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갈수록 말러의 교향곡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들의 말러 실연이 잇따라 기획되는 것도 그렇거니와, 음반시장에서도 말러 녹음은 역량평가의 주요 잣대중 하나처럼 되어가는 분위깁니다. 이런 가운데, 아주 흥미로운 말러物 하나가 영상으로 발매되었습니다.
하이파이클럽 쇼핑몰에도 선을 보인 독일 아트하우스(Arthaus)의 DVD로 나온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의 말러 5번입니다. 악단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 하지만 시카고에서의 공연은 아니고, 독일 쾰른에서의 97년 6월 실황을 담은 것입니다.
아마 바렌보임은 많은 동호인들에게 지휘자보다 피아니스트로서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베토벤 교향곡집, 브루크너 교향곡집을 내놓은 바 있는 그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 지휘자들의 적통을 계승한 거물 지휘자로 세계음악계에서 통하고 있습니다.
93년부터 텔덱(Teldec)과 전속계약을 맺고 음반을 내고 있는 그는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도 거의 전곡 녹음을 남겼고 (초기곡 몇곡만 빠져있습니다.) 바그너 반지 전곡 바이로이트 실황반도 내놓은바 있습니다. 그는 현역최고의 바그너 지휘자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런 이력을 보면 말러도 당연히 많이 다루었을 것이라 생각되건만, 막상 그의 말러 cd를 구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이라곤 89년경 피셔-디스카우와 녹음한 말러 가곡집(뿔피리/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정도 뿐입니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DVD와 동일녹음인 CD가 바렌보임의 소속사인 Teldec에서 발매되었지만 (사진참조) 이 음반은 국내에선 구할 수 없습니다. Teldec의 수입사인 한국워너는 '다양한 오리지널 음반 수입'과 담쌓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곳인지라 언제 들어올지도 미지수입니다.
바렌보임/CSO/말러5번 DVD는 말러 교향곡 실연 영상물로서도 아주 귀한 존재입니다. 말러 교향곡 DVD로는 레너드 번스타인이나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것이 있긴 하지만 이는 일본 내수용일뿐이고(hmv등의 일본사이트를 통하면 구입할 수 있긴 합니다) 아마존 등 미국사이트를 봐도 제대로 된 콘서트실황dvd로는 이것이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주의 수준은 어떨까? 국내 애호가들에게 익히 알려진 연주는 아니지만, 당당히 명반의 반열에 오를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템포 설정과 악장간 비중 설정 등에 있어서는 중용적입니다. 숨막힐 듯 늘어지고 짓누르며 감정의 진폭이 큰 번스타인 신반보다는 훨씬 리드미컬하지만, 카라얀처럼 휘몰아치거나 불레즈처럼 차갑지도 않습니다.
이점은 장점도 , 단점도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지의 평가를 찾아보면 '최고의 명연주'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외향적으로 우수하지만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지는 못했으며, 말러적 정서가 잘 표현되었는지도 의문'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저 유명한 시카고 심포니의 금관군을 비롯, 악단의 기능성은 최고수준입니다. 복잡하기 이를데없는 5번교향곡의 대위법 선율들이 명쾌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2,3악장도 때로는 격렬하게,때로는 우아하게 연출되어 탄성을 자아냅니다.
4악장 아다지에토를 지휘하는 바렌보임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앞선 악장들을 지휘할때는 굵고 큰 동작 위주로 지휘를 하던 바렌보임의 손과 팔은 4악장에 이르면 극히 섬세한 동작으로 악단을 콘트롤하며 선율을 빚어냅니다.
화면과 영상의 조화도 뛰어납니다. 갈 방법이 빤해 보이는 것이 이런 공연물의 카메라워크인지라, 간혹은 갑작스런 클로즈업이나 퀵줌 등의 급격한 카메라워크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영상물은 그런 접근은 배제합니다. 카메라워크가 귀를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대신 너무 지루하지도, 너무 급격하지도 않은 카메라 워크를 통해 시청자가 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처럼 바렌보임의 지휘를 지켜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단원들에 대한 클로즈업도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고 있어, 악보 이해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종종 악기 표면에 대해 타이트한 줌업(zoom up)이 이뤄져있는데, 이때 드러나는 시각적인 질감 표현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는 30인치도 안되는 TV로 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러 타이틀을 보다보면 화질에 대한 대체적인 상대평가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타이틀의 화질은 최고 수준입니다.
사운드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LD재발매물이 아니라 2000년8월 출시 최신작에 대하여 기대해도 좋을 만합니다. 연주 내용에 대해서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는 외국의 평자들도 화질,음질에 대해서만은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5악장 코다가 끝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한 여인이 바렌보임에게 꽃다발을 선사합니다. (우리식 꽃다발이 아니고, 줄기가 긴 꽃을 묶지도 않고 그냥 한아름 안아다 줍니다.) 바렌보임은 이 중 두 송이를 뽑아서 5번 교향곡의 두 주인공 호른 수석과 트럼펫 수석에게 선물합니다.
이때 트럼펫 수석인 Adolph Herseth가 특이한 방법으로 꽃을 받아 객석에서 큰 박수를 받습니다. (어떻게 받는지는 사서 보실 분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둡니다.^^;) 이런게 공연실황물을 보는 재미죠.
내용,화질,음질을 모두 고려한 구매가치는 ★★★★★입니다. 강력추천합니다.
이현식.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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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바렌보임은 많은 동호인들에게 지휘자보다 피아니스트로서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베토벤 교향곡집, 브루크너 교향곡집을 내놓은 바 있는 그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 지휘자들의 적통을 계승한 거물 지휘자로 세계음악계에서 통하고 있습니다.
93년부터 텔덱(Teldec)과 전속계약을 맺고 음반을 내고 있는 그는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도 거의 전곡 녹음을 남겼고 (초기곡 몇곡만 빠져있습니다.) 바그너 반지 전곡 바이로이트 실황반도 내놓은바 있습니다. 그는 현역최고의 바그너 지휘자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런 이력을 보면 말러도 당연히 많이 다루었을 것이라 생각되건만, 막상 그의 말러 cd를 구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이라곤 89년경 피셔-디스카우와 녹음한 말러 가곡집(뿔피리/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정도 뿐입니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DVD와 동일녹음인 CD가 바렌보임의 소속사인 Teldec에서 발매되었지만 (사진참조) 이 음반은 국내에선 구할 수 없습니다.
Teldec의 수입사인 한국워너는 '다양한 오리지널 음반 수입'과 담쌓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곳인지라 언제 들어올지도 미지수입니다.
바렌보임/CSO/말러5번 DVD는 말러 교향곡 실연 영상물로서도 아주 귀한 존재입니다. 말러 교향곡 DVD로는 레너드 번스타인이나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것이 있긴 하지만 이는 일본 내수용일뿐이고(hmv등의 일본사이트를 통하면 구입할 수 있긴 합니다) 아마존 등 미국사이트를 봐도 제대로 된 콘서트실황dvd로는 이것이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주의 수준은 어떨까? 국내 애호가들에게 익히 알려진 연주는 아니지만, 당당히 명반의 반열에 오를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템포 설정과 악장간 비중 설정 등에 있어서는 중용적입니다. 숨막힐 듯 늘어지고 짓누르며 감정의 진폭이 큰 번스타인 신반보다는 훨씬 리드미컬하지만, 카라얀처럼 휘몰아치거나 불레즈처럼 차갑지도 않습니다.
이점은 장점도 , 단점도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지의 평가를 찾아보면 '최고의 명연주'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외향적으로 우수하지만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지는 못했으며, 말러적 정서가 잘 표현되었는지도 의문'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저 유명한 시카고 심포니의 금관군을 비롯, 악단의 기능성은 최고수준입니다. 복잡하기 이를데없는 5번교향곡의 대위법 선율들이 명쾌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2,3악장도 때로는 격렬하게,때로는 우아하게 연출되어 탄성을 자아냅니다.
4악장 아다지에토를 지휘하는 바렌보임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앞선 악장들을 지휘할때는 굵고 큰 동작 위주로 지휘를 하던 바렌보임의 손과 팔은 4악장에 이르면 극히 섬세한 동작으로 악단을 콘트롤하며 선율을 빚어냅니다.
화면과 영상의 조화도 뛰어납니다. 갈 방법이 빤해 보이는 것이 이런 공연물의 카메라워크인지라, 간혹은 갑작스런 클로즈업이나 퀵줌 등의 급격한 카메라워크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영상물은 그런 접근은 배제합니다. 카메라워크가 귀를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대신 너무 지루하지도, 너무 급격하지도 않은 카메라 워크를 통해 시청자가 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처럼 바렌보임의 지휘를 지켜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단원들에 대한 클로즈업도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고 있어, 악보 이해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종종 악기 표면에 대해 타이트한 줌업(zoom up)이 이뤄져있는데, 이때 드러나는 시각적인 질감 표현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는 30인치도 안되는 TV로 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러 타이틀을 보다보면 화질에 대한 대체적인 상대평가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타이틀의 화질은 최고 수준입니다.
사운드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LD재발매물이 아니라 2000년8월 출시 최신작에 대하여 기대해도 좋을 만합니다. 연주 내용에 대해서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는 외국의 평자들도 화질,음질에 대해서만은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5악장 코다가 끝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한 여인이 바렌보임에게 꽃다발을 선사합니다. (우리식 꽃다발이 아니고, 줄기가 긴 꽃을 묶지도 않고 그냥 한아름 안아다 줍니다.) 바렌보임은 이 중 두 송이를 뽑아서 5번 교향곡의 두 주인공 호른 수석과 트럼펫 수석에게 선물합니다.
이때 트럼펫 수석인 Adolph Herseth가 특이한 방법으로 꽃을 받아 객석에서 큰 박수를 받습니다. (어떻게 받는지는 사서 보실 분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둡니다.^^;) 이런게 공연실황물을 보는 재미죠.
내용,화질,음질을 모두 고려한 구매가치는 ★★★★★입니다. 강력추천합니다.
이현식.hyunsik@s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