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아사히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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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시 아사히나'라는 일본 지휘자를 아시나요.(원래는 '아사히나 다카시(朝比奈隆)'가 되겠습니다만...) 아신다면 당신은 클래식 중독증이 꽤 심한 분입니다. 아사히나는 일본 지휘계를 대표하는 원로 대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아사히나는 1908년 도쿄 태생입니다. 적지않은 전세대 마에스트로들이 그랬듯, 아사히나도 음악전공학도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1931년 교토 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1937년에는 같은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교토대를 졸업하던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음악수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스승인 리하르트 메테르가 그에게 '26살이라니...너무 늦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늦게 입문한만큼 더 많이 무대에 오르고 더 오래 살게.'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스승의 덕담(?)덕분인지 아사히나는 오래 살았습니다. 2001년 12월 29일 향년 93세로 타계했지요. 그의 장례는 아사히나의 '악기'였던 오사카 필하모닉에 의해 2002년 2월 7일 '음악장'으로 치러졌습니다.

아사히나는 1940년 신교향악단(현 NHK교향악단의 전신)을 지휘하며 데뷔해, 전시에는 상하이 등 중국도시에서 음악생활을 했고, 47년 일본에 돌아와 칸사이 교향악단을 결성했습니다.

1960년, 이를 오사카 필하모니로 개편해 50년 이상 상임지휘자로서 이 악단을 갈고 닦았습니다. 한마디로, 일본 교향악의 아버지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지금의 오사카 필은 오디오파일들도 잘 아시는 오우에 에이지(大植英次)가 맡고 있습니다.)

아사히나는 베토벤, 브루크너를 장기로 삼았습니다. 그는 아시아계 지휘자중에서 아마도 가장 이들의 작품을 깊이 천착한 마에스트로일 것입니다. 아사히나는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일생에 6번 녹음했습니다. 카라얀이 50,60,70,80년대 각 한번씩 4번 녹음했는데, 그보다 많은거죠. 아마 세계기록일 겁니다. 일본 음반사들의 전폭 지원이 있었을 거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 외에 아사히나는 브루크너 브람스 교향곡 전곡녹음도 3번을 남기고, 바그너의 반지도 전곡연주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러 2,3,8,9번도 녹음했다 합니다. 아사히나의 연주는 주로 일본 '포니 캐년'레이블의 CD들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뜸하더니, 최근 재수입되었는지 자주 눈에 띄고 있습니다.

20세기초에 태어나 독일음악을 익힌 일본인. 그가 빚어내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어떤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아사히나의 베토벤 교향곡 3,6,7번을 낱장으로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음반들은, 경제적 메리트는 전혀 없다고 할수 있습니다. 3번,6번,7번이 전부 각각 CD 1장씩이거든요. 대신 녹음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24bit recording HDCD라고 찍혀있습니다. 오디오파일로서 가슴설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스터 녹음 자체도 상당히 최근의 것입니다. 그가 90이 다 된 나이에 남긴 녹음입니다. 3번 '에로이카'는 96년 11월29일, 6번 '전원'은 97년 3월 20일, 7번은 97년 5월25일 오사카 심포니홀에서의 LIVE입니다. 일단 음질면에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두근반 세근반 하는 설렘을 안고 CDP에 3번 에로이카를 먼저 걸었습니다. 그런데, 첫 소절을 들으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