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즈 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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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이미지를 간직한 여인

마치 대중에게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 듯 운명이 태론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나 운명이여!
이제는 그녀를 보허하라.
할리우드에 아름다움은 많으나 오래 기억되는 여배우는 드물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또 상대적인 것이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기준을 정해서 아름다움을 평가하려고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한다.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버린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을 묘사할 때 그리스 조각상 같다는 표현을 흔히 쓰곤 한다. 또한 최고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려고 할 때는 신화 속의 여신의 이름을 떠올린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 혹시라도 그녀의 이름과 견주어질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관한 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샤를리즈 테론, 그녀를 묘사함에 있어서 이런 여신의 이미지는 언제나 함께한다. 신에게 축복받은 완벽한 몸매, 그리고 화려한 금발머리에 푸른 눈이 어울리는, 마치 조각상 같은 뚜렷한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어떤 자리에 있다고 해도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14살에 모델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배우로 인정받게 된 지금, 샤를리즈 테론의 표정에서는 당당함과 함께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바로 그녀는 그런 운명을 가지고서 태어난 것이다. 지금의 자리가 너무도 어울린다.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여인

1975년 8월 7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베로니에서 샤를리즈 테론은 태어난다. 지금도 아프리카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녀에게서 사람들은 야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거친 기질을 깊숙이 간직하고 그녀가 처음 꿈꾼 것은 순수를 향해 손짓하는 발레리나의 몸동작이었다. 부모님 사이의 갈등은 어린 시절 그녀를 힘들게 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를 향해 총을 쏘았다. 이 사건은 어린 샤를리즈의 가슴에서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아로새겨진다. 그렇게 붕괴된 가족사와 돋보였던 아름다움은 그녀를 아프리카를 뒤로하고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향하게 만든다.

적극적으로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샤를리즈에게 슈퍼모델이라는 칭호는 예정된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해서 발레리나를 꿈꾸었고, 결국은 모델 일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건너가서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녀가 걸어야 하는 길은 발레리나의 순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찾아온 무릎 부상, 시련 속에서 방황하던 샤를리즈는 LA로 향한다. 절망적인 상황이 조금 이어졌지만, 어차피 운명은 그녀를 배우의 길로 정해 놓고 있었다.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대로변에서 싸우고 있던 그녀를 할리우드 에이전트가 발견한 것은 그녀의 행운이라기보다는 숙명이었다. 그녀는 어느 자리에 있어도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할리우드에서 소비되는 아름다움

샤를리즈 테론을 발견한 에이전트는 바로 그녀를 톰 행크스에게 소개한다. 자신의 감독 데뷔작을 준비하고 있던 톰 행크스는 그녀를 바로 <댓 씽 유두> 팀에 합류시킨다. 영화에서 록밴드의 큰 성공에도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던 리드 보컬의 여자 친구로 할리우드에 처음 얼굴을 알린 샤를리즈는 1997년 키에누 리브스와 알 파치노가 공연한 <데블스 애드버킷>에서 악마에게 고통 받은 키에누 리브스의 매력적인 아내 역으로 대중에게 크게 어필한다. 많은 매체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송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50명의 목록에 그녀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

할리우드와 대중은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신의 이미지를 찾았고, 이에 부합하는 그녀는 끊임없이 소모되고 있다. 1998년 <셀레브리티>, <할리우드 컨피덴셜>, <마이티 조 영> 1999년 <애스트로넛>, <사이더 하우스>, 그리고 2000년에는 <맨 오브 오너>, <배가번스의 전설>, <레인디어 게임>, <더 야드>… 하지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사이더 하우스>와 우디 앨런과의 만남을 주선한 <셀레브리티>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많은 출연작 중에서 작품성 면에서 크게 주목할 만한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물론 크게 흥행한 영화도 없었다. 하지만, 샤를리즈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저 영화들도 그 존재이유를 찾을 수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이미 그녀의 매력을 발견했고 사랑에 빠져 있는 팬에게 한정되는 이야기이다.

카메라와 대중은 아름다운 샤를리즈를 언제나 사랑했다. 그녀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샤를리즈는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맡게 되더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어떤 역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관객들이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될 수 있는 여배우는 할리우드에서도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세기가 지나도 그녀는 여전하다. 2001년에는 키에누 리브스와 다시 한번 파트너가 되는 <스위트 노벰버> 그리고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하는 액션물인 <15분>에 출연했으며, <셀레브리티>에서 친구가 된 우디 앨런의 영화 <비취전갈의 전설>에 헬렌 헌트와 함께 출연했고, 감독을 대신해서 베니스 영화제에 다녀왔다. 그녀가 영화제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은 당연했다. 2002년에는 <트랩트>에 출연했고, 아카데미상과 MTV 영화 수상식장에서 그 화려한 미모를 마음껏 뽐내기도 했다.

아! 그리고 <금발이 너무해>를 제작했다. 2003년에도 그녀가 준비해야 하는 있는 영화는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조금 걱정스럽다. 그녀를 사랑하는, 그녀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지나친 소비가 걱정스럽다. 지금 샤롤리즈는 모든 작품을 다 할 필요는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녀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니면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작품만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어떤 운명이 아직도 그녀를 이끌고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김용호

본 리뷰는 "Stereophile & Home Theater" 제4호(2003년 4월호)에 게제된 기사입니다. "Stereophile & Home Theater"의 정기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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