕1은 무엇보다 강력한 인상을 주는 곡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앤 베이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몇곡 듣고 마는 오디오파일 샘플러 음반의 특성상 이런 곡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데 그런 '타이틀곡'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2집의 매력을 감쇄시키는 요소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충실하고 1편 못지않게 다양한 선곡입니다. 처음에 색다르게, 중간으로 가면서 점점 머리가 아파졌다가 나중으로 가면서 점점 기분을 풀어주는 순서로 곡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끝까지 다 듣게 되는 1집과 비교해 중간토막에 실험적인 성격이 좀 강해서, 1집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한번 들으면 약간 실망스런 구석도 있는데, (1집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자꾸 들을 수록 숨은 매력이 조금씩 더 드러나긴 합니다.
1집을 목마르게 찾다가 못찾은 분이라면 한번 들어볼 만 합니다.
1집의 음악이 모두 마음에 들었던 분이라면 음악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취지에서 한번 사 보실만 합니다. 그러나 1집 사서 3번트랙만 듣고 다른 것에는 손도 안대신 분이라면 굳이 구입하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점은 1집에서 반개를 빼고자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리뷰를 찾아보니 1집에는 별4개를 주었더군요. 그렇다면 이번 저음왕2에는 3개반을 주어야 할텐데, 이번에 다시 두가지를 들어본 소감으로는 1집에 별4개 반, 2집에 4개를 주면 어떨까 합니다.
이현식. ( hyunsik@sb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