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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품정보

- 제작사 : 비트윈
- 화면 : 2.35:1 아나몰픽
- 음향 : 한국어 DD2.0
- 자막 : 한글, 영어
-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 제작년도 : 1967년
- DVD발행년도 : 2002년
- 상영시간 : 87분
- 등급 : 18세
- 지역코드 : 0번
- 감독 : 권철휘
- 출연 : 황해, 박노식, 도금봉, 강미애, 허장강 등

2. 영상 및 음향

본 작품의 영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3, 40년대의 영화를 완벽하게 복원해 내는 미국의 고전 영화 DVD를 고려해 볼 때 국내 제작업체들의 복원노력도 다소 불만스럽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본 필름의 보존 상태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니 만큼 영화 애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상도를 논하기에 앞서 화질 자체가 부실하고, 화면 곳곳에서 수많은 반점들과 흰 막대들이 쉴새 없이 노출됩니다. 이 영화의 제작년도를 고려해 볼 때 이러한 부실한 화면이 일견 이해가 갈 만도 하지만 필름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썼다면 훨씬 괜찮은 화면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겠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1.5점을 주고 싶으며 참고로 본인은 1점을 DVD 영상의 최하점수로 보고 있습니다.

황해와 박노식이 신파조의 친구로 나온다

음향은 영상에 비해서는 다소 나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균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사의 전달성은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지만 말 그대로 전달만 될 뿐 배경음악, 효과음, 대사 등이 별다른 차별성 없이 시청자의 귀에 무차별적으로 밀려오고 돌비디지털 스테레오에 불과하다고 해도 일말의 입체적인 음향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5점 만점에 2점의 점수만을 부여하고 싶군요.

3. 영화에 대해서

화질과 음질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왜 비트윈의 한국영화걸작선 시리즈로 선택되어 DVD로 제작되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두에서 밝혔듯이 장르적 특성상의 희귀성에 기인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잘 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호러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서움'의 측면에서도 지금 보자면 별로 '안' 무서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감각으로 본 작품을 시청한다면 십중팔구 DVD 구매를 위해 지출된 용돈을 아까워 할 것이 분명하며 만일 누군가의 권유로 구입한 것이라면 더욱이 권유자를 원망하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악녀연기를 소화해 내는 도금봉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귀신에 대한 설정은 그 후 한국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귀신의 전형이 되었으며 어떤 귀신 영화도 이 영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영화는 이제는 하나의 전형이 되어버린 한국 귀신의 복수극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른 살을 전후로 한 세대라면 반드시 기억할 "전설의 고향"에서 여러 번 보았던 내용들이지만 이 영화 자체가 "전설의 고향"보다 이전에 상영된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설의 고향"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영화의 구도는 한 맺힌 여인의 혼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자신의 아들마저 살해하려하는 악녀일당을 처참하게 살해한다는 내용입니다. 한국 귀신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면 일단 장발을 한 소복 입은 여인이고 그녀는 무서운 귀신의 형상과는 달리 생전에는 너무나도 착하고 유약한 여성이었다는 점일 겁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 명선(강미애) 역시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힌 오빠(황해)와 연인(박노식)을 뒷바라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기생이 되는 운명을 택한 가련한 여인이며, 애인인 한수(박노식)와 결혼한 뒤에도 건강하지 못한 몸을 병석에 의지한 체 살아가는 유약한 여인입니다.

이 여인이 한 맺힌 귀신이 되는 대에는 그녀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 남편을 유혹하는 찬모 난주(도금봉) 모녀와 그녀와 내통하여 엉터리 약을 조제해 주는 가짜의사 태호(허장강)의 역할이 지대합니다. 게다가 명선에게서 남편을 빼앗고 억울하게 죽인 것도 모자라 집안 재산을 송두리째 강탈하기 위해 명선의 아기까지 살해하려 하는 상황에 이르니 아무리 유약한 귀신이라도 묘지를 박차고 나오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난주는 한수를 유혹해 부부가 된다

영화는 재미있게도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하지만 왜 그런 얼굴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는) 한 변사의 설명을 삽입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장면에서는 난주 모녀가 남편이 만주로 출장을 간 사이 전처 소생의 아들을 죽이려는 시점에서 시작하여 명선이 고생 끝에 남편과 결혼한 후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일련의 과거가 플레시백 형태로 이어지더니 곧장 다시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와 귀신이 된 명선의 복수극을 보여주는 구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구성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를 변사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점은 구성상의 용이점 때문에 택한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다지 유연한 흐름은 아니라고 보이며 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명선의 복수극은 그다지 놀라운 특수효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관점에서 그럴 뿐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겠죠.) 단지 붉은 색과 푸른색의 조명만을 이용하여 귀신의 음습함을 표현하고 있는데 물론 지금의 눈 높이로 보자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으나 나름대로 적절한 표현력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초중반을 가리지 않고 귀신을 출몰시키는 난잡함을 보여주지 않고 극의 초반과 중반을 통해 충분히 영화적 상황을 설명한 후 마지막 장면에서 명선의 모든 복수를 집중시킨 점은 1967년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구성이라고 생각됩니다.

계략에 참여하는 허장강

물론 이러한 구성상의 부분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극적 완성도는 그다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특수효과의 조잡함이야 그 당시의 기술수준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이해가 갈만한 요소겠으나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장면들(영화의 초반부를 장식하는 택시 장면이 대표적인데 이는 사족을 참조바람)이 삽입되어 있는가 하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변사의 출현은 그다지 권유할 만한 구성방식이 아니며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눈에 거슬립니다.

하지만 비트윈에서 이 작품을 DVD로 제작한 분명한 이유는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한국 호러영화에 있어 하나의 기준을 세운 작품이 분명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며 한국 호러영화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시청자라면 반드시 시청해야 할 작품일 겁니다. 단 이외의 영화애호가는 구매를 자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이는군요.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2.5점을 주고 싶습니다. (0.5점은 역사성에 대한 가산점 입니다.)

4. 부록은...

본 작품에 수록된 부록은 다음과 같은데 매우 빈약한 수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에 대해서는 필름 이외의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니까요.
: 감독과 주요 배역에 대한 설명과 필모그래피가 텍스트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5. 마치며

귀신으로 변한 명선의 분장신

제작사가 원본 필름의 열화 및 훼손 정도에도 불구하고 좀 더 복원에 힘을 쏟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부탁이 제작사에게는 대단히 무리한 요청일 겁니다. 특히 이 작품처럼 상업적인 성공이 거의 불가능한 작품을 시중에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제작사에게는 손해를 감수하는 모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수의 과거 한국 영화를 DVD를 통해 출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환영해야 할 일이겠죠. 판권문제나 원본필름의 보존정도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는 한국 영화의 출시가 좀 더 활성화되길 기원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6. 사족
알아도 좋고 몰라도 크게 상관없는 영화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

1. 영화의 초반부. 묘지가 반으로 갈리고 귀신이 밖으로 나옵니다. 이 때 지나가던 택시기사가 길가에 서 있는 이 귀신을 보고 '누가 이기는가 보자'며 질주를 하는데, 정작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사람을 친 것'이냐며 놀라는 기사의 어깨에 불현듯 여인의 손을 올라오자 기사는 너무 놀라 혼절하고 마는데요. 헌데 어깨 위에 올려진 손의 주인공(알고 보니 택시 승객)은 짐짓 딴청을 피우며 '아저씨, 왜 그러세요'라고 반문하니 보는 이가 오히려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일제시대이고 보면 이 장면은 순전히 웃기기 위해 삽입된 단편 코미디인데 이런 장면을 삽입한 감독과 제작자의 배짱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2. 극중 찬모 난주의 어머니로 나오는 정애란은 바로 문화방송의 장수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의 모친으로 나오는 배우로 무려 35년 전에도 노역으로 나왔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3. 영화가 시작되면 제목으로 "월하의 공동묘지"가 아닌 "기생월향지묘(기생 월향의 묘)"라는 제목이 뜹니다. 아마도 "월하의 공동묘지"는 시리즈물로 기획됐으며 "기생월향지묘"는 그 첫 번째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다른 시리즈가 존재했는지는 본인의 경우 알지 못하는 형편이나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는 별도의 시리즈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또한 DVD의 뒷면에는 기생 월향의 이름을 줄기차게 월하로 적어놓은 오자도 보입니다. 참고로 문화방송에서 납량특집으로 방송한 필름의 경우에는 제목이 "월하의 공동묘지"로 되어 있습니다.

월하의 공동묘지가 제목이 아니다

4. 국내에는 또 하나의 "월하의 공동묘지"가 존재하는데 그 작품은 그 유명한 남기남 감독(영구 시리즈를 기억하시는지....)의 1996년 작품입니다. (원제가 "천년환생"인 이 작품은 홍보의 목적으로 "1996 월하의 공동묘지"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이 개봉대작(개봉은 1998년)의 관람인원은 39명이며, 두 곳의 개봉관에서 2주일간 걸린 이 영화에는 한 회 최대 관객수가 5명이었습니다. 참고로 남기남 감독은 초스피드로 영화를 찍었던 것으로 유명한데 하루는 스텝들이 영화촬영중 배가 고파 "밥 좀 먹고 하자"고 말하자 감독왈 "밥 먹고 뭘 더 해. 쫑 났는데"... 감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분이었다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1989년작 "영구와 땡칠이"는 작품의 완성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쉬리" 이전 한국 영화 비공식 최대 관객동원작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5. 극중 세명의 남자배우들은 그 2세가 모두 연예인으로 활동중입니다. 박노식의 아들은 탤런트 박준규(현재 SBS "야인시대"의 쌍칼역), 황해의 아들은 가수 전영록, 허장강의 아들은 영화배우, 탤런트 겸 뮤지컬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