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어나더 데이 : 40주년 기념작이자 20번째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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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어나더 데이 : 40주년 기념작이자 20번째 007

여러 영화들의 시리즈 물은 대개 속편에서 머물고 만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가 작용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터미네이터 2"처럼 고질적인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뜨리고 현재 제작중인 "터미네이터 3"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벌써 사로잡는 영화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처럼 흥행적인 면에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시리즈를 영화사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40년 동안, 그리고 20편이나 제작되어 온 작품이 있다면 그건 분명 영화사적인 신화라고 부를 만하다. 그 신화의 주인공이 바로 "007" 시리즈이다. 이안 플레밍의 원작 첩보 소설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긴 "007" 시리즈는 1962년 "007 : 살인 번호""원제 : Dr, No" 를 시작으로, 탄생 40주년 기념작인 "007 : 어나더 데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20억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30억 불 이상의 수익을 올린 스파이 영화의대명사이다.

20편이 제작되는 동안 숀 코너리, 로저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티모시 달튼,조지 라젠비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5명의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 본드 역을 거쳐갔는데, "007 : 어나더 대이"에서는 숀 코너리 다음으로 본드 역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역을 맡았으며,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할리우드의 검은 질주 할 베리가 본드 걸로 출연했다.

"007 : 어나더 데이"는 전작들처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악을 상대로 한 본드의 활약상을 그린 다소 상투적인 내러티브를 가진 오락영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영화를 개봉 당시 한 편의 화끈한 오락 영화로 즐기기에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대내외적인 요인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을 반드시 저지해야 할 악당 국가로 결정했다는 점과 북한의 핵 사태와 관련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이 영화 속에서 베트남 같은 후진국으로 묘사되었다는 점, 그리고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은 우리나라 국민의 민족적인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이 겹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007안보기 운동' 으로 번져나갔고 결국 국내 흥행에 차질을 빛어야만 했다. 그러나 약소국의 민족 감정과 "007. 어나더 데이"가 내포한 강자의 이데올로기를 떠나 이 영화는 진부하고 일부 작위적인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재미 측면에는 충실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007 : 살인번호"에 출연한 초대 본드 걸인 애슬라 안드레스가 입었던 수영복을 동일한 디자인으로 할 베리가 다시 입고 등장하며, 전작들에 사용되었던 신무기들이 소개되는 등 올드 팬들의 추억을 다시 한번 살려주는 한편, 최첨단 비밀 무기로 역동적인 액션을 선사해 신세대 층을 새롭게 겨냥하고 있다. 리 타마호리 감독이 "007 시리즈에 출연하려면 일단은 배짱이 두둑해야 한?quot;고 언급한 대로 스파이 영화인 "007 : 어나더 데이"에서 빼놓을수 없는 부분이 바로 화끈한 액션이다. "007 : 어나더 데이"는 시청자의 머리 바로 뒤에서 리어 스피커를 이용한 6.1채널 dts-ES와 돌비 디지털 5.1 EX를 동시에 제공해 현장감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

영화 초반, 문 대형 본부에서의 총격과 폭발 장면을 시작으로 호버 크래프트 추격 장면은 가슴속까지 울려주는 우뢰와 같은 우퍼 저음과 함께 서라운드 효과를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 영화 후반부의 얼음 호수와 얼음 궁전에서의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의 채널 분리는 실제로 본드와 악당의 대결이 벌어지는 곳에 있는듯한 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또한 탈출 용 헬기의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는 잔향을 오래도록 남긴다.

그러나 북한군의 대사가 전반적으로 불분명한 점은 상당히 불만이다. 본드가 서핑보드로 침투하는 장면에서 해안 경비를 돌던 북한군의 대사 일부는 파도 소리에 묻혀 버리는 경우는 대표적이다. 또 소스의 문제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끔씩 나오는 한국어 더빙 사운드의 어색함은 영화감상에 약간 거슬린다.

2.35:1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캐릭터들의 얼굴 흥터와 주름 등이 만족스럽게 표현된다. 특히 포로 교환 뒤 치료를 받는 본드의 북슬북슬한 가슴털과 긴 수염은 그 터럭까지 셀 수 있을 만큼 섬세하며 상처 입은 자오"릭 윤 분"의 얼굴에 뻗친 실핏줄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녹물이 마치 피처럼 흘러 내린 듯한 고문실의 거칠고 투박한 벽의 질감은 그대로 전달되어 그 장소가 인간성이 파괴되는 공간임을 단번에 직감하게 한다. 가끔 레드 컬러가 튀고 떨리는 현상도 감지되지만 감상에 지장을주는 정도는 아니다.

D.M.Z 군사 지역의 이른 새벽을 보여주는 장면과 북한군의 화기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디지털 그레이딩을 통해 푸르스름한 기운을 가진 회색톤으로 처리했는데, D.KZ의 삭막하고 건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 자오가 탈출하는 장면은 먹구름이 끼고 부슬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 역시 디지털 그레이딩 처리를 거쳤기 때문에 맑은 날 오후처럼 감쪽같이 화사한 영상을 보여준다.

서플먼트는 40주년에 20번째 영화를 기념하는 대작답게 상당한 분량을 제공한다. 특히 특수효과에 관한 부록을 감상하는 재미는 빼놓을 수 없다. 먼저 2번째 디스크의 부록은 Inside Die Another Day, Mission Deconstructio? Equipment Briefing, Image Database, Ministry of Propaganda 등 총 5가지의 상위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inside Die Another Day'는 서핑 보드를 이용해 북한의 북청 해안을 침투하는 영화 도입부 장면부터 박진감 넘치는 호버 크래프트 추격 장면, 환상적인 얼음 궁전, 스릴 넘치는 자동차추격전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제작 과정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탭들의 코멘트를 통해 상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인 얼음 궁전을 건축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촬영이 완성된 후 시각 효과와 편집, 음악 작업 등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한 정보는 :Post-Production'이라는 하위 메뉴에 담겨 있다. "007 : 어나더 데이"는 본드가 얼음 절벽에 매달리고 얼음 파도를 타는 장면을 비롯해 인공위성, 화염에 쉽싸인 전폭기 추락 장면 등 "007" 시리즈 중 컴퓨터 그래픽을 가광 많이 사용한 작품인데, 이에 대한 디지털 트릭도 'Post-Production'에서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Mission Deconstruction'의 하위 메뉴인 'Title Design' 에서도 디지털을 이용한 시각 효과를 보여준다. 제임스 본드를 고문하는 장면에서 에로틱한 느낌의 불타는 여인과 얼음 여인 등 4개의 시퀀스가 각각 어떤 디지털 작업 방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 후, 합성 장면을 차례로 보여주는데 놓치면 후회할 만한 보너스이다. 멀티 앵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quipment Briefing'은 수중 300m 방수에 소형 폭탄의 무선 리모컨으로도 활용되는 시계와 총탄에도 뚫리지 않는 고밀도 방탄유리를 산산조각내는 초음파 반지, 투명 자동차 배니쉬"Vanish . '애스턴 마틴 뱅퀴시 V12 의 개량형 본드 카이다"등 본드가 사용하는 최첨단 비밀 무기와 장비를 소개하는 코너. 시리즈 1편부터 20편까지 본드가 사용했던 신무기들의 목록들을 정리해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코너이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 마돈나의 뮤직 비디오 'Another Day'와 그 계작 과정은 'Ministy of Propaganda'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마돈나는 한마디로 자신의 노래를 '당신의 자아를 파괴하는 노래' 라고 정의한다. "007 : 어나더 데이"와 전혀 다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잠입 침투 타입의 PC와 가정용 콘솔 게임인 "007 : 나이트 파이어"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오디오 코멘터리 트랙은 디스크 1번에 담겨 있다. 리 타마호리 감독과 마이플G.월슨의 공동 코멘터리와 피어스 브로스넌과 로자문트 파이크의 공동 해설을 제공하는데 실망스럽게도 한글 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오디오 코멘터리 번역은 한글자막 '의무화 대싱 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제작사에 강제로 요구할 권리는 없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플먼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배사들이 시장 논리만 너무 앞세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1번 디스크에는 다른 DVD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부록이 제공되는데, 메인 메뉴의 'Q Branch'를 선택하면 하위 메뉴로 나오는 'M16 Files'이다. 이 메뉴를 on한 상태에서 본편 영화를 감상하면 영화 진행 도중 특정한 장면에서 특수 효과 등의 보충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영화 초반에 악역인 문 대령의 아들이 호버 크래프트와 함에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모형 효과를 내주는 수퍼 바이저가 나와 폭포를 4분의 1 크기로 촬영을 진행했다"는 설명을 하는 식이다. 이 같은 서플먼트는 예전에 "매트릭스"나 "D13", "존 큐" 등에서 사용한 바 있는, 부록을 극대화한 '인피니필름'"Infinifilm"의 일종이다.
유진선

본 리뷰는 "Stereophile & Home Theater" 제5호(2003년 5월호)에 게제된 기사입니다. "Stereophile & Home Theater"의 정기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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