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이 란에 XRCD와 24k Gold HDCD등의 고음질 CD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클럽 쇼핑몰에 이 물건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장에 4만원돈? 그돈이면 클래식음반 budget box값인데..하면서도 역시 손이 가는 걸 보면 오디오파일이란 참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클럽 쇼핑몰에 나온 물건들 중에 일부는 이미 제가 미국에서 또는 다른 경로로 사다가 듣던 것들도 있었으므로 전부터 궁금하였던 여가수 음반 하나와 재즈곡 가운데 레퍼토리에 보편성이 있어 실패확율이 낮아보이는 것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장의 CD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들어본 것은 재신타(Jacintha)의 “Autumn Leaves-the Songs of Johnny Mercer”입니다. FIM (First Impression Music)에서 나온 XRCD입니다.
‘재신타’는 180g LP와 24k gold CD등의 포맷으로 오디오파일용 음반을 발매하는 그루브 노트(Groove Note)의 대표여가수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Autumn Leaves”는 원래 Groove Note에서 발매된 것을 Fim이 XRCD로 리매스터링해 낸 것으로 보입니다..
가수의 목소리는 레베카 피죤보다는 소위 ‘필(feel)’이 강하고 사라K보다는 조금 가볍다고나 할까..그런 음성입니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분위기는 딱 10월 중순입니다. 청순하면서도 허스키한 색깔이 묻어있구요.
섹시함이 살짝 슈가코팅된 우수를 지닌 30대여성의 느낌입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푹 젖어들 수 있는 음성으로, 다이애나 크롤에게서 느끼함을 걷어냈다고 말하면 어떨까 싶네요.
악기 편성은 테너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기타, 해먼드 오르간, 드럼이 때에 따라 편성을 달리하여 등장합니다.
수록곡은 타이틀곡이 “Autumn Leaves (불어버전)”이고 “Days of Wine & Roses”, “Moon River”가 나온다는데서 분위기를 짐작하시면 됩니다. “Autumn Leaves”의 경우 샹송풍으로 진행되다 어느덧 색소폰의 재즈 임프로비제이션이 섞여나오기도 합니다.
추천곡은 10번 트랙 “Moon River”입니다. 재신타가 무반주로 노래를 하다가 후에는 피아노 독주가 나옵니다. 적막 속에 흘러나오는 솔로 여가수의 음성이 숨막힐 듯 고혹적입니다. 리키 리 존스 ‘Pop Pop’ 에서의 일부 트랙에서 이런 적막감을 느껴보았습니다.
시스템의 소리가 산만하고 정숙감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를 짚어보기에 매우 좋은 트랙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아노 파트에서는 최약음과 강음을 교차하여 내는 패시지가 나옵니다. 오디오 테스트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강음과 약음의 차이가 얼마나 날까도 체크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 하고, 강음의 경우 해머와 줄의 임팩트로부터 소리가 악기 전체와 주변공기를 울리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기에 적절해 보입니다.
이 소리들이 제 시스템에서 제대로 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상급의 시스템에서는 분명 그만큼의 차이를 나타내 줄 것이라는 신뢰가 가는, 대단한 정보량의 녹음입니다.
그녀의 신작 Jacintha with Strings (현악오케스트라 반주로 재즈 스탠다드 넘버들을 노래함.Groove Note에서 나옵니다)이 기대됩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테너 색소폰 또는 베이스 클라리넷과 어쿠스틱 베이스라는 다소 특이한 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신타’와 같이 조용한 음악입니다.
어두운 방안에 한줄기 따스한 할로겐 조명, 커피향과 담배 한 개비..뭐 이런 연상을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재즈풍의 명상음악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수록곡 분위기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When I Fall in Love” “What’s New” 등에서 짐작하시면 됩니다.
저는 관악기 주자가 바로 2-3미터 앞에서 연주하는 소규모 라이브를 본 적은 없지만, 정말 이것이라면 실제 그대로일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의 스피커는 소형인데도 스피커 사이에 자리하는 음상은 실제 악기주자 그대로의 크기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특히 이 음반의 녹음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면 관악기 연주자가 불어낸 숨결을 전부 다 전해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주자가 불어낸 날숨은 일부는 악기 속으로 들어가 깨끗한 악기소리로 나오기도 하지만 조금은 새기도 하고 악기에 들어가서도 일부 잡음 같은 소리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악기 안에 침이 고이면 끓는듯한 소리가 날 수도 있겠죠.
이 녹음은 이런 소리를 고스란히 다 전해줍니다. 가장된 부드러움이 아니고 정보량의 손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드러움을, 이 음반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FIM은 ‘윈스톤 마’라는 이름의 중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오디오파일 CD가 많이 나오고, 일전에 웹진의 탑뉴스에 소개된 것처럼 케이블 등도 만듭니니다. 북구의 Proprius가 내놓았던 음반들도 판권을 이전받아 재발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스키의 녹음이 가벼운 산미를 가미한 일식의 맛이라면 Fim의 사운드는 좀 더 진한 소스의 맛을 살리는 중국요리의 맛에 가깝지않나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디오파일 음반에 관심이 많아서 테스트음반 샘플러 음반 등을 자주 구입하시는 분이라면 이 두장의 음반을 별4개반(★★★★☆)으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런 종류로는 귀그림 씨디 한장이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별을 반개 빼드려야겠네요.
역시 문제는 서두에서 말한 바 가격이 되겠는데, 가끔은 ‘녹음 좋은 소프트 한장, 열 하드웨어 안부럽다(?)’는 격언을 되새겨볼 때도 있지 않은지요. 제 주위에는 ‘케이블 뿐 아니라 음반도 하나이 콤포넌트”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가끔 고음질 오디오파일 음반 가운데는 연주가 너무나도 ‘아니어서’ 돈 생각 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이 두 장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기왕 비싸게 받고 파는 음반인데 해설지가 좀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메이저 클래식 레이블들이 음반자켓을 아예 사진앨범처럼 만들어가며 다양한 참고자료를 수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Fim같은 오디오파일 레이블이야말로 녹음당시 모습의 사진도 싣고, 사용된 장비 목록도 곡별로 상세히 수록하는 성의를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요.
언젠가 Fim의 Winston Ma를 만나게 된다면 이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현식. hyunsik@sbs.co.kr
 재신타-Autumn Leaves.jpg)
가수의 목소리는 레베카 피죤보다는 소위 ‘필(feel)’이 강하고 사라K보다는 조금 가볍다고나 할까..그런 음성입니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분위기는 딱 10월 중순입니다. 청순하면서도 허스키한 색깔이 묻어있구요.
섹시함이 살짝 슈가코팅된 우수를 지닌 30대여성의 느낌입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푹 젖어들 수 있는 음성으로, 다이애나 크롤에게서 느끼함을 걷어냈다고 말하면 어떨까 싶네요.
악기 편성은 테너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기타, 해먼드 오르간, 드럼이 때에 따라 편성을 달리하여 등장합니다.
수록곡은 타이틀곡이 “Autumn Leaves (불어버전)”이고 “Days of Wine & Roses”, “Moon River”가 나온다는데서 분위기를 짐작하시면 됩니다. “Autumn Leaves”의 경우 샹송풍으로 진행되다 어느덧 색소폰의 재즈 임프로비제이션이 섞여나오기도 합니다.
추천곡은 10번 트랙 “Moon River”입니다. 재신타가 무반주로 노래를 하다가 후에는 피아노 독주가 나옵니다. 적막 속에 흘러나오는 솔로 여가수의 음성이 숨막힐 듯 고혹적입니다. 리키 리 존스 ‘Pop Pop’ 에서의 일부 트랙에서 이런 적막감을 느껴보았습니다.
시스템의 소리가 산만하고 정숙감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를 짚어보기에 매우 좋은 트랙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아노 파트에서는 최약음과 강음을 교차하여 내는 패시지가 나옵니다. 오디오 테스트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강음과 약음의 차이가 얼마나 날까도 체크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 하고, 강음의 경우 해머와 줄의 임팩트로부터 소리가 악기 전체와 주변공기를 울리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기에 적절해 보입니다.
이 소리들이 제 시스템에서 제대로 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상급의 시스템에서는 분명 그만큼의 차이를 나타내 줄 것이라는 신뢰가 가는, 대단한 정보량의 녹음입니다.
그녀의 신작 Jacintha with Strings (현악오케스트라 반주로 재즈 스탠다드 넘버들을 노래함.Groove Note에서 나옵니다)이 기대됩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테너 색소폰 또는 베이스 클라리넷과 어쿠스틱 베이스라는 다소 특이한 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신타’와 같이 조용한 음악입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FIM XRCD.jpg)
어두운 방안에 한줄기 따스한 할로겐 조명, 커피향과 담배 한 개비..뭐 이런 연상을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재즈풍의 명상음악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수록곡 분위기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When I Fall in Love” “What’s New” 등에서 짐작하시면 됩니다.
저는 관악기 주자가 바로 2-3미터 앞에서 연주하는 소규모 라이브를 본 적은 없지만, 정말 이것이라면 실제 그대로일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의 스피커는 소형인데도 스피커 사이에 자리하는 음상은 실제 악기주자 그대로의 크기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특히 이 음반의 녹음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면 관악기 연주자가 불어낸 숨결을 전부 다 전해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주자가 불어낸 날숨은 일부는 악기 속으로 들어가 깨끗한 악기소리로 나오기도 하지만 조금은 새기도 하고 악기에 들어가서도 일부 잡음 같은 소리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악기 안에 침이 고이면 끓는듯한 소리가 날 수도 있겠죠.
이 녹음은 이런 소리를 고스란히 다 전해줍니다. 가장된 부드러움이 아니고 정보량의 손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드러움을, 이 음반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FIM은 ‘윈스톤 마’라는 이름의 중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오디오파일 CD가 많이 나오고, 일전에 웹진의 탑뉴스에 소개된 것처럼 케이블 등도 만듭니니다. 북구의 Proprius가 내놓았던 음반들도 판권을 이전받아 재발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스키의 녹음이 가벼운 산미를 가미한 일식의 맛이라면 Fim의 사운드는 좀 더 진한 소스의 맛을 살리는 중국요리의 맛에 가깝지않나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디오파일 음반에 관심이 많아서 테스트음반 샘플러 음반 등을 자주 구입하시는 분이라면 이 두장의 음반을 별4개반(★★★★☆)으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런 종류로는 귀그림 씨디 한장이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별을 반개 빼드려야겠네요.
역시 문제는 서두에서 말한 바 가격이 되겠는데, 가끔은 ‘녹음 좋은 소프트 한장, 열 하드웨어 안부럽다(?)’는 격언을 되새겨볼 때도 있지 않은지요. 제 주위에는 ‘케이블 뿐 아니라 음반도 하나이 콤포넌트”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가끔 고음질 오디오파일 음반 가운데는 연주가 너무나도 ‘아니어서’ 돈 생각 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이 두 장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기왕 비싸게 받고 파는 음반인데 해설지가 좀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메이저 클래식 레이블들이 음반자켓을 아예 사진앨범처럼 만들어가며 다양한 참고자료를 수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Fim같은 오디오파일 레이블이야말로 녹음당시 모습의 사진도 싣고, 사용된 장비 목록도 곡별로 상세히 수록하는 성의를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요.
언젠가 Fim의 Winston Ma를 만나게 된다면 이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현식. hyunsik@s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