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후기-사라져가는 오디오인의 사회에 붙여

엊저녁, 늦은시간 다들 잘 들어가셨지요

내자와 함께 부실한 대접에 대해 송구하단 말씀을 올립니다.

모임에서 느낀점을 허접하나마 몇자 적어 우리의 기억에 남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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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에 둥지를 틀어 첫 목소리를 낸지 13

그동안 거의 150회에 이르는 정모중의 한 번일 수도, 어쩌면 이 터에서의 

마지막 정모일 수도 있는 모임이 어제 저의 누옥에서 조촐하나마 진지하고 

한편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거운 가운데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 못한 

저의 소홀한 대접에도 재관 형님을 비롯 이창복 방장님, 최상현, 배종문

백종택, 임덕수, 변제욱 아우님 그리고 업저버로 참여하여 주신 이우수 선생님께서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하여 주신데 대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디오에 관심을 갖고 나름 음악을 음악답게 울려줄 방법을 찾아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그저 파랑새만 좇다 허송세월로 지나온 

30수년 세월이 머리속을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15년전 갈길을 

잃고 헤매던 저를 비청회에서 우연히 만나 손잡고 이날까지 변함없는 

사랑으로 저를 이끌어 주신 배,(가나다 순^^) 두 아우님 아니었으면 

오늘날 제가 누리는 음악생활은 아마도 오래전에 종언을 고하였을 것이 

틀림없고, 13년전 1024일 하이텔과 천리안의 파란 통신스크린의 

테두리에 갇혀있다 마련한 돌파구로서 우리 하클부경방이 출범한 이래 

저는 여러 회원분들의 애정과 격려로 인생의 황혼기에 참으로 얻기 

어려운 황금기를 누려온 행운아가 되었습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직도 흥고성쇠가 있고 태어나고 늙고 

사라짐이 있음이 확실합니다. 창립초기 글 번호로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수많은 비교시청회, 부부/커플 동반의 야외나들이 그리고 어깨동무하고 

즐긴 한잔의 술과 춤, 노래의 기억들이 우리의 여생에 값진 추억으로 

남겠지만, 누구를 탓할 것 없이 13년의 세월은 속절없이 우리를 권태와 

무기력의 늪으로 인도하고 말았습니다. 엄두를 낼 수 없는 고가의 기계가 

난무하고 음악이 주가 아니라 번지르르한 샤시의 디자인과 오감의 

감지영역을 초월한 상업적 유혹에 맹목적으로 매료되면서 우리가 이게 

뭘하는 짓인지 유행가 가사처럼 어디쯤가고 있는지를 깨닫는 데는 

또한 그만큼의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뱁새다리로 황새같은 시절을 따라잡기가 너무나 힘에 겹고 경제적능력이 

모자라고 파탄이 난 오디오루저들은 이 바닥에서 개밥의 도토리가 되어가는 

스스로들의 모습을 자괴의 고통속에서 그저 바라만 보아야하는 시간도 

벌써 꽤나 많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제게있어서만은 과거 오랫동안 

또한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음악즐기기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기초이 

다름아닐 것이고, 제 형편으로 도달 가능한 기기의 세계에서도 꽤나 

훌륭히 음악을 재생해 주는 시대가 되었음을 참으로 다행히 여기면서

빈사상태인 개방적 클럽형태의 우리 모임의 활로조차 이러한 인식과 

각성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을 보고 있음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하클 부경방은 하이파이클럽 지역소모임으로는 최초로 개설된 방이고 

13년을 이어온 우리 오디오파일들의 친목의 장으로서 나름 지역에서 

작으나마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이에 기반하여 깊은 애정으로 

품어 왔던 우리들의 둥지입니다.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에 이제 

오프라인 동호회의 활동수준과는 별개로 게시판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상실된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뭔가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때라고 감히 주장하고자 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인류사회에 오랜 금언의 위력을 

구태여 빌지 않더라도, 침잠의 조직이 새로운 활력을 얻어 회생하기 

위하여는 우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하나의 틀로서 

새로운 둥지와 조직은 이를 현실속에서 작동해 걸음을 다시 옮길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뼈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하클부경방의 

게시판운영방식은 예컨대 공개하기가 쑥스러운 그러나 게시판의 

컨텐츠로서는 보존의 가치가 있는 멤버간의 대화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점은 물론 게시판관리자가 없고 제한없는 개방성으로 

인하여 주인의식이 실종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고 주요멤버와 

일시방문객 모두 공히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서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고 느끼는 회원이 많고 이의 결과로 사이버인터넷모임공간의 

그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치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SNS에 의존하는 등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게시판이 되어 왔고 

대개의 타 지역방도 이러한 경향에 그 궤를 크게 달리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인식의 과정은 다시 크게 다음 세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고 그 답은 

제가 앞에서 난삽하나마 주절거린 소회에 대개의 함의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현 하클기반의 온오프 동호회를 어떤 형태로든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 논제에 부정적결론이 나면 둘째 이하의 논의는 필요없게 되지요)

둘째,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의 게시판을 통해 다시금 활력을 얻고 고인 

웅덩이로서의 퇴장을 탈피할 수 있는 내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이게 불가능한 경우에 세번째 주제의 논의로 넘어갈 수 있겠지요)

셋째,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 대안을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새로운 대안은-앞의 두 주제에 대한 언급을 건너뛰는 이유는 부연 설명이 

필요없겠지요-카페형태의 둥지가 아닐까 감히 제언해 봅니다

가페지기가 있고 등급에 따라 읽고 쓰기의 제한이 가능하며 종속적이고 

지엽적 색채가 강한 현 게시판의 성격과는 달리 독자적이면서도 결합력이 

공고하고 개방성을 가지므로서 성장의 동력이 동시에 확보되는 점이 

일차적 이유이고, 음악과 오디오에 관한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공유하고 

한편 소비에 있어서 완전히 개방하는, 어쩌면 퓨전적 형태의 동호회가 

됨으로써 내실과 외연확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나름 의미있는 대안이 아닐까요!

 

여행의 목적은 새롭고 신기한 것에 접촉함으로써 얻는 기쁨과 이에 따르는 삶의

refresh에 있는 것처럼, 우리의 13년만의 새로운 여행은 멤버 모두에게 

그리고 미래의 새 멤버들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인생의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아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지만 간절한 소망을 일요일 아침에 

여러분께 전해 봅니다. 어제 저녁 우리가 논의한 그 절절한 충심이 물질과 

황금만능의 오디오계에 던지는 잔잔한 파문으로 작용하고, 본말이 전도되고 

왜곡된 이 취미세계에 어떤 희망의 메시지로서 경종을 울리는 작은 단초가 

되었으면하는 바램입니다.

 

개인적 소회로, 오디오는 하드웨어 우선의 그 휘황한 네온사인의 유혹에 

내 스스로 한때 경도되었던데 대한 반성과 회한으로 점철된 현실의 

대상이기도 합니다만 지금에 있어 적어도 저에게는 오랫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 그 자체로 남을 것입니다

그런 제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는 여러분들의 존재가 없어서는 안되고

언제까지나 여러분 속에 있고 싶은 제 충정이 새로운 우리모임의 작은 씨앗 중 

하나가 되어 여러분의 삶에 양념이 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인생은 세월과 관계없이 언제나 digital memory처럼 refresh함으로써 

젊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혁명에 한번 뿅! 가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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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고, 죽었다고 생각될 때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최적기이다!