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동호회의 음반란을 보시는 분께서 익히 아시는 음반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Herbert Blomstedt)지휘,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연주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입니다. 네덜란드의 염가레이블 브릴리언트(Brilliant)에서 발매되었고, 최근 시샵뮤직을 통해 수입되었습니다.
수입과 동시에 구입을 해 놓고는 지난주 휴가중에 찬찬히 들어본 뒤 웹진에 글을 올리려 했던 것인데, 역시 뜸을 들이면 되는 일이 없더군요.^^ 동호회 음반란에서 글을 보고 얼른 생각나는대로 글을 적어 올렸다가, 조회수 5쯤 되었을때 다시 내려놓고는 내용과 사진을 보완해서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회수 중 3은 제가 지울까 말까를 고민하는 중에 올라간 것이니, 다른 두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대개 염가음반이라면 연주자의 유명세가 떨어지거나 연주 자체의 퀄리티가 조금 낮은 경우를 상상하게 됩니다만, 블롬슈테트의 베토벤교향곡 전집은 정말 괴물 염가음반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5cd 1box인 이 전집의 인터넷 판매가격은 19,000원(배송료 제외).
수입반 5장에 이 가격이라면 연주가 별로라고 해도 솔깃할 '껌값'인데, 연주 또한 최상이니 말입니다.
최근 수년래 발매된 베토벤 교향곡 전집물은 아바도-베를린필 신전집 등 주로 원전연주 계열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바렌보임의 것이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반해 이번에 수입된 브릴리언트 전집은 우리가 LP의 전성기때 듣던 전통적인 독일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녹음은 75~80년에 걸쳐이뤄졌고, 장소는 드레스덴 성 누가 교회(Lukaskirche)입니다.(박스와 낱장 표지가 이 교회 천장 구조물 사진입니다.)
원 녹음 레이블은 Edel Classics이고 브릴리언트가 리매스터링해서 내놓은 것인데, 해상도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풍윤하며 힘찬 음향이 스피커 사이 전면 뒷벽을 가득 메우며 재생됩니다. 악기들의 질감이나 공간감 등도 그정도면 괜찮다 싶은 수준입니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의 해석은 이지적이고 서둘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뜨거운 감정적 고양을 배제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홀수교향곡들을 들으면 두드러집니다.
전반적으로 템포는 넉넉하게 잡고 갑니다. 파트간의 밸런스 유지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데, 주선율부 이외에 화성적 밸런스를 맞춰주는 다른 파트들의 소리도 명료하게 들리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신녹음보다 못한 해상력에도 불구하고, 악보를 보면서 음악을 들어보면 놀랄만큼 귀에 잘 들어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곡의 구조를 투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음향과 중량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아마도 악기군의 균형.통제가 완벽히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라는 표현이 블롬슈테트의 베토벤 해석에는 딱 들어맞습니다. 3번,5번,7번 피날레에서 그는 1,2,3악장에서 서서히 쌓아간 극적 긴장감을 아주 훌륭히 폭발시켜 냅니다. 필요하면 전체적으로 좀 느리다 싶었던 템포를 바짝 당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특히 7번 4악장이 주는 흥분과 감동은 압권입니다.
9번의 성악진 가창도 훌륭합니다. 테너 페터 슈라이어, 베이스 테오 아담, 소프라노 헬레나 되제(Helena Doese),알토 마르가 쉬믈(Marga Schiml)로, 일단 네임벨류에서 남성독창진이 압권인데, 힘차고도 유연한 환희의 송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7번 4악장에서 짜릿한 엑스터시를 맛보게 해주었던 블롬슈테트는 9번 4악장에서는 거대한 장강대하의 도도한 흐름같은 피날레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짝수교향곡들 역시 매우 훌륭한 연주들입니다. 아바도나 반트,클라이버 등의 연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다는게 제 개인적 감상입니다만, 해외에서의 평가도 대단히 좋아서 우리나라에 수입되기전 이미 일본에서 매진사례를 기록한 바 있고 미국의 유명웹진 클래식스투데이(www.classicstoday.com)에서도 예술성/사운드 10/10(만점)을 받았습니다.
이 기적같은 전집의 구입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이미 품절되었지만 조기에 재수입될 예정인 바, 그때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씩 구비하시길 바랍니다.
*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그는 실력보다 우리나라에서의 유명세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1927년 미국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북구와 동유럽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는 그의 이름과 주요 디스크목록을 보면 이부분이 좀 의외입니다.^^)
세살때인 1929년 스웨덴으로 이주해, 스웨덴 왕립음악학교에서 지휘를 배웠습니다. 존 케이지에게서 현대음악을 배우는가 하면 르네 야콥스로 유명한 스위스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서 바로크와 르네상스 음악도 배웠습니다.
50년에서 55년까지는 잘츠부르크 모짜르테움에서 이고르 마르케비치에게 사사했고 1954년 스톡홀름 필하모니에서 정식 지휘자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슬로필 등 주로 북구 오케스트라를 거쳐 75년에서 85년까지 드레스덴을 맡았고 (베토벤 전집도 이때의 산물입니다.) 스웨디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거쳐 84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았습니다.
미국 교향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계관지휘자 칭호도 받았습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음악가들의 작품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앞으로 브루크너 등의 레퍼토리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염가전집물의 보물창고, 브릴리언트
네덜란드 암스텔담에 본사를 둔 브릴리언트는 음반애호가들에겐 정말 보물같은 존재입니다. 이번에 수입된 베토벤 전집 외에도 말러 전집(지휘자가 다양합니다.) 바르샤이의 쇼스타코비치 전집, 잔덜링의 시벨리우스 교향곡전집 등이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여기에 바흐 작품전집까지 가세했습니다.
최근 음반유통가에서 판촉이 시작된 바흐전집은 Emmy Kirkby, Michael Chance, Arleen Auger, Lucia Popp, Edith Mathis, Peter Schreier, Trevor Pinnock등이 참여했으며 절반 이상이 새로 DDD로 녹음된 것이면서도 46만원/160cd라는 파격적으로 싼 가격때문에 많은 애호가들을 고민케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한사람인데, 그에 앞서 말러전집을 눈여겨 봤습니다.
브릴리언트의 말러 전집에는 야르트 반 네스의 2번, 바츨라프 노이만-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5,9번, 쿠르트마주어-게반트하우스의 7번, 네메 예르비-고텐베르크의 8번 등 다소 특이한(?) 말러가 모여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라인업에 따를 약간의 의구심을 일소할만한 역사적 명반이 하나 끼어있으니.... 바로 호렌슈타인과 LSO(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3번입니다.
호렌슈타인의 3번은 해외의 말러 사이트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최고의 명연으로 꼽는 연주인데, 문제는 오리지널 발매사가 영국의 유니콘(Unicorn-Kanchana Records)인 관계로 국내에서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물이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그림을 로고로 하는 브릴리언트의 말러 전집에 끼어서 수입된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 3번만 어느분이 중고장터에 내놓으신 것을 구입할 수 있어서 얼른 사다 들어보았는데 정말 명성그대로의 감동명연이었습니다. 녹음연도도 정확히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대략 1970년 근처일듯..자세히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녹음도 그만하면 나쁘지않은 수준입니다. 다른 연주들도 '색달라서 좋다,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들이 있으니 말러 애호가들께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이현식 hyunsik@sbs.co.kr
(3).jpg)
수입반 5장에 이 가격이라면 연주가 별로라고 해도 솔깃할 '껌값'인데, 연주 또한 최상이니 말입니다.
최근 수년래 발매된 베토벤 교향곡 전집물은 아바도-베를린필 신전집 등 주로 원전연주 계열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바렌보임의 것이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반해 이번에 수입된 브릴리언트 전집은 우리가 LP의 전성기때 듣던 전통적인 독일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녹음은 75~80년에 걸쳐이뤄졌고, 장소는 드레스덴 성 누가 교회(Lukaskirche)입니다.(박스와 낱장 표지가 이 교회 천장 구조물 사진입니다.)
(3).jpg)
원 녹음 레이블은 Edel Classics이고 브릴리언트가 리매스터링해서 내놓은 것인데, 해상도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풍윤하며 힘찬 음향이 스피커 사이 전면 뒷벽을 가득 메우며 재생됩니다. 악기들의 질감이나 공간감 등도 그정도면 괜찮다 싶은 수준입니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의 해석은 이지적이고 서둘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뜨거운 감정적 고양을 배제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홀수교향곡들을 들으면 두드러집니다.
전반적으로 템포는 넉넉하게 잡고 갑니다. 파트간의 밸런스 유지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데, 주선율부 이외에 화성적 밸런스를 맞춰주는 다른 파트들의 소리도 명료하게 들리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신녹음보다 못한 해상력에도 불구하고, 악보를 보면서 음악을 들어보면 놀랄만큼 귀에 잘 들어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곡의 구조를 투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음향과 중량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아마도 악기군의 균형.통제가 완벽히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jpg)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라는 표현이 블롬슈테트의 베토벤 해석에는 딱 들어맞습니다. 3번,5번,7번 피날레에서 그는 1,2,3악장에서 서서히 쌓아간 극적 긴장감을 아주 훌륭히 폭발시켜 냅니다. 필요하면 전체적으로 좀 느리다 싶었던 템포를 바짝 당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특히 7번 4악장이 주는 흥분과 감동은 압권입니다.
9번의 성악진 가창도 훌륭합니다. 테너 페터 슈라이어, 베이스 테오 아담, 소프라노 헬레나 되제(Helena Doese),알토 마르가 쉬믈(Marga Schiml)로, 일단 네임벨류에서 남성독창진이 압권인데, 힘차고도 유연한 환희의 송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7번 4악장에서 짜릿한 엑스터시를 맛보게 해주었던 블롬슈테트는 9번 4악장에서는 거대한 장강대하의 도도한 흐름같은 피날레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짝수교향곡들 역시 매우 훌륭한 연주들입니다. 아바도나 반트,클라이버 등의 연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다는게 제 개인적 감상입니다만, 해외에서의 평가도 대단히 좋아서 우리나라에 수입되기전 이미 일본에서 매진사례를 기록한 바 있고 미국의 유명웹진 클래식스투데이(www.classicstoday.com)에서도 예술성/사운드 10/10(만점)을 받았습니다.
이 기적같은 전집의 구입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이미 품절되었지만 조기에 재수입될 예정인 바, 그때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씩 구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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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에서 55년까지는 잘츠부르크 모짜르테움에서 이고르 마르케비치에게 사사했고 1954년 스톡홀름 필하모니에서 정식 지휘자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슬로필 등 주로 북구 오케스트라를 거쳐 75년에서 85년까지 드레스덴을 맡았고 (베토벤 전집도 이때의 산물입니다.) 스웨디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거쳐 84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았습니다.
미국 교향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계관지휘자 칭호도 받았습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음악가들의 작품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앞으로 브루크너 등의 레퍼토리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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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렌슈타인의 3번은 해외의 말러 사이트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최고의 명연으로 꼽는 연주인데, 문제는 오리지널 발매사가 영국의 유니콘(Unicorn-Kanchana Records)인 관계로 국내에서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물이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그림을 로고로 하는 브릴리언트의 말러 전집에 끼어서 수입된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 3번만 어느분이 중고장터에 내놓으신 것을 구입할 수 있어서 얼른 사다 들어보았는데 정말 명성그대로의 감동명연이었습니다. 녹음연도도 정확히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대략 1970년 근처일듯..자세히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녹음도 그만하면 나쁘지않은 수준입니다. 다른 연주들도 '색달라서 좋다,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들이 있으니 말러 애호가들께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이현식 hyunsik@s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