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1.5 : 업그레이드 된 엑스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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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된 (엑스맨 1.5)
화려한 영상과 dts 포맷으로 팬들의 곁에 다시 올아오다

마벨 코믹스의 신화는 멈추지 않는다. 작년 극장가를 사로잡았던 마벨 코믹스의 불멸의 캐릭터 "스파이더맨"과 블랙 히어로 "블레이드2"에 이어서 현재는 실명한 자경단원 "데어데블"이 극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녹색 피부를 번뜩이며 악과 맞서는 "헐크" 또한 스크린 점령에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군단이 들려주는 돌연변이 초능력자 이야기 "엑스맨"도 속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마벨 코믹스가 선사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모험담은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2000년에 선보인 "엑스맨"은 기존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색깔이 다르다. 이러한 징후는 오프닝 시퀀스에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바로 유태인 수용소의 암울함으로 영화의 포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는 사실이다. 무겁게 내려앉는 비와 질퍽거리는 진흙길 위에서 수용소로 끌려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지켜봐야만 하는 어린 '매그니토'를 모노 톤으로 잡아낸 시퀀스는 이 영화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역사처럼, 영화"엑스맨"은 다른 시선으로 슈퍼히어로를 바라보고 있다. 같은 인간이지만 결함이 있는 인간, 바로 그들이 엑스맨인 것이다. 영화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엑스맨의 유적적인 결함을 이유로 그들을 내몰고 있다. 보통 인간과 다르다는 시선이 그들을 멀리하고 배척하는 것이다. 영화지만 유태인의 경우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다르게 보고 분류하며, 평가하는 인간최대의 오만을, 액션 블록 버스터를 지향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주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엑스맨"은 그들을 슈퍼 히어로라기보다는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 장애인으로 바라보면서 단순한 액션 히어로 무비의 전형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돌연변이를 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게 좋은 쪽으로 이용할 것인가 하는 '인간들의 고민'과 이런 인간들을 모두 처단할 것인가 아니면 보호할 것인가라는 '돌연변이들의 고민'을 대립구조로 보여주면서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집단의 어리석은 충돌을 그려낸다. 이데올로기의 수많은 충돌은 결국 역사의 한 면을 피로 물들인다는 순환적인 사실을 상기한다면, 단순한 액션 블록 버스터로만 이해하기엔 영화의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영화의 정신세계는 캐릭터 하나 하나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서, 지극히 현실적인 초능력자의 모습을 창조해낸다. 단적인 예로 '로그'가 '울버린'의 손등을 보면서 갈고리가 뚫고 나을 때 아프냐고 묻자, 울버린은 "언제나"라고 말한다. 아픔 따위는 모르는 슈퍼 히어로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초능력이 그들에겐 아픔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짧은 대사 한마디로 명확하게 잡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허무맹랑한 히어로물과는 다른 점은, 이들이 일을 혼자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두 한 가지 씩의 초능력은 있지만 이것이 뭉쳐져야만 완전한 힘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사실성에 입각해서 원맨쇼를 과감하게 지양한다는 점은 "엑스맨"만의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각자 초능력은 있지만 "슈퍼맨"은 아닌 것이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인간적인 히어로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태생에 대한, 돌연변이의 발생과 초능력의 발현에 대한 설득력은 그리 단단하지 않다. 물론 만화로 태어난 히어로들이 갖는 공통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엑스맨"의 영화 무게를 고려한다면 이 설득력 또한 좀더 다듬어졌어야 할 것이다. (완벽한 영화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엑스맨"은 마치 인간을 탐구하는 지적인 혹은 지루한 예술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영화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액션 블록 버스터라는 사실이다. 눈으로 엄청난 광선을 쏘아내는 '싸이클롭스' , 손에서 부서지지 않는 초합금이 튀어나오는 '올버린' , 천둥과 바람 등 자연의 힘을 자유자재로 빌릴 수 있는 '스톰' , 텔레파시와 마인드 컨트롤에 강한 '진 그레이' 등 "엑스맨"은 실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들이 타이트한 검정 가죽옷을 입고서 매그니토 와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에 맞서 싸우는 액션영화인 것이다. 초능력이 쉴새 없이 등장하는 영화인 만큼 특수효과도 만만치 않게 등장하여 화면을 풍성하게 한다. 붉은 광선이 건물을 부수고, 갈고리는 손을 뚫으며 튀어 나오고, 하늘은 요동치고 자동차는 하늘로 떠오른다.

할리우드의 기술이 창조하는 초능력의 실현은 "슈퍼맨" 이후 줄기차게 우리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엑스맨"도 이와 별 반 다르지 않다. 특수효과의 현재위치를 평가라도 하듯 영화는 많은 특수효과를 이지적인 액션영화에 들이부으며, 지적인 완성도와 오락적인 완성도 모두를 한 손에 움켜쥐려 한다. 액션동작이 많지는 않지만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배우들의 액션을 담당한 감독이 근래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능한 홍콩 감독이기 때문이다.

"엑스맨"의 액션 동작을 창조한 이는 바로 "방세옥","방세옥2:대도무문", "이연걸의 보디가드", "이연걸의 영웅", "이연걸의 탈출", "버추얼 웨폰" 등을 연출하고 근래에는 뤽 베송 감독의 요청을 받고 "트랜스포터"의 메가폰을 잡은 '원규' 감독이다. 그는 지나치게 홍콩적이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할리우드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엑스맨"만의 액션을 고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엑스맨"의 수문장은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로 '반전'에 대한 공식을 다시 수립한 감독이다. 아마도 다른 감독이 이 작품을 맡았다면, 지금의 지적이면서 동시에 오락적 요소에 충실한 "엑스맨"은 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독특한 시선이 남다른 액션 블록버스터를 창조하게 된 것이다. 이계 액션 블록버스터는 생각 없이 몸짓만 크다고 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엑스맨"이라는 영화 한 편으로 말이다.

원작만화, 인간에 대한 탐구, 특수효과와 액션으로 점철된 오락성. 이 세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액션 블록버스터 "엑스맨"은 이미 한 차례 DVD 타이틀로 출시된 적이 있고, 우수한 퀄리티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예전과 이번 타이틀과 의 차이는 "엑스맨2"의 5월 개봉을 앞두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엑스맨 1,5)" 새롭게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1.5버전에는 사운드에 dts를 새롭게 지원하고 엄청난 분량의 스폐셜 피처가 2장의 디스크에 가득 담겨 있다. 덤으로 "엑스맨2"에 대한 보너스 영상들까지 추가되어 있으니 속편이 나오는 5월까지 기다리기가 그나마 쉬을 것 같다.

이전에 출시되었던 타이틀도 화질은 최상이었는데 이번 타이틀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오프닝의 수용소 시퀀스에서 보여지는 모노톤의 컬러는 무척이나 깔끔하고 정갈하게 담아지면서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화려한 밤거리나 넘쳐 나는 특수 효과에는 디테일이 살아있어 일말의 흐트러짐도 찾기 어렵다. 특히 밤 장면이나 어두운 장면에서 구현되는 탁월한 암부 표현력은 뭉개짐 없는 선명도를 표현한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날카로운 외곽선은 예리함을 잃지 않으며 움직임의 즐거움을 빠짐없이 눈으로 옮겨준다. 다만 빠른 액션장면에서 칼날 같은 외곽선이 조금 약해질 때도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 인물들의 머리카락과 피부의 질감까지 디테일하게 구현하는 화질은 근래의 어떤 타이틀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진한 컬러의 깊이가 잘 살아나는 색상의 질감은 대체로 어두운 컬러에 집착하는 영화 성향에 맞게 무게감을 갖고 있다. 1.5의 화질은 영화를 즐기는 데 한치의 모자람도 없다.

음질에 있어서도 dts 트랙의 추가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소리의 즐거움을 만끽할 영화로 액션 영화만한 것이 있을까. 충돌하는 육체와 초능력의 굉음들, 그리고 금속성의 차가운 음향들, 거대하게 터져나가는 폭발음, 정적을 찢어 놓는 빗소리 등 "엑스맨1.5"는 귀에 청각적 즐거움의 절정을 선사하려는 듯 디테일한 소리부터 웅장한 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며, 액션영화에서 특히 중요한 방향감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dts로 더욱 훌륭해진 음향은 화질과 함께 보고 듣는 최고의 기왐을 선사해 준다.

근래에는 레퍼런스 라는 단어를 너무나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감이 있지만, "엑스맨1.5"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기분 좋아지는 타이틀이다. 더욱이 5시간에 육박하는 스폐셜 피처를 보고 있자면 넘쳐 나는 정보의 양에 즐겁고, DVD라는 매체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쉽게 말해서 엑스맨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알려 주는 영상은 엑스맨 매니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엑스맨2"까지 맛보기로 보여주니 이보다 좋은 타이틀이 있겠는가, 물론 엑스맨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경우에 그러겠지만 말이다.

엑스맨의 매니아이거나 전에 출시된 타이틀을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엑스멘"을 소장하려는 이에게 "엑스맨1.5"의 구입은 단 1초의 망설임도 펄요 없는 필수임을 말해주고 싶다. "엑스맨1.5"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엑스맨2"가 다가을 것이다. 정말 판타스틱하지 않은가!

정조웅

본 리뷰는 "Stereophile & Home Theater" 제4호(2003년 4월호)에 게제된 기사입니다. "Stereophile & Home Theater"의 정기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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