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서 XRCD 판매가 본격화된지도 이제 꽤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1월 라스베가스 컴덱스 참관기를 쓰면서 그때 Topnews란과 음반리뷰란을 통해 당시는 미수입상태였던 XRCD소식을 이미 전했던 인연이 있는지라, XRCD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XRCD의 매력은 무엇보다, '재생을 위하여 별도의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고음질을 달성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물론 스펙을 따져보면 SACD나 DVD-Audio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그러나 이미 기존 CD재생장치에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씩 투자하신 회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SACD나 DVD-Audio같은 기기들은 여우의 신포도같은 존재인 것 또한 현실입니다.
기존 CD의 포맷 내에서 고음질을 달성하자는 시도는 XRCD에 앞서 HDCD에 의해서도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HDCD재생회로를 갖지 않은 플레이어에서는 그 진가를 맛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HDCD의 약점이라면 일부 오디오파일용 음반 말고 다른 메이저급 명반들은 HDCD를 채택하지 않아서 들을만한 소프트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RR(Reference Recordings)의 음반 몇장을 사고 나면 그 다음엔 마땅히 살만한 HDCD음반이 없는 게 국내 현실이지요.
XRCD는 반면에, 명반중의 명반들을 리매스터링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 소개할 음반도 이런 범주에 드는 것들입니다. 첫째는 남성 재즈싱어 토니베넷과 재즈피아니스트 빌 에번즈의 음반, 둘째는 야샤 하이펫츠-프리츠 라이너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입니다.
하이펫츠와 프리츠 라이너의 음반은 원래 RCA에서 나왔습니다. 1957년 4월 19일 시카고의 Orchestra Hall에서 녹음된 음원입니다.
원래의 CD, 그러니까 일반CD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먼저 수록돼 있고 음반 후반부에 차이코프스키가 실려있습니다.(브람스 협주곡은 55년 2월21,22일 녹음입니다.) Living Stereo시리즈로 나와 있으며, 이때 이미 디지털 리매스터링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XRCD버전에서는 브람스 협주곡이 빠져 있습니다. 돈이 몇배 차이가 나는데 곡은 한 곡이 적다? 심기 불편해지는 일입니다. 다행히, 모양은 근사합니다. 하드커버의 책자형태이고, 사진도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저의 시스템은 린 Ikemi-> 니르바나 밸런스 인터 -> BAT 5i 프리-> 니르바나 밸런스인터-> 플리니우스 SA100 mk3 -> 니르바나 S L 스피커케이블 -> 소너스파베르 미니마 아마토르 입니다. )
여기서 잠깐.
실연을 직업으로 갖고 계셔서 항상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는 박성준님과 오디오 소리를 들을 때 박성준님이 늘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줄하고 활만 갖고 하는 게 아니고 지판을 누르는 힘, 악기의 몸체 등의 느낌이 다 잡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형스피커의 한계(즉, 대형으로 가야 하는 이유), 튜닝용 액서세리 사용 등에 관해 얘기할 때 박성준님이 자주 하는 말씀인데, 저는 같은 음원의 연주를 일반CD와 XRCD로 바꿔 들으면서 이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바이올린도 바이올린이지만 플룻,오보에,클라리넷 등의 목관악기군에서 질감과 무게감 차이가 특히 많이 났습니다. 2악장 후반부를 들어보면 XRCD쪽에서 나는 목관악기 소리에 사람의 숨이 악기 내부를 부?혀 나오는 질감, 음상의 에너지감 같은 것들이 좀 더 실제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3악장 시작하는 부분도 상당한 차이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총주를 하고 스피커 우측에서는 금관군이 묵직하게 합주를 하며, 바이올린은 출발선에 선 F1 레이싱머신처럼 으르렁거리며 시동을 거는 대목입니다. 여기서는 베이스파트가 깊고 힘있게 긁는 맛과 아울러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를 기다리는 긴장감의 표현이 중요하지요. 두가지 녹음을 비교해 들어보면 일반CD쪽은 일단 뭔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데는 XRCD쪽의 게인이 약간 높은 탓도 있겠지만 그 뿐만은 분명히 아니고, 전체적인 정보량이 앞서다보니 음상 하나하나가 더욱 충실하게 재생되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토니베넷-빌 에번즈 앨범(The Tony Bennett Bill Evans Album)은 이번 글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제가 가장 아끼는 음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재즈의 쇼팽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디는 빌 에번즈. 미국의 조영남이라 할만한 토니 베넷.
('미국의 조영남이랄까...'에 대해 약간 부연하겠습니다. 토니 베넷을 잘 모르시는 분께서는 2000년 7월20일자 제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사람은 클래식과 재즈라는 다른 뿌리를 갖고 있지만 가창력이 좋다는 점, 주류계층에 거부감없이 다가가는 음악스타일 등 음악적 측면에서 유사점이 있고, 그림도 잘 그립니다. 사진은 토니 베넷이 스케치한 빌 에반스입니다.)
이 두사람이 만나서 빚어낸 음악은 시(詩) 그 자체입니다. 영롱한 피아노 솔로 반주 위에 실린 토니의 호소력 짙은 보컬은 듣는 이의 폐부 깊숙한 곳을 뒤흔드는 힘이 있습니다. 발성 자체도 탁한 듯 하게 내지르는 것이, 우리네 창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조영남에 비유를 했는데, 발성 스타일은 장사익과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하이페츠-라이너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도 그렇지만 이 'Tony Benette Bill Evans Album'역시 일반CD자체로서도 매우 녹음이 잘 된 음반입니다. 피아노보다는 보컬의 느낌이 더 잘 잡혀있습니다.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직전의 순간이라든지, 발성을 하면서 목에서 몸으로 공명부위를 넓혀가는 느낌 같은 게 생생히 전달되지요. 따지고 보면, JVC표 XRCD의 '명반의 리매스터링'이라는 마케팅전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녹음 잘 된 마스터가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무엇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요.
2번트랙 "The Touch of your lips"를 비교해 들어봅니다. 토니 베넷의 목소리 질감차이가 느껴집니다. 또 박성준님 얘기를 하게 되는군요. 몇달전인가, 하이파이클럽 필리핀 지부장이신 김은종님 귀국번개때 2차로 박성준님댁을 찾아 (거의) 같은 녹음을 CD와 LP로 비교해 들었더랬습니다.
소리는 결국 마찰과 진동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죠. 성대와 공기가 됐든 현과 활이 됐든... 이 마찰과 진동의 느낌이 LP쪽에서 훨씬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그날 했었습니다. '토니 베넷-빌 에번즈 앨범'을 CD와 XRCD로 들어보면 CD쪽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약간 두루뭉수리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XRCD가 이런 점에서 LP적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음반에서 느껴졌던 에너지감의 차이는 여기서도 나타났습니다. 'the Touch of your Lips! On Mine~~!' 하고 외치는 마지막 소절에서, XRCD의 토니 베넷은 일반CD의 토니 베넷보다 밥을 한그릇 더 먹고 노래하는 듯 더 탁 트인 음성을 뻗어내고 있습니다.
9번트랙 'The days of wine and roses'를 들어봅니다. 전주부의 피아노 연주에서 페달을 밟았다 뗐다 하면서 울림이 변하는데, 그 미묘한 느낌이 XRCD쪽이 더 분명하게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특히 저음역대에서 그렇습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introduced me to~!'를 부를 때 토니 베넷은 뱃속에서 부터 쭈욱 끌어올려 온몸을 울리는 발성을 하는데, 이 느낌도 XRCD에서 조금 더 생생합니다.
* * *
'같은 음원 다른 방식'이라는 주제를 다뤄보기로 했을 때, 저는 에서 나온 호로비츠-올만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3번 음반(RCA redseal)의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원래 CD로 나와있던 것이 High Performance series라는 이름으로 리매스터링되어 나왔습니다. (이것은 XRCD는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리매스터링된 일반CD입니다.)
이 음반의 경우 High Performance series remastering은 물체를 그냥 보다가 돋보기를 확 갖다댔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어서 이걸 한번 듣고 나니 다시 예전 CD쪽에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하이페츠/빌 에번즈의 XRCD의 버전을 대하면서도 그런 체험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첫 느낌은 다소 당혹스러웠습니다. 소리가 좀 크군..힘이 좀 붙었나? 뭐 이정도 말고는 처음엔 잘 모르겠더군요. 마침 한창원님이 스피커와 CDP를 바꾸었다고 해서 - 게시판에 공개되어 있는 BAT 씨디피->...-> 베리티오디오 파르지팔의 조합- 문제의 씨디들을 들고 일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여기서는 저로서도 의아할만큼 XRCD와 CD의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저희 집에서는 '이런 것 아닐까?'하고 다소 모소했던 느낌들이 확연히 드러나는 바람에 그냥 뒤통수를 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은, XRCD가 일반 CD보다 어느 특정부분을 강조한 게 아니라 모든 부분을 고르게 끌어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역특성을 집중개선했다거나 고역을 주로 손봤다거나 하는 식이었으면 아무래도 더 쉽게 처음부터 그 차이를 알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저의 오디오파일 리스닝 실력이 수준미달이었기 때문이었겠지만요.
결과적으로, XRCD와 CD의 이번 비교는 저로 하여금 조속한 업그레이드를 결심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일단 스피커를 해상력 위주의 제품으로 교체해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음원의 기존CD를 갖고 있는 경우라면 XRCD구입이 금전적으로 내키지 않는 일일 수밖에 없지만, 오디오파일적인 관점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품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별은 4개(★★★★)입니다.
이현식. hyunsik@sbs.co.kr
 하이페츠-차바협-일반녹음 표지.jpg)
원래의 CD, 그러니까 일반CD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먼저 수록돼 있고 음반 후반부에 차이코프스키가 실려있습니다.(브람스 협주곡은 55년 2월21,22일 녹음입니다.) Living Stereo시리즈로 나와 있으며, 이때 이미 디지털 리매스터링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XRCD버전에서는 브람스 협주곡이 빠져 있습니다. 돈이 몇배 차이가 나는데 곡은 한 곡이 적다? 심기 불편해지는 일입니다. 다행히, 모양은 근사합니다. 하드커버의 책자형태이고, 사진도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저의 시스템은 린 Ikemi-> 니르바나 밸런스 인터 -> BAT 5i 프리-> 니르바나 밸런스인터-> 플리니우스 SA100 mk3 -> 니르바나 S L 스피커케이블 -> 소너스파베르 미니마 아마토르 입니다. )
여기서 잠깐.
실연을 직업으로 갖고 계셔서 항상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는 박성준님과 오디오 소리를 들을 때 박성준님이 늘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줄하고 활만 갖고 하는 게 아니고 지판을 누르는 힘, 악기의 몸체 등의 느낌이 다 잡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형스피커의 한계(즉, 대형으로 가야 하는 이유), 튜닝용 액서세리 사용 등에 관해 얘기할 때 박성준님이 자주 하는 말씀인데, 저는 같은 음원의 연주를 일반CD와 XRCD로 바꿔 들으면서 이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하이페츠 차이코프스키 XRCD 앞뒷면.jpg)
바이올린도 바이올린이지만 플룻,오보에,클라리넷 등의 목관악기군에서 질감과 무게감 차이가 특히 많이 났습니다. 2악장 후반부를 들어보면 XRCD쪽에서 나는 목관악기 소리에 사람의 숨이 악기 내부를 부?혀 나오는 질감, 음상의 에너지감 같은 것들이 좀 더 실제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3악장 시작하는 부분도 상당한 차이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총주를 하고 스피커 우측에서는 금관군이 묵직하게 합주를 하며, 바이올린은 출발선에 선 F1 레이싱머신처럼 으르렁거리며 시동을 거는 대목입니다. 여기서는 베이스파트가 깊고 힘있게 긁는 맛과 아울러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를 기다리는 긴장감의 표현이 중요하지요. 두가지 녹음을 비교해 들어보면 일반CD쪽은 일단 뭔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데는 XRCD쪽의 게인이 약간 높은 탓도 있겠지만 그 뿐만은 분명히 아니고, 전체적인 정보량이 앞서다보니 음상 하나하나가 더욱 충실하게 재생되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토니베넷-빌 에번즈 앨범(The Tony Bennett Bill Evans Album)은 이번 글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제가 가장 아끼는 음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재즈의 쇼팽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디는 빌 에번즈. 미국의 조영남이라 할만한 토니 베넷.
('미국의 조영남이랄까...'에 대해 약간 부연하겠습니다. 토니 베넷을 잘 모르시는 분께서는 2000년 7월20일자 제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사람은 클래식과 재즈라는 다른 뿌리를 갖고 있지만 가창력이 좋다는 점, 주류계층에 거부감없이 다가가는 음악스타일 등 음악적 측면에서 유사점이 있고, 그림도 잘 그립니다. 사진은 토니 베넷이 스케치한 빌 에반스입니다.)
 토니베넷의 빌에반스 스케치.jpg)
이 두사람이 만나서 빚어낸 음악은 시(詩) 그 자체입니다. 영롱한 피아노 솔로 반주 위에 실린 토니의 호소력 짙은 보컬은 듣는 이의 폐부 깊숙한 곳을 뒤흔드는 힘이 있습니다. 발성 자체도 탁한 듯 하게 내지르는 것이, 우리네 창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조영남에 비유를 했는데, 발성 스타일은 장사익과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하이페츠-라이너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도 그렇지만 이 'Tony Benette Bill Evans Album'역시 일반CD자체로서도 매우 녹음이 잘 된 음반입니다. 피아노보다는 보컬의 느낌이 더 잘 잡혀있습니다.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직전의 순간이라든지, 발성을 하면서 목에서 몸으로 공명부위를 넓혀가는 느낌 같은 게 생생히 전달되지요. 따지고 보면, JVC표 XRCD의 '명반의 리매스터링'이라는 마케팅전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녹음 잘 된 마스터가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무엇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요.
 토니베넷 빌에반스 표지(XRCD).jpg)
2번트랙 "The Touch of your lips"를 비교해 들어봅니다. 토니 베넷의 목소리 질감차이가 느껴집니다. 또 박성준님 얘기를 하게 되는군요. 몇달전인가, 하이파이클럽 필리핀 지부장이신 김은종님 귀국번개때 2차로 박성준님댁을 찾아 (거의) 같은 녹음을 CD와 LP로 비교해 들었더랬습니다.
소리는 결국 마찰과 진동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죠. 성대와 공기가 됐든 현과 활이 됐든... 이 마찰과 진동의 느낌이 LP쪽에서 훨씬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그날 했었습니다. '토니 베넷-빌 에번즈 앨범'을 CD와 XRCD로 들어보면 CD쪽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약간 두루뭉수리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XRCD가 이런 점에서 LP적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음반에서 느껴졌던 에너지감의 차이는 여기서도 나타났습니다. 'the Touch of your Lips! On Mine~~!' 하고 외치는 마지막 소절에서, XRCD의 토니 베넷은 일반CD의 토니 베넷보다 밥을 한그릇 더 먹고 노래하는 듯 더 탁 트인 음성을 뻗어내고 있습니다.
 토니베넷-빌에반스 표지1.jpg)
9번트랙 'The days of wine and roses'를 들어봅니다. 전주부의 피아노 연주에서 페달을 밟았다 뗐다 하면서 울림이 변하는데, 그 미묘한 느낌이 XRCD쪽이 더 분명하게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특히 저음역대에서 그렇습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introduced me to~!'를 부를 때 토니 베넷은 뱃속에서 부터 쭈욱 끌어올려 온몸을 울리는 발성을 하는데, 이 느낌도 XRCD에서 조금 더 생생합니다.
* * *
'같은 음원 다른 방식'이라는 주제를 다뤄보기로 했을 때, 저는 에서 나온 호로비츠-올만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3번 음반(RCA redseal)의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원래 CD로 나와있던 것이 High Performance series라는 이름으로 리매스터링되어 나왔습니다. (이것은 XRCD는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리매스터링된 일반CD입니다.)
이 음반의 경우 High Performance series remastering은 물체를 그냥 보다가 돋보기를 확 갖다댔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어서 이걸 한번 듣고 나니 다시 예전 CD쪽에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하이페츠/빌 에번즈의 XRCD의 버전을 대하면서도 그런 체험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첫 느낌은 다소 당혹스러웠습니다. 소리가 좀 크군..힘이 좀 붙었나? 뭐 이정도 말고는 처음엔 잘 모르겠더군요. 마침 한창원님이 스피커와 CDP를 바꾸었다고 해서 - 게시판에 공개되어 있는 BAT 씨디피->...-> 베리티오디오 파르지팔의 조합- 문제의 씨디들을 들고 일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여기서는 저로서도 의아할만큼 XRCD와 CD의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저희 집에서는 '이런 것 아닐까?'하고 다소 모소했던 느낌들이 확연히 드러나는 바람에 그냥 뒤통수를 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은, XRCD가 일반 CD보다 어느 특정부분을 강조한 게 아니라 모든 부분을 고르게 끌어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역특성을 집중개선했다거나 고역을 주로 손봤다거나 하는 식이었으면 아무래도 더 쉽게 처음부터 그 차이를 알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저의 오디오파일 리스닝 실력이 수준미달이었기 때문이었겠지만요.
결과적으로, XRCD와 CD의 이번 비교는 저로 하여금 조속한 업그레이드를 결심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일단 스피커를 해상력 위주의 제품으로 교체해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음원의 기존CD를 갖고 있는 경우라면 XRCD구입이 금전적으로 내키지 않는 일일 수밖에 없지만, 오디오파일적인 관점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품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별은 4개(★★★★)입니다.
이현식. hyunsik@s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