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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락음악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락음악 이상의 음악도 그 이하의 음악도 귀에 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과 밴드들에 무한한 경의를 보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그 때의 열정이 조금씩 식어 어느 순간 자신이 좋아했던 밴드의 구성원 이름도 생각나지 않게 되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시절 듣던 음악들은 영원히 자신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옛 애청곡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이 문득 떠오를 수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바로 이러한 락음악의 옛 기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한 편의 영화 『Almost Famous』를 간단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제품정보

- 제작사 : 콜롬비아 트라이스타
- 화면 : 1.85:1 아나몰픽
- 음향 : 영어 DD5.1(디스크1,2), 포르투칼어, 스페인어 DD2.1 (디스크1)
- 자막 : 영어, 한국어, 중국어, 포르투칼어, 스페인어, 타이어
-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2디스크 세트)
- 제작년도 : 2000년
- DVD발행년도 : 2001년
- 상영시간 : 118분(극장판), 160분(감독판)
- 등급 : 18세 이상
- 지역코드 : 3번
- 감독 : Cameron Corowe
- 배우 : Patrick Fugit, Billy Crudup, Kate Hudson, Phillip Seymour Hoffman 등

2. 영상 및 음향

본 작품의 영상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면이 그다지 선명하지는 않지만 디비디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기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잡티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해상도도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화질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칼같이 뚜렷한 화질 정도는 아니고 극장상영시의 필름과 같은 화면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극장 상영판과 untitled edition 사이에는 전혀 화질의 차이가 없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구루피 페니레인역의 케이트 허드슨

음향은 영화 자체가 락밴드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음악이 꽤 자주 나옵니다. 음악 자체에는 별다른 음장감을 느낄만한 효과가 없지만 나름대로 70년대의 락음악을 영화 속에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고 음악의 사운드 자체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대사의 전달도 명확하고 별다른 흠을 잡을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참고로 본 디비디의 untitled edition에는 극장 상영본에서 편집된 장면에서는 자막이 노란색으로 전환되어 보이기 때문에 굳이 극장 상영본을 보지 않더라도 두 판형의 편집상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영화적 완성도

영화 『Almost Famous』는 1970년대 중반의 미국 음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표면적으로는 동급생에 비해 2년 먼저 학교에 들어가 항상 놀림을 당했던 윌림엄 밀러(패트릭 퓨짓)의 이야기가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중소 음악잡지에 실은 음악계에 대한 칼럼으로 다소간의 명성을 얻은 이 소년은 본격적으로 "롤링스톤"지의 기사의뢰를 받아 막 인기를 얻어 가는 "스틸워터"라는 그룹의 투어에 동행하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세상사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밀러의 눈으로 비쳐진 그 시절의 음악계와 언더그라운드에 부상중인 그룹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멤버들간의 알력, 그룹의 투어에 동참하며 그들과 함께 하는 구루피들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누나가 남기곤 간 레코드는 밀러의 인생을 바꾼다

즉, 밴드의 공연일정에 맞추어 진행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밀러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죠.

이 영화의 감독 카메론 크로우에게 1970년대 중반은 어떤 시절이었을까요 ?
아시겠지만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밀러와 동일 인물입니다. 그 역시 그 시절 어린 나이에 "롤링스톤"지에 전설적인 그룹 "레드제플린"의 취재기사를 실었던 칼럼리스트였으니까요. 따라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과 실제 잡지들과 허구의 인물들과 허구의 사실들은 사실 알고 보면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퍼즐게임과 같습니다. 그리고 밀러의 눈으로 바라본 에피소드들은 곧 감독의 눈으로 바라봤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과 동일하거나 최소한 유사할 겁니다.

감독에게 그 시절은 과거의 보수적인 문화가 60년대를 거치며 자유의 물결로 뒤덮이던 시절이었으며,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던 참여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밀러를 감싸고 있는 순진한 세상은 과거의 보수적인 문화이며 이는 고집 세고 완고한 그의 어머니로 대변됩니다. 그에 비해 그가 밴드의 투어에 동참하여 보게되는 멤버들과 그루피들의 모습은 그의 누나가 이미 찾아 나선 자유의 문화입니다.

영화는 어떤 문화가 더 좋은 것인지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 시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문화의 호불호를 떠나 자연스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잃어서는 안될 가치로서의 신뢰와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어린 아들이 졸업식도 팽개치고 자신과의 약속을 어겨가면서 밴드와의 동행을 연장하는 것에 짐짓 두려움과 증오를 느끼면서도 결국은 그 아들을 인정하게 되는 어머니의 모습. 결혼한 상태에서 밴드에이드인 페니 레인(케이트 허드슨)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은 결국 진실 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는 러셀 헤몬드(빌리 쿠르덥). 자신은 사랑을 잃어버렸지만 밀러와 헤몬드를 마지막까지 연결해 주는 페니 레인.

감독은 현실적으로는 큰 갈등요소가 잠재해 있는 사건들의 연속들을 꽤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해결해 버립니다. 본인이 직접 겪었던 일들 역시 너무나 쉽게 갈등이 해소되었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그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따뜻해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차분한 해피엔딩이 이 감독에게 그리 낯선 것은 아니죠.

그는 이미 전작이었던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1996)에서도 삶의 고비에 처한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어쩌면 인생에서 실패할지도 모르는 주인공의 삶을 너무나 차분하게 해결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해결의 축에는 정직한 삶, 진실한 우정, 진실한 사랑이 있습니다. 물론 감독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안정적이고 따뜻하기 때문에 너무나 쉬운 갈등의 해결이 영화감상에 큰 방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존인물로 영화에 등장하는 레스터 뱅스

하지만 마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런 이야기 구성은 짐짓 이 감독의 앞날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의 구성은 점점 관객에게 싫증을 느끼게 만들 수 있게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나이와 성별과 직업이 바뀔 수 있고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조금씩 바뀔 수는 있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동일할 겁니다. 주인공은 인생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고 거기서 갈등을 느끼지만 그를 둘러싼 친구들과 사람들간의 진실이 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이 감독이 계속적인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더 아기자기한 구성, 더 치밀한 성격묘사, 더 포근한 이야기와 감동이 요구될 것이고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하여튼 영화 속에서 우리는 락스타와 이를 취재하는 기자와 락스타를 추종하는 구루피라는 락음악의 3대 구성요소(?)를 동시에 보게 됩니다. 락음악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감독이 바라본 1970년대 중반의 음악계에 대한 재구성은 매우 정확할 겁니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락의 황금기를 직접 체험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죠. 게다가 감독이 보여주는 우호적인 시선은 좀 재미는 없지만 나름대로 포근한 동화 한편을 읽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4. 부록

1번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Deleted Scenes : 삭제된 세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룹 "스틸워터"의 공연장면, 밀러의 집에서 친구들이 모여있는 장면, 밀러가 호텔에서 노래를 부르는 두 남녀를 보는 장면입니다.
  
• Production Notes : 영화의 구성, 인물, 촬영 전반에 대한 내용들이 텍스트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 Rolling Stone Articles : 감독이 롤링스톤지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의 락그룹 들에 대한 7편의 기사들이 텍스트로 소개됩니다.
  
• Filmographies : 영화의 스텝진과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별도로 제공됩니다.
  
• Theatrical Trailer : 극장 광고용 영화가 제공됩니다.
  2번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Commentary by Cameron Crowe : 감독 카메론 크로우의 육성해설을 들을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됩니다.
  
• Cameron Crow's Top Albums of '73 : 카메론 크로우가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1973년에 발매된 가장 중요한 앨범 10장을 소개합니다.
  
• Lester Bangs Interview : 영화 속에서 밀러에게 도움을 주는 역으로 나오는 레스터 뱅스는 실존인물이며, 그는 실제 카메론 크로우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입니다. 그의 인터뷰가 제공됩니다.
  
• B-Side Featurettes : 영화 촬영시 배우들의 리허설 장면이 동영상으로 제공됩니다.

5. 나가며

스틸워터의 콘서트 장면은 정말 그럴듯 하다

최근에 감독은 미스터리물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2001)를 감독함으로써 종전과는 다른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리메이크물인 이 작품의 완성도는 제가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대체적인 평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앞으로 그의 진로에 대해 몇 편의 영화만으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바닐라 스카이』가 이전에 보여준 그의 전공분야가 아닌 것만은 분명할 겁니다. 감독이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자신의 고정화된 틀을 부수는 대는 효과적이겠지만 아무래도 성공적인 전환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죠.

참고적으로 본 타이틀에 대해서는 표지를 비롯해서 케이스까지 소비자들이 많은 불만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보이는 케이트 허드슨의 속옷차림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미국의 부틀렉 에디션은 불법 음반 형태의 다소 단순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미국에서도 타이틀 디자인은 다소 소비자의 불만을 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도 이 단순한 디자인이 국내 타이틀보다야 훨씬 난 듯 합니다. 물론 타이틀의 표지가 공식 포스터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타이틀의 소장욕구를 감퇴시키는 영향이 있어 보이거든요.

<사족> 영화감상과는 큰 관련이 없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내용들입니다. 모두 IMDB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 감독은 원래 이 영화의 제목을 『무제(Untitled)』로 명명하려 하였으나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결국 DVD에 부틀렉 에디션에 이 제목을 붙였습니다.

2. 이 영화의 주요 배역인 러셀 헤몬드와 페니 레인 역에는 원래 브래트 피트와 사라 폴리가 내정된 바 있지만 두 명 모두 특정한 이유로 고사했습니다.

3. 극중 밴드 "스틸워터"의 멤버들은 실제 락그룹처럼 보이기 위해 6주 동안 매주 5일씩 매일 4시간의 연습을 밤마다 강행했습니다. 제 생각에 그 효과는 충분히 발휘된 듯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다

4. 감독은 열여덟살 때 피터 프램튼의 앨범 "Flampton Comes Alive"에 대한 라이너 노트(우리 식으로 말하면 속지 또는 짧은 설명과 유사한 것)를 쓴 바 있는데 피터 프램튼은 이 영화의 음악에 관한 가장 많은 조언을 해 줬으며 실제 빌리 쿠루덥에게 기타 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5. 그중 "스틸워터"의 노래는 감독과 그의 아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그 아내는 여성 락그룹 "Hearts"의 낸시 입니다.

6. 이 영화는 거의 감독의 전기영화와 마찬가지인데 그가 처음으로 "롤링스톤"지의 취재기사를 위해 동행한 그룹은 "The Allman Brothers'이었으며(실제 이 영화에는 이 그룹의 노래가 꽤 나옵니다), 극중 비행기 사고가 날 뻔했던 경우는 "The Who"와의 동행 취재시 발생했던 일이고, 러셀 헤몬드는 그룹 "Eagles"의 글레 프레이가 모델입니다. 그리고 페니 레인의 실제 모델은 Bebe Buell이라는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7. 밀러가 누나가 남기고 간 앨범을 보는 장면의 연도는 1969년이지만 그가 보는 앨범들 중에는 그 시기에 아직 발매되지 않은 2장의 앨범이 있습니다. 한 장은 자니 미첼의 "Blue"(1971)이고 다른 한 장은 롤링스톤즈의 라이브 앨범 "Get Yer Ya-Ya's Out"(1970)입니다. 이 앨범들은 모두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것들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앨범 재킷들이 상당히 깨끗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