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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시사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 약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을 돌며 약 3만명에게 공짜로 보여진 이 영화는 시청한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꽤 괜찮은 평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흥행면에서는 실패한 영화입니다. "삶의 진실을 보여드리겠다"던 이 영화는 어쩌면 제작자에게 영화계와 팬들의 냉정한 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어준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인물들이 엮어나가는 한편의 영화를 간단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제품정보

- 제작사 : 명필름, CJ엔터테인먼트
- 화면 : 1.85:1 아나몰픽
- 음향 : 한국어 DD5.1, 한국어 DD2.0
- 자막 : 한글, 영어
-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 제작년도 : 2001년
- DVD발행년도 : 2002년
- 상영시간 : 140분
- 등급 : 18세
- 지역코드 : 3번
- 감독 : 임순례
- 출연 : 이얼, 박원상, 황정민, 오광록, 오지혜, 류승범 등

2. 영상 및 음향

본 작품은 비교적 최근에 개봉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영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면에 별다른 잡티는 보이지 않고 깨끗한 화면을 보여주는 편이지만 전반적인 화질은 색감이 다소 탁하고 해상도가 높지 못합니다. 어두운 화면에서의 표현력도 다소 불충분하며 밤 장면에서는 일부 지글거리는 화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장면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화면을 보여주다가도 다음 화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화면을 보여주는 등 전체적인 화질이 균일하지 못한 것도 다소 단점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DVD의 화질로서는 퍽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그것이 원래의 영화 필름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한계라는 점을 감안하여 평균점수인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그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대사의 전달도 명확하고 일부 장면에서의 채널 분리도 비교적 충실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흐름상 자주 나올 수밖에 없는 음악연주 장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3. 영화에 대해서

그들에게는 밤무대만이 설 땅이다.

영화나 광고가 실제 현실을 상당부분 왜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그러한 장면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영화나 광고 속에서 나오는 삶의 모습이 마치 현실이며 우리도 저런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시라는" 모카드 광고에서 우리는 노천카페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남편에게 다가온 아내가 "나 오늘 승진했어"라며 다소곳한 미소로 낭보를 알리자 "정말"이라고 작은 놀라움의 표시와 함께 베이스를 연주하는 남자배우를 보게 됩니다. 이 장면이 현실적일까요 ? 뭐 그런 사람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일반인들은 승진이 확인된 즉시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서로간에 호들갑을 떨지도 모릅니다. 남편도 승진과 함께 오르게 될 아내의 봉급을 계산하며 경제력 상승에 대한 안도를 할 수도 있겠죠.

우리는 홍상수의 영화에서 비교적 현실에 가까운 장면들을 영화로 보게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장면들이 오히려 기이하며 불편(?)합니다. 그것이 실제 우리 삶의 모습에 훨씬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들과 다르기 때문이죠. 관객은 영화 속에서 현실을 보았던 것이 아니라 영화 속의 다른 세상을 보아왔고 그것에 길들여져 왔던 겁니다.

임순례의 영화 역시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색다른 영화입니다.
학창시절 공부보다는 음악이 좋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그 시절의 꿈을 현실에서 유지하고 살아가지만 결코 행복하지 못한 이 시대의 인간들에 대한 조촐한 헌사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성우(이얼)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한때 기타를 치며 밴드를 한다는 것은 꽤 낭만적인 것이었고 고등학교 시설 4인조 그룹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주인공에게는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는 밤무대 업소나 시골 회갑연의 들러리 무대만이 제공될 뿐 더 이상 낭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래도 없고 더 이상 나아질 기약도 없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성우는 이제는 다른 멤버들로 바뀌어진 자신의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이끌고 힘든 몸을 유지해 나갑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만나게 된 첫사랑 인희

영화는 비교적 냉정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지만 이런 영화가 빠지기 쉬운 무거움의 함정에는 발을 디디지 않습니다. 팀의 맏형 현구(오광록)는 밴드 생활을 마무리한 체 낙향하고 강수(황정민)와 정석(박원석)은 서로의 성격적 결함에 의해 고난한 삶을 살아나갑니다. 감독은 그들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을 일정한 거리로 유지한 체 그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도 삶의 찰나적인 즐거움은 있게 마련이고 나훈아와 이영자를 모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에 활기를 더 해 줍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기본적인 삶의 모습은 고난함, 그 자체입니다.
성우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회상장면에서 우리는 그의 첫사랑 인희(오지혜)를 만나게 됩니다. 성우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며 이제는 억척스런 생활인으로 변모한 그녀를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이 장면들을 통해 성우가 여전히 과거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주변과 삶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달라졌음을 극명하게 보게됩니다. 그에 따라 그의 꿈 역시 사라진 과거와 함께 현재 시점에서는 현저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룸살롱의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벌거벗은 손님 및 여종업원들과 함께 나체로 기타를 치는 성우의 모습은 고등학교 시절 벌거벗고 바닷가에서 뛰놀던 친구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더 이상 그에게 그 시절의 꿈은 없음을 냉혹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그와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과 그의 기타 스승 역시 사회와 일상에 찌들어 더 이상의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성우와 인희는 아마도 첫사랑의 설레임 그대로 서로를 맞아들인 모양입니다. 성우와 인희, 그리고 정석은 낯익은 모습으로 밤무대에 서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은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며 연주하고 노래하지만 과연 그들은 영화가 끝난 후 그들의 일상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 아마도 그들은 다시 현실에서의 무기력함을 느끼고 정석은 유흥가의 여자를 쫓아다니다 폭력배에게 또다시 폭행을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을 해피엔드 식으로 마무리 짓지만 관객들은 해피엔드 뒤 그들의 미래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광고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실한 삶의 모습을 보시라"

영화는 그들의 삶이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진정한 모습이 바로 이러한 것이라는 것을 감독은 우리에게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실제 이영자를 모방하는 이엉자가 영화에 출연한다.

4. 부록은...

본 작품에 수록된 부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Trailer : 2편의 예고편과 한편의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Cast & Staff : 주요 등장인물과 스탭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 Making Film : 영화에 대한 메이킹 필름. 그다지 길지는 않고 주요 배역진과 감독과 영화평론가가 나와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합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영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영화의 편집 및 촬영의도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니 반드시 시청해 볼만한 자료라고 하겠습니다.
  
• Photo gallery : 영화의 스틸사진 및 관련 사진 등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5. 마치며

이 영화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대단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인물들이 풀어 가는 한 장면 한 장면을 통해 아련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요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 휘둘려 살아가고 현재의 밴드 멤버들 역시 현실의 힘에 짓눌려 살아가지만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바로 우리들 자신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일 겁니다. 혹시 경제적으로는 그들보다 나을지 몰라도 우리 역시 어린 시절 꿈을 잃고 살아가거나 꿈을 쫓아간다 하더라도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행복한 인생이란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실일겁니다.

6. 사족

그들의 실제 삶은 너무나도 고달프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크게 상관없는 영화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입니다.

1. 극중에 정석이 칼을 맞고 이제는 버스를 운전하는 강수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 강수의 울부짖음에 엄마 등에 업힌 아이가 웁니다. 그 아이는 바로 정석역을 맡은 박원석의 진짜 아들입니다.

2. 극중에 기타 및 리드보컬을 맞고 있는 이얼은 실제로 노래를 그다지 잘 부르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는 대역가수의 노래에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희역의 오지혜는 실제로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극중 노래를 모두 소화했는데 그녀는 연극배우 오현경씨와 영화배우 윤소정씨의 딸입니다.

3. 극중 주요 남자 배우 세명은 모두 연극배우 출신입니다. 본인의 느낌으로는 이얼씨의 경우 약간 설경구씨의 인상이 풍기며 황정민씨는 유오성씨의 인상이 느껴집니다.

4. 극중에 정석은 강수가 좋아하려고 하는 목욕탕 때밀이 아가씨를 가로챕니다. 그리고 얼마후 업소에 정석은 한 여성가수를 데리고 와서 자신의 오르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그러면서 성우는 잠시 혼자 밴드생활을 하게 되는데요. 그때 목욕탕 때밀이 아가씨와 새로 온 여가수는 언뜻 동일인물로 보일 만큼 인상이 비슷합니다. 그 둘을 동일인물로 봤을 때 영화의 몇 장면이 다소 혼동스러워 집니다. 그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테이프로 알게되는 전주 황제의 여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